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84)
제 888화
221화. 예상치 못한 전개(1)
“너…… 너 이 개자식이!”
쿠칸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틸리아스는 뒤에서 쿠칸의 목을 붙잡은 채 그의 등을 관통한 검을 한 차례 돌렸다.
“크하악!”
쿠칸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마기를 폭발시켰다. 덕분에 틸리아스가 마기를 피하며 검을 회수하긴 했으나, 상처가 바로 회복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틸리아스의 가문, ‘비셉스’가가 본래 지배하던 땅은 진마계의 불멸지대.
불멸지대 출신의 마족들에겐 상대의 능력을 억제하는 힘이 있었다. 틸리아스는 바셋을 제외하면 그중 강한 권능을 소유한 인물. 쿠칸은 연신 핏물을 토하며 거리를 벌렸다.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이야? 설마, 저 틸리아스라는 마족은 진마계의 배신자인가? 뭐든, 일단 한숨 돌릴 수 있겠어.’
마침 붉은 기운이 폭주할 듯한 감각에 잠깐이라도 회복을 하고 싶던 차였다. 내내 빙화를 때려 부수던 미솔도 동작을 멈추고 혼이 나간 얼굴을 한 채 멀뚱멀뚱 마족들을 쳐다보았다.
“설마설마했는데, 이 빌어먹을 새끼…… 지토 님을 배신한 거냐? 쓰레기 같은 네 형처럼……!”
틸리아스는 싸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배신? 나는 단 한 번도 지토를 숭배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배신이란 말이냐? 네놈들은 그저 지금껏 속았을 뿐이다.”
“큭큭! 그래, 제대로 속았군. 그 긴 세월, 잘도 이런 힘까지 숨겨두고 있었어…… 지토 님의 진기에서 나오는 권능까지 차단하다니 말이야.”
“우린 지토를 죽일 수도 있었다. 파엘리토만 돌아서지 않았다면.”
“파엘리토가 계속 네놈들을 도왔어도 결과는 같았을 거다…… 크아아악! 모두가 네놈을 배신자의 핏줄이라고 손가락질할 때, 나는 단 한 번도 네놈을 무시한 적이 없다. 지토 님처럼, 나 역시 언제나 네놈을 높이 샀건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이냐!”
“미, 미솔! 미솔!”
“그래…… 너 같은 마족들이 조금 있었지. 차별과 편견 없이 나를 인정해주던 놈들이. 하지만 네놈도, 그놈들도 내 앞에서 비셉스의 일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고문했어. 그리고 지토에게 놀아나 그 끔찍한 사상을 추종했다.”
“이런 미친 새끼가! 비셉스가를 족치는 일에 가장 앞장섰던 게 바로 틸리아스, 네놈이었다! 무슨 개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그놈들에겐 비셉스의 악몽이라고 불리는 놈이……!”
“미솔!”
쿠칸의 말대로, 틸리아스는 얼마 남지 않은 반지토 세력을 가장 극렬하게 탄압했었다. 그렇기에 비셉스가 출신임에도 살아남아 마왕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건 틸리아스가 비셉스가에서 그런 ‘역할’을 맡기로 한 까닭이다. 틸리아스는 어두운 눈빛으로 쿠칸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토의 편에 선 척 동료들을 고문하고 죽여야만 했을 때…… 지토와 네놈들이 동료들을 죽이는 걸 즐거운 얼굴로 감상해야만 했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네놈들은 영원히 알 수 없겠지. 살아서도, 죽어서도.”
쿠칸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였다. 틸리아스는 지금껏 그런 식으로 진마계의 마족들을 속여왔던 것이다.
대화가 이어지는 사이, 시리스는 넋이 나간 미솔을 지나쳐 루나의 옆으로 다가왔다.
“1기수, 놈들에게 내부 분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 중하급 마족도 아니고, 마왕 중에 저런 첩자가 있다니, 오늘 수확이 생각보다 더 쏠쏠할 수도 있겠어.”
“틸리아스는 아마 예전에 오르갈이 진에게 언급했다던 반지토 세력의 핵심 인력일 겁니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반지토 세력은 우리와 손을 잡고 싶은 모양이군요.”
