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892)
제 888화
223화. 불편한 만남들(4)
켈리악이 독마성의 3번 감옥으로 간 후 사흘이 흘렀다.
그리고 바멀 연합은 밀라 왕국의 한 주점으로부터 한 서신을 받았다. ‘장막’이라 불리는 이름의 최고급 회원제 주점으로, 그곳은 미샤의 주 은신처 중 하나였다.
“오…… 놀랍군. 인세 어딘가에 정기적인 연락망을 만들겠다더니, 설마 여길 이용할 줄이야.”
장막을 통해 편지를 보낸 건 다름 아닌 틸리아스와 미솔이었다.
“하? 그 망종의 은신처를 어떻게 찾은 거지? 신통한 놈들일세. 꼬마, 나도 이제 회복 끝났으니 같이 가자.”
진과 무라칸은 즉시 붉은부엉이를 타고 밀라 왕국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지배인의 안내를 따라 안쪽 방으로 들어서자 틸리아스와 미솔이 일어서서 두 사람을 반겼다. 틸리아스와 미솔은 장막의 고급 음식들을 즐기고 있었다.
“다행히 복귀한 이후 별 고초 없이 잘 넘어간 모양이군. 틸리아스, 미솔.”
“그렇게 됐다.”
“인세는음식이정말맛있다, 너흰맨날이런거먹으면서살아? 우린지옥에떨어진 영혼들을가공해서먹는게 대부분이거든. 그보다옆에는흑룡무라칸인가?”
“이 녀석 말이 왜 이렇게 빨라. 그래, 무라칸이다.”
“만나서반가워무라칸. 나는미솔. 알겠지만여긴틸리아스. 정식으로인사할게.”
“이번에도 설명은 대부분 틸리아스가 하는 걸로 하지…… 미솔, 이해해줘.”
“물론이지진룬칸델.”
진이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을 살폈다.
“이곳은 어떻게 찾았나?”
“인세에서 가장 출입하기 힘들다는 일반 시설들을 찾아보았다. 그중 킨젤로와 지플 쪽에 있는 건 제외하고, 휴페스터와 중립 지역 위주로 찾았다. 그리고 실키아 아르시아라는 이름으로 예약을 진행했더니, 오직 이곳만 흔쾌히 받아주더군.”
“실키아 아르시아?”
“성국수호전 당시 흑룡 미샤에게 도움을 받았던 진마계의 일원이다. 비셉스의 일원이기도 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나, 진은 제피린으로부터 성국수호전 당시 마족군은 진마계와 중간세계의 마족들이 혼재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들은 적이 있었다.
“엥? 그 악귀 말종이 성국수호전 때 진마계의 마족을 도운 적이 있다고? 그런 얘긴 들은 적 없는데? 내가 그 악귀 말종이랑 평소 말 섞는 걸 싫어하긴 하지만.”
“흑룡 미샤에게 직접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샤는 현재 솔더렛의 대리를 수행하고 있으니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이내 진은 지배인을 불렀는데, 그는 틸리아스의 말이 사실이라 대신 답해주었다.
“주인께선 저희 장막처럼 외부 영업을 하는 모든 은신처에 실키아 아르시아라는 이름을 알리셨습니다. 받아야 할 빚이 있는 인물이니, 언제든 예약 문의가 오거든 꼭 허가하라고 하셨습니다. 실키아 아르시아 외에도 그런 인물이 몇 더 있습니다. 대부분은 용이지요.”
지배인이 물러가자 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매수될 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며, 설령 틸리아스와 미솔에게 세뇌나 정신 조작 능력이 있다 한들 굳이 장막을 고를 이유가 없었다. 그런 능력이 있다면 티칸이나 휴페스터의 누군가를 고르는 게 나은 것이다.
“신기한 인연이로군. 미샤 님은 그가 진마계의 일원인 걸 알고 도우신 건가?”
“아마 그냥 마족이라고만 인지했을 것이다. 당시 실키아는 많은 마족들이 그랬듯 강제로 징병 된 입장이었고, 탈영을 하기에 이르렀지. 추격조를 피하다 부상을 당한 채 어느 동굴로 들어갔다가 흑룡 미샤를 만났다고 들었다.”
