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68)
제 777화
189화. 굴러들어 오는 복들(3)
* * *
루체와 함께 향한 곳은 검황지의 비밀 건조장 건설 현장이었다.
입장하기 전에 다시 한번 루체의 과거를 살피는 것과 유리아를 통한 검증을 진행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행여 루체가 지플의 첩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극비 지역을 데려가는 일이니 당연히 필요한 검증이기도 했고, 루체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루체는 지플과 어떤 관계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연합에 소속되고자 찾아온 게 맞았다.
그는 시작부터 연합의 극비 지역에 왔다는 사실에 흥분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와……! 역시 바멀 연합, 이런 걸 숨겨두고 있었다니!”
그런 와중에도 론이 남긴 빛을 보자, 루체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 앞에 가서 한동안 묵념을 올렸다.
“뭐야, 방금 가 놓고 왜 또 왔어? 뭐 놓고 갔냐? 그 꼬맹이는 또 뭐고?”
한창 공사 현장을 지휘하고 있던 콰울이 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꼬맹이 아닌데요?”
“꼬맹이 맞는 것 같은데.”
“제 이름은 루체 피브리조, 피브리조가의 장남이자 진 룬칸델 공식, 비공식 팬클럽 회장이며…….”
“건축신 바르보보의 예비 계약자입니다, 콰울 박사.”
진이 대신 말하자 콰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그게 정말이냐?”
“아저씨 이름은 콰울이군요? 아무튼 반가워요, 저도 오늘부터 연합의 일원이니 앞으로 잘 지내봐요.”
콰울은 믿기 어렵다는 듯 루체를 위아래로 살폈다.
한동안 진은 그에게 바르보보가 루체에게 요구한 시련을 설명해주었다.
“건축의 신조차 탐낼 만한 건설 현장의 책임자가 되라고…… 후후, 이 콰울 님이 설계한 현장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테지. 이봐 꼬맹이.”
이내 콰울은 한껏 콧대가 올라가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루체라니까요.”
“그래, 소년. 바로 안으로 들어가서 바르보보한테 마음껏 살펴보라 해라. 분명 만족할 테니.”
지하로 내려가자 루체는 또 감탄사를 연발했다.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면, 끝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지하 공간이 드러나는 것이다.
오히려 글리엑의 혼기가 남아 있는 지상보다도 훨씬 더 밝았다.
천장부터 벽까지 온통 마법등이 환한 빛을 냈고, 연합의 일원들이 그 아래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건축에 대해 아직 전혀 모르는 루체의 눈에도 이 공사 현장이 어마어마하다는 건 분명히 느껴졌다.
루체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어서 바르보보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를 기다렸다.
진과 콰울도 그 목소리를 기다린 건 마찬가지였다.
행여 바르보보가 여길 보고도 반응이 없다면 다시 고민을 해야 했다.
[에잉!]다행히도 바르보보는 곧장 목소리를 냈다.
루체는 화들짝 놀라며 엉덩방아를 찧었고, 진은 그의 머리 위로 화신한 영혼 형태의 바르보보를 마주 보았다.
“깜짝이야! 바르보보 님, 이제 저랑 계약을 합시다!”
[마음에 안 들어!]“아, 또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요!”
[이 바르보보 님이 네게 그런 시련을 내린 건 다 뜻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철없고 능력도 없는 네놈이 나와의 예비 계약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깨닫고, 내가 내린 시련을 완수하고자 피가 마르고 뼈가 깎이는 노력을 하며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단 말이다!]“에? 뭐라고요?”
[그렇게 건설업에 뛰어들어 마침내 이 바르보보조차 감탄할 현장의 책임자가 되면, 그때 내 권능으로 네 재능을 만개시켜주려 했건만…… 이런 꼼수를 부려!?]“꼼수든 뭐든 조건만 맞으면 되는 거 아녜요? 바르보보 님도 감탄했으니까 나온 것 같은데.”
