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37)
제 666화
163화. 가문 복귀(7)
* * *
그 시각, 휴페스터 연합의 칼론 인근 상공엔 처음 진이 예견했던 대로 각 세력의 함대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검의 정원이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한 모습을.
아니, 도시 칼론 전체에 번지고 있는 혼돈의 어두운 풍경을 확인하고 말았다.
“이런 미친…… 저게 대체.”
지플 1함대의 기함 코젝의 함장실.
카둔은 저도 모르게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면서도 칼론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옆에 있는 헤도와 옥타비아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검황성전에서 론이 글리엑을 토벌한 이후, 놈의 잔재는 지금껏 세상 곳곳을 혼돈으로 잠식해왔다.
그러나 지금 그들의 앞에 놓인 수준의 혼돈 잠식 지역은 어느 곳에서도 발견된 적이 없다.
거대 세력들이 폐기물 처리장으로 사용한 미트라 대사막조차, 지금 칼론이 내뿜는 혼돈에 비하면 청정 지역이나 다름이 없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또 다른 흑해의 5왕이 칼론에서 깨어났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검의 정원이 이 정도로 힘을 숨기고 있었을 줄이야. 룬칸델은 저 거대한 혼돈을, 전부 다 통제하고 있다…… 빌어먹을, 예언자의 정체가 정말 마녀 헬루람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칼론의 혼돈은 평범한 오염 지역과 전혀 다른 양상을 띠었다. 난잡하게 퍼지는 형세 없이 완벽하게 정제된 모습.
거대 세력 중 혼돈 제어를 통한 기술 발전이 가장 떨어진다고 알려진 쪽은, 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룬칸델이었다.
때문에 룬칸델은 몰락하고 있다고 함부로 평가하는 세인들도 적지 않았으나, 그 말은 완전히 틀렸다.
지플의 수뇌부가 보기에 룬칸델은, 바로 지금 최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거대한 뱀처럼 도시 전체에 똬리를 튼 혼돈은 그들이 지켜보는 와중에도 쉴 새 없이 증식을 해댔다.
심지어 받아들이기 어려운 광경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 불은…… 12기수의 것이군.”
칼론을 뒤덮은 혼돈의 한가운데, 검의 정원이 위치한 영역. 바로 그곳에서 한 푸른 불꽃이 혼돈을 뚫으며 도드라지고 있었다.
이토록 멀건만 몰라볼 수가 없었다. 그건 진 룬칸델의 불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12기수가 바멀 연합과 함께 룬칸델에 복종한다는 선택지를 고르지 않는 한, 검의 정원에서 싸움이 나는 건 필연입니다.
-놈은 절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참에 우리는 그들의 전투를 통해 룬칸델이 가진 힘을 확인하면 되겠군.
얼마 전 이야기의 탑에서 나눈 대화.
룬칸델의 힘도, 그들의 본진에서 날뛰고 있는 진의 힘도. 모두 그들의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나고 있었다.
뒷골이 서늘한 와중, 카둔은 헤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헤도, 자네가 옳았다. 자네 말대로 총공격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우린 저들이 이토록 끔찍한 힘을 비축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겠어.”
“룬칸델이 만족스러울 만큼 비축을 끝낸 후, 그 힘을 예고 없이 우리에게 휘두르기 시작했다면. 그때 우리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날이 우리의 멸망이었으리라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옥타비아가 카둔의 이야기를 거들었다.
헤도는 말없이 진의 불을 응시했다. 거리 때문에 손톱처럼 작게 보이지만 진이 원하기만 한다면, 업화는 당장이라도 혼돈을 마저 찢고 나와 그들이 서 있는 곳까지 불사를 것 같았다.
‘카둔 님이 걱정한 무라칸의 힘은 느껴지지 않는다……. 단신으로 검의 정원에서 싸우고 있다는 말인가.’
라이오넬과 스탐이 전투 도중 진의 격이 실시간으로 높아지는 걸 겪고 있듯, 세 사람도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카둔 님.”
한 마법사가 함장실로 들어섰다.
“방금, 킨젤로 측 함대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킨젤로의 함대는 지플과 정반대에서 접근하는 중이다.
칼론을 중심으로 양측에서 두 세력의 함대가 점점 룬칸델을 향해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규모는?”
“1함대 기함 그르닐을 필두로 시온, 키키, 앨리스, 크리울. 5개 주요 함대가 전부 출격했습니다.”
코젝, 코젝2, 루시아, 앤디온, 피스트로, 아카디아. 지플도 마찬가지로 가문 최강의 기함들과 6함대를 모두 이끌고 왔다.
전 세계 최강, 최대의 전력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내 카둔이 결심한 듯 몸을 일으켰다.
“당장 킨젤로에 전하라.”
명령을 직감한 보고자는 무겁게 고개를 숙였다.
“임시 동맹을 맺고 함께 검의 정원을 치자고. 오늘 우리는, 그들과 함께 룬칸델을 멸망시킬 것이다……!”
보고자가 함장실을 빠져나갔다.
킨젤로가 제안을 받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헤도와 옥타비아, 그리고 책사들은 카둔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거부할 리가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이었다.
지플과 킨젤로는 현재 서로가 가진 힘이 엇비슷하다 여기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어느 쪽도 단독으로 지금의 룬칸델을 상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싸워보기 전까지는 모른다고 표현할 정도의 격차조차 아니었다.
