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69)
제 777화
189화. 굴러들어 오는 복들(4)
기사를 비롯한 무인들과 마법사들은 근본부터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무인의 극점은 오로지 더 강한 힘이라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는 힘보다 세상의 신비를 탐구하는 일에 더 열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단지 ‘히스터’라는 전설적인 마법가문의 이름만 보고 이토록 많은 마법사들이 이적 요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록 마법’이 무엇인지 아는 마법사들에게, 히스터라는 존재는 그 자체로 신비의 종착지로 향하는 열쇠였다.
히스터가의 활동 시기가 타 명문가에 비해 그리 길지 않고, 대부분의 역사가 소실되었음에도 그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문득, 진은 금팽이 상단이 세계 곳곳에 설치했다는 발레리아의 홍보 광고판을 생각했다.
발레리아답지 않은 상큼한 미소에 윙크까지 하고 있는 그림을 떠올리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왜 그렇게 웃어?”
“네 광고 그림이 생각나서. 목록을 보니 얼핏 보기에도 백 명은 족히 넘는 것 같군.”
“이것도 마법 학자들 중 공학자, 그중에서도 교수, 박사 이상으로만 추린 거야. 신청서 자체는 이천 장이 넘게 들어왔어.”
“이천이라고?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군.”
“그런데도 계속 밀물처럼 몰려오는 중이지.”
만일 발레리아가 지플 소속이었다면, 세상이 지금처럼 어지럽지 않았다면 그 몇 배는 되는 요청서가 왔을 터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르엣 님의 존재도 알려진 덕이야. 르엣 님 역시 이제 히스터의 이름을 사용하시니까.”
진은 르엣을 데려온 이후 굳이 그녀의 존재를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히스터가의 새로운 생존자를 사실 룬칸델이 보호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지플의 눈치를 볼 이유도 없을뿐더러 엄밀히 말하면 틀린 내용도 아니었다.
대중들은 발레리아가 마지막 생존자라고 거짓말을 했다고 인식하는 대신, 오히려 새로운 기록 마법사가 나타나서 더 좋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지플과 킨젤로는 르엣의 정체를 알거나 짐작하고 있다.
다만 지플은 함부로 진을 자극할 수 없고, 킨젤로는 오히려 반겼다.
특히 오르갈은 르엣의 기억이 돌아오면 로키아에 대한 단서를 찾기가 더 수월해지리라 기대하는 중이었다.
“이 종이에 적힌 이들 중에서도 특히 살펴볼 만한 인물은?”
“한 사람 있어. 사이얼 루트베르라는 인물이야.”
“처음 듣는 이름이군.”
“페일린 왕국 출신 하급 귀족이야. 페일린 3대학 말단 공학자고, 나이는 33세.”
페일린 3대학은 마법 공학도들 사이에서 그리 알아주는 대학이 아니었다.
“말단이 초일류 공학자 목록에 있다면,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건가?”
“그건 이제부터 확인해볼 거야. 내가 그간 개방한 히스터가의 전승지에서, 루트베르가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거든.”
발레리아가 전승지에서 본 루트베르가는 히스터와 한때 짧은 동맹을 맺었었다.
하지만 동맹이 깨졌다는 기록만이 남아 있을 뿐 자세한 내막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 루트베르가의 인물이 지원서를 냈으니 발레리아로서는 호기심이 동할 수밖에 없었다.
발레리아가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나마 그 시절의 히스터가와 동맹을 맺을 정도였던 가문이라, 그 말대로라면 루트베르가가 현재 아무 영향력이 없는 건 지플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군.”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 선조들께서 딱히 루트베르에 대해 적대적인 느낌의 기록을 남기진 않았어. 그래서 들어오기 전 종종 루트베르가의 인물을 수소문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찾게 되네. 온 김에 같이 만나러 가자.”
두 사람은 붉은부엉이를 타고 함께 페일린 3대학이 있는 도시의 외곽으로 향했다.
함내에 준비된 금팽이족 화장품으로 간단하게 변장을 하고 즉시 3대학을 찾아가자, 금방 사이얼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분은 누구신지…… 저를 찾으셨다고요?”
“진 룬칸델이오. 이쪽은 발레리아 히스터.”
“예?”
가발을 벗고 화장을 대충 지우자 사이얼은 졸도할 듯이 놀라며 입을 떡 벌렸다.
“허, 헉! 진짜네!”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사이얼이 먼저 휴게실의 문을 잠갔고, 한없이 저자세로 몸을 숙였다.
“이번에 연합 지원 신청서를 넣은 사이얼 루트베르입니다! 두 분이 이렇게 친히 찾아주시다니, 혹 제 가문의 과거를 알아보고 오신 겁니까?”
“그대가 먼저 말해보시오. 루트베르가와 히스터가 사이에 과거에 어떻게 동맹이 되었고, 왜 깨지게 되었는지.”
사이얼이 진과 발레리아의 눈치를 살폈다.
