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08)
제 777화
179화. 피할 수 없는 함정(8)
마법사들이 모이는 사이 베라딘은 코젝 내에 있는 연구원들을 집합시켰다.
“단테, 술식을 해제하는 동안 너는 할 일이 없을 거다. 그러니 연구원들 데리고 밖으로 나가.”
“그대가 술식을 해제할 때 습격이 있을지도 모르오.”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시간을 벌기 위해 환영 마법을 펼쳐 놓고 굳이 그럴까? 무엇보다도 우린 어떻게든 대규모 순간 이동에 대한 단서를 찾아야 해. 이왕 발이 묶인 김에 인원을 나눠서 뭐라도 하는 게 낫지. 순간 이동 단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수용소도 찾아야 하고.”
“알겠소.”
“환영 해제가 끝나면 신호를 줄 테니 그때 다시 합류하도록 하지. 혹 그 과정에 네 말대로 습격이 있어서 찢어지게 될 경우, 목적지에서 만나도록 하자고.”
* * *
같은 시각, 리칼튼 서쪽 경계선.
킨젤로를 가로막은 건 실제 병력이었다.
“대공…… 적이…… 많아.”
“갑자기 어디서 저렇게 튀어나온 거야? 방금까지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비앙카와 란케가 말했다. 어둡고 휑하게 비어 있던 전방 하늘에 난데없이 혼돈의 군대가 벌떼처럼 가득 차 있었다.
함선과 혼돈룡이 몇인지 얼른 가늠조차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심지어 전방뿐만이 아니라 측, 후방도 마찬가지였다.
“대규모 순간 이동, 혹은 환영 마법을 이용한 매복이겠군요. 아마 후자일 겁니다. 차원문이 열리는 모습은 관측되지 않았으니.”
제피린의 예상대로였다.
혼돈의 군대는 킨젤로가 리칼튼에 진입한 직후부터 줄곧 포위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다만 포위선은 지나치게 광범위했고, 환영 마법으로 시야까지 속였으니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간부들의 시선이 제피린에게 모였다. 오르갈이 아직 함대로 복귀하지 않았으니 결정은 제피린의 몫이었다.
“목표 지역까지 돌파가 아니라 전체 섬멸을 목표로 응전하겠습니다. 어차피 여긴 흉신의 땅이니 잔당을 남기면 다시 만나게 될 테니까요. 전 함대 전투 준비하세요. 집결은 늦어지겠지만, 동맹 중 이 정도 변수도 예상치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제피린 님.”
“오울 경.”
제피린이 오울과 눈을 맞췄다.
“무명과 비궁은 지상으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한쪽은 수용소 발견 및 대규모 순간 이동 정보 확보, 한쪽은 차가운 조 구출. 특히 지금 조 경은 우릴 포위한 적들이 밀릴 때 꺼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조 경은 우리 킨젤로의 입장에선 반드시 구출해야 하는 인물입니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펼쳐지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겠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신경을 써주면 좋겠군요. 그리고 베락트 경.”
“말하시오, 제피린 대공.”
“경은 이분들과 함께 조 경 구출에 참여하는 게 좋겠어요.”
베락트는 나더러 그딴 놈을 구하라는 것이냐고 소리치고 싶었으나 간신히 목구멍을 닫았다.
“……알겠소.”
“베락트 경이 평소 조 경을 혐오하는 건 잘 알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우리 대업에 가장 중요한 인물입니다.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일은 없으시길.”
“우리 비궁은 일부가 빠져서 먼저 목적지로 침투하겠다. 오울 님, 무명에서도 인원 차출이 필요할 것 같군요.”
듣고 있던 시리스가 입을 열었다.
“비궁주 대행의 의견에 동의하오. 진이 위험에 빠졌을 때 눈두꺼비보다 확실한 대비책은 없소.”
제피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세요.”
* * *
리칼튼 남부 해역.
코스모스의 함대는 무사히 강철문을 빠져나와 해상에 대열을 펼쳤다.
