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780)
제 777화
192화. 사흘 전의 일(2)
‘가주께서 계신 곳을 보라고……!?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거야?’
당최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으나, 불길한 직감이 칼처럼 옥타비아의 뇌리를 찔렀다.
흐로티가 머금은 엄청난 화기에 옥타비아가 뒷걸음질을 쳤다. 베라딘과 카둔의 싸움은 그렇게 옥타비아가 더 말릴 새도 없이 시작되고 말았다.
화르륵-!
지팡이에 맺힌 화기가 순식간에 거대한 화염구로 바뀌었다. 멸살암천화염옥 마황 2형, 과거 켈리악이 검황성을 쳤을 때 사용한 대마법.
그러나 베라딘은 전과 달리 켈리악과 유사한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 젊은 모습 그대로 켈리악의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베라딘, 네놈이 기어이 본색을 드러내는구나……!]카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동자를 크게 뜨며 소리를 질렀다. 베라딘이 아무런 전조조차 없이 이만한 마력을 방출한 것, 정말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 모두 직접 겪으면서도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심지어 베라딘은 마신석의 도움조차 받지 않고 있었다. 순수하게 본인의 마력만으로 대마법을 펼친 것이다.
“그건 제가 해야 할 말입니다, 카둔. 더 빨리 알았어야 했는데, 당신이 더는 가문을 위해 필요치 않은 존재라는 사실을. 아니, 그걸 넘어 유해한 존재라는 사실을.”
콰아아아-!
카둔이 있는 힘껏 기운을 끌어모아 숨결을 토했다. 광선처럼 뻗어지는 숨결과 달리, 카둔의 주둥이에선 2형처럼 무지막지한 크기의 화염구가 빠져나왔다.
두 개의 화염구가 부딪히자마자 퍼진 충격파에 나머지 마법사들은 급히 보호막을 형성했다.
베라딘이 펼친 2형의 단순 화력은 최종형을 뛰어넘는다.
때문에 검황성전 당시 진이 했던 것처럼, 마력의 흐름을 찾아 끊어내는 게 가장 좋은 파훼법이었다. 카둔 역시 진처럼 2형의 비밀을 알고 있으니, 급히 하강하며 고도를 낮췄다. 화염구들의 폭발에 가려 잠시 그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마력 해방을 펼쳐 2형의 흐름을 확인하려는 찰나.
별안간 좌우에서 날아든 두 줄기의 광선이 창처럼 카둔을 찔렀다. 카둔은 예상치 못한 공격에 날개로 몸을 감싸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흥분해서 이놈들을 잊고 있었군……!’
물의 신 이텔미온의 수룡, 투얀과 대지의 신 릭타의 지룡, 피니아. 카둔을 기습한 건 베라딘의 수호룡들이었다.
[투얀, 피니아. 많이 컸구나. 소가주가 미쳤으니, 너희도 같이 미친 것이냐? 수호룡으로서 소가주가 옳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것이 네놈들이 취해야 할 마땅한 도리일 텐데.]투얀과 피니아는 대답하지 않고 거리를 좁히며 카둔을 압박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두 용들의 전투력도 카둔의 기억을 한참 상회하고 있었다. 애초에 카둔이 아는 투얀과 피니아는 이 정도 화염 속에서는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러나 두 용들은 화염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쉴 새 없이 카둔을 물어뜯으려고 달려들었다.
[카아악!]이내 투얀의 날카로운 이빨에 카둔의 어깻죽지가 찢어졌다. 철퍼덕! 사람 몸뚱어리만 한 비늘과 살점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묵직한 소리가 났다.
그건 카둔의 명예와 위상이 떨어지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그간 카둔이 갖고 있던 지플에서의 상징성은, ‘최강의 무력’이었으니까.
수호룡들의 존재를 잊어 방심했다고는 하나, 그런 존재가 이토록 허무하게 밀리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채 1분조차 지나지 않은 시점에.
옥타비아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설마 카둔이 이렇게까지 쉽게 밀리리라고는 예상치 못한 것이다.
물론 아직 싸움이 끝난 건 아니다.