“편히 이야기하시오. 어떤 말이 나오든 해하지 않겠소.”
발레리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루트베르가가 과거 히스터가를 배신했다 할지라도, 그게 판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랬다면 지플이 지금껏 루트베르가를 이렇게 방치했을 리 없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진 경. 그런데 방금 진 경께서는 과거 우리 가문과 히스터가가 동맹이었다 하셨는데…… 제가 아는 건 조금 다릅니다.”
“어떻게 다르오?”
“돌아가신 조부님과 부모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루트베르가는 히스터가 덕분에 살아남았으니 언젠가 보답을 해야 한다고 하셨죠.”
“우리 가문 덕분에 살아남았다……?”
발레리아가 말하자 사이얼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희 루트베르가는 평범한 가문입니다. 그러나 1400년대에 활동하신 조상 중 한 분께서, 마법 공학에 특별한 재능을 갖고 계셨다더군요. 그분의 존함은 젠 루트베르입니다.”
젠 루트베르 역시 마찬가지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다만 발레리아는 전승지에서 본 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히스터가와 동맹을 맺은 주체였다.
“당시 젠 님은 히스터가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으신 모양입니다. 어떤 물건을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었는데, 한동안 히스터와 공동으로 개발 작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정확히 어떤 물건이었는지는 모르오?”
“그게…… 가문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인지라. 초장거리 대화가 가능하게 해주는 물건이라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그 말을 듣자마자 진과 발레리아는 머릿속이 번뜩이는 느낌을 받았다.
초장거리 통신 장치.
그건 현재 발레리아와 콰울이 개발하고 있는 ‘파장 추적 소환’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물건이었다.
‘파장 추적’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모든 장치가 그러했다.
현재 콰울과 발레리아는 라프라로사의 명왕족을 인세로 꺼내기 위해 그와 관련한 모든 물건을 개발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제한적 투신합일을 실현시켜 준 붉은 구체였고, 또 개발 중인 것이 바로 초장거리 통신 장치였다.
직접 소환이 어렵다면 우선 라프라로사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할 수 있는 방편을 만들려는 것이다.
“사실 저는 그걸 그간 전설이 부풀려진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이 돌아가는 걸 보면 진짜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세상에 혼돈이 도래한 이래 급격히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무엇보다 기록 마법을 직접 보니 더 확신이 듭니다.”
“초장거리 통신 장치라…… 히스터가가 그대의 선조에게 그걸 요청했다는 말이지.”
“예.”
“그에 관해 더 전해진 이야기는 없소? 완성 여부라든가, 전해지는 기술 문헌이라든가.”
“조부와 부모님께선 완성이 되었을 테지만 어딘가에 숨겨져 있으리라 믿으셨습니다.”
“그렇다면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은 없는 것이오?”
이번엔 발레리아가 묻자 사이얼이 민망한 듯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게 있기는 합니다만. 젠 님께서 남겼다고 하는 종이이고, 집안의 가보입니다.”
사이얼이 목에 걸고 있던 펜던트를 풀며 말했다.
그 펜던트 속엔 여러 번 잘 접힌 한 장의 종이가 들어 있었는데, 어찌나 낡고 손때가 탔는지 쓰레기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사이얼이 종이를 펼치자 암호로 이루어진 문장들이 드러났다.
그리고 진은, 과거 그와 똑같은 암호를 본 적이 있었다.
테싱 지하 경매장에서 구한 슈지엘 히스터의 마법서.
사이얼의 종이는 그 마법서에 적힌 것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암호 체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암호문을 본 발레리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좀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발레리아가 해석한 암호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품고 있었다.
종이에 의하면, 젠 루트베르가 히스터가와 함께 만들었다는 통신 장치는 이미 1400년대에 완성이 된 상태다.
게다가 루트베르가의 젠은 히스터가를 배신한 적도 없고, 오히려 히스터가가 그에게 큰 빚을 진 셈.
발레리아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몇 번이고 종이를 다시 살폈다.
그리고 진과 사이얼에게 이 내용을 공유해주었다.
“……가문의 전설이 정말로 사실이었군요.”
“오히려 전설과 달리, 이 종이의 내용이 사실로 판명되면 감사를 전하고 보답을 해야 하는 건 히스터의 적자인 저입니다.”
“아유, 그렇게 생각하실 것 없습니다. 제가 아니라 조상님이 한 일인데요. 저는 그냥 바멀 연합에 소속되어 일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조상께서 남긴 종이가 없었다 할지라도, 마법 공학도로서 연합에 지원서를 넣었을 겁니다.”
진과 발레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건축의 신 계약자가 갑자기 나타난 것과 초일류 마법 공학도들이 찾아온 것도 모자라, 히스터가와 젠의 유산까지. 행운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었다.
“말리엣의 전승지로 가서 확인이 끝나는 대로 합당한 보답을 하겠습니다, 사이얼. 우선 티칸으로 가시죠.”
발레리아의 말에 사이얼은 펄쩍 뛰며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