각 세력의 수뇌부가 목도하고 있는 룬칸델의 힘은, 기회가 있을 때 합심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기는 하군요. 왜 힘을 지금껏 숨기고만 있던 것인지…… 언제든 전면전을 펼쳤다면 우린 버티기 어려웠을 텐데요.”
후우, 헤도가 담배 연기를 뱉으며 말했다.
“우리와 킨젤로를 깔끔하게 각개격파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거나, 우리가 모르는 위험과 제약이 있거나, 로사와 예언자 사이에 모종의 문제가 있었거나.”
“단지 신중을 기하고 있었을 뿐이라기에는…… 너무 압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나도 그게 불안하지만 그냥 물러날 수는 없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카둔 님. 12기수가 내전을 일으켰고, 킨젤로와 협력이 가능한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 같군요.”
카둔이 보낸 마법사가 킨젤로의 함대에 닿은 건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난 다음이었다.
그때까지도 진과 라이오넬, 스탐의 전투는 계속되고 있었다.
한 시간 전만 해도 진의 업화는 검의 정원을 덮은 혼돈을 조금씩 뚫어내는 모양이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혼돈이 안간힘을 쓰며 불을 억누르는 모양새였다.
칼론을 넘어 휴페스터 전역으로 뻗어가는 중인 혼기처럼, 업화 또한 계속 거대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 룬칸델에 남아 있는 이들 중 저 정도 전투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은, 흑표범밖에 없을 터. 단장, 내 생각에 이건 다시 없을 기회 같소. 흑표범은 예언자와 같이 있을 테니, 전투가 끝나면 필시 검의 정원을 이룬 혼돈 전체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오.”
베락트의 말에 오르갈은 고개를 저었다.
[베락트, 12기수에게 맞서고 있는 건 로사 룬칸델이 아니다.]“로사 룬칸델이 아니라고 하였소?”
단장은 확신하고 있었다.
룬칸델의 도시, 칼론의 주민은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미 혼돈의 연성을 위한 재료가 되었으리라고.
이번만큼은 부바르와 아이나스도 실없는 소리를 해대지 못했다.
혼돈에 젖은 룬칸델은 그 바보들의 내면에도 강렬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허, 저 정도 되는 무인을 그럼 앞으로도 계속 소환할 수 있다는 말이오?”
[재료만 충분하다면, 아마도…… 얼마든지.]“다, 단장님. 그, 그렇다면…… 지플의 임시 동맹 제안을 받아들이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할 것이다, 조. 너는 당장 가서 명인 완성체들의 출격을 준비하도록.]“알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부단장의 의견이 옳다. 아마 지플도 비슷한 계획을 세웠을 테지. 진과 룬칸델이 둘 다 큰 타격을 받았을 때, 우리와 지플이 함께 룬칸델을 친다면. 그건 지금 검의 정원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감당이 어려울 것 같군.]
조가 떠난 사이 오르갈은 얼마 전 회의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말은 정정되어야 했다.
[오늘, 우리와 지플이 힘을 합쳐도 룬칸델을 완전히 멸망시키는 건 불가능하다.]“주인님이 예언자를 끝장내고 싶지 않은 게 아니고요?”
[제피린, 계속 경거망동하는구나.]“쳇. 주인님 아니면 제가 누구 앞에서 까불 수 있는데요?”
[그녀의 생사는 내게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 건, 지금 우리가 지플과는 조금 다른 입장이라는 사실이지. 우리는 지플과 룬칸델, 양측 모두에 타격을 주는 방향으로 전쟁을 진행한다. 그들 모두의 힘을 억제해서 시간을 벌 필요가 있을 것 같군.]“물론 그런 티가 나지 않게 하려면, 우리도 꽤 많은 걸 잃을 각오를 해야 되겠죠?”
마르지엘라의 말에 오르갈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두 번째 목표는 진 룬칸델의 생존이다.]“뭐라고요!?”
제피린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마르지엘라는 눈동자를 반짝였다.
[지금 저 무위를 보고도 모르겠나? 그는 추후에도 룬칸델과 지플을 견제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패다. 여기서 죽어서는 안 돼.]“그 진 룬칸델이 결국 우리까지 끝장낼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못 하시는 거죠?”
[제피린.]“으, 왜, 왜요, 왜 그렇게 보시는데요.”
[그가 두려운 모양이로구나.]제피린은 코웃음을 쳤다.
“네, 조금 겁이 나네요. 어떤 야속한 주인께서 영 비실비실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죠.”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알았으니까 이제 제 체면이나 좀 세워주시죠.”
[선봉엔 제피린이 선다. 내 힘을 원하는 만큼 써도 좋으니, 반드시 적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도록.]오르갈이 거기까지 말한 순간.
별안간 거대 세력들의 함대 위로 펼쳐진 하늘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하늘은, 한 여인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마치 신이 음성을 내려보내는 것처럼.
[지플, 그리고 킨젤로. 안 그래도 지난 세월 동안 네놈들을 뜻대로 찢지 못해 심정이 몹시 거북하던 차였다…….]로사 룬칸델.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내 아들과의 마지막 재회마저 더럽히는군. 그 대가를 받아야 되겠어. 감당키 어려울 것 같다면, 지금이라도 도망치는 걸 추천해주마.]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칼론 상공에서부터.
한 기의 거대 함선이 검은 하늘을 가르며 내려오는 모습이 이어졌다.
[그럴 수 있다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