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65)
제 888화
216화. 첫 황금함(2)
[나도 그 친구를 좀 소개해다오. 그러고 보니 연합에 가입한 후 네 불사조와 제대로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없구나. 필시 위대한 불멸자일 게 분명하거늘.]“알겠습니다, 아메리스 님.”
테스를 소환하기 위해 티칸궁 지하 수련장으로 향했다. 궁이 대저택이던 시절 테스를 처음 소환한 곳이 바로 이 수련장이었다.
“문득 알리사 님한테 두들겨 맞던 추억이 떠오르네. 109번을 패배하고, 마지막 대련 때 테스를 소환해서 이겼었는데.”
무라칸과 퀴칸텔은 진이 소환한 테스를 처음 본 날을 떠올렸다. 당시 어찌나 충격을 받았던지, 두 용은 진을 위한 축하 파티를 하던 중 포크를 떨어뜨리기도 했었다.
화아악-!
대련장 사방에 청화가 번지며 소환진이 형성되었다. 그 속에서 테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퀴칸텔은 넙죽 고개를 숙였다.
“화염계의 주인을 뵙습니다.”
늘 그랬듯이, 무라칸은 괜히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든 채 짝다리를 짚었다가 테스의 부리에 쪼이는 모습이었다.
“아, 언제까지 나만 이렇게 괴롭힐 건데! 그래도 내가 무라칸인데, 매번 이런 대우는 좀, 윽! 아프다고! 욕도 좀 그만해요, 거 진짜!”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진, 네 수호룡은 아무래도 지능이 부족한 듯 보일 때가 많다. 애가 너무 강하게 태어나서 생각이란 걸 할 기회가 부족했던 걸까.]“무라칸이라면 약하게 태어났어도 똑같았을 겁니다, 아마도.”
[흠, 그건 그렇구나. 하긴, 네 첫째 누이도 날 때부터 강자였고 다소 눈치가 부족한 감은 있으나 무라칸 같지는 않지.]아메리스가 다가가자 열심히 무라칸을 쪼고 있던 테스가 고개를 돌렸다.
[반갑네, 테스. 척 보기에도 그대는 아주 오래된 불멸자로군. 나는 아메리스, 태양신 사후 경계 수호의 책무를 맡았던 몸이다.]무라칸은 당연히 테스가 불같이 화를 내리라 예상했다. 자신이 아는 신 중에서 테스에게 이렇게 반말을 하고도 무사할 수 있는 존재는 없었다.
그 성정을 아는 퀴칸텔도 살짝 긴장했으나, 테스는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뭣! 반갑다고!? 이보쇼 테스, 지금 이 양반은 나보다 훨씬 약해! 게다가 존댓말까지? 당신 그런 양반 아니잖아?”
[무라칸, 어른들 말하는데 좀 조용히 있거라.]테스는 영적인 언어로 말하고 있기 때문에 진은 들을 수 없으나, 대충 어떤 느낌의 대화가 오가는지는 알 수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영적 대화는 진이 들을 수 없겠군. 테스, 그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진과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이 없는 건가? 늘 이 머저리나 퀴칸텔이 일종의 통역을 해준 것이야?]테스가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분리의 법칙이 아무리 지엄하다 한들, 그대쯤 되는 불멸자가 계약자와 담소조차 나누지 못하는 건 안 될 말이지. 마침 얼마 전 발레리아가 이 몸의 기억 일부를 되찾아준 덕에 몇 가지 소소한 권능이 돌아왔으니, 내 도움을 좀 주겠네.]아메리스가 무언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속삭이기 시작했다. 마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그 주문이 끝났을 때, 진은 처음으로 테스의 말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호오…… 아주 신통하군요, 아메리스. 영적인 언어를 이렇게 인세의 소리로 치환할 수 있는 권능이라니.]진은 깜짝 놀라며 테스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무라칸과 퀴칸텔도 같은 반응이었다.
“테스가 말을 하고 있어……!?”
[이렇게 직접 소통을 하는 건 처음이로구나, 진. 아메리스 덕에 아주 진귀한 경험을 하는군.]“예비 기수 시절부터 늘 함께였는데, 이렇게 대화를 나누려니 뭔가 어색한 기분이네.”
[귀여운 소리를 하는구나.]“아니, 꼬마도 반말하는데 왜 나만 안 돼?”
[하여간 무라칸 이 새끼는 답이 없느니라. 매번 맞아도 고쳐질 생각이 없네, 이놈 새끼는 진짜. 화염계가 아니어서 이러는 거냐? 화염계로 와서 한 번 뒤져봐야 아, 내가 미쳤구나. 이렇게 까불면 정말 뒤질 수도 있구나 하는 걸 알겠어? 니가 무라칸이면 뭐? 뭐 되냐? 진은 내 소중한 계약자고, 넌 나랑 남이고.]퍽! 테스가 날개를 주먹처럼 쥐어 무라칸을 한 대 쥐어박았다. 무라칸이 늘 ‘욕 좀 그만’이라고 말했듯이, 테스는 상당히 거친 언사의 소유자였다.
예상해온 이미지가 좀 깨지는 느낌은 있지만, 진은 앞으로도 테스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음, 이 망할 놈 때문에 잠시 소요가 있었군요, 아메리스. 보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나는 괜찮네, 오히려 속이 시원하군.] [아메리스께서도 요즘 근심이 많겠습니다. 지토가 분리의 질서를 깨고 지상에 올라 날뛰려고 하니…… 얌전히 지하에 처박혀서 살 것이지 왜 자꾸 지상에 욕심을 부리는지.] [태양신 사후 가장 큰 힘을 가진 불멸자들이 모두 그대와 같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테지. 안 그래도 진이 그대를 소환한 이유가 그것일세. 화염계라, 혹 그대의 영역 또한 지하에 존재하는 것인가?] [아닙니다. 제 땅이 지하세계에 있었다면 지토 그 잡놈이 이렇게까지 설칠 수는 없었을…… 호오!]별안간 테스가 흠칫하며 기쁜 기색을 드러냈다.