“거 참, 전 세계 이동 관문이 폐쇄됐더니 그보다 더한 이동술들이 나왔군. 붉은부엉이에 사용된 공간 이동이 양산되면, 흑태자가 우리에게도 그 혜택을 나눠준다고 했는데. 빨리 개발되면 좋겠군!”
코스모스가 사라져가는 강철문을 보며 말했다.
[시끄럽다, 이 해적 놈. 그리고 진이 기술을 공유해주겠다는 건 네놈들이 아니라 메리 룬칸델이겠지.]“헛헛, 우리 십대기사 양반이 또 화가 났구만. 그러지 말고 좋게 좋게 지냅시다. 사람들을 구하려면 우리 손발이 잘 맞아야지.”
해적왕 코스모스는 의외로 베일을 치기 어린 소년 다루듯 능숙하게 대했다.
베일은 툴툴거리면서도 코스모스를 진심으로 싫어하지는 않았다.
“코스모스. 내 생각에 베일 경이 예민해진 건 여기로 오자마자 어떤 기운이 느껴지기 때문인 것 같군.”
발카스가 낮은 목소리로 말하며 베일을 쳐다보았다.
그는 저 먼 육지에서부터 전해지는 파들러 룬칸델 특유의 어두운 뇌기를 느끼고 있었다. 물론 베일은 발카스보다 더 확실하게 인식하는 중이다.
[도착하자마자 저놈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오르갈, 그 자식이 배신한 거 아니야? 꼭 우리가 이쪽으로 진입하는 걸 미리 알고 있던 모양새잖아.]“그건 아닐 것이오. 어차피 해상 진입 경로는 한정되어 있으니 미리 전력을 배치해둔 것이겠지.”
평소라면 베일은 신이 나서 얼른 파들러를 끝장낼 생각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켜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았다. 파들러 외에 또 다른 적이 없다고 배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말이다.
[흥, 처음 만났을 땐 해상에서 별 힘도 못 썼는데. 이제는 자기 영역이다, 이거지. 이 뱀 같은 놈……. 그래도 격이 다르다는 걸 알려주도록 하지. 발카스, 너는 여기서 이것들을 지키면서 우회 진입해. 우선 나 혼자 가는 게 낫겠어. 문제가 생기면 즉시 신호탄을 쏴라.]“알겠소.”
“힘내시오, 십대기사 양반. 그리고 우리 쪽은 너무 걱정 말라고, 저번에도 이미 흉신의 군대를 피해 도망친 전력이 있으니까. 불사의 코스모스 함대다, 이 말이야!”
베일의 금빛 날개가 어둑한 하늘을 가르기 시작했다. 함대에 남은 이들은 그 뒷모습을 보며 뱃머리를 돌렸다.
* * *
한편, 오른쪽 강철문을 빠져나온 진 일행은 느닷없는 어둠을 마주하고 있었다.
“이상한 어둠이네? 곁에 있는 사람만 똑바로 보이고,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여기가 리칼튼 중심부라고?”
산드라가 진의 어깨를 붙잡으며 말하자, 헤도가 그녀의 손을 붙잡아 떼어냈다.
“아공간인 것 같습니다, 아가씨. 갑자기 어디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동료의 움직임에 제한이 생기도록 하면 안 됩니다.”
헤도의 말처럼 동료들은 어둠을 인지하자마자 적절히 거리를 벌리며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오르갈에게 이런 말은 듣지 못했는데. 아무래도 그가 차원문을 여는 사이 변화가 생긴 모양이군.”
진이 그렇게 말하며 브라다만테에 영기를 휘감았다.
그리고 평소처럼 아공간의 어둠을 베자마자 진은 이곳이 한 겹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과, 공간이 공격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즉시 깨달을 수 있었다.
샤그극-!
한 겹의 어둠을 베자마자 사방에서 혼돈의 송곳이 쏟아진 것이다. 일행의 무력이 워낙 높다 보니 위협적이지는 않았으나, 계속 반복되면 이야기가 달라질 터였다.
시험 삼아 몇 차례 더 아공간을 베어보니 그때마다 송곳이 튀어나왔다.
‘아공간에 경계 마법의 특성을 더한 것 같은 느낌이군. 굳이 이런 장난질을 해둔 건…… 시간을 벌려는 속셈인 것 같은데.’
