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83)
제 444화
135화. 형제 단결(1)
“흠! 그럼 발카스 경은 처음부터 공자가 승리하리라 생각하셨으면서, 제게는 메리 경한테 돈을 걸라고 했던 겁니까? 메리 경의 검을 직접 봤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짓말까지 하시면서……?”
탁! 카시미르가 술잔을 내려두며 말했다. 무라칸과 발카스는 킬킬거리며 그의 등을 두들기고 있었다.
“난 티칸에 소속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무라칸 님께 잘 보여야 할 것 아닌가? 후후, 이해해주게.”
“하여간 미물 저거는 은근히 멍청한 맛이 있다니까? 야, 그리고 우린 질 것 같아도 무조건 꼬마한테 걸어야지. 상대가 이길 것 같다고 금화 이천을 갖다가 홀랑 걸어버리면 되냐, 안 되냐?”
크카카카, 웃는 두 사람을 본 카시미르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니, 무라칸 님이 저와 발카스 경은 메리 경한테 걸라고 지시하셨잖습니까!?”
“어어, 이게 이제 막 빽빽 소릴 지르고 그러네. 미쳤어? 어? 내기 졌으면서, 돈 주기가 아까워서 이러는 거냐, 지금? 티칸 두 번째 부자인 네놈이?”
“제가 언제 소릴 질렀다고 그러십니까, 또! 그리고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방금도, 방금도. 안 되겠다, 이 미물 놈. 어, 피해? 피해? 피했냐? 이리 안 와! 야!”
술래잡기를 하듯 무라칸과 카시미르가 우스꽝스레 뛰기 시작하자 곳곳에서 웃음이 터졌다.
“화목한 풍경이구만.”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메리가 말했다.
결투와 코스모스 식의 시상이 끝난 후 진과 동료들, 그리고 메리와 해적들은 가벼운 뒤풀이를 하고 있었다. 진의 승리를 축하하며.
진은 그녀의 옆에 앉아 시론이 직접 쓴 비서를 매만지고 있었다. 처음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아버지께서 메리 누님께 관심이 정말 많긴 하셨나 보군.’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그 냉혈하고 거대한 사내가 누군가를 위해 책을 쓰는 모습은. 억지로 그 모습을 그려보아도 간신히 뒷모습만 보이는 느낌이었다.
“티칸은 평소에도 이런 분위기냐?”
“그런 편인 것 같습니다.”
“칙칙한 검의 정원과는 정말 딴판이로군. 그나저나 아주 눈을 못 떼네. 그렇게 마음에 드냐?”
진이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자 메리는 못 참겠다는 듯, 푸흡 웃음을 터뜨렸다.
“내 냉혈한 동생도 이런 멍청한 표정을 지을 줄이야. 미친놈처럼 구는 것만 매력인 줄 알았는데, 이것도 나름 괜찮네.”
표정을 다듬으며 비서를 고이 품속에 넣는 진.
“누님께서 원하신다면 조금 더 해드리죠. 어떤 표정을 지으면 됩니까?”
“갑자기 그렇게 건조하게 말하니까 재미없어졌다. 좀 창피해해야 흥이 나는 건데.”
짠, 두 사람이 술잔을 부딪쳤다.
“동생아.”
“예, 누님.”
“가이파 군도에 가지 않은 거대 세력들은, 지금 소타라는 이름의 사막에 모여 있다. 들어본 적 있느냐?”
메리가 자신을 꺾으면 알려주기로 한 건수에 대한 이야기였다.
[미야아!]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메리와 진 사이에 누워 골골대고 있던(메리가 보고 싶다고 해서 소환한 상태였다) 슈리가 울음소리를 냈다.
어딘지 안다는 뜻,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킨 슈리가 앞발 손톱으로 바닥에 소타 사막의 위치를 그리자 메리는 탄성을 내질렀다.
“크,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정말 탐나는 녀석이란 말이지. 그래, 슈리. 거기야. 루테로 마법 연방의 중앙 근처에 위치한 사막이지.”
루테로 마법 연방의 중앙엔 소타 사막뿐만이 아니라 연방의 수도이자 지플의 본산, ‘드락카’가 있었다.
3대 세력의 1군들은 바로 그 근처에 모여 있는 것이다.