“그 말종은 누굴 돕고 그럴 만한 인물이 아닌데, 특히 마족이라면 더더욱.”
“글쎄…… 그때 흑룡 미샤가 실키아를 도운 이유는 나도 모른다. 실키아는 미샤가 아니었다면 분명 죽었을 것이다. 어쩌면, 미샤는 실키아에게서 무언가를 봤을지도 모르지.”
“예를 들면?”
“세상을사랑하는마음같은것.”
미솔의 대답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우리도 실키아에게 이 얘길 들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너와 접촉한 이후 처음 들었지. 실키아가 우리와 너희의 접선 결과를 듣고 알려준 사실이다. 자기 이름으로 인세의 최고급 주점들에 문의를 해보라고. 덕분에 이렇게 빨리 연락망을 구할 수 있던 것이지.”
미샤와 실키아의 인연이 신기하긴 하나 지금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여부는 미샤가 잠시 인세로 나올 때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었다.
“좋아, 납득하고 넘어가지. 그렇다면 이번에 연락한 이유를 듣고 싶군.”
“너희에게 알려야 할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무엇이지?”
“네 형제들에 대한 이야기다.”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형제들이라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진 자들. 뮤 룬칸델과 앤 룬칸델, 그리고 란 룬칸델과 뷔고 룬칸델.”
진마계, 즉 지옥의 존재가 밝혀진 이후 진은 종종 그곳에 떨어졌을 게 분명한 인물들을 생각했었다.
멜타도어 제후국의 롬프에 열린 첫 번째 전이 균열을 확인하러 갔을 땐 키다드 홀을 떠올렸고, 진마계 최대 해상 주둔지를 찾아간 날엔 고문받는 인간의 영혼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그곳 어딘가엔 자신이 죽인 악인들과, 형제들이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지금 틸리아스는 그게 현실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지옥에 있었나?”
“그렇다. 그리고 파엘리토는 그들을 이용해서 루나 룬칸델에게 타격을 주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지.”
물론 파엘리토는 틸리아스와 미솔에게 그런 계획을 말한 적이 없다. 단지 진마계 전역에 영혼주 생산을 금지한다는 지시만 내렸을 뿐.
비셉스는 그 명령을 기반으로 이유를 추측했고, 최근 그 추측을 확신으로 바꾼 정보를 얻은 상태였다.
-그럼 그럴까? 흠, 어쨌든! 언젠가 그 엇나간 녀석들을 다시 만나는 날이 온다면, 그때라도 꼭 혼을 내줘야겠다.
-다시 만날 일이 있겠습니까.
-나도 언젠간 늙어 죽을 테니 사후세계 같은 곳에서 만나게 되지 않을까?
-사후세계가 실존한다 해도 누님과 그들은 아마 다른 곳에 있을 겁니다.
-그런가? 아무튼 내 마음이 그렇다는 거야. 꼭 혼내준다. 언제가 됐든, 만나기만 하면.
루나가 흑해에서 검의 정원으로 복귀한 날 진과 나눈 대화.
당시 루나는 조슈아를 비롯해 흉신에게 붙었다가 죽은 형제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듯 말했었다.
언젠가 만나면 꼭 혼내주겠다고 주먹을 그러쥐긴 했으나, 진은 내심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영혼주라는 게 있다. 지옥에 떨어진 인간의 영혼을 가공해서 만드는 마족들의 술이지. 파엘리토는 그들을 찾기 위해 영혼주 생산을 중단시켰는데, 나와 미솔은 백경과 전투를 치르기 전에 독마성을 갔었다. 그런데 독마성의 주인인 라갈은 영혼주를 마시고 있더군.”
독마성에도 비셉스의 첩자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지하 감옥의 간수였는데, 그는 최하층의 1, 2, 3번 감옥을 직접 관리하진 않으나 어느 정도는 그 감옥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위치였다.
