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71)
제 888화
218화. 쓰러뜨리면 더 강한 놈이 오는 구조(1)
1804년 1월 2일, 새해가 시작되고 하루가 지났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기사가 쏟아지는 새해였다. 진마계 전이, 그에 대한 각 세력의 대처, 바멀 연합의 황금함 폭풍선, 그리고 아율라와 지토의 전투.
바멀 연합의 보호를 받는 세인들은 개전과 동시에 시작된 그들의 활약에 열광했다.
분명 기쁜 일이었으나, 어떻게든 불안감을 떨쳐내기 위한 열광이기도 했다. 각지에서 치른 첫 전투에서 바멀 연합은 전 지역 모두 완성을 거두었으나, 진마계와의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진마계가 완전히 멸망하거나 굴복할 때까지, 그리고 룬칸델과 지플을 비롯한 거대 세력들의 최종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결국 세인들은 언제나 불안을 안은 채 살 수밖에 없었다.
다만, 바멀 연합의 보호를 받는 이들은 다른 지역의 민간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좀 더 큰 희망을 품었다.
지토와의 전투를 끝마친 후, 아율라가 진에게 믿고 뒷일을 맡기겠다는 말을 남긴 까닭이었다.
-[지금 지토가 물러난 것은 이곳에 진 룬칸델과 무라칸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믿고 내 진기로 진마계의 수장 지토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혔으니, 진 룬칸델이 그자를 죽이고 인세를 진마계로부터 해방하리라.]
아율라가 현현을 끝내기 전 남긴 말. 그 내용은 당시 현장에 있던 모든 기자들이 전 세계로 전하고 있었다.
“아율라 양반이 그렇게 밀리는 건 삼천 년을 넘게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어. 지토, 그 곤란하게 미친 변태 놈 세긴 정말 세더군.”
“그 가볍고 천박한 언행은 지토라는 불멸자의 상징이다. 단순한 고통, 거기서 오는 쾌락. 지토는 그 자체가 형상화된 존재야. 그렇기 때문에 그와는 타협이나 대화가 불가능하다.”
지토는 진과 동료들이 이제껏 만난 초월적 존재들과 여러모로 결이 다른 존재였다.
그는 무게를 잡지도 않았고, 본인의 권능을 과시하지도 않았다. 성격 또한 초월자보다는 뒷골목 잡배에 더 어울렸다.
그럼에도 지토는 그 어떤 초월자보다 위험한 존재였다. 그에겐 고통과 쾌락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일과 감정들이 무가치했고, 따라서 어떤 식으로도 타협이 불가능했다.
“하, 아율라 그 양반 진짜 괜찮은 건지 신경이 쓰이네. 그 지토란 놈이 아율라 양반 힘을 많이 소진시키긴 한 것 같은데.”
“무라칸, 네가 웬일로 남 걱정을 다 하느냐. 내 직접 만나보지 못했으나, 그가 괜찮다고 했으면 괜찮을 것이다. 물론 잃어버린 권능을 되찾기까지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할 테지만.”
아율라의 권능은 지토와의 전투만으로 소진된 게 아니다. 성국 전체에 결계를 쳤을 때부터 아율라는 이미 진기를 소모한 상태였다.
대신 그 결계는 완벽하게 파괴되지만 않으면 앞으로 천 년이 지나도 굳건히 유지될 예정이었다.
“아메리스 양반, 사실상 아율라 양반은 이제 최상위 신의 위계는 잃어버린 것 아니오?”
“그건 인간들이 불멸자의 존재 형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그가 친 결계는 그의 육신 일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아율라의 은혜를 받은 성국의 필멸자들은 그와 더 가까워졌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겠지. 실제로 그렇기도 하고. 그리고 그를 통해 증폭된 믿음은 그를 다시금 최상위 불멸자로 올려줄 것이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한데…… 마음이 영 그렇긴 하군. 다 죽어가는 양반이 마지막에 나와 꼬마 놈에게 준 목걸이에 축복까지 걸어줬으니.”
