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4)
제 77화
24화. 두 운명을 비틀다(7)
‘하마터면 죽을 뻔했군.’
통나무집을 빠져나온 라츠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특임대 조장이 되기까지, 극단적인 감정 절제 훈련을 해 온 결과였다.
퀴칸텔은 분명 라츠의 상상을 한참 뛰어넘는 위압감을 보였으나, 그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비먼트 특임대에게 죽음은 임무 수행 중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사고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그 집에 있던 다른 두 녀석은 대체 누구지? 머리 긴 남자는 퀴칸텔의 애인일 가능성이 있고, 기묘한 아티팩트로 얼굴을 가리고 있던 소년은… 둘 사이에 숨겨 둔 자식 같은 건가?’
진이 룬칸델이라거나, 무라칸이 천 년 만에 잠에서 깨어난 흑룡이란 사실은 상상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그들 사이를 완전히 오해한 라츠는, 왠지 돌아가서 그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캐내기가 수월하진 않을 것 같다는 직감을 느끼는 중이다.
‘당분간 근접 감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겠어. 퀴칸텔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기 전까지는 대원들에게 단순 보고만 하라고 전해야겠군.’
자신의 목숨은 감기보다도 사소하게 여기지만, 조원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라츠는 굳이 예민해졌을 퀴칸텔에게 부하 대원들을 붙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런 라츠의 판단 덕분에 엔야 가족은 무사히 티칸의 무역선에 오를 수 있었고.
비먼트는 엔야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퀴칸텔이 뷰렛타를 만나러 가기 위해, 통나무집을 비우기 전까지 말이다.
* * *
일주일이 흘러, 1795년 7월 중순.
진의 예상대로 이 통나무집을 종일 관찰하거나, 퀴칸텔과 엔야의 위치를 상시 파악하는 수준의 철저한 감시는 없었다.
진과 무라칸은 그때까지 통나무집 바깥으로 단 한 번도 빠져나가지 않았다. 하루에 한 번, 퀴칸텔만이 식료품을 구하러 도시에 다녀왔다.
그리고 그사이 진 일행은 칠색조로부터 엔야가 티칸에 도착해 카시미르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연락도 받았다.
“뭐, 그럴 거라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편지로 직접 엔야가 무사한 걸 확인하니 기분은 좋군. 가벼운 마음으로 뷰렛타를 만나면 되겠어.”
이미 퀴칸텔은 뷰렛타와 연락을 끝낸 상태였다. 엔야에 대해 할 말이 있으니, 한 번 만나자고 서신을 보낸 것이다.
뷰렛타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고, 약속 날짜가 바로 내일 밤이었다.
“뷰렛타가 혼자 나올까요?”
“꼬마, 용들 사이에 체면은 꽤 중요한 문제야. 퀴칸텔이 그냥 한 번 보자고 부른 건데, 지플 마법사들을 줄줄이 달고 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아예 싸우자고 불러도 혼자 나오는 게 용이라고.”
“아, 그래서 네가 처음에 비먼트 해역을 찾아올 때도 그렇게 당당했던 거냐?”
“물론, 이 무라칸은 거칠 게 없단 말이지.”
“잘났다, 아주. 그런 주제에 여기 오자마자 나한테 죽을 뻔한 건 기억 못 하니? 진만 아니었어도 넌 이미 저 차가운 바다 아래에 수장되었을 거다.”
“그건 내가 봐준 거지… 퀴칸텔.”
“덜 맞았구나?”
“뭐?”
두 용이 서로 누가 더 강한지 옥신각신하는 사이, 진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체면이 중요해서 누가 부르든 혼자 오는 것이 용이라. 정작 우리는 뷰렛타를 만나러 셋이 함께 가는데?’
아무려면 어떠랴.
진이 어깨를 으쓱하며 두 사람을 말렸다.
“예, 예. 두 분 다 그만하시고요. 이러다 내일 뷰렛타를 만나기 전에 두 분이 먼저 싸우겠어요.”