“우리와 손을 잡고 싶다고? 어떻게 알아?”
“……1기수께선 가끔 세상사를 몰라도 너무 모르십니다. 우리와 연계하고 싶지 않다면, 틸리아스가 왜 굳이 우리 앞에서 본색을 드러냈겠습니까?”
“아, 그런 건가?”
바이스는 소멸했고, 틸리아스는 본색을 드러냈다.
쿠칸은 자신이 살아서 돌아갈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을 직면해야만 했다.
‘백경은 건재한데 바이스는 뒈졌고, 난 중상…… 믿을 건 미솔뿐인데, 이 멍청이가 틸리아스처럼 숨겨둔 힘이 있을까? 열 받으면 우리 중 가장 강했던 건 사실이지만…… 미솔에게 힘이 있어도, 최소 레일라 정도는 되어야 답이 나올 텐데.’
시이잇……!
틸리아스의 검으로 묵직하고 예리한 보랏빛 마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쿠칸은 미솔 쪽으로 내달렸다.
“미솔! 너 아직 지토 님의 살점을 가지고 있지?”
미솔은 네 명의 마왕 중 유일하게 살점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루나는 전투가 급박해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말이다.
“미솔?”
“이리 내놔라! 내가 회복해야 우리가 살길이 조금이라도 열린다. 틸리아스의 권능 차단 때문에 지원도, 공간 도약도 불가능하다고. 빨리 내놔!”
“미솔솔.”
미솔이 품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쿠칸은 그의 굼뜬 동작에 잠시 열이 뻗쳤으나, 다행히 틸리아스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틸리아스 놈은 미솔을 의식해서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일 테지. 백경은 이 상황이 의아하니 일단 가만히 있는 것이고. 백경이 몇 초만 더 가만히 있으면, 살점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쿠칸은 머리가 터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며 땅바닥에 처박히는 수모를 겪었다. 엄청난 괴력이 담긴 무언가가 쿠칸의 머리를 강타한 것이다.
미솔이 살점을 꺼내는 척 품속으로 넣은 주먹이었다.
“크억……!”
콰앙-!
미솔의 주먹이 한 번 더 쓰러진 쿠칸의 머리통을 강타했다. 쿠칸은 머리가 반쯤 찌그러진 채 겨우 고개를 들어 미솔을 올려다보았다.
“나는너같은놈을아주혐오해. 너는지성도없고의지도없는, 그저지토의노리개일뿐이야. 고등생명체로서의자격이없어.”
자신의 이름만 말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미솔은 극히 빠르면서도 정확한 발음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루나와 시리스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와…… 저 미솔미솔 하던 녀석도?”
“연기력이 보통이 아니네요.”
미솔도 틸리아스처럼, 지금껏 다른 마족들을 속여온 것이다. 미솔 휴완 역시 비셉스의 핵심 간부였다.
“미, 미솔. 이게 무슨 짓…….”
“이상황에그걸묻다니정말멍청하군. 바보는내가아니라, 바로네놈들이야. 고통따위로지배하는세상을, 어떻게추종할수가있지? 너흰끔찍한존재들이다. 지토와너흰이세상에서, 사라져야해.”
쿠칸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어느새 틸리아스는 쿠칸을 내려다보며 자줏빛으로 물든 검을 그에게 겨누고 있었다.
“너는 장렬하게 싸우다 전사한 걸로 처리가 될 거다, 쿠칸 텐. 그간 나를 믿으며 동등하게 대해준 대가라고 해두지. 뭐, 그래봤자 지토는 네놈이 어떻게 죽었든 그저 살점을 잃었다는 사실에만 분개할 테지만 말이야.”
“사, 살려.”
푹!
틸리아스의 검이 쿠칸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쿠칸은 잠시 헐떡거리다 절명했는데, 쿠칸의 남은 진기가 칼날을 타고 틸리아스에게 흡수되는 모습도 이어졌다.
“고생했어틸리아스, 이걸로동료들의원수를조금은갚았군.”
“오늘 이놈 따위가 아니라 다일러스나 레일라 급의 다른 놈들을 잡을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테지.”
틸리아스가 품속에서 담배를 꺼내 물며 말했다.
