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84)
제 444화
135화. 형제 단결(2)
* * *
1800년 2월 27일, 야전 막사 바깥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모래 폭풍이 한창이었다.
모든 걸 뒤덮을 기세로 종일 불어대는 모래 폭풍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토악질이 나올 만큼 지겨웠으나, 바로 그 모래 폭풍이 지난 몇 주 동안 룬칸델의 일원들을 숨겨준 장막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지플이 의도적으로 정보를 흘리기 전까지, 이곳에 거대 비행 함선 건조장이 있다는 사실을 가려준 장막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으음…….”
디푸스가 이마를 짚으며 낮게 앓는 소리를 냈다.
아침에 인근 마을에 나갔던 집행기사들이 가져온 소식지를 읽어보니 지끈지끈 두통이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티칸 앞바다에서 펼쳐진 광풍과 흑태자의 선상 승부…… 검가의 두 기수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바다가 갈라지고, 하늘이 열리다.
메리 룬칸델의 도발로 인해 난데없이 시작된 서열 전쟁! 승자는 12기수로 알려져…….
7기수 메리 룬칸델의 심복 해적 코모 씨, ‘대선장은 12기수가 홀로 흑왕산채를 굴복시켰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계속 싸우고 싶어 했다’고 밝혀, 흑왕단 사태의 소문이 사실이었나?
최근 가이파 군도 인근에서 벌어진 정체불명의 전투에도 12기수가 관여되어 있다는 설 돌아…… 아멜라를 죽인(혹은 행방불명 시킨) 것도 진 룬칸델인가?
12기수의 심복 제모 씨, ‘아멜라도 우리 나리가 한칼에 보낸 게 맞다’고 밝혀.
진 룬칸델, 기수가 되고 겨우 1년. 단숨에 서열 5위에 오르다. 룬칸델 후계 구도, 정말로 바뀌나!?
7기수를 상대로 압도적 승리! 계속해서 날아오르는 12기수, 그 신화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메리 녀석, 분명 큰 사고를 칠 거라고 예상은 했다만…… 막내와 설마 이렇게 공개적으로 결투를 치를 줄은 몰랐는데.’
매일 마을에 다녀오지는 못하고 있었으니 벌써 일주일도 더 된 소식이었다.
침투조가 소타 사막에 은신하고 있는 동안, 세상은 온통 진과 메리의 싸움으로 시끌벅적했던 것이다.
-당분간 하고 싶은 거 다 해봐. 사고도 마음대로 치고, 수련도 마음대로 해. 뒷일은 내가 책임지고 감당해주마.
얼마 전 메리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디푸스는 정말로 메리가 마음껏 활개를 치도록 도울 계획이었다.
다만 갑작스레 지플이 비행 함선 건조대의 정보를 흘린 바람에 메리의 도움이 절실해진 상황이었다.
루나와 룬티아는 다른 임무를 수행하느라 부재중이고, 그 이하 기수들은 불러봐야 짐이 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돕고 떠나라는 차원에서, 침투 경로를 표시한 서신을 급히 보냈건만.
막내와 한 판 붙었다는 소식이 먼저 들려올 줄이야.
‘설마 서신을 못 받은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메리의 스타일이라면…… 막내에게 한 판 붙자고 하고, 승자가 이곳에 지원을 오자고 말했을 거다.’
후우.
한숨을 내쉬는 디푸스.
진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었다.
이제 막 공식 서열 5위가 되었다곤 하나, 진의 무력과 능력이 최상위 기수들과 견줘도 무리가 없다는 건 가주 선언 때 이미 증명된 바.
다만 그래도 진보다는 메리가 와주길 바란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호흡과 조합.
두말할 것도 없이 디푸스가 가장 신뢰하는 형제는 메리였다. 이런 위험한 임무에서 등을 맡겨야 한다면 당연히 메리여야 하는 것이다.
또한 조합상으로도 진보다는 메리가 들어오는 것이 훨씬 나았다. 조슈아와 진의 관계를 떠올리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터.
‘물론 진도, 조슈아도 공사 구분쯤이야 확실할 테지만…… 썩 느낌이 좋지는 않군.’
차륵!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별안간 막사의 앞뒷문이 동시에 열렸다.
앞문으로는 정찰을 나갔던 조슈아와 흑기사 두 사람이, 뒷문으로는 막 도착한 진이 들어선 것이다.
“……막내? 왜 네가?”
조슈아가 눈짓을 보내자 디푸스는 어깨를 으쓱였고, 진은 대뜸 이렇게 되물었다.
“침투 경로에 기묘한 통로가 꽤 많던데, 그것들. 2기수가 만든 겁니까?”
기묘한 통로.
그건 디푸스도 궁금하던 문제였다.
소타 사막까지 들어서는 침투로는 전적으로 조슈아가 만들었다. 디푸스 또한 다른 방향에서 침투로를 형성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조슈아의 길로 합류한 것이다.
그 과정에 디푸스 또한 조슈아의 침투로가 무인의 힘이나 평범한 수준의 마법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는 형태라는 것을 확인한 상태였다.
조슈아의 침투로는 분명 지반이 무너지고도 남을 만큼 깊게 땅을 파냈는데, 어째서인지 무너지지 않고 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만든 것이다.”
“사람이 만들 수는 없는 침투로인 것 같았습니다만.”
“네 한계의 기준이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 생각하느냐? 그렇다면 내가 널 너무 총명하게 보았군.”
“이젠 예언자인지 뭔지 하는 조력자가 있다는 걸 숨기지도 않으십니까?”
가주 선언 직후 영묘에서 조슈아를 만났을 때부터. 진은 조슈아가 조만간 예언자의 존재를 전면에 드러내리라 판단하고 있었다.