이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워낙 익숙해진 진이었다.
“내일 뷰렛타를 만나서 어떻게 할지나 다시 한 번 정해 보는 게 좋겠습니다.”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그냥 사실 널 부른 건 엔야 때문이 아니라 라트리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잡아떼면 두들겨 패는 전개가 제일 좋다니까.”
“그건 나도 동의하는 바다. 엔야가 없으니 마음껏 날뛰어도 거칠 게 없거든.”
“음. 좋아요, 다 좋습니다만. 뷰렛타가 순순히 대답해 줄 것 같진 않아서요. 만약 전투가 벌어지고, 우리가 승리하더라도. 지플의 보복이 있을 겁니다. 그에 대해 최소한의 고민은 할 필요가 있어요.”
진이 다소 심각한 어투로 말했다.
‘유리아의 수호룡, 라트리를 구하는 일이 지플과 관계된 이상 다소 스케일이 큰 문제일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어.’
뷰렛타와 싸운다는 건 곧 지플 전체를 적으로 돌린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지금의 진은 결코 지플과 전면전을 펼칠 수 있는 전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제 막 동맹이 된 카시미르의 모든 전력을 끌어온다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사실 라트리를 구하는 건 여러모로 수지가 맞지 않았다.
카시미르와 아즈 밀의 계약자, 그리고 칠색조를 얻는 대신 자칫하면 지플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셈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이 뷰렛타를 직접 만나기로 결정한 건 크게 세 가지 이유였다.
첫째, 카시미르에게 반드시 라트리를 찾아오겠다고 약속을 했으므로.
둘째, 지플이 계약자를 찾아 제거하거나 계약을 빼앗는 짓을 일삼고 있다면, 지금부터 확실히 파악해야 하므로.
셋째, 어린아이는 언제나 보호되어야 마땅하니까.
“흐음, 우리 꼬마 말이 맞긴 해. 놈들의 보복이 두렵진 않다만, 생각해 볼 가치는 있는 문제야.”
“보복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패배하는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저는 두 분과 달리, 뷰렛타가 지플 부가주, 안드레이와 함께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체면을 버리는 일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만약 뷰렛타가 안드레이와 함께 온다면?
아니면 그보다 더해서, 다른 정예 마법사들까지 데리고 온다면? 답이 없었다. 지플의 정예 마법사들은 하나하나가 하위종 용과 비슷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물론 진은 그에 대해 생각해 둔 최후의 방편이 하나 있지만, 퀴칸텔의 의견도 들어 보고 싶었다.
“그 문제라면 걱정하지 마라. 뷰렛타가 약속 장소에 다른 놈들을 데려온다면, 그리고 나를 힘으로 억누르려고 한다면. 나 역시 비먼트의 용들에게 지원을 요청할 것이다.”
“확실히 좋은 방법이군요. 납치 사실을 당장 밝히지 못하더라도, 뷰렛타가 라트리 납치 건에 관련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다른 용들에게 도움을 청할 명분도 충분하고요.”
“그렇지. 또한 내가 뷰렛타를 꺾더라도, 비먼트의 다른 용들이 개입된다면 지플 역시 보복을 하겠다고 쉽게는 나설 수 없을 것이다. 지플과 비먼트는 정치적으로 꽤 복잡하게 얽혀 있으니.”
현재 비먼트는 룬칸델과 지플 사이의 균형추 같은 위치였다.
비먼트가 어느 쪽에 붙느냐에 따라 양대 가문의 균형이 깨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플은 뷰렛타가 퀴칸텔에게 당하더라도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지플이 비먼트를 적으로 돌리면, 결국 이득을 보는 건 룬칸델일 테니 말이다.
진으로서는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이만하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곧장 지플의 표적이 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좋습니다. 그럼 내일은 퀴칸텔 님만 믿고, 저와 무라칸은 근처에 숨어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엉? 꼬마, 그건 무슨 소리냐.”