라니가 진과 무라칸에게 예의를 위해 착용하라고 했던 휴화산 목걸이.
아율라는 현현을 끝내기 직전에 두 개의 목걸이에 축복을 부여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너희 중 가장 약한 자를 보호하기 위한 축복이다. 그렇게 설명을 했다지?”
“맞소, 힘이 다한 까닭에 더 자세하게 얘기해주지 못하고 사라졌고. 흠, 우리 중 가장 약한 자라…… 그럼 이 목걸이는 약한 놈들이 들고 있는 게 맞겠네. 어디 보자, 누가 적당할까. 일단 바로 한 놈 떠오르네. 야, 제트!”
“예, 무라칸 님!”
“하나는 네가 가지고 있어라.”
“하하, 무라칸 님. 제가 정보원으로 지내긴 하지만, 그래도 꽤 수련을 받았습니…… 컥!”
무라칸은 대뜸 한 주먹에 제트를 날려버렸다. 제트는 양팔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았으나 팔이 부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이어 무라칸은 제트가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회의실에 모인 다른 동료들에게 모두 같은 속도로 주먹을 휘둘렀다. 아무도 맞지 않았다.
“받아야겠지?”
“아이고, 물론입니다. 이 제트는 그저 부담스러워서 그냥 해본 말이었습니다요. 그렇게 대단한 신의 축복을 받은 물건을 저 따위가 갖는다는 게 좀.”
“받아. 너 따위가 갖긴 대단한 물건이긴 하지만, 생각해보면 네놈도 동료가 된 후 지금껏 많은 활약을 해왔지. 네놈이 어디서 갑자기 마족들한테 뒈지면 우리 마음이 불편해진다고.”
제트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거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무라칸을 쳐다보았고, 무라칸은 낯간지러운 듯 손사래를 쳤다.
“예이! 잘 쓰겠습니다. 아주 성심성의껏 관리하면서 소지하겠습니다요.”
“제트.”
“예, 나리!”
“남은 하나는 콰울 박사에게 보내라.”
“오, 그러네. 하나는 콰울이 갖고 있는 게 맞겠군. 그 녀석에게 문제가 생기면 우리 연합 전체의 기술력이 무너지는 거니까.”
제트와 콰울, 그렇게 아율라의 축복을 가지고 있을 두 사람이 정해졌다. 진은 어쩐지 그 목걸이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두 사람과, 바멀 연합 전체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직감에 휩싸였다.
제트가 떠나자 동료들은 탁자에 펼쳐진 세계 지도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도엔 현재까지 확인된 진마계의 거점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전이된 거점 총 79개…… 그중 8할 이상이 해상이로군.”
각 세력의 영해 끄트머리와 중립 해역들.
전이된 진마계의 성과 요새, 도시들은 대부분 그곳에 형성되어 있었다. 바멀 연합과 루테로 연방의 본토는 각 세력이 전이를 막고 지켜낸 결과였다.
각 세력의 영토 내에 위치한 2할 정도의 전이 도시들이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었다.
영토 내에 형성된 진마계의 거점들은, 대부분 해상 도시들보다 훨씬 더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거점의 크기는 인세 주요 대도시들과 비슷했고, 그 속에 밀집된 병력은 아직 추산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숄 제후국에 형성된 진마계 성채는 어젯밤 폭풍선이 완벽하게 정리를 했어. 지휘관 한 명과 간부 다섯 정도만 다른 거점으로 피신했지.”
“칠색조와 제국의 조사단이 진마계의 성채 내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내로 보고서가 올라올 겁니다.”
폭풍선에 당한 숄 제후국의 성채는 내륙에 형성된 전이 도시 중 가장 규모가 작았다. 그러나 진은 폭풍선을 내륙 정리에 계속 투입할 생각이 없었다.
