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26)
제 666화
161화. 복귀(4)
“마수왕 오르갈…….”
진이 철문 너머의 흐릿한 풍경을 노려보았다.
오르갈의 모습 대신 흐릿하고 일그러진 공간의 형태가 보였다.
[2년 6개월 전 사라져서는 난데없이 대사막에서 나타날 줄이야. 아무래도 네 신이 구해준 명왕족들의 은신처가 이곳 어딘가에 숨겨져 있던 모양이지. 돌아오자마자 또 내 충직한 부하를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였고 말이야…….]“마음에 안 들면 당장 그 문으로 나오지 그래. 마침 이쪽은 그놈 덕분에 몸이 좀 풀렸거든.”
[지금 죽이기에는 네가 너무 강해졌군. 그럴 이유도 없고.]당연히 킨젤로로서는 진을 죽일 이유가 없다.
룬칸델과 지플을 견제하는 일에 진보다 더 좋은 패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오르갈의 대답을 통해 진은 거대 세력들 간의 균형과 긴장감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를 통해 타 세력을 견제하려다 네놈들이 몰살당하는 날이 반드시 올 텐데.”
[지금까지 네가 보여준 행보들을 돌아보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걱정 말게, 이쪽에서도 알아서 준비를 할 것이니.]“걱정이 아니라 경고로 들리지는 않던가?”
[그렇다면 무서운 일이로군.]“자신감인지, 아니면 그 마족 놈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네놈은 이번에도 실수를 하였다. 아직 힘을 다 회복하지 못한 사실을 내게 드러냈으니. 부디 그 란케라는 놈의 목숨값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기를 빌어야 할 거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내 더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는 듯, 진이 먼저 등을 돌렸다.
오르갈은 진의 등을 보며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나를 만나기 전에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을 거다. 나 또한 그 안에 네가 죽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으마.]진이 혼돈의 바람 너머로 사라지자, 단장은 즉시 킨젤로의 옛 본회로 새로이 강철문을 열었다.
란케가 당하는 동안 아이나스와 부바르가 시시덕대고 있던 바로 그곳으로.
“단장님이다!”
“엇, 단장님!?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란케가 진에게 당했다.]“에? 란케가? 진 룬칸델이 거기에 있었어요!?”
“란케 님이 당했다고요? 그놈한테!?”
“란케가 죽은 건 아니죠?”
[다행히 살렸다. 최대한 빠르게 본회에 남은 중요 문서들 챙겨. 그리고 거기 명인 완성체가 몇 기나 있지?]“다섯이요. 아니, 넷이었나?”
[몇이든 그것들과 너희만 철문으로 넘어오도록. 나머지 단원들에겐 배정된 각 지부로 대피 명령 내리고. 현 시간부로 전 본회는 폐쇄 처리한다.]“무슨 수로 란케를 꺾었는지는 모르지만. 란케와 싸웠다면 분명 놈도 지쳤을 텐데, 차라리 지금 놈을 처리하는 건.”
[진은 지치지도 않았고, 그건 타격이 너무 커. 빨리 준비하도록.]아이나스와 부바르가 헐레벌떡 문서들을 챙겼다. 네 기의 명인 완성체들도 철문을 넘었다.
그리고 그들이 떠나는 사이, 진은 미트라 대사막을 빠져나가 수인들의 땅에 있는 모든 오염 지역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무려 열두 시간 동안.
그 과정에 미트라 대사막 바깥의 오염된 수인 구역은 모조리 재가 되었으며, 지하 깊숙이 숨겨져 있던 킨젤로의 옛 본회도 완전히 가루가 되었다.
* * *
바멀 연합, 티칸 자유국.
카시미르와 진의 동료들은 칠색조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오염된 수인 구역과 킨젤로의 옛 본회에서 벌어진 거대한 파괴 현상에 대한 보고였다.
킨젤로의 옛 본회가 있던 수인 구역에서는 그간 각 세력 간의 크고 작은 전투가 빈번하게 벌어졌었다. 약 1년 전, 모든 세력이 폐기물 처리장으로 합의하기 전까지.
그러나 그 전투들의 자세한 내막을 아는 자들은 사실상 그 싸움의 최종 승자를 킨젤로로 평가하고 있었다.
공동 폐기장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대사막의 관리는 킨젤로의 마족, 란케가 홀로 맡게 되었으니 말이다. 지플과 룬칸델은 대사막에 사람을 배치하지 못했다.
때문에 대사막이 란케의 관리하에 놓인 이후, 티칸은 킨젤로가 그곳에서 무엇을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
당연히 진을 위해서였다.
추후 진이 라프라로사를 빠져나오자마자 마주하는 게 란케와 킨젤로의 강자들이라면, 복귀에 크나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다가 각 세력이 휴전 협정을 어겨가면서까지 대사막에서 그토록 많은 비공식 전투를 치른 이유 또한 불안한 부분이 많았다.
만약 거대 세력들이 모종의 방법으로 진이 라프라로사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따라서 그가 돌아오는 걸 기다렸다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티칸으로서도 각오와 준비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룬칸델이 대사막에 집착한 이유는 지플, 킨젤로와 다를 수도 있었다.
애초에 진이 폐관 수련을 떠나자마자 룬칸델 측에서 먼저 관련 기사들을 뿌린 것이다.
룬칸델의 차기 가주가 마지막 수련을 떠났다고.
따라서 룬칸델은 남은 두 세력과 달리 대사막을 확보하려는 이유가 진의 안전을 위해서일 테지만.
최근 들어 티칸이 파악한 룬칸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어쩌면 룬칸델조차 진을 제거하기 위해 대사막을 확보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판단될 정도로.