다만 베라딘은 2형의 화염을 더욱 증폭시키며 싸늘한 목소리를 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참고로, 전 카둔 님을 죽이는 게 그다지 망설여지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가문을 위해 그 오만한 육신과 내면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도록 하죠.”
[닥쳐라!]“아, 하긴…… 믿는 구석이 있을 테니 멈출 생각이 없으실 테죠. 하지만 그조차 모두 틀렸다는 걸, 곧 깨닫게 될 겁니다.”
[무슨 소릴 지껄이는 거냐……!]“그런데, 망령대장께선 왜 가만히 보고만 계십니까? 혹, 어느 쪽에 붙어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더 필요하신 겁니까?”
옥타비아가 움찔하며 베라딘과 눈을 맞췄다.
알 수 없는 공포감에 내면이 꽉 조여지는 것 같았다.
“그건.”
“다른 마법사들은 이미 공격 준비를 끝마쳤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마탑의 마법사들이 어느새 보호막을 정비하며 연환 마법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플의 제1마탑, 이야기의 탑에 배치된 마법사들은 모두 백야 이상의 실력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은퇴한 망령대와 방계 가문의 가주급 인원들도 다수 포진되어 있었다.
옥타비아가 생각하기에, 그들의 충심은 요즘 지나치게 권력을 휘두르는 소가주가 아니라 카둔에게 더 치우쳐야 했다. 특히 은퇴한 망령대들은 소가주가 아니라 자신의 명령을 더욱 우선시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베라딘을 따라 카둔을 치려 하고 있었다. 모두 다 눈동자가 새하얗게 빛나는 채로.
옥타비아는 잠시 그들이 ‘백안’이 된 이유를 짐작했다.
‘대규모 정신 조작……!?’
이런 수준의 어둠계 마법을 직접 본 적은 없으나 직감적으로 알아보았다. 베라딘은, 정신 조작을 통해 마법사들을 꼭두각시처럼 부리고 있었다.
베라딘은 눈으로 말했다. 내가 이 마법을 당신에게 사용하지 않은 건, 마지막 배려라고.
“정신 조작은 지플의 특권이지 당신들만의 특권이 아닙니다, 망령대장. 그러니 그렇게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이제 어서 움직이시지요, 최대한 빠르게 카둔 님을 끝장내야 하니.”
먼저 앞으로 나서라는 듯 베라딘이 팔을 뻗었다.
결국 옥타비아는 지팡이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카둔을 겨눌 수밖에 없었다. 카둔은 이미 두 용들에게 짓눌려 지상에 처박힌 채 발악을 하는 중이었다.
‘……용서하십시오, 카둔 님. 지금으로서는 소가주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우선은 베라딘의 말을 따라 카둔을 쳐야 한다.
그다음엔, 어떻게든 카둔을 살려둔 채 켈리악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다. 가주가 돌아온다면 이 모든 미친 상황이 분명 올바르게 정리될 터였다.
아직 탑의 최상층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옥타비아의 빛 마법이 영창되기 시작하자, 카둔은 더욱 분노에 차 괴성을 질러댔다.
[옥타비아 지플! 결국 너까지 저 미친놈의 명령을 따르는구나. 수천 년을 이어온 지플의 영광에, 기어이 오늘 망조가 깃들었도다!]옥타비아와 마법사들까지 가세하자 카둔은 방어조차 급급한 상태가 되었다. 분노에 찬 포효만이 공허하게 전장을 울리고 있었다.
그렇게 십여 분이 흘렀다.
최강의 화룡으로 위명을 떨치던 카둔은, 결국 온몸이 넝마처럼 찢어진 채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았다.
헐떡이는 숨에선 쇳소리가 났고 두 날개는 반쯤 찢어진 채 늘어졌으며, 바닥엔 그가 흘린 핏물이 곳곳마다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반면 베라딘 쪽의 피해는 전무한 수준이었다. 투얀과 피니아가 상처를 입기는 했으나 며칠이면 회복될 수준이었다.
