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78)
제 666화
173화. 검을 쫓다(4)
바멀 연합, 검의 정원, 지플, 킨젤로.
설마 이들 전부와 테마르의 여섯 번째 무덤에 다 함께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다.
어쩌면 살아 있는 옛 룬칸델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부터 시작해 검의 비행, 지금의 사태까지.
이번 무덤 개방은 하나부터 열까지 예상을 벗어나고 있었다.
후우우웅……!
계속해서 검에서 빠져나온 영기가 거대한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었다.
검은 바닷물에 가려져 있으나, 해저에서도 초가 지날 때마다 건축물과 어떤 장치 같은 것들이 일어났다.
허물어진 성곽, 부서진 첨탑, 그리고 어떤 방어 장비처럼 보이는 정체불명의 장치들. 검이 품고 있던 아공간은 이미 몇 차례 파괴가 있던 듯 정상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알 수 없는 위기감이 진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고 있었다.
‘수호자 때문인가?’
그가 ‘기억할 수 없는’ 살아 있는 옛 룬칸델의 인물, 르엣 다미로 율을 만났을 때를 제외하면 진은 무덤을 열 때마다 위기에 빠지곤 했었다.
이번에도 온몸에서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그 신호의 근원은 검의 정원에서 보낸 추격대가 아니라, 정확히 해저에서부터 느껴졌다.
‘오는 동안 무덤 개방에 사용된 영기는 다 회복되었으니 임전에 문제가 될 부분은 없다.’
수호자가 피아식별을 잘 해내리라는 가정은 배제하기로 했다.
아마도 무차별적으로 타격할 거고, 그걸 잘 이용해 적들을 우선 정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문제는 지플과 킨젤로 측인데. 그들을 어느 선까지 보호해줘야…….’
거기까지 생각하던 진은 고개를 저었다.
‘어린애들도 아닌데, 내가 그들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겠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다면 알아서 걸맞은 인력을 보냈을 것이다. 임시 동맹의 일이었다면 미리 지원을 요청했겠지만, 이건 진의 개인적인 문제에 더 가깝다.
이를테면 저들은 개인사에 끼어들러 온 이들이니, 위해를 가할 것까지는 없더라도 열심히 지켜줄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킨젤로 쪽은 비앙카 칼리고와 란케 할로비체의 기운이 느껴지니, 제피린이 힘을 못 써도 그들이 알아서 보호할 거고. 지플 측은 카둔이 치료 중이니 옥타비아나 로닐 정도가 왔을 텐데, 제 몸 건사하지 못할 수준들은 아니지.’
검의 정원, 지플, 킨젤로의 함선과 용들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진은 혼돈룡과 흑선이 있는 방향을 향해 광속 찌르기를 쏘았다.
뇌기를 품은 광속 찌르기가 쇄도하자, 달려들던 혼돈룡과 흑선이 산화하며 혼돈의 잔재를 남겼다.
어떤 세상을 창조하는 듯 뒤집어지는 바다, 각 세력의 병력이 내뿜는 휘황찬란한 기운, 그 중심에 내리꽂힌 한 자루의 검.
그 모든 것이 신화의 한 장면처럼 어우러지는 와중, 해저에서 마침내 수호자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 수호자들이.
“주군, 해저에 거대한 존재들이……!”
진이 아래를 바라보았다.
먼 산불처럼 불길한 붉은 안광들이 침입자들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성채처럼 거대한 몸, 그에 걸맞은 위용을 품은 거대한 창과 방패. 사람의 형상을 한 거인들은, 진조차 쉽사리 베지 못할 단단한 암석으로 빚은 것 같았다.
일행 중 진과 헤도를 제외한 이들은 일순 그 위압감에 몸이 굳을 지경이었다.
한둘이 아니다.
얼핏 보아도 일백이 넘는 거인들이 침입자들을 도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실시간으로 그 수가 늘어나기도 했는데, 건물이나 지하에서 튀어나오는 식이 아니라 허공에 윤곽이 잡히면 잠시 후 형성되는 식이었다.
[저건…… 묘지 거인?]퀴칸텔이 헛숨을 삼키며 말했다.
묘지 거인.
그건 과거 진이 생도였던 시절 막내 사단을 위험에 빠뜨릴 뻔한 고대의 병기다.
당시 막내 사단을 위협했던 건 부바르 가스톤의 작품이었고, 무라칸이 단번에 제압했었다.
‘그 시점의 무라칸은 힘을 거의 되찾지 못한 상태였다. 저런 게 한 기였다고 할지라도 제압이 불가능했을 텐데, 저건 부바르의 작품이 아니라 원본이기 때문에 차이가 나는 건가?’
그러나 퀴칸텔의 분위기를 보아하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퀴칸텔 님, 저것들에 대해 아십니까?”
발카스가 물었다.
[잘 알지, 우리 용족이 이천 년 전에 남은 묘지 거인을 모두 죽였으니. 나와 무라칸도 참여한 전쟁이었지. 그러나 지금 저 묘지 거인들은, 우리가 부순 것과 다른 종류다.]-조각의 신 웰? 처음 듣는 이름인데?
-너희가 모르는 게 당연해. 콜론에서 만난 클람처럼, 역사 속에서 사라진 신 중 하나니까. 웰은 죽은 신들의 무덤 속에 계속 있었다고.
과거 무라칸과 묘지 거인에 대해 나눈 대화.
용들이 알고 있는바, 묘지 거인은 조각의 신 ‘웰’이 만들어낸 병기다. 평범한 인간으로 전락한 자신과 잊힌 신들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만든.