[역시 세계의 분리를 수호하던 존재로군요. 본래 통역을 이용해도 제 영역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인세에 전달하는 건 불가능했건만.] [내가 관장하던 질서이니, 이 정도 수정은 가능하지. 머리가 아홉이던 시절엔 보다 많은 내용을 수정할 수 있었다네. 필요하지 않기에, 또한 위험하기에 하지 않았을 뿐.]진은 새삼 아메리스가 불멸자 중에서도 특히 격이 높은 존재라는 걸 인식했다. 중위계 신들을 숨결 몇 번으로 도륙하던 테스조차 분리의 질서를 자력으로 벗어날 수는 없던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화염계라는 그대의 영역은 어디에 있는가?] [하늘 가장 높은 곳에 존재합니다.]“예전에 우리가 가본 거기가 하늘 가장 높은 곳이었어? 그냥 다른 차원이나 아공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하늘 끝……? 아, 설마. 그대는 윤회를 관장하는 불멸자인가?]그 말에 테스는 흠칫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멸자들이 알아선 안 될 정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수련장에 있는 필멸자는 진과 무라칸, 퀴칸텔뿐이고 세상은 어지러워졌으니, 이 정도는 괜찮으리라는 판단이었다.
[그렇습니다. 영생하고 불멸하며 윤회의 굴레를 수호하는 것, 그게 태양신 사후 제게 주어진 사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토록 큰 힘을 갖게 된 것이죠.]마찬가지로 이 역시 본래 테스 스스로는 인세에 풀 수 없는 정보였다. 진은 세상의 가장 큰 비밀들을 경건한 마음으로 경청했다.
[과거 솔더렛과 마녀로부터 그런 불멸자가 존재하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들조차 더는 오를 수 없이 막힌 하늘이 존재하고, 그곳엔 불이 가득하다고. 그게 그대였다니…… 나만큼이나 큰 짐을 맡고 있었군.]테스와 지토.
그 둘은 각각 윤회, 혹은 환생이라 불리는 질서와 지옥을 관장하는 존재였다. 모든 생명은 죽으면 테스와 지토 둘 중 하나의 영역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아메리스가 이러한 내용을 설명해주며 진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테스와 지토는 완벽히 대척점에 선 존재로군.”
[그렇다, 진. 내가 놈을 별것 아닌 듯 말하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본신의 힘을 가진 채 내 영토에서 놈과 싸웠을 때를 가정한 이야기다. 만일 지토가 모든 힘을 되찾은 채 지상을 침공한다면 너와 동료들로서는 감당할 수가 없을 것이다.]“그렇다면 테스도 지토처럼 인세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수는 없는 건가?”
[그건 앞으로 고민을 해봐야지. 지토가 질서를 무시하는 수를 사용했으니, 내게도 아마 방법이 존재할 거다. 다만 나와 지토, 둘 다 온전한 힘을 되찾는 건 불가능해.] [지토가 옛 힘을 일부만 되찾아도 큰 문제일 뿐이지. 보다시피 난 많은 권능을 잃었네, 테스. 그대가 우리 연합을 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큰 힘이 될 것 같군.] [열심히 방법을 모색해보겠습니다. 바로 떠오르는 건, 과거 옛 오테리엄에서 그랬던 것처럼 진의 육신을 통해 화신하는 것인데…… 그렇게 했다간 진이 사망할 겁니다.] [세상을 수호하다 죽는 건 아름다운 일이나, 그건 나와 동료들 그 누구도 원치 않는 결말이지. 또한 자네가 진을 통해 화신한다 한들 본신 그 자체가 지상으로 올라온 지토에겐 안 될 것이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인정하긴 싫으나, 본질적인 격은 저와 크게 다른 놈이 아니니. 그리고 또 하나 떠오르는 게…… 진. 최근 쉬누를 만난 적이 있지 않느냐?]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났지.”
[그자와 나의 불은 상극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같은 불이니, 어쩌면 그자를 이용해 내가 현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쉬누의 권능을 통해서라…….”
-이제 쉬누와 켈리악이 내게 원하는 걸 말해봐.
-네, 진 경. 두 분께서는 진 경이 켈리악 경을 치유해주길 바라고 계십니다.
과거 쉬누가 현현한 날 어린 화룡 파이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당시 진은 쉬누로부터 태양신교와 그들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켈리악의 치료를 거부했는데도 쉬누가 내게 여러 정보를 알려준 건, 내가 태양신교를 막는 게 그에게도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가 진마계와 지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따라 거래가 가능할 수도 있다는 뜻.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쉬누와 켈리악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우선 진마계와의 전쟁에 대비하며 쉬누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게, 테스. 쉬누는 나와 거래를 하려고 했었으니 말이 잘 통할 수도 있어.”
물론 가장 좋은 결과는 거래가 아니라 쉬누를 ‘제압’한 후, 그가 진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과거 켈리악이 지플의 수장이었던 때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대가 현현하는 것이 약간의 가능성조차 없는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로군.] [그렇습니다, 아메리스. 윤회의 관리자가 아니라 한 불사조로서 인간과 계약을 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흡족한 계약자가 바로 진입니다. 그런 진을 지토의 손에 죽게 만들 생각 따윈 없습니다.]테스가 진과 눈을 맞췄다.
[걱정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 진. 내가 앞으로도 계속 너를 지켜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