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27)
제 555화
144화. 친구를 위해(6)
홀로 남은 단테에게 황실친위대의 검들이 몰렸다.
하이란 돌격대의 기사들이 막아주고는 있으나, 친위대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아울러 평기사들도 계속해서 단테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단테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섬광이 번쩍였다.
그때마다 하나 이상의 기사가 죽었다.
상대가 되지 않는 걸 알면서도, 부나방처럼 달려드는 평기사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적당히 봐줄 수가 없단 말이다……!’
막 베어진 평기사의 몸통 사이로 황실친위대의 칼날이 보였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피했으나 그 칼날은 단테의 이마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마에서 흐른 핏물이 눈동자를 물들였다.
피를 닦아내느라 잠시 사각이 생겼고, 황실친위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제왕검의 또 다른 비기, 용검갑을 개방한 상태가 아니었다면 단테라 할지라도 치명상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테의 몸을 휘감은 푸른 오러의 띠가 황실친위대의 칼날을 막아냈다.
오러의 띠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역으로 황실친위대의 가슴팍을 가시처럼 찔렀다.
금빛 갑옷이 무참히 뚫리며 선혈이 쏟아졌다.
용검갑의 특성을 모른 채 함께 검을 밀어 넣었던 다른 친위대 기사 서넛도 치명상을 입거나 명을 달리했다.
황실친위대는 당연하게도 평기사와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년 시절 룬칸델의 생도 시험에 합격했다 떨어진 이들도 있으니, 보통은 천재나 수재라는 평가를 받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단테와 함께 있으니 그들은 그저 범재처럼 보였다.
재능도, 노력도, 천형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도, 지금 이 전장에 서기까지의 동기와 각오도. 단테는 모든 면에서 황제군의 기사들을 초월하고 있었다.
“정말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서 덤비는 건가? 네놈들 따위로는 어림도 없다, 최소한 친위대장급 정도는……!”
단테가 말을 멈추며 용창 앞에 선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황실친위대장, 알톤 하이란. 그는 단테의 숙부이자, 친위대가 되기 전까지는 하이란의 기수였던 자였다.
“그만 멈춰라, 단테.”
단테는 픽 웃음을 흘렸다.
“알톤 하이란, 나의 숙부. 조부께선 늘 한심하다 하셨으나, 나는 네놈을 이해하고 공경하려고 노력했었다. 네놈이 친위대가 된 건, 하이란의 차기 가주가 될 자격과 가능성을 얻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문과 제국을 향한 또 다른 충절의 형태일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알톤을 향해 서서히 걸음을 옮기는 단테.
처음에 달려들던 친위대와 평기사들 중 아직 살아있는 이들이 계속 검을 뻗었으나, 단테는 알톤에게서 시선을 떼지도 않은 채 그들의 숨통을 끊었다.
“조부님이 옳았어. 네놈은 그저 하이란에서는 아무것도 가질 자신이 없으니, 알량한 권력이라도 얻고자 황제의 개가 된 쓰레기다.”
“지금이라도 멈추면, 돌아갈 수 있다. 단테.”
“하, 뭐라고?”
“알량한 권력? 나는 황실친위대장이다. 지금이라도 투항 의사를 보이고 폐하께 하얀 돌을 넘긴다면, 하이란은 계속 제국의 기둥으로 존재할 수 있다.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이만 멈춰라. 이런 살육은 네게 어울리지 않아. 모든 게 없던 일이 될 수 있어.”
“하하하……!”
단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미쳤구나, 알톤 하이란. 벌써 목숨을 잃은 이가 몇이나 될 것 같나? 내가 그만두면, 그들이 살아서 돌아오나? 황제가 하이란을 역적으로 몰아세운 사실이 사라지나?”
개소리 마라!
단테가 시뻘겋게 물든 눈으로 소리쳤다.
“우리 하이란과 제국, 둘 중 하나가 멸망할 때까지 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어리석은…… 소가주로서 책임감이라고는 없는 것이냐? 네가 멈추지 않으면, 하이란은 멸망이란 말이다! 그 역사조차 흔적도 없이 지워질 거라고.”
단테가 쇄도하며 검을 뻗었다.
알톤은 단테의 검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쩌엉-!