“곧그렇게될거야.”
루나와 시리스가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루나는 여전히 크란텔을 쥐고 있었으나, 틸리아스와 미솔은 무기를 거둔 채였다.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해줘야겠는데.”
“무기부터좀치우지, 대화를하고싶다면. 인간들은그정도예의도없나?”
“됐어, 미솔. 인간들은 아직 우릴 신뢰할 수 없을 테니 당연한 반응이다.”
“아무래도 우리 입장에선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니까 말이야. 이것도 다 지토라는 놈의 쇼일 수도 있잖아?”
“쇼? 말조심해라인간, 우린만년이넘도록, 수백억단위의희생을치렀어. 자유를얻기위해서. 이런쇼를본적이있나?”
“미솔, 인간들은 그것도 이해하기 어려워. 우리가 도와달라고 말해야 하는 입장이니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자고.”
“하지만인간도 우리도움이필요해, 우리도움없이는지토를, 절대못죽여.”
“루나 룬칸델, 우리 둘을 다시 정식으로 소개하도록 하지. 나는 진마계 불멸지대의 지배자였던 비셉스가의 일원이자, 현재 진마계에 남은 유일한 반지토 세력 비셉스의 간부 틸리아스 비셉스다. 여기 말 빠른 친구는 미솔 휴완, 마찬가지로 비셉스의 간부지.”
“그러니까 너희 가문과 반지토 세력의 이름은 둘 다 비셉스라는 뜻이지?”
“그렇다.”
“너희도정식으로소개해줘. 제발예의를차려줘. 우린지성인들이잖아. 게다가앞으로는동맹이될수도있고.”
“아…… 그래. 룬칸델 1기수, 루나 룬칸델이다. 만나서 반갑군.”
“비궁의 소궁주 시리스 엔도르마.”
“우린 보다시피, 비셉스가 아닌 척 지토와 진마계를 속이고 있다. 방금 지토의 쇼가 아니냐고 물었는데, 솔직히 너희 눈앞에서 쿠칸을 죽이기까지 했으니 여기서 더 우리 뜻을 증명할 방법은 잘 모르겠군. 이미 알겠지만, 우리가 제 실력을 다 발휘했다면 바이스도 그렇게까지 쉽게 죽일 순 없었을 거다.”
루나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 거짓말 같지는 않아. 너희 둘이 숨기고 있던 힘을 다 꺼냈다면 아마 우리 소궁주는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 같군. 음, 우리와 동맹을 맺고 싶다는 것이냐?”
“그렇다. 미솔이 말했듯이, 너흰 우리 도움 없이는 결코 지토를 끝장낼 수 없어. 인세는 반드시 파멸하게 될 거다.”
“그런 협박성 동맹 요청은 듣기 거북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하는지도 아직 모르겠고 말이지.”
“너희 수장, 진 룬칸델과 통신을 할 수 있겠나. 가능한 자세한 내막을 이야기해주겠다.”
“어렵지 않지. 그런데 너희 수장은 누구냐?”
“바셋 비셉스, 내 형님이다.”
“우리 소가주, 총수와 꼭 직접 대화하고 싶다면 너희도 그에 걸맞은 인물이 나와야지. 게다가 지금은 통신기가 먹통이거든. 이거, 네가 그렇게 만든 거지?”
루나가 대답하자마자 통신기가 공명음을 울리기 시작했다. 전투가 시작된 후 루나 측에서 아직 한 번도 연락을 주지 못했으니, 계속 상황실에서 통신 요청이 오고 있던 것이다. 틸리아스가 권능을 부린 결과였다.
“……우리도 형님과 연락을 하기 위해선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지토 휘하의 마왕 신분이니까. 대신 우린 먼저 속을 다 드러냈으니, 조금만 편의를 봐주면 좋겠군. 진마계 수십억의 목숨과, 인세 전체의 목숨이 달린 문제다.”
루나는 몇 초쯤 틸리아스와 눈을 맞췄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 속에서 무언가가 간절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내 루나는 통신기를 작동시켰다.
“여기는 1기수, 우린 무사하다. 소가주께 대화를 요청한 마왕이 있으니, 즉시 소가주를 모셔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