“라갈이라면…… 엘로나 지플을 부상에 빠뜨렸다는 그 마왕인가? 독을 다루는.”
“그렇다. 라갈 펀, 그는 평소 파엘리토를 넘어서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인물이지. 어째서인지 지토의 총애를 받는 중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독마성에 심은 첩자가 말하길, 네 형제들로 추정되는 자들을 라갈이 확보했다고 하였다.”
라갈은 비열한 수를 이용해 엘로나 지플마저 위협한 자다. 그런 라갈이 루나의 약점이 될 만한 패를 쥐고 있다 생각하니 속이 답답해졌다.
“그래서 라갈은 영혼주를 마시고 있던 거군. 그들을 빼낼 수 있나?”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독마성 최하층 감옥은 특별 관리 지역이니 우리 첩자들도 더 깊게 접근할 수는 없다.”
“파엘리토에게 라갈이 그들을 붙잡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건?”
“그 둘은 분명 극명한 실력차가 있으나, 지위는 비슷한 수준이다. 라갈이 명령불복종 같은 걸로 처벌 받을 리는 없어. 지토가 감싸고 돌 가능성도 높고……. 무엇보다, 네 형제들이 라갈에게 있든 파엘리토에게 있든 결과는 같다. 백경에게 정신적인 타격을 주게 될 테지.”
마족들은 여전히 인세 곳곳에 쉴 새 없이 균열을 형성하는 중이었다. 최선봉에 서서 그들을 진압하고 있는 루나를 당분간 전장에서 제외시키는 건 어려운 일.
이대로라면 루나가 형제들을 만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들이 전투에 투입되는 날을 알 수 있겠나?”
“그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독마성 지하 감옥 최하층이 개방되는 날을 우리 첩자들이 확인만 하면 되는 거니까.”
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에게 설치형 통신기를 내밀었다.
“통신기다. 장막에 이걸 설치하고, 지옥에 있는 내 형제들이 전장에 나올 때 즉시 통신을 요청해줘.”
“그때만 백경을 대기시키고, 네가 직접 전투를 할 생각인가.”
“그래. 그런데 틸리아스. 이미 죽은 영혼을 한 번 더 베면…… 어떻게 되는 거지?”
“소멸이다. 더는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 지옥에도 남을 수 없고, 윤회의 길에도 오르지 못한다.”
진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알려줄 정보는 없나?”
“파엘리토의 동생, 레일라 벨가시움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자가 지토의 명령을 받아 뭔가 따로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듯한데…… 아직 확보한 내용이 없어. 다만, 레일라 벨가시움도 곧 인세에 나타날 거다. 그자는 지금껏 상대한 다른 마왕들과는 격이 다르니, 조심해라.”
“알았다.”
“다음에 만날 때도 이곳을 통해 연락하겠다. 우린 지난번 전투 이후 당분간 휴식을 허락받았으니, 조금은 너희와 자유롭게 연락할 수 있을 것이다.”
* * *
같은 시각, 독마성.
켈리악은 라갈의 배려를 받아 그와 함께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벌써 지플 쪽 쓸 만한 영혼들을 다섯이나 찾다니…… 친구를 만난 게 참 행운이야, 그렇지? 오늘은 그래서 너를 감옥에서 꺼내준 거야. 매번 그런 칙칙한 곳에서만 마시면 기분이 안 나잖아?”
켈리악은 대답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건배하려는 찰나, 별안간 한 하인이 만찬장으로 달려왔다.
“라갈 님!”
“무슨 일이냐?”
“최하층 감옥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죄수 넷이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뭣!”
라갈은 바로 지하 감옥으로 달려갔다. 간수들은 모두 의식을 잃은 모습이었고 1, 2, 3번 감옥은 활짝 열린 채 텅 비어 있었다.
“당장 극독지대 전체를 봉쇄하고, 놈들을 찾아라!”
이내 라갈은 뒤늦게 자신을 따라온 켈리악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켈리악 지플…… 나는 너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감히 이런 식으로 내 뒤통수를 쳐? 지옥이 왜 지옥인지, 지금부터 이 라갈이 직접 알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