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03)
제 888화
199화. 명왕족 13투왕의 위엄(1)
콰드드등……!
킨젤로 7지부의 본채 위로 시뻘건 벼락이 쏟아지고 있었다. 막 공간 도약을 끝낸 적명족들이 떨군 뇌전이었다.
수인들의 땅 지부가 파괴된 때와 마찬가지로, 원래라면 적명의 벼락이 떨어진 순간 싸움은 끝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일은 일방적인 사냥이어야 했다.
하지만 적명족들은 지금까지와 달리 곧장 전리품을 취할 수 없었다.
자신들이 방금 떨군 것보다 훨씬 거대한 푸른 뇌전이, 7지부 일대를 울리고 있었다. 건물로 들어서려던 적명족들이 동작을 멈추며 고개를 돌렸다.
“안돌린 동포, 이 힘은…… 그놈이다!”
“진 룬칸델, 놈이 왔다!”
적명족들의 일시에 포효를 내지르자 근처의 허공이 일그러졌다. 가까이에 있던 킨젤로 수인들은 귀에서 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광심장들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동포를 죽인 원흉이자, 찢어 죽여야 할 청명족의 후인이 나타나 준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시마트 일당이 처음 지상으로 나온 날과 달리 삼십이 넘는 동포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그 모두를 대투왕 라키만 호그가 직접 이끌고 있다.
동포의 핏값을 받아야 할 때였다.
“많이도 모였군.”
7지부 앞마당에 모습을 드러낸 진이 적명족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적명족은 라키만의 뒤에 도열하고 있었다. 진이 너무 빠르게 이동한 탓에 비슈켈은 아직 도착하지 못한 상태였다.
진과 라키만의 눈빛이 부딪쳤다.
“보아하니 당신이 적명족의 대투왕, 라키만 호그라는 작자로군. 그냥 지하에 쭉 있을 것이지, 왜 밖으로 나와 난리를 치는가? 내가 분명 시마트에게 적명족은 앞으로 잘 숨어서 사는 게 좋을 거라고 경고도 해줬건만.”
“우린 지상과 지하를 구분하지 않고 살아왔다. 큰 뱀의 수에 발목을 잡혀 잠들어있었을 뿐. 원래의 주인이 돌아온 셈이니 너희가 얌전히 자리를 비켜주는 게 옳지 않겠는가.”
“그래, 그래. 너도 대화가 잘 통하는 부류는 아니로군, 라키만. 차라리 시마트라는 친구는 현실감각이 좀 있는 편이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라키만, 상대가 당신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걸 알아보지 못하겠나?”
스릉……!
진이 시그문드를 뽑았다.
“내 눈에 네놈은 그저 기이한 잡종으로 보일 뿐이다. 인간과 청명족이라니…… 직접 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기괴한 조합이로군.”
라키만도 적뇌로 두 자루의 거대한 검을 형성했다. 바드레이와 베락트를 상대할 때보다 그는 확연히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그간 킨젤로를 사냥하며 얻은 성과였다.
“저번부터 자꾸 나를 청명족이라 부르는데, 이 몸은 위대한 명왕족의 십삼투왕이다. 명왕, 그 이름을 너흰 단 한 번도 오롯이 차지하지 못했지. 그 이유를 오늘 알게 될 거다. 격차가 무엇인지 보여주마.”
츠아악-!
말을 끝내자마자 하늘에 뭉쳐 있던 푸른 뇌전이 진에게 환원되며 땅을 울렸다. 평전사들은 갑작스레 폭발한 진의 기운에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공기가 한없이 무거워졌고, 바로 옆에 선 동포들이 멀어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우선 눈높이부터 맞춰야겠군. 적명족 따위가 감히 명왕을 내려다보면 안 되지…… 키가 크면 무릎이라도 꿇는 게 옳다.”
