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60)
제 888화
215화. 신과의 재회(2)
“알았다, 지금 바로 가지. 루나 누님, 룬티아 누님은 바로 준비해주십시오.”
“우리야 언제나 준비 완료지. 가시죠, 소가주.”
진은 즉시 회의를 마무리하고 티칸으로 이동했다.
루나와 룬티아를 데려가는 건 다름이 아니었다. 과거 청새 군도에서 만났던 페이텔이 아무리 경박하고 약했다 할지라도, 그는 본질적으로 상위계 신이었다.
행여 그와 전투가 벌어진다 할지라도 두 사람이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할 터였다. 또한 무라칸과 발레리아도 함께 갈 터였다.
“오셨습니까, 나리! 그리고 기수님들!”
붉은부엉이가 티칸에 도착하자 제트가 일행을 맞이했다.
“그래, 율리안이랑 칼토르는?”
“치료실에 있습니다요.”
치료실로 들어서기 전부터 일행은 율리안이 흐느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슬픔이 아니라 기쁨에서 비롯된 흐느낌이었다.
“쯧…… 보는 눈이 몇 갠데 언제까지 짤 생각이야. 그만 짜고 진 경 왔으니까 인사나 드려, 이 울보 놈아.”
독설을 내뱉고 있지만 베리스도 사실 칼토르의 회복을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그 옆에 선 쿠잔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의미에서 그들 세 사람은 바멀 연합에 동시에 가입한 동기들이나 다름이 없었다.
쿠잔과 베리스는 티칸 생활에 빠르게 적응한 반면, 율리안은 사실 최근까지 동료들과 마음을 시원하게 터놓고 지내지 못하는 상태였다. 물론 각종 전투에서 활약하기는 했으나, 칼토르가 깨어나지 못하는 이상 율리안은 그 누구와도 제대로 소통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제 칼토르가 깨어났으니 율리안의 오랜 고독과 절망이 막을 내린 것이다.
“진 경…….”
율리안이 울먹이며 진을 돌아보았다.
“이제 티칸에 온 게 후회되지 않지?”
“처음부터 그랬지만, 그리고 늘 감사한 마음이 있었지만. 이제 드디어 삶을 모두 되찾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이네. 낯간지러우니까 너무 금칠하지는 말고. 칼토르 님, 반갑습니다. 우린 1799년에 칼토르 님을 구출한 이후로 거의 매일 봐왔지만, 칼토르 님은 우릴 처음 보겠군요.”
칼토르가 병상에서 일어나며 진과 눈을 맞췄다. 의식을 완전히 되찾았다고는 하나 오랜 투병으로 인해 몸이 무척 야윈 상태였다.
진은 조슈아의 별장에서 칼토르를 구한 날 그의 처참했던 모습을 떠올렸다. 사지에 거대한 못이 박혀 있었고, 전신에는 지독한 고문 흔적이 가득했었다.
“경이 저를 구하셨다고…….”
“저 혼자 구한 건 아니고, 동료들이 함께였습니다. 율리안도 그 임무에 참여했었죠. 그 이후 오즈도크라는 마물의 내단을 구할 땐 우리 룬칸델의 7기수가 함께했었고.”
“이 고마움을 어찌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군요…….”
대답을 하다 감정이 복받쳤는지, 칼토르는 잠시 율리안을 안고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렸다. 동료들은 두 사람이 참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약하고 눈물 많은 이들에게 조슈아의 사냥개로 지내던 시기는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어, 꼬마 녀석. 왔냐?”
“무라칸.”
“엉엉, 헉. 무라칸!?”
별안간 무라칸의 목소리를 들은 칼토르가 화들짝 놀라며 그를 쳐다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놀라?”
“아, 그…… 무라칸 님이십니까?”
“너 나 알아?”
“용들 중에 무라칸 님을 모르는 용은 없을 겁니다.”
“크하하, 그럴 테지. 안 때릴 테니까 걱정 마라, 넌 우리 편이잖냐.”
“다, 다행이군요.”