“인사가 늦었습니다, 바르보보 님. 룬칸델가 소가주 진 룬칸델입니다.”
[흥…… 그래, 진 룬칸델. 최근 신들 사이에서 자주 들려온 이름이로군. 루체 녀석이 꼼수를 부리도록 종용한 게 너냐?]“그렇습니다. 꼼수라고 생각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너 정도 되는 녀석이 내 의도를 몰랐을 리 없다.]“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혹, 이 현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 겁니까?”
[그건 아니다만, 루체가 한 인간으로서 성장할 기회가 사라진 느낌이지.]“요즘의 인세는 아주 어지럽습니다, 바르보보 님. 루체가 만일 저를 만나지 못한 채 연합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면, 특히 지플이라면. 정신 조작을 통해 노예로 부리거나, 바르보보 님을 마신석으로 흡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르보보는 의외로 진의 말에 동의하는 기색을 보였다.
[틀린 말은 아니로군. 이 멍청이라면 제 능력을 떠들다 지플에게 붙잡혔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되면 난 마신석에 갇혔을 거고.]“그러니 다소 아쉽더라도 저희에게 힘을 더해주십시오. 비록 루체가 오롯이 홀로 시련을 겪진 않았으나, 연합원으로서 이 현장의 핵심 관리자로 지내다 보면 깨닫는 바가 많아질 겁니다.”
진은 줄곧 아주 호의적인 분위기로 말을 건넸으나, 사실 바르보보는 그로부터 풍기는 묘한 위엄에 압도되고 있었다.
중하위계 신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이야기 때문이기도 했다.
진은 바르보보가 위축된 걸 알아보았다.
“혹 제 이야기에 무례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그런 건 아니야. 다만, 네가 정말 그만한 인물인지를 잠시 생각해보았다.]“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신석에 흡수되는 걸 두려워하는 신들을 지켜줄 수 있는 인물인지를 말이다.]최근 중하위계 신들 사이에서 진의 이름이 자주 거론됐다는 건 그 내용이었다.
신들 중엔 마신석에 흡수되는 걸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현재는 마신석이 더욱 강력해졌기에 중하위계 신들은 지플에 포착되는 순간 흡수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바르보보가 이러한 내용을 진에게 설명해주자 진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제게 지플을 꺾는 건 당연히 완수해야 할 사명이니, 그 과정에 자연스레 신들을 도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저희 연합에도 함께하는 신들이 꽤 되는데, 이런 이야긴 처음 듣는군요.”
[피콘 민체 같은 신입들은 아직 참여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반면 올타 같은 고위 신들은 우리와 엮일 일이 거의 없으니 그럴 수 있지.]“어쨌거나 저는 도움을 드릴 의향이 뚜렷합니다. 딱히 대가를 바랄 이유도 없군요, 신들이 마신석에 흡수되는 걸 막는 것만으로도 지플의 전력 증강을 방지하는 셈이니까요.”
[내게는 대가를 바라는 것 같다만?]“이 현장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하시면 물론 아쉬울 테지만, 그렇다고 바르보보 님께 앙심을 품지는 않을 겁니다.”
“바르보보 님, 그냥 도와주면 안 돼요? 나랑 계약하고.”
진과 루체의 말에 바르보보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내 그는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돕도록 하지. 대신 나와 가까운 신들을 함께 보호해다오. 그들은 특히 지플에게 위치가 거의 노출이 된 탓에 위험한 상태다. 셋이야. 화가의 신 케이탐, 액자의 신 옥스, 연필의 신 텔펜. 그중 화가의 신은 너와도…….]바르보보는 무언가 더 말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케이탐에게 직접 듣는 게 좋겠군. 아무튼, 그 셋을 찾아서 보호해줘. 이 내용을 다른 신들에겐 알리지 않겠다. 괜히 지플의 신 수색에 박차가 가해질 수도 있으니.]진은 케이탐에 대한 내용이 궁금했으나 직접 만나 듣기로 하고 더 묻지 않았다.