라키만이 돌진하며 쌍검을 휘둘렀으나 보호막처럼 형성된 뇌기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뇌기는 쌍검에 부서지면서도 곧바로 수복되었고, 쌍검은 목표에 닿지 못한 채 연신 허공을 갈랐다.
그사이 뒤에 있던 적명족 평전사들은 정말로 하나씩 무릎을 꿇고 있었다. 진이 방출하는 푸른 뇌기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안돌린 같은 투왕들이 평전사들을 보호하며 뇌기를 걷어냈으나, 잠시뿐이었다.
뒤이어 명왕군림검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명왕검 투신기 제10검
명왕군림검 – 개開
명왕의 정점을 상징하는 투신의 오의.
그 푸르고 거대한 폭풍 속에서 허리를 꼿꼿이 펼 수 있는 건 오로지 명왕, 혹은 그들과 같은 격을 갖춘 자들뿐이다. 그런 이들만이 명왕군림검 속에서도 기죽지 않고 싸울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적명족 평전사들은 그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벌써 스물일곱의 평전사들이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선혈을 쏟고 있었다.
이제 진이 펼치는 명왕군림검은, 예전과 달리 미완의 경지가 아니다. 반에 비해 모자랄 뿐, 그녀가 없는 시대였다면 당장 투신의 지위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완숙의 영역.
그러니 적명족 평전사들이 즉시 죽거나 실신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며.
적명족 내에서 투왕이라 불리는 이들조차 그 기운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커헉……!”
안돌린과 2, 3급 투왕들도 바닥에 주저앉으며 한 움큼씩 핏물을 뱉었다. 적명족들이 흘린 피는 허공이나 바닥에 잠시도 남지 않고 뇌기에 흩어져 증발하고 있었다.
[명왕군림검, 이 검을 마주한 걸 영광으로 알도록. 앞으로 나를 마주치면 너흰 항상 지금처럼 행동해라.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야 한다는 뜻이다.]수백 명왕의 목소리가 겹친 듯 웅혼해진 목소리가 전장을 두들겼다. 곳곳에서 이어지는 뇌기의 폭음 속에서도 적명들은 그 낮은 목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귀를 찢고 머릿속으로 들어오는 듯이 끔찍하고 선명했다.
적명 중 라키만 호그만이 아직 멀쩡히 서서 조금씩 진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짐승 도살자라는 특수 능력이 없다면 베락트와 바드레이를 결코 그렇게 압도하진 못했을 테지만, 그래도 대투왕이라는 지위가 부족하진 않은 놈이군. 힘을 다 되찾지 못한 게 분명한데도 이 정도라니.’
크아아아아!
라키만이 포효할 때마다 명왕군림검의 영역 내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푸른 뇌기에 짓눌리지 않고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그는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라키만의 광심장에 찬 적뇌는 전성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상태였다.
그러나 라키만은 그 사실을 생각하면서도 오만한 소리를 지껄이진 않았다.
진은 명백히, 자신이 전성기였어도 결코 일대일로 꺾을 수 없는 상대라는 걸 명확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시마트 동포들이 살아남은 게 신기할 지경이군, 진 룬칸델!”
[그때는 너희가 궁금해 살려서 물어볼 게 많았거든. 그러나 오늘은 아니니 보여줄 게 있다면 어서 꺼내라. 대투왕의 능력으로 다른 지원군을 더 소환하거나, 성채화라는 변신을 하거나.]“큰 뱀이 우리에 대해 알려주었군.”
[아니면 네놈도 시마트가 그랬던 것처럼, 동포들을 촉매로 써서 귀환술로 도망칠 건가?]“큽!”
라키만이 시그문드를 쳐내며 바닥을 굴렀다. 내내 시야에 있던 진이 별안간 사라지며 자신을 공격한 것이다.
다시 중심을 잡고 쌍검을 치켜들었다. 진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고, 라키만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걸 느끼며 감각을 올렸다.