애초에 베라딘의 능력을 제외하더라도, 카둔이 단신으로 이야기의 탑을 쳐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법사들이 카둔 님을 따라 반역을 저질렀다면 결과가 조금 달랐을 수도 있겠지만, 싱겁군요. 고작 이런 힘을 가지고 그간 나를 능멸한 겁니까?”
베라딘이 지팡이로 카둔의 이마를 툭툭 치며 말했다. 더는 굴욕적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베라딘…….]“난 당신에게 몇 번이나 실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습니다, 카둔 님.”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것이냐. 겨우, 네게 불쾌감을 드러낸 것 때문이라는, 말이냐?]“물론 그 이유도 포함이 되긴 하지만, 아직도 발뺌을 하시다니. 낯짝이 두꺼운 건 알아줘야겠군요. 살려서 쓰기엔 몸이 많이 상하셨습니다. 이만 작별할 시간입니다. 유언을 남기겠습니까?”
[내가 죽으면, 켈리악과 쉬누가 네놈을…… 끄으…… 아아악!]베라딘의 지팡이가 조금씩, 카둔의 이마를 파고들었다.
백안이 된 마법사들은 그걸 보고도 미동이 없었으나, 옥타비아는 가슴이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소가주! 카둔 님의 상처가 깊다고는 하나, 치료만 하면 다시 가문을 위해 싸우기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오. 오늘 일로 카둔 님도 깨달은 바가 많을 테니, 그만 멈추면 안 되겠소? 가주와 가문의 주신, 쉬누 님을 생각해서라도……!”
푹!
베라딘의 지팡이가 카둔의 이마를 꿰뚫었다. 지팡이를 타고 끈적한 핏물이 흘렀다.
“안 돼!”
옥타비아가 소리친 순간.
별안간 어디선가 시작된 음울한 진동이 온 하늘과 땅을 울리기 시작했다.
마탑이었다. 진동은 최상층, 켈리악의 유지 장치가 있는 곳에서부터 퍼지고 있었다.
콰아아앙……!
이내, 마탑의 최상층이 폭발하고 있었다. 옥타비아는 황망한 와중 뒤돌아 마탑을 올려다보았다.
‘이, 이 기운은……!’
가주, 켈리악 지플의 기운이다.
그러나 그 기운은 옥타비아의 기억과 다소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결코 사람의 것이라 할 수 없는, 악의로 가득 찬 검은 기운이 마탑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혼기였다. 켈리악을 상징하는 화염과 함께, 흉신의 그것처럼 끔찍한 혼기가 벌써 1마탑의 하늘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소가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가주께서 어찌.”
아울러, 방금 숨을 거둔 듯 보이는 카둔으로부터도 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베라딘은 옥타비아를 데리고 물러나며 보호막을 펼쳤다.
“지금껏, 화룡 카둔은 아버지의 혼기를 증폭시키고 있었습니다.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그게 가문에 결코 좋은 영향을 주지 않으리라 판단했죠.”
“하, 그, 그럴 리가! 카둔 님께서 그럴 리 없소.”
“보십시오, 카둔의 숨이 끊어질 상황이 되자 즉시 아버지가 폭주를 시작하지 않습니까.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이것이 가문이 처했던 현실입니다. 뿌리와 기둥이 모두 썩어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어어어어!
명백한 적의를 품은 채, 켈리악이 포효하고 있었다. 부서진 마탑 최상층의 잔해 사이로 드러난 켈리악은, 마치 흉신과 같은 모습이었다.
등 뒤에서는 카둔이 다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마법사들이 대열을 정비했고, 투얀과 피니아가 베라딘의 양옆으로 내려앉으며 전투를 준비했다.
“아마 카둔의 흉계가 예정대로 완성이 되었다면, 우린 괴물이 된 아버지를 감당할 수 없었을 겁니다.”
“소가주, 설마…… 지금 가주를. 가주를 어떻게 할 생각이오!?”
옥타비아의 말에, 베라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대답을 해주었다.
“죽여야겠지요. 다행히, 아버지께서 또 다른 흉신이 되기 전에 오늘 제가 직접 안식을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