“폭풍선이 우선 수행해야 할 역할은 방벽입니다. 내륙 정리에 폭풍선을 사용하면 그 틈을 타 해역에 있는 진마계가 육지로 진출을 노릴 겁니다.”
당연하게도 진마계엔 벌써 폭풍선의 위력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이미 장군급 마족들이 몇이나 당한 것이다. 진마계는 폭풍선을 고대에 위명을 떨쳤던 공중요새와 비슷한 급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맞는 말이다, 진. 놈들의 본대가 내륙으로 들어서는 순간 연합의 선택지는 수비밖에 남지 않게 된다. 게다가 우린 민간인과 영토를 보호하며 싸워야 하니, 계속 불리해질 수밖에 없겠지.”
“예. 폭풍선을 중심으로 진마계의 해역 전체에 방벽을 세우고, 내륙은 나머지 병력이 직접 토벌을 해야 합니다. 베일과 아멜라 경은 황금함과 연계해서 방벽에 필요한 물품과 병력을 확인해서 말씀해주세요. 기동력과 대량 살상에 적합한 화력을 갖춘 이들은 주로 방벽에 투입될 겁니다.”
“넹, 알겠어용.”
“칫, 알았다.”
“아율라 님 덕에 당분간 지토가 다시 현현할 일은 없으니, 놈들도 그 방벽을 뚫으려면 최상위 강자들을 보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진마계의 최상위 강자들이 방벽을 뚫고자 부재하면, 그때는 역으로 연합 측에서 기습 침투를 시작할 수 있었다.
따라서 진마계 또한 마냥 유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애초에 진마계 전체가 완벽하게 지상으로 전이된 것도 아니며, 가장 압도적인 힘을 가진 지토는 현현이 불가능한 상황이니 말이다.
“내륙의 진마계 거점이 전부 토벌되면, 그때부터 우리가 진마계를 압박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질 겁니다. 물론 그게 가능하려면 내륙에 놈들의 거점이 전이되는 속도보다, 우리가 놈들을 토벌하는 속도가 더 빨라야겠죠.”
대규모 전이가 종료됐을 뿐, 전이 자체는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지금도 각 세력은 실시간으로 내륙에 형성되는 전이 균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결국 놈들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침공 시기는, 우리가 내륙을 정리하느라 전력을 쏟는 상황일 겁니다. 아직 진마계의 전체 병력을 알 수 없으니, 어쩌면 황금함까지 내륙으로 돌려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되기 전에 내륙 토벌을 끝내거나, 황금함을 양산할 수 있게 되거나……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들은 그것이겠군.”
“그렇습니다.”
이내 진이 지도 위 슈체론 왕국에 표시된 한 균열을 가리켰다.
“우선, 첫 번째로 토벌해야 할 지역입니다. 이곳으론 투벤 경과 헤이진 경, 가문의 집행기사들을 투입하겠습니다.”
그다음엔 델키의 남부였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델키 남부엔 메리 누님과 토나 형님들과 휘하 병력을 보내겠습니다. 루나 누님과 룬티아 누님은 각각 제국 중부와 남부에 형성된 균열을 제거하러 가셔야 합니다.”
이름이 불린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진은 헤도를 비롯한 연합의 다른 초월자들에게도 모두 토벌해야 할 지역을 할당했다.
다행히 현재 연합 내륙에 형성된 진마계의 거점들보다 초인의 숫자가 적지 않았다. 이제 곧 그들이 임무 지역으로 향하면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시작될 터였다.
“승리는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생존입니다. 각 지휘관들은 당장의 승리를 위해 목숨을 걸지 마시고, 밀린다 싶으면 즉시 퇴각한 후 지원을 요청하십시오. 한 지역에서 패배해 퇴각하더라도, 모두 생존해야 전체의 승리를 이룰 수 있습니다.”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꼬마, 너랑 나는 왜 내륙에 배정을 안 했냐?”
무라칸이 묻자 진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너랑 나는 해상으로 가서 일단 감히 인세를 침범한 놈들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한 번 봐야지. 준비해, 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