퀴칸텔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조금 전에 아리아가 이 무덤이 솔더렛의 아공간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지?]“예, 기록창에 솔더렛의 이름이 표기되지 않았으니.”
[아무래도 여긴 테마르가 아니라 죽은 신의 무덤인 모양이다. 우리 용족이 처리했던 무덤과 다른 곳일 거고.]“그렇다면 본래 죽은 신의 무덤인데, 테마르의 무덤이 이장되는 과정에 잠시 그의 무덤으로도 쓰였던 공간일 수 있겠군요.”
[아마 그럴…… 으윽!]돌연 퀴칸텔이 괴로운 듯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무라칸이 조작되어 잊힌 자신의 기억에 반응할 때처럼 말이다.
[여길 지키기로 한, 십대기사…… 그는 본래 이 무덤의 주인이었던 죽은 신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었다……!]그 이상 기억을 떠올리는 건 무리였다. 퀴칸텔은 정신을 다잡으며 가쁜 호흡을 내쉬었다.
“그를 만나 물어보면 되겠군요. 이 무덤에 얽힌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지금 퀴칸텔 님의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한 건 이 안에 살아 있는 옛 룬칸델이 있다는 증거다, 진.”
발레리아의 말에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한 수확이로군, 탑지기. 부탁이 있소.”
“뻔뻔하기가 이를 데 없군. 점점 더 심해져, 이 판국에 내게 부탁을?”
“묘지 거인은 전부 나 혼자 처리하겠소. 그러니 당신은 산드라만 지키지 말고, 내 동료들도 같이 봐주시오.”
“아니, 나는 검을 찾는 즉시 떠날 것이다.”
미안한 듯 고개를 젓는 진.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시오. 하지만 나는 영기를 읽을 수 있지, 저 검은 지금 그 누구도 뽑을 수 없도록 단단히 고정된 상태요.”
진이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은 자신이 영기를 다시 모두 쓰더라도 해저에 꽂힌 헤도의 검을 다시 뽑을 수 없으리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검은, 이제 헤도가 알던 그 특이할 만큼 긴 장검의 형태가 아니었다.
“내…… 검이, 저게 무슨 해괴한 모양새란 말인가!”
“아마 저게 당신이 가진 검의 본모습일걸.”
발레리아가 어깨를 으쓱이며 진을 대신해 대답해주었다.
검신에 뿔이 돋았다고 표현하면 적당할 것이다.
눈의 감각을 끌어올린 헤도는, 검신의 양옆으로 솟은 작은 칼날들을 보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12기수우우우!”
결국 헤도는 폭발하며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그는 과거 툭하면 이렇게까지 악화되는 상황을 매번 겪어왔으나, 산드라를 만난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산드라가 제아무리 미친 짓을 해도 헤도가 통제하지 못할 상황에 놓인 적은 없던 것이다.
헤도가 검을 포기하고 일단 탈출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최소로 잡아도 바다에 형성된 아공간의 크기는 십 리에 달한다. 바다 한가운데인 만큼 달려서 빠져나갈 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겹겹이 펼쳐진 영기의 장막들이 문제였다.
장막은 침입자들을 모두 집어삼키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을 기세였다.
벌써 검의 정원과 지플 쪽 인원들 일부가 장막에 빨려 들어가며 단말마의 비명을 남기고 있었다.
장막에 흡수된 이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들이 잡혀간 반대쪽 표면에서 살점과 검, 지팡이 같은 잔해들이 마구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이곳은 이미 지옥이었다.
“진심으로 미안하오.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나로서는 그나마 최선의 방향을 제시할 수밖에 없소. 일이 끝난 다음엔 반드시 사죄하고 배상하리다.”
마음 같아선 진도 더 제대로 사과를 하고 싶었으나, 묘지 거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터라 짧게 끝맺었다.
“퀴칸텔 님, 발카스 경, 탑지기. 동료들을 부탁합니다. 가능한 최대한 빨리 처리해보죠.”
“야, 헤도! 저 괴물들한테 자기가 혼자 가려고 하잖아, 너도 몸 던져서 도와!”
“으으으윽, 크으으윽!”
헤도가 이성을 간신히 붙잡느라 괴상한 소리를 내는 사이, 발레리아가 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나도 같이 내려간다, 진 룬칸델.”
“뭐!? 네가 왜!?”
물론 그건 진이 아니라 산드라의 반응이었다.
다른 동료들도 의아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발카스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싸움에 발레리아가 나서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진은 고민조차 하지 않고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래주면 고맙겠군.”
전생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발레리아는 결코 진이 걱정된다는 이유로 개죽음을 향해 달려갈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그녀가 나서는 건 자신이 있다는 의미였다.
발레리아가 자연스레 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별다른 뜻 없이, 전투를 위해 같이 하강하자는 의미였으나 산드라로서는 피가 거꾸로 솟을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이 쌍…… 무슨 짓이야! 그만둬, 그만! 아, 혀, 현기증!”
“아가씨!”
결국 산드라는 차마 그 꼴을 보지 못하겠다는 듯 의식을 잃으며 쓰러졌고(헤도는 그 와중에도 산드라를 챙겼다), 진은 발레리아의 손을 맞잡았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스승의 손이었다.
이 가늘고 연약한 손 안에 담긴 무거운 짐들을, 이번 생에는 함께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이미 함께 나누고 있지 않을까.
진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가지.”
진과 발레리아가 퀴칸텔의 등에서 뛰어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묘지 거인들이 시뻘건 광선들을 쏘았다.
진의 뇌기와 발레리아의 푸른 마력이 뒤섞이며 어두운 해저를 비췄다.
진은 처음 아공간이 열릴 때 자신의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었던 위기감이, 빠르게 옅어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