굉음과 충격파가 일었고 알톤을 보조하려던 친위대들은 함부로 다가서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쿨럭-!
단테가 한 움큼 핏덩이를 토해냈다.
눈과 귀에서도 핏물이 흘렀고, 맞물린 검을 붙잡고 있는 손목은 금방이라도 뼈가 빠질 듯 덜컥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몸으로 뭘 어쩌겠다는 거냐, 소가주로서 네놈은 어떤 선택을 내린 것이지? 그저 너 자신과 가문의 일원들을 개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을 뿐이지 않나.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 눈앞에 있는데도!”
더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단테는 묵묵히 검을 휘둘렀다.
알톤의 말대로 허약한 몸은 이미 한계를 지난 것 같았다.
그러나 덜컥이는 몸뚱어리를 아직도 이토록 예리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건, 곧 단테가 무인으로서 어떤 한 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온몸에서 피를 쏟고 있는 몸과 달리, 단테의 검은 점점 더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더 빠르고 날카롭게 알톤을 파고들고 있었다.
칼날이 부딪치고 허공을 가를 때마다 바람이 날카로운 비명을 토했다.
검기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며 소용돌이를 형성했고, 두 사람이 밟는 보법에 쉴 새 없이 땅이 꺼졌다.
근처의 다른 기사들은 멀찍이 떨어져 충격파가 약해지기만을 기다렸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이들은 감히 근처에 서 있을 수도 없는 싸움이었다.
승부가 나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알톤이 하이란의 비기를 펼치려는 찰나의 틈에, 단테가 그의 손목을 베어내며 뒤를 잡은 것이다.
푹-!
알톤의 등을 찌르고 가슴팍으로 빠져나온 단테의 칼날이 피로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칼을 돌리자 알톤이 움찔하며 고개를 떨궜다.
단테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는 계속 눈동자를 타고 번지고 있었다.
일순, 어린 시절 나눈 알톤과의 추억 몇 가지가 뇌리를 스쳤다.
그가 숙부로서 자신을 어여삐 여기던 순간들과 숙부로서 조카에게 가진 열등감을 밀어내느라 괴로워하던 모습들을.
그러나 슬퍼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저 한순간 수면 위에서 터지는 기포처럼 떠오른 상념에, 단테는 정말로 슬프지가 않았다.
“알톤 하이란, 하이란은 널 버린 적이 없으나 너는 하이란을 버렸다. 하이란은 널 배신한 적이 없으나, 너는 누구보다도 먼저 하이란을 배신했다. 그 죄를 갚는 건 이 죽음으로도 한참 모자란 일이다.”
“커어, 억…….”
알톤 역시 단테와 같은 것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는 단테만큼 강하고 단단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하이란을 떠났고, 조금 전에는 하이란을 살리자고 말했으며, 지금은 이렇게 마지막 말을 하고 있었다.
“그, 그만…… 둬.”
털썩!
단테가 검을 빼내자 알톤이 앞으로 쓰러지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만둬, 지플이 온다…… 단테.
죽음이 임박한 그 목소리는 너무나 미약해, 겨우 입만 뻐금거리는 모양새였다.
단테는 지플이 온다는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설령 들었다 할지라도, 그의 각오가 달라지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말이다.
알톤이 죽음을 맞이하자 황제군은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황실친위대장이 이렇게 전사하리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지금 전장을 돌파하고 있는 것은 론이 아닌 단테니까.
“돌격대! 계속 소가주를 보조한다!”
귀신처럼 단테가 용창을 향해 다시 쇄도하기 시작했다.
그 지경에 이르자 근처의 평기사들은 광기에 가려져 있던 공포를 되찾았다.
하이란의 소가주에게 감히 덤벼들 수가 없었다.
용창에 대기하고 있던 백여 명의 평기사들은 뒷걸음질을 쳤고, 황실친위대를 비롯한 상급 기사들만 간신히 단테에게 검을 겨누었다.
용창 뒤편의 용들이 포효를 내질렀다.
용들이 일제히 숨결을 쏘았고, 그 순간 막 도착한 또 다른 하이란 돌격대의 기사들이 검막을 쳐 단테를 보호했다.
“가십시오, 소가주!”