“그래도 나를 안다는 건 최소 천 살은 넘었다는 건데. 너 몇 살이냐?”
“이천 조금 안 되었습니다.”
“오, 그럼 천 년 전에는 활동기였냐?”
“아뇨, 그 시기의 전쟁에 대해선 아는 바가 별로 없습니다. 저는 당시 페이텔 님을 따라 숨어 있던 터라…….”
“아…… 숨어 있었다고. 거, 뭐…… 그렇구만.”
천 년 전 룬칸델과 지플이 한창 전쟁을 치를 당시, 페이텔은 그 싸움이 두려워 자신의 용들을 데리고 숨어 있었다.
무라칸은 페이텔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참 그놈답다는 생각을 했으나, 차마 칼토르 앞에서 그를 욕하기가 뭣한 것이다. 용에게 해당 신을 욕하는 건, 부모 욕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리 못났다 할지라도, 동료의 부모를 욕할 수는 없는 법.
“그럴 수 있어. 거참, 괜찮으니까 너무 눈치 보지 마라.”
“그……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엥? 뭐가 부끄러워?”
“비록 페이텔 님의 선택으로 인해 은거한 것이긴 하나, 저는 당시 룬칸델을 외면했음에도 룬칸델은 이번에 저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전쟁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군요. 그러니, 이번엔 숨지 않고 반드시 함께 싸우겠습니다. 설령 그게 페이텔 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 된다 할지라도…….”
칼토르가 처음으로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호오…… 마음가짐이 아주 훌륭한 친구였군그래. 용의 입에서 신의 뜻을 거스른다는 게 말이라 할지라도 쉽게 나올 수 없는 건데 말이야. 실제로 그만한 의지가 있어야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는 거거든.”
“지금 룬칸델과 바멀 연합은 페이텔 님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그 양반이 권능을 무기 같은 걸로 실체화하는 방법이나, 아니면 폭풍의 권능 그 자체가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 율리안, 너 페이텔하고 소통은 되는 상황이냐?”
“……아뇨, 페이텔 님의 목소리를 들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페이텔 님이 무라칸 님과 진 경에게 청새 군도에서 당한 이후 단 한 번도 듣지 못했습니다.”
무라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그럴 만도 하다고, 자신이었어도 쪽팔려서 다시는 계약자와 소통할 수 없으리라고 말이다.
“아마 창피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시 페이텔 님은 저를 통해 화신했으나, 그래도 심대한 피해를 받았으니…… 본신에까지 큰 타격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회복 중일 수도 있다는 말이로군.”
“그렇습니다.”
“흠, 그럼 페이텔과 소통을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따로 없는 거냐?”
“저와 율리안이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미 율리안은 저를 회복시키기 위해 여러 차례 페이텔 님과 소통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으니.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청새 군도로 직접 가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청새 군도라.”
청새 군도엔 약 백여 개의 섬이 존재했다.
그중 진과 무라칸이 활약을 했던 건 32번 섬. 그러나 그 섬은 조슈아와 검은빛 부르기로 소환된 가르문드와의 전투가 끝난 후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렸다.
따라서 32번 섬에 있던 천둥신 ‘그람’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비석 역시 사라진 상태.
“제가 알기로 신의 무덤은 그 비석이나 결계에 문제가 생겼다 한들, 해당 신의 유해나 근본적인 기운이 근처에 남아 있기만 하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아마 지금 다시 간다 할지라도 진 경의 검이 그람 님의 기운에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진은 내심 칼토르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진의 입장에서야 자신이 율리안과 칼토르를 구해준 건 사실이나, 칼토르의 입장에선 부모나 다름없는 자신의 신이 진과 동료들에게 당한 것일 수도 있으니.
그러나 기우였다. 칼토르는 페이텔보다 동료들을 위한 선택을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긴, 본인이 고문 당하고 죽어갈 때 페이텔이 해준 건 아무것도 없고…… 보아하니 천 년 전에도 본인은 어느 진영이든 참전하고 싶었으나 페이텔 때문에 숨은 모양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지.’