“그 사막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새로운 코젝들이 건조되고 있다.”
메리가 처음 지플이라는 단어를 꺼냈을 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한 문제였다.
‘미도르가 정육면체로 뮤론과 함께 소환한 그 배로군.’
주목해야 할 점은 새로운 ‘코젝’이 아니라 ‘코젝들’이라는 표현이다.
“……소타 사막에 시설을 짓고 양산하고 있군요, 코젝 같은 거대 비행 함선을.”
“그래, 설마 그걸 양산할 수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그래서 우린 그 생산장을 무너뜨리러 가야 하고요.”
“그렇지.”
특급 중의 특급 임무였다.
적지 한복판. 그것도 본산 바로 근처의 비밀 시설을 습격하는 것이고, 복귀 가능한 극히 소수의 인원만 투입할 수 있으니 당연한 일.
진은 곧장 그 생산장을 치는 일에 대한 온갖 계산이 떠올랐다.
이를 꽉, 악물 수밖에 없을 만큼 좋지 않은 답들이 나오고 있었다.
“지플이 비행 함선 조선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가문이 언제 알았습니까?”
“조선소 운영 자체는 전부터 알고 있던 것 같더군. 다만 확실한 위치를 알게 된 건 네가 흑왕산채를 무너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방금 누님께선 우리 가문 말고도 킨젤로와 황실도 소타 사막에 대기 중일 거라고 말씀하셨었습니다. 그렇다면 설마 가문이 그들보다 정보가 늦은 겁니까?”
“그건 아니야. 그들도 비슷한 시기에 정보를 얻었으니 급하게 가이파 군도 대신 소타 사막으로 최고위 인물들을 보낸 거지. 그리고 킨젤로는 확실한데, 황실은 그렇지 않아. 소타에 사람을 안 보냈을 수도 있어.”
“룬칸델과 킨젤로, 황실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정보를 얻었다. 이건…… 명백한 덫이군요.”
진은 확신하고 있었다.
소타 사막에 존재하는 조선소는 지플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린 것이라고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룬칸델과 킨젤로, 황실이 같은 시기에 사람을 보낼 수는 없는 것이다.
“디푸스 오라버니랑 똑같은 말을 하네.”
“알고도 당해줄 수밖에 없는 덫이라고도 하셨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이는 메리.
당해줄 수밖에 없는 덫, 그 말대로였다.
‘드락카 바로 옆에 있는 사막의 조선소를 습격하는 건 사실 미친 짓이다. 최고 인력을 쏟아부어 성공해서 복귀한다 한들 가문과 다른 세력이 얻는 이득은 고작해야 지플의 자원을 갉아먹고, 코젝의 양산 시간을 좀 늦추는 것밖에 안 돼.’
물론 비행 함선을 건조하는 일인 만큼, 천문학적인 자원과 인력이 투자되고 있겠지만, 지플을 제외한 각 세력의 최고 인력들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의 가치는 아니었다.
기술만 유실되지 않는다면 조선소는 또 지어버리면 그만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코젝의 양산함들이 건조되는 걸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으니, 지플은 이번 건수에서 처음부터 타 세력들을 이기고 시작하는 셈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미 졌다면.
최대한 잘 지는 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야 다음엔 당해주지 않을 수 있으니까.
또는 가문이 지더라도, 자신은 최대한의 이득을 보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 장차 가문이 자신의 것이 되었을 때 그 이득을 써먹을 수 있을 테니.
‘지플이 원하는 게 뭐지? 무엇 때문에 이 시기에 갑자기 조선소에 대한 정보를 흘렸나? 각 세력의 최고 인력들을 루테로 마법 연방의 본진으로 끌어들여, 하나씩 처리하기 위해? 아니, 그건 아버지가 계시는 한 전면전은 없다는 대전제를 위반한다.’
만약 조선소에서 최상위 기수들이 죽는다면 그건 곧 전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였다.
‘또한 제대로 싸울 생각이었다면 조선소 위치를 알리는 대신, 함선들을 다 건조한 다음 불시에 선제공격을 했겠지.’
그렇다면 무슨 의도인가…….
번뜩, 한 단어가 뇌리를 스쳤다.
확인.
‘조선소를 습격한 각 세력의 대표 주자들이 어느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지, 혹은 어떤 특수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건 아닐까?’