칠색조의 정보원들은 수인 구역에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만 파악했을 뿐, 정확히 어떤 형태의 전투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대량의 뇌기가 포착되었으니…… 어쩌면 진 공자일 수도 있지 않겠나? 카시미르.”
발카스가 말했다.
“그렇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만. 수인 구역 전체를 초토화시킬 정도의 힘이었습니다. 개인이 아니라 집단과 집단의 전투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카시미르가 답답한 듯 말하자 발카스와 길리가 한숨을 내쉬었다.
3년, 그 안에 진이 10성에 도달했다 할지라도 혼자 수인 구역 전체를 박살 낼 정도라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게다가 그곳에는 란케가 있었다. 대사막에서 룬칸델과 지플을 상대로 숱한 전투를 치르며 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 마족이.
티칸은 그가 흑기사와 망령대를 상대로도 승리를 거둔 사실을 확인했었다.
“게다가 수인 구역과 옛 본회가 전부 파괴되었다면…… 이번 전투는 킨젤로의 패배일 겁니다. 대사막에 대한 권한은 승자에게 넘어가겠죠.”
룬칸델, 지플.
둘 중 누가 대사막을 가져도 킨젤로보다 문제가 되었다. 킨젤로와 달리 협상의 여지가 전혀 없을 테니까.
“후우, 그들이 만약 라프라로사의 존재를 확정한 것이라면…… 무슨 수를 쓴 것인지도 알아보아야겠군.”
“최악은, 진 공자가 라프라로사를 빠져나오자마자 습격당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아무리 얘기해봐야 정확히 알 수가 없으니, 우리가 직접 가서 확인해볼 수밖에 없습니다.”
회의실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현재 티칸은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콰울의 능력 덕에 완벽한 요새화를 이루기는 했으나 여전히 무라칸은 솔더렛의 대리를 수행하고 있으며, 미샤 또한 엘로나를 봉인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귀곡새성이 문제였다. 현재 티칸의 강자들은 발카스 한 사람을 제외하면 모두 귀곡새성 인근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비궁과 무명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다.
검황성전에서 얻은 탈라리스의 내상은 론 때와 마찬가지로 도무지 낫지를 않았으며, 진이 떠난 후 종종 티칸을 찾아오던 요나조차 어느 순간부터는 전혀 연락이 없던 것이다.
그리고 티칸은 요나가 혼돈에 폭주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발카스 경 혼자서는 너무 위험합니다. 제가 가문과 하이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룬칸델은 안 됩니다, 길리. 너무 위험해요. 하이란만 가보는 게 좋겠습니다.”
“국왕 전하!”
한 사람이 다급히 소리치며 회의실로 들어섰다.
제트였다. 그리고 동료들은 제트의 한껏 들뜬 표정과, 그의 뒤에 서 있는 진을 보자마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진 공자!”
“주군……!”
“도련님……!”
“하핫, 우리 나으리가, 나으리가 드디어 돌아왔습니다요!”
길리가 가장 먼저 달려가 진을 끌어안았다.
진은 그녀를 한동안 토닥여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나 왔어, 길리.”
“도련님, 무사히 돌아오셔서 천만다행입니다……! 그런데 이 상처들은.”
진의 몸 곳곳에 전투의 흔적이 역력했다.
“아, 라프라로사를 나오자마자 란케라는 놈이 덤벼들어서. 오르갈이 놈을 구하는 탓에 죽이지는 못했어.”
그 대목에서 동료들은 방금까지 걱정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라, 란케 할로비체라고요? 그럼, 수인 구역을…… 도련님이 혼자서 그렇게 만든 거예요!?”
이어 진의 몸을 살피던 길리는 혼돈의 검은 반점이 모두 사라진 사실을 알아보았다. 또한 그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는 사실도.
“우리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었군, 카시미르.”
“그런 것 같군요……. 진 공자, 대체 3년 동안 무슨 수련을 한 겁니까? 아무튼,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할 이야기도, 들을 이야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선 귀곡새성으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군요.”
진은 회의실로 오는 길에 제트에게 귀곡새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마리온 프로치. 라타와 페이의 아비이자, 귀신대 역사상 최강이라 평가받는 이전 귀신대장.
현재 티칸의 강자들이 귀곡새성 인근에 대기하고 있는 이유는 그의 봉인이 무너지기 직전이기 때문이었다.
“가면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카시미르 경은 자리를 비울 수 없을 테니 우선 저와 길리, 발카스 경만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뭐야, 진 룬칸델? 방금 돌아온 거냐?”
콰울도 회의실로 들어섰다. 그는 진이 돌아온 사실을 모른 채 연구 상황을 카시미르에게 알리려고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지난 연구가 무척 고되었는지 이전보다도 더한 골초가 되어 있었다.
“설마 그간 애들이 있는 곳에서도 담배를 그렇게 다섯 개비씩 한 번에 피워댄 건 아니리라 믿습니다, 콰울 님.”
“흥, 내가 아무리 터프해도 그런 짓거리는 하지 않아. 보아하니 명왕족으로부터 물건들을 얻어온 것 같군.”
“제가 귀곡새성에 다녀올 동안 분석하고 계십시오. 콰울 님이 환장할 만한 설계도도 챙겨왔으니. 지난 연구에 대한 내용은 다녀와서 듣도록 하겠습니다.”
“어, 알았다. 마침 잘됐군, 한 달 전에 완성한 비행함이 있으니 그거 타고 다녀와라. 성능이 꽤 놀라울 거다. 연구에 대한 답변도 될 거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