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68)
제 444화
132화. 몰살, 그리고 이상한…….(3)
“커헉!”
산드라가 핏물을 토하며 허리를 꺾었다. 브라다만테는 그녀의 쇄골을 완전히 관통해서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었다.
인간이라면 거기서 끝이어야 했다. 성왕 라니 수준의 치유력이나 누메루스의 유산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치명상을 당한 것이니까.
하지만 진은 어떤 무형의 힘이 산드라의 쇄골을 찌른 칼날을 밀어내는 걸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오러는 아니다.
그렇다고 마력도 아니었다.
‘이건 마치…….’
권능.
그것도 진이 아는 종류의 권능과 아주 유사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올타의 용, 은룡 퀴칸텔이 종종 보여준 힘. 시간의 권능과 말이다.
‘역시, 내가 처음에 잘못 본 게 아니었군. 그런데 어째서 산드라가 시간의 권능을 사용하고 있는 거지?’
산드라가 올타의 계약자일 리는 없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엔야가 계약된 상태였으니까. 지플은 진의 전생에서처럼 엔야를 죽이고 계약을 빼앗지 못했다.
신의 권능은 꼭 계약자가 아니더라도 해당 신의 축복을 받거나, 섬길 수 있는 권리를 허락받거나, 다른 방법들을 통해 사용 가능한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낮은 수준의 권능’만을 부릴 수 있었다.
샤악!
진이 밀려난 칼날을 다시 휘둘러 산드라의 목을 베었다.
그러나 브라다만테는 그녀의 목에 닿지 못했다. 산드라 근처의 공간이 기묘하게 일그러졌기 때문이었다. 그 속으로 검을 휘두르면 물을 베는 것처럼 파문만 일어날 뿐,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
‘퀴칸텔 님을 처음 만난 날과 똑같군. 그때 퀴칸텔 님도 내 공격을 이런 식으로 상쇄했었지.’
순식간에 시간을 되돌려 치명상을 회복하고, 재생이 이루어지는 동안에는 안전까지 확보할 수 있는 권능.
그게 낮은 수준의 권능일 수는 없었다.
키릿, 키리리릿, 틱-!
톱니바퀴가 빠르게 맞물리는 듯한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권능을 사용할 때 그런 소음이 일어난다는 게 퀴칸텔과 산드라의 유일한 차이였다.
무라칸도 산드라의 권능을 알아보고 있었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눈동자를 끔뻑이기도 했다.
뷔고와 룬칸델의 기사들도 황당한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고 있었다.
‘임무 정보에 포함되지 않은 변수가 계속 보이는군. 보아하니 산드라 지플의 능력은 생체 골렘 실험의 일환 같은데, 순혈 지플이 직접 실험체가 되었단 말인가? 그것도 켈리악의 딸이!’
룬칸델의 여섯 번째 기수인 만큼, 뷔고는 지플의 생체 실험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바가 있었다.
그가 알기로 지금껏 지플은 순혈을 이용해 생체 실험을 한 적이 없었다. 극렬 추종자나 일반인, 혹은 하위 가문들의 마법사들을 실험체로 사용한 게 전부였다.
‘순혈을 이용해 실험할 만큼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는 뜻인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어쨌거나 이것만으로도 발견이었다. 아멜라를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로사에게 올릴 보고서에 특이사항을 뭐라도 한 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산드라가 특별한 힘을 보여준 덕에 뷔고는 살살 진과 무라칸의 눈치를 살폈다. 군도에 더 머물면 왠지 더 큰 보고 건수를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후, 오늘 여러 번 다치는군요. 아픈 건 싫은데 말이죠. 인정합니다, 싸움을 하기에는 제가 조금 부족하네요.”
산드라가 옷매무새를 고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꽤 불쾌한 능력이로군, 산드라 지플.”
“당신, 금팽이상단 광고판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잘생겼잖아요? 싸움 말고 연애를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걸요.”