하이란의 기사들은 모두 단테 같은 괴물이 아니다. 돌격대의 기사들은 간신히 숨결을 막아내고 있었다. 숨결만 있을 뿐이라면 모를까, 곳곳에서 단테를 조준한 적룡급, 황룡급 포들이 날아드는 상황이었다.
용창, 저 포를 없애고 다섯 검성이 도착하면…….
하이란 기사들이 용들을 향해 검기를 쏘았다.
그 검기에 베여 떨어지는 용들의 잔불을 쳐내며, 단테는 용창과의 거리를 좁혀갔다.
단테와 돌격대가 길을 뚫는 동안, 용창은 두 번 더 검황성에 포탄을 쏘았다.
단테가 서 있던 성벽은 완전히 무너져 내성이 훤히 보이는 상태였다.
비록 수성을 목표로 하는 싸움은 아니지만, 내성 가장 깊은 곳에는 의식을 잃은 론이 있었다.
하이란의 일원으로서, 그리고 검황의 손자로서.
단테에게 론은 아직도 가장 큰 희망이었다.
검황성이 부서지고 있는 지금도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으나, 사랑하는 조부는 분명 전쟁이 끝나기 전에 깨어날 것이라고.
깨어나서 하이란의 적들에게 검황이라는 이름이 어떤 무게를 지니고 있는지를 똑똑히 알려줄 것이라고…… 단테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런 희망마저 없었다면 이미 지치고 다친 몸은 찬 바닥에 쓰러져 편해졌을 것이다.
“하아, 하……!”
단테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검을 다잡았다.
눈앞에 용창이 있었다.
가까이서 본 용창은 태산이 눈앞에 있는 듯 거대하고 형용하기 어려운 흉흉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일검에 베었다.
제왕검 비기, 천공일섬의 검기가 용창 한가운데를 가르며 빛나는 잔상을 남겼다.
반으로 갈라진 용창은 양옆으로 무너지며 미처 달아나지 못한 평기사와 마법사들을 깔아뭉갰다.
단테는 용창이 넘어지며 퍼진 먼지구름과 연기에 잠시 몸을 감추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적이 그 모습을 보기 전에 다시 몸을 일으키고,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켰다.
하이란이 이번 전쟁의 작은 승리를 취한 순간이었다.
“소가주께서 황실친위대장과 용창을 베었다!”
“황제의 용창이 무너졌……!”
그러나 그 순간.
콰아아-!
콰아아아……!
어디선가, 폭음이 들려왔다.
거리는 멀지만, 용창이 탄환을 토할 때와 완전히 똑같은 소리였다.
돌아보자, 검황성의 보호막과 외벽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다.
‘용창이…… 더 있다고?’
용창은 제국에 단 한 기밖에 존재하지 않는 주포다.
그러나 황제는 이런 순간을 대비해, 용창의 복제품들을 만들어두었다. 지플의 능력을 빌려서.
“크아아악!”
“후, 후문…… 용창 2기 확인되었습니다!”
“헨서크 마법대, 릴리스타 마법대가 용창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최소 4기, 아니, 7기, 9기……!”
경계 기사들의 다급한 목소리가 전해지기에, 단테는 너무 멀리 있었다.
그러나 굳이 그들의 보고를 듣지 않더라도 상황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든지 알 수 있었다.
“검황성 수성 불가! 대피해야 합니다!”
“의료진, 의료진……!”
“어디로 대피를 한다는 말이냐, 사수하라! 죽어도 사수해!”
“흩어져라! 흩어져, 포가 조준하지 못하도록!”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 같았다.
‘다시, 어디부터, 계속 전진해서 황제를 노려야, 아니, 검황성이, 하이란의 기사들이, 조부님이……!’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고 대처를 해야 했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수는 없었다.
단테는 절망에 휩싸였고, 황제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단테의 절망도, 황제의 미소도.
그저 한순간이었다.
검황성 후방 저 너머에서부터 빛나는 한 줄기의 거대한 검기가, 암울한 밤하늘을 매섭게 베어내고 있었다.
뇌기와 오러가 섞여 빚는 특유의 시퍼런 빛깔.
이런 검을 쓰는 인물은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 검기를 목도한 이들은, 전장에 서 있는 모든 이들은. 순식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진 룬칸델이 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