“그분들의 위치를 알려주시면 즉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이따가 적어주마. 앞으로 잘 부탁한다. 루체, 이 속없이 마냥 밝은 놈. 어서 경건하게 무릎을 꿇어라. 계약을 진행하겠다.]“오오!”
루체가 앉은 바닥에 둥근 원이 그려지며 빛이 일었다.
[나, 건축의 신 바르보보는 루체 피브리조와 계약해 그에게 축복을 내린다. 루체 피브리조는 앞으로 예비가 아닌 정식 계약자로서 내 권능을 빌릴 수 있게 될 것이다…….]빛이 루체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루체는 잠시간 부르르 몸을 떨다가 번쩍 눈을 떴는데, 이제 그에겐 건설 현장이 이전과 전혀 다른 풍경으로 보였다.
마치 안개가 걷히며 가려진 무언가가 드러나듯이, 현장 곳곳에 산재한 문제들이 한눈에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쳤다, 이런 게 신의 권능이구나.”
[으, 계약을 끝냈더니 지치는군. 난 조금 쉬다 올 테니 루체 녀석에게 일을 시켜봐라. 보완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테니.]“진 경! 아니, 가주님? 주군? 연합장님? 뭔가 다르게 부르고 싶어졌어요.”
“보통은 이 녀석을 주군이라 부른다.”
“그럼 저는 진 형님이라 할게요, 형님! 보아하니 현장에 제가 손쓸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저기 기둥 이음새는 두 달쯤 뒤면 균열이 올 거고, 저쪽 땅은 더 파낼 수 있어요.”
“뭐? 그런 걸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알 수가 있다고?”
“자재 공간 위치도 적절하지 않아요, 저쪽은 지반이 약해서 더 무거워지면 주저앉을 거예요.”
모두 다 콰울도 조금씩은 인지를 하고 있던 영역이었다.
그러니 콰울은 더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개폐구는? 저쪽 보이지? 저게 함선이 나갈 개폐구를 만들려고 작업을 하고 있는 건데, 괜찮은 것 같냐?”
“음, 그건 좀 지켜봐야 알 것 같지만. 개폐구가 어떤 구조인데요?”
“그건 이 설계도를 보면 말이다…….”
한동안 루체와 콰울은 설계도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콰울은 매번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루체는 새로이 생긴 감각에 잔뜩 신이 난 목소리였다.
더 놀라운 건 루체의 권능은 아직 초보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진이 영기를 연마해 왔듯이, 루체 역시 건축학을 공부하며 권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봐, 진. 아무래도 공사가 아주 빨라질 것 같구나. 인부 충원하고 자재 수급도 늘려야겠어.”
“전 오늘부터 여기서 지내도록 할게요, 진 형님! 주소 적어드릴 테니 우리 가족들 좀 챙겨주세요. 어수선해지니까 이쪽으로 보내지 마시고 적당히 안전한 지역에 집 하나만 구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일이 밀려 있으니까 식구들 소개는 나중에 해주세요!”
진은 얼떨떨한 마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체는 이미 팔을 걷어붙이며 일을 시작할 준비를 끝내고 있었다.
“알았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콰울 님을 통해서 티칸에 요청하도록 해.”
“네 형님, 살펴가십쇼!”
“박사님은 루체랑 일을 해보고, 대략적인 완공 기간이 나오는 대로 연락을 주세요.”
“알았다, 기대하면서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다시 검황지를 빠져나와 티칸으로 돌아오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이 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
기다렸다는 듯 발레리아가 곧장 진을 찾아왔다.
“표정이 밝네.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는 건가? 발레리아.”
발레리아가 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그 종이엔 진이 처음 보는 수십 개의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이름들이지?”
발레리아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답했다.
“내 이름을 보고 이적을 요청한 마법 공학자들의 이름이야. 내가 말했지? 분명 내 존재가 알려지면 키다드 홀처럼 히스터의 마법에 미친 인간들이 찾아올 거라고.”
복들이, 계속 굴러들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