어디서 진의 검이 튀어나올지 예측이 되지 않았다. 명왕군림검의 뇌기가 안개처럼 계속 진을 감추고 있었다.
힘을 온전히 되찾은 상태였다면 성채화를 펼쳐 명왕군림검의 뇌기를 그럭저럭 상쇄하며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그조차 전투 시간이 길어지는 정도의 의미만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라키만 혼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진을 이길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라키만은 본능적으로 명왕군림검이 몇 단계로 이루어진 오의라는 걸 알아보았다. 지금은 시작 단계일 뿐, 다음으로 넘어가면 자신도 지금처럼 버티지 못할 터였다.
‘명왕군림검이라 하였나, 그 시절 청명족의 투신이 떠오를 지경이군. 분명 다음 단계가 있을 텐데, 아끼는 이유는 체력적인 부담 때문인가?’
라키만의 예상대로 명왕군림검의 전과 결은 여전히 진에게 많은 부담을 주었다. 개만으로도 충분히 압도할 수 있는 적을 상대로 펼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또한 진은 라키만이 무언가 수를 쓸 때를 대비해서 힘을 아끼는 중이기도 했다.
‘시마트 때처럼 귀환술을 쓰려는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그러지 못하도록 일부러 명왕군림검으로 다른 적명족들을 묶어둔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 라키만이 꺼낼 수 있는 비장의 수는 성채화나 소환 정도겠지.’
성채화라면 전투력을 가늠한 뒤 처리하면 되고, 소환이라면 몇이 나오든 명왕군림검을 더 개방해서 모조리 쓸어버리면 된다. 명왕족으로서의 격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사용하지 않고 있는 룬칸델의 마검을 사용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적명족이 그간 사냥한 킨젤로 단원들의 수를 생각하면, 그리 많은 수가 소환될 수는 없었다. 라키만 이외에 다른 대투왕이 깨어난 것 같지도 않았다.
따라서 진으로서는 절대로 질 수 없는 싸움이었다. 아직 적명족의 회복 단계는 순수 무력으로 진과 겨룰 수 있는 정도가 못 되니까.
계속 라키만을 압박하던 중.
진은 그의 양팔에 걸린 팔찌가 붉게 빛나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래서 쓰러진 적명족들을 살펴보았으나, 시마트가 귀환술을 썼을 때처럼 그들의 광심장이 타오르고 있지는 않았다.
‘아공간 창고를 사용하는 거군, 소환인가.’
당연히, 진은 적명족들이 소환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라키만의 팔찌에서 쏟아진 기운은, 하늘에 거대한 구멍을 내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훨씬 더 거대한 무언가가 드나들 수 있는 통로를 열듯이.
그 속에서 빠져나오는 것들을 본 진은, 눈동자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함대!?’
얼핏 보기에도 오십 척이 넘는, 적명의 함대가 라키만이 연 거대한 차원문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적명의 강함은 힘과 지식에서 나온다. 듣자 하니, 지금 지상의 비행함들은 대부분 적명의 기준에선 폐품에 가까운 수준이더군.”
진은 라키만에게 휘두르려던 검을 멈추고 함대를 겨눴다. 라키만은 무표정한 얼굴로 팔찌에 대고 명령을 하달했다.
“전 함대 정밀 타격, 목표는 진 룬칸델.”
{적명!}
즉시 함대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뱀처럼 뒤엉키고 곡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수백 줄기의 붉은 광선은, 단 한 줄기도 빠짐없이 정확히 진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은 포격을 피할 생각이 없는 듯 씨익 미소를 지으며 검을 휘둘렀다.
어느새 펼쳐진 룬칸델의 제3결전기, 유성우가 뇌기로 강화된 채 함대의 포격을 요격하고 있었다.
[라키만, 기껏해야 동족들이나 더 소환할 줄 알았는데, 인정하지. 이건 좀 놀랍군.]라키만으로서는 함대 포격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는 진의 모습이 더 충격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