소타 사막은 연방 수도 드락카의 근처에 존재한다. 그리고 드락카는 연방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 천 년간 드락카는 외부 세력에 공격을 당한 적은 있어도, 테러에 노출된 적은 없었다.
룬칸델이라 할지라도 드락카까지 이어지는 모든 경계망을 뚫을 수 있는 침투조를 짜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그 옆에 있는 비밀 조선소를 습격하는 일 역시 그다지 다를 건 없을 터. 룬칸델과 킨젤로, 황실 중 한 곳이 조선소 침투에 성공한다면. 지플은 그 자체만으로도 외부 세력들의 능력을 점검하는 셈이다.’
킨젤로엔 단장과 부바르가 존재하고, 황실엔 마인과 그 제작자들이 있으며, 룬칸델엔 진과 무라칸, 그리고 조슈아의 예언자가 있었다.
그중 지플이 아직 존재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확률이 있는 건, 오직 예언자 하나뿐이었다.
날카로운 직감이 뇌리를 찔렀다.
‘지플은 조슈아에게 특별한 능력을 지닌 조력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힘을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적들이 알고도 삼킬 수밖에 없는 달콤한 독약을 뿌린 것이다. 밟지 않고는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덫을 놓은 것이다.
물론 비약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지플이 비밀 조선소의 위치를 흘린 다른 이유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지플의 계산 속엔 내가 존재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나는 소타 사막의 조선소로 침투하는 대신 가이파 군도를 찾아갔으니. 게다가 적대 관계인 조슈아와 내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판단했을 거야.’
내내 어둡던 진의 입가에 드디어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이번에도 자신이 맡은 역할은, 변수인 것이다.
“그런데 누님.”
“왜?”
“소타 사막으로 왜 누님이 직접 가지 않고 저한테 넘기시는 겁니까? 아까 말씀하신 수련 때문입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만약 이번 결투에서 내가 이겼다면 직접 갈 생각이기는 했어. 더 강한 녀석이 가는 쪽이, 디푸스 오라버니가 다치지 않을 확률을 높여줄 테니까.”
조슈아와 디푸스, 현재 기수 중엔 그렇게 두 사람이 소타 사막에 침투해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메리가 마지막으로 술잔을 비우며 몸을 일으켰다.
“이제 패자는 떠날 시간이로군. 이건 디푸스 오라버니의 서신이다. 침투 경로가 표시되어 있으니 따라가면 될 거다. 혹시라도 그 인간 뒤지는 일 없도록, 잘 부탁한다.”
“누님, 잠깐만요.”
“응? 아, 뭐. 비서 고맙다는 인사 하려고? 크크, 다섯 번만 해봐.”
“아뇨, 그게 아니라. 아, 물론 너무나 감사하기는 합니다. 이것 좀 보세요.”
고개를 갸웃하는 메리의 눈에 들어온 것은, 두 송이가 하나로 꼬인 녹장미였다.
“실은 누님 오시기 직전까지, 요나 누님이 티칸에 계셨었습니다. 누님이 배를 타고 들어오시는 것까지 확인하셨지만, 바빠서 누님을 뵙고 갈 수가 없다며 이것만 전해주라고 하더군요.”
다소 선의의 거짓이 포함된 이야기에 메리의 눈동자가 반짝, 빛을 냈다.
“오, 정말이냐? 요나, 그 녀석이?”
“예.”
“크하하! 요나한테 이런 귀엽고 어여쁜 구석이 있었군! 바쁜 게 아니라 부끄러웠던 것 아니야? 좋아, 마음에 들어. 녀석의 호의에 답하도록 하지, 다음 도전은 사밀이다!”
“메리 누님?”
“코스모스!”
메리가 난간으로 달려나가 그 해적의 이름을 소리쳤다.
“예이, 대선장!”
“닻을 올려라, 방금 다음 목적지가 정해졌다!”
그러자 갑판 곳곳에 퍼져 있던 해적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즉시 닻을 올리고, 항해 준비를 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메리는 다시금 눈에 검은 안대를 차며 난간에 발을 내디뎠고, 뛰기 전. 뒤돌아 이렇게 소리쳤다.
“디푸스 오라버니랑 같이, 다치지 말고 돌아와라. 꼭! 알았냐!?”
진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