송곳은 오직 진의 영검에만 반응하고 있었다.
영검을 제외한 다른 공격으로도 한 겹씩 뚫을 수는 있었으나, 효율 면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차이가 났다.
헤도가 진심으로 검도의 경지를 펼쳐도 깔끔하게 베이는 모습이 안 보일 지경인 것이다.
힘의 크기가 아니라, 영기가 가진 특수성에서 비롯된 차이였다.
“영검이 아니면 돌파만으로도 한 세월이 필요하겠군.”
“다들 떨어져 보십시오. 콰울 님 같은 비전투전력 보호는 특히 신경 써주시고요.”
“알겠소, 주군.”
“알겠습니다, 도련님!”
진의 말에 일행이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검을 휘둘러보니, 역시 송곳은 진의 근처로만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라도 시간을 벌어야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건가, 디푸스 형님은. 게다가 로사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라…….’
평소의 진이라면 시간을 두고 더 많은 변수를 조정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걸 선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빠르게 돌파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시간이 지체될 때마다 구할 수 있는 포로의 숫자가 줄어들 것이며, 디푸스가 회복할 수도 있었다.
만일 디푸스가 이미 온전히 회복한 상태고, 이 아공간은 단지 일행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중이라고 가정해도 어차피 돌파가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신속하게 돌파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머지는 송곳이 닿지 않을 만큼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오되, 저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알겠소.”
“회복 때문에 시간을 벌려는 것이라면, 분명 어느 시점에 우리를 찢어놓으려고도 할 것입니다. 홀로 우리를 상대하는 게 부담스러워서 아공간을 형성해둔 것일 테니까요. 그때, 저와 갈라지더라도 미리 합의된 인원끼리는 절대 떨어지면 안 됩니다.”
어차피 리칼튼 중심부로 들어선 일행은 이런 함정이 없더라도 일정 시점에 다다르면 흩어질 계획이었다.
발레리아와 콰울은 순간 이동의 단서를 찾아야 하고, 나머지는 포로들을 구출해야 하니 말이다.
디푸스와 직접 전투를 치르기로 예정된 건 진과 헤도뿐이었다.
하지만 진은 헤도를 콰울 쪽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헤도 경은 불가피하게 저와 찢어질 경우 콰울 님을 보호해주십시오. 베일이나 오르갈 같은 인물이 지원을 올 때까지는 헤도 경이 콰울 님을 맡아줘야 안전할 것 같습니다.”
“알았다.”
진이 아공간을 베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송곳이 쏟아졌으나, 그중 진의 옷자락이라도 스치는 건 단 하나도 없었다.
약 삼백 겹의 아공간을 베었을 때쯤, 진은 슬슬 끝에 다다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공간 너머로부터 전해지는 반발력이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었다.
이내 마지막 한 겹을 베어내자.
별안간 기괴한 어둠이 싹 걷히며 검은 화산처럼 우뚝 서 있는 리칼튼 성의 모습과…….
그 주변에 리칼튼 성만큼이나 거대한 모습으로 솟아 있는, 시커먼 나무들이 보였다. 북부 경계선에서 지플과 제국이 확인한 바로 그 나무였다.
게다가 나무는 일행이 아공간을 빠져나오자마자 미친 듯이 흔들리며 포로들이 갇혀 있는 열매를 사방으로 털어내고 있었다.
아무리 진이라 할지라도, 그 끔찍한 모습을 보고 한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는 없다.
‘동료들! 동료들을 확인해야 한다……!’
그나마 진이기에 한 차례 헛숨을 삼키고 자신을 쫓아오던 동료들을 곧장 뒤돌아보았다. 아공간을 형성하는 혼기의 장막이 동료들과 진을 갈라놓고 있었다.
물론 아공간이 동료들을 가두면 다시 영검으로 베어내면 그만일 뿐이다.
하지만 진은 그쪽으로 영검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한 자루의 대검이 벼락처럼 진의 머리로 떨어지고 있는 까닭이었다.
[어서 와라, 막내.]디푸스의 대검, 볼가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