그때도 진은 대놓고 다른 기수들과 원로들 앞에서 예언자에 대해 운운했으나 조슈아가 크게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군.”
조슈아가 고개를 저으며 뒷말을 이었다.
“난 예언자의 존재를 숨긴 적이 없다. 너를 비롯한 다른 기수들이 그 존재를 모르고 있던 건, 정보 접근 권한이 부족했기 때문일 뿐이지.”
피식, 웃음을 흘리는 진.
“뭐,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 보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랜 시간 극비였던 존재가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든든한 마음이 드는군요. 흑기사도 두 분이나 계시고 말이죠.”
흑기사들은 진의 도발적인 언행에 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조슈아의 시선이 진의 어깨에 닿았다. 고양이로 변신한 무라칸이 그 위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나 역시 가문의 수호신께서 이번 임무를 살펴주신다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군. 잠입과 침투, 암살이 목적인 만큼 메리보다는 네가 더 적합한 인물이기도 하고 말이다.”
두 사람의 대화가 오가는 동안 디푸스는 ‘예언자’라는 단어를 계속 의식하고 있었다.
‘막내 녀석, 조슈아에 대한 정보를 어디까지 알아낸 거지?’
그리고 대체 무슨 수로 알아낸 거지?
호기심과 더불어 혼란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가슴이 답답했다.
조슈아에게 뭔가 특수한 힘이나 조력자가 있다는 건 디푸스도 전부터 눈치채고 있던 바였으나, 그게 전부였다.
오랜 시간 추적했으나 조슈아가 가진 것이 무엇인지 작은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로사가 직접 조슈아의 정보를 감춰주고 있으니 알아낼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반면 진은 가주 선언 때부터 예언자라는 인물을 다 알고 있다는 듯 말하고 있으니, 디푸스로서는 다소 열패감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진 건 진 거고, 막내에게 정보를 공유받을 수 있는 방법을 좀 생각해봐야겠군. 최대한 정보를 얻어 막내보다는 늦더라도, 조슈아보다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디푸스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고, 진과 조슈아는 계속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일부러 흑기사에 대해 언급해봤는데 달리 반응이 없군. 아직 독스가 리칼튼을 찾아가지 않은 건가?’
진이 생각했다.
아직 진은 독스로부터 연락을 받은 게 없으니 자신의 명령이 어떻게 수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또한 독스가 리칼튼을 갔든 안 갔든, 조슈아쯤 되는 인물이 그에 대한 속내를 감추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슈아가 미소를 지으며 품속에서 한 묶음의 문서를 꺼냈다.
“네가 오기 전까지 우리가 파악해둔 비밀 건조대에 대한 정보들과 작전 내용이다.”
문서에는 비밀 건조대의 내부 구조와 감시 인원, 위험 및 특이 사항 등이 자세히 표시되어 있었다.
‘이런 규모의 시설이 전부 지하에만 구축되어 있다고?’
내부 구조를 살펴보자 내심 충격적인 마음이 들었다. 예상한 것보다 비밀 건조대의 규모가 훨씬 거대하기 때문이었다.
조슈아는 진이 그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웬만한 성에 준하는 크기의 구역이 총 24개다. 사막의 지하 5할 이상이 비밀 건조대인 셈이야. 대체 이만한 시설을 짓고 그간 어떻게 비밀 유지를 했는지 의아할 지경이지.”
몇 군데 붉게 표시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표시된 부분은 함선의 설계도, 혹은 함선 건조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예상되는 것들이 분포한 지점들이다. 4구역과 11구역, 17구역, 그리고 19구역. 이 네 곳은 특히 보안이 삼엄해서 아직 우리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까지 침투조는 내부 정찰도 예언자의 힘을 이용해 진행하고 있었다. 그 특수한 힘과 최상위 기수 둘, 흑기사 둘의 능력으로도 잠입하지 못했다는 건 오직 무력 진입밖에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네 구역에 무력으로 진입하는 순간, 이번 임무의 본격적인 시간 제한이 시작될 터였다.
“처음에 찌를 곳을 잘 골라야겠군요. 기회는 아마 한 번뿐일 테니까.”
“그렇지. 잠입 작전 개시는 내일 새벽 두 시. 그때부터 내부에서 한 번 더 직접 정보를 획득하고, 네 구역 중 하나를 골라 파괴 및 탈취 임무를 시작한다. 최우선 과제는 함선 설계도 확보와 최중요 자원 파괴. 이만하면 설명은 충분할 테지?”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겠군.”
조슈아가 탁자 위에 놓인 소식지들을 챙기며 뒤돌아섰다.
“그리고 서열 5위에 오른 것, 축하한다. 돌아가거든 좋은 술을 한 병 선물하도록 하마.”
“감사히 받도록 하죠. 아, 그리고. 흑왕단 사태 때 펜대들 굴려준 것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다시 독스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슈아는 흑왕단 사태 당시 독스가 복귀하지 않은 걸 보고 진과 무라칸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도록, 그래서 결과적으로 가문의 위세가 높아지도록 자신의 소식지들에 지시를 내렸었다.
“그 기사들을 보고 있으니, 저와 2기수도 손발이 잘 맞을 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번 임무도 그렇게 진행되면 좋겠군, 휴페스터의 흑태자. 하하하…….”
흑태자라는 이명을 듣자마자 문득 코스모스를 죽이고 싶어지는 진이었다.
조슈아와 흑기사들이 막사를 빠져나가자 자연스레 진과 디푸스의 시선이 닿았다.
“둘째 형님.”
“어.”
진은 한동안 뜸을 들이다 이렇게 말했다.
“……죽입시다, 저 인간. 이번 임무에서.”
갑작스러운 발언에, 디푸스는 눈동자를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