칼토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을 여몄다.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바로 출발해도 좋습니다.”
“며칠이라도 더 회복하고 가도 괜찮습니다만.”
“아닙니다, 제 전투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다른 때가 낫겠지만. 보아하니 고강한 분들이 많으셔서…….”
진, 무라칸, 루나, 룬티아.
병실에 있는 사람 중 그 넷이면 사실 그때처럼 페이텔이 다시 화신한다 할지라도 생도 제압하듯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당시 일시적으로 조금 힘을 되찾은 무라칸 혼자서도 페이텔을 압도했을 정도니 말이다.
물론 페이텔이 그때와 달리 인세에 더 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상태로 화신할 수도 있으나, 진은 그다지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럼 붉은부엉이를 대기시키고 있을 테니 준비가 끝나는 대로 나오십시오.”
“예, 진 경.”
“그리고 말씀은 편하게 하시길. 이천 살이 넘은 용께 존댓말을 들으려니 어색하군요. 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칼토르 님도 티칸의 식구니까요.”
“그, 그럴까……?”
이내 진과 기수들, 발레리아, 무라칸이 먼저 병실을 나서자 베리스와 쿠잔이 그 뒤를 따랐다.
“진 경.”
“베리스?”
“그…… 다름이 아니라.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쫓아왔어요.”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베리스하면 떠오르는 느낌은 엔야의 스승이지만 까칠한 욕쟁이였다.
“저나 쿠잔이나 율리안이나. 모두 경을 만나지 못했다면 조슈아의 사냥개로 쓰레기 같은 짓만 하다가 버려지고 살해당했을 겁니다.”
“뭘 새삼스럽게.”
“그냥 오늘 저 머저리가 칼토르랑 우는 꼴을 보니…… 왠지 한 번 더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그럼 잘 다녀오세요. 저도 두어 시간쯤 뒤엔 검의 정원으로 파견을 가서 기수들 마법이랑 마법 기사 부대 마법 활용 좀 봐줘야 합니다.”
“나도 고맙다, 베리스. 잘 부탁해. 교육을 할 땐 원로, 기수, 기사 가리지 말고 네 식대로 욕하고 갈구면서 해. 내 명령이라고 하고. 똑바로 못 쫓아오면 적당히 알아서 징계도 주도록.”
“반가운 소리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출격장으로 율리안과 칼토르가 나왔다.
좌표를 찍자, 붉은부엉이는 순식간에 일행을 청새 군도 32번 섬이 있던 지역으로 이동시켜주었다.
“우욱. 크에엑!”
“매번 이동할 때마다 참…… 아무리 용이 공간 이동에 취약하다 해도, 다른 용들은 안 그러던데. 여기 약해진 몸으로 온 칼토르 님도 마찬가지고.”
“망할, 난 이 느낌이 적응이 안 된다고. 다른 용들은 나처럼 섬세하지 못한 거겠지.”
“네, 그러시겠죠.”
하늘에서 내려다본 청새 군도는 과거의 전투로 인해 몇 개의 섬이 파괴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새떼가 날고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겨울이라 청새 군도 특유의 낙뢰와 비바람도 평소보다는 심하지 않았다. 일행은 바다에 붉은부엉이를 착륙시키고, 32번 섬이었던 거대한 암초 위에 자리를 잡았다.
“한 번 봉뢰검을 꺼내보십…… 아니, 꺼내봐. 진.”
시그문드를 뽑자, 진과 일행은 곧바로 검신에 한 문양이 떠오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그때 본 문양이랑 똑같네. 그람의 문양이다, 꼬마. 칼토르의 말대로 이곳에 그람의 힘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이군. 엇, 율리안. 너 갑자기 왜 그러냐?”
동시에 율리안은 눈을 까뒤집으며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설마 화신의 전조 증상인가? 율리안, 괜찮아?”
“페, 페이텔 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뭐라고 하는데?”
율리안은 잠시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렇게 답했다.
“사, 살려줘…… 살려달라고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