“우린 대기 전력이라는 소리지. 뷰렛타가 혼자 온다면, 전투는 퀴칸텔 님 혼자 하는 게 맞아. 우리가 지플에 얼굴 팔려서 좋을 게 하나라도 있어?”
퀴칸텔이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무라칸. 웬만하면 너는 절대로 나서지 마라. 싸우는 건 내가 할 테니,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고.”
놀리듯 말하고 있지만, 퀴칸텔은 진심으로 무라칸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무라칸은 결코 뷰렛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젠장, 내가 아무리 전성기가 지나 약해졌기로서니. 헤어진 애인한테까지 동정 받고 싶지 않다고.”
“누가 널 동정한데?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혹 내가 위험해지면 나서서 도와.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 * *
뷰렛타가 혼자 왔다면 정말로 그럴 일은 없었을 것이다. 퀴칸텔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용들 중 최상위권의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진이 예견한 대로 뷰렛타는 사람을 데려왔다.
그것도 지플의 부가주, 안드레이 지플을.
퀴칸텔은 무인도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은 채 뷰렛타를 노려보고 있었다.
진과 무라칸도 숲속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숲에 미리 영기를 잔뜩 쳐서 존재감을 현저히 지워 놓은 상태였다.
“허허. 이 노인이 이렇게 시간의 은룡, 퀴칸텔 님을 처음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안드레이 지플입니다.”
[……뷰렛타. 내 부름에 설마 다른 인간을 데려올 줄은 몰랐군.] [이해해 주시게, 은룡이여. 그대의 서신을 받았을 때 마침 안드레이와 같이 있었다네. 올타의 계약자와 관련된 이야기인 만큼, 안드레이가 큰 관심을 보이기에 함께 온 것이지.]퀴칸텔이 대놓고 불쾌감을 드러내는데도 안드레이는 허허 웃는 얼굴이었다.
첫 만남부터 꼬인 것이다.
[뷰렛타, 저번에 내게 엔야를 보여 달라고 할 때부터 지나치게 예의가 없군.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길 바라지.] [알겠네.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지, 올타의 계약자에 대해 내게 할 이야기라는 게 대체 무엇인가?] [그 전에 한 가지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다.] [말하게.] [아즈 밀 계약자의 수호룡, 라트리를 어떻게 한 것이냐.]여과 없이 적의가 묻어나는 말투.
뷰렛타는 한동안 나지막이 웃다가 뚝, 정색하는 모습이었다.
[이것 참… 한 방 먹었군. 애초에 올타의 계약자가 아니라 라트리 때문에 나를 부른 것이었어. 어쩐지 썩 느낌이 좋지 않았건만.]뷰렛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 뷰렛타. 라트리는 1년 전, 네가 용언 마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데려가지 않았나.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리고 지금껏 아즈 밀의 계약자는 수호룡을 찾지 못하고 있지.] [글쎄, 어떻게 대답해 줘야 그대가 만족할지 잘 모르겠군. 음, 라트리는… 잘 지내고 있다네. 설마 그대가 아즈 밀의 계약자와 인연이 있을 줄은 몰랐군? 라트리를 찾아주라고 부탁하던가?] [정확하군. 알아먹었으면 당장 데려와라. 아즈 밀 계약자가 애타게 찾고 있으니.]후우웅! 후웅……!
돌연 무인도 곳곳에 회오리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뷰렛타가 바람의 권능으로 일으킨 회오리였다.
[뷰렛타, 정녕 미친 모양이로구나. 아무리 지플의 계약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동족을 납치해? 그것도 그 어린 용을? 게다가 지금 이건, 한판 붙자는 의미 같은데.] [그대는 지플의 일에 너무 깊게 관여했네. 안타깝군. 하나 미리 말해 두지. 엔야를 우리에게 넘긴다면, 그대는 살려 주겠네.]이번엔 퀴칸텔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마침 잘됐네. 난 지금부터 네놈들이 무슨 짓을 해도 살려 줄 생각이 없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