“지금이라도 마탑주의 지팡이를 발동시키는 게 좋지 않겠나?”
“우리 식사나 하러 갈까요? 아니면 차?”
자신들을 두고도 긴장하지 않을 만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지 소통과 대화에 문제가 많은 사람인 것일까.
‘전생에서 잠깐 마주쳤을 때도 자기 할 말만 하기는 했는데.’
진은 산드라 지플을 얼른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꺄하핫, 지금 내 기분이 어떠냐면요. 흑룡 무라칸이라는 장애물을 넘어 공주를 만나러 온 왕자가 된 것 같거든요.”
산드라는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주절거리고 있었다.
대화가 전혀 성립되지 않는 인물을 상대로 계속 말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
‘가능하다면 제압 후 생포한다.’
결론을 내렸다. 산드라가 가진 능력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다만 ‘가능하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산드라가 생포되는 건 곧 지플의 생체 실험이 또 한 번 세상에 낱낱이 공개된다는 뜻이자, 그 실험의 결과물을 다른 거대 세력이 취해 응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
지플이 그토록 허술할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예비 기수 시절부터 내게 계속 허점을 찔렸지만, 산드라까지 생포되도록 가만히 내버려둘 리는 없어.’
마탑주의 지팡이를 사용할 필요도 없을 만큼 근처에 이미 강력한 지원군이 대기하고 있거나,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았다. 비먼트의 마인이 한계에 다다르면 완전히 산화해서 사라지는 것처럼.
‘아무리 겁이 없다고 해도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토록 당당한 것일 테고.’
발레리아에게 배운 빙결계 봉인.
진은 그걸 이용해 산드라 지플이라는 ‘증거’를 남길 생각이었다. 시간의 권능을 거스르는 건 어려울 것 같지만, 시도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었다.
우우웅!
브라다만테가 영기와 오러에 휩싸여 공명음을 냈다.
산드라도 황급히 마력을 개방해 보호막을 펼쳤다. 화염계 속성을 띤 보호막이 위협적으로 이글거렸으나 그게 전부였다.
단 일검에 양단되었고, 뒷걸음질을 치는 산드라의 두 손에 맺힌 공격 마법은 진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반면 진은 10초가 지나기도 전에 산드라에게 셋 이상의 중상을 입혔다. 처음 쇄골이 꿰뚫린 것까지 포함하면 산드라는 진에게 벌써 네 번을 살해당했다고 볼 수 있었다.
산드라가 약한 게 아니었다.
진이 너무나 강해졌을 뿐. ‘가주 선언’을 직접 본 뷔고와 수호기사들은 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
여전히 단체로 공황에 빠진 수인들을 제외하고, 비먼트와 지플의 일원들은 두 사람의 싸움을 보며 속으로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무라칸만으로도 이미 감당이 안 되는 걸 넘어 몰살이라는 미래를 맞이하게 생겼는데, 12기수의 무력까지 새삼 확인하니 눈앞이 캄캄하기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군!”
깨진 탁기의 핵에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막 저주로부터 깨어난 프로치 남매였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저와 페이가 모조리 도륙하겠습니다.”
위엄 넘치게 날개를 펄럭이고 있는 흑룡과 그 아래 서 있는 귀신대의 프로치 남매. 다른 세력들과 체급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키리리릭, 키리리리리릭!
산드라는 어째서인지 상처가 늘어날 때마다 재생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대신 산드라는 반격을 못 하고 오롯이 회복에만 집중하는 모습.
회복이 최대 속도에 이르자 진은 아예 산드라를 베지 못했다. 몸 어디를 베어도 상처가 칼날이 환부를 떠나기도 전에 아물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싸움이었다.
잘 모르는 이가 보기엔 진이 약자를 일방적으로 괴롭히는 것처럼 보일 지경.
진은 무표정한 눈빛으로 계속 산드라를 베었다.
무한한 힘이라는 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진은 그렇게 믿었고, 종종 무한을 자처했던 적들의 믿음을 늘 깨부숴왔다. 당장 탁기가 증폭된 아멜라도 그랬고.
“햐, 이러다 정말 반하겠어요.”
“뭐?”
처음으로 진이 멈칫하며 검을 멈춘 대목이었다.
이쯤되면 진이라 할지라도 왠지 등허리가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이 혼돈에 물들지 않고도 이렇게까지 미칠 수가 있었군.’
진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끔찍한 소릴.”
“결혼할까요? 비궁의 영애와 혼담이 오간다고 하던데, 나랑은 어때요?”
“네가 가진 초재생의 비밀을 알려주면 고려는 해보도록 하지.”
“그래요? 별로 어려울 것도 없는 조건이네. 마신석이라고 아시려나? 우리가 그걸로 일부 신들의 권능을 좀 흉내 낼 수 있게 되었…….”
퍼엉!
별안간 진과 산드라 사이의 허공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진은 순간적으로 몸을 빼냈고, 산드라는 반응하지 못해 일순 머리 반쪽이 사라졌었다.
공간 폭발.
미도르 엘너가 사용하는 켈리악 지플의 권능이었다.
고개를 돌린 진의 두 눈동자에 살의가 깃들었다.
“산드라 님! 대체 무슨 소릴 하시는 겁니까!”
“이 망할 서자 새끼, 너야말로 무슨 짓이야! 진 룬칸델하고 교감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아까는 교육이 잘 된 것처럼 굴더니……!”
미도르로서는 황당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설마 산드라가 ‘마신석’에 대한 내용을 입에 올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진도 놀랍기는 마찬가지였다.
‘미도르의 반응을 보아하니 마신석은 여전히 지플의 대외 극비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고. 그 명칭 자체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극히 조심스러울 게 분명해.’
심지어 산드라는 이름만 말한 것도 아니었다.
‘일부 신의 권능을 흉내 낼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까지 말해버린 것이다. 진으로서는 기대하지 않은 수확이고, 미도르와 지플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한 번만 더 끼어들어 봐, 그땐 진짜로 죽여버릴 거야! 알았어? 사지를 다 찢어서 잘근잘근 씹고, 버리고, 짓밟아버린다! 당장 대답해, 서자 새끼야!”
방금까지 진에게 나긋나긋 헛소리를 늘어놓던 것과 너무나 다른 악독한 목소리였다. 무라칸조차 그 표독한 기운에 허허, 헛웃음을 내뱉고 있었다.
‘이런 미친 인간이……! 이대로 내버려두면 산드라가 어디까지 불어버릴지 감조차 잡을 수가 없다.’
어떻게 할 것인가.
미도르가 판단을 내리는 사이, 브라다만테가 날카로운 궤적을 그었다.
“이 서자 새끼, 어떻게 네놈이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 대답도 안 하…… 으윽!”
스걱!
브라다만테가 벤 것은 산드라의 오른손이었다.
방심, 혹은 집중 저하.
산드라는 미도르에게 분노와 증오의 상말을 퍼붓느라 최고까지 올려둔 초재생의 속도를 잠시 잃은 상태였다.
진이 그때를 놓칠 리가 없는 것이다. 방금까지와 달리, 산드라는 상처가 즉시 아물지 않았다. 때문에 싸움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절단상을 겪었다.
말하자면 잘린 오른팔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차르륵-!
진은 오른팔이 땅에 닿기도 전에 즉시 빙결계 봉인을 형성했다.
곧장 진은 산드라의 환부가 아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절단면은 지금까지와 달리, 시간이 되감아지듯 회복되지 않고 평범한 초재생과 같은 양상을 띠고 있었다.
증거를 얻었으니 이제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무라칸!”
[어!]“다 쓸어버려!”
진이 그렇게 소리치자, 무라칸이 씨익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