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01)
제 999화
227화. 새로운 적, 적들의 적(3)
[그렇습니다, 소가주. 그리고 조슈아와 켈리악 지플이 협력을 하는 건 확실하지만, 그들이 완벽한 동맹일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군요.]“그럴 겁니다, 집사장. 아마 조슈아가 먼저 가네스토의 피를 각성한 후, 켈리악을 찾아가서 그를 치료했겠죠. 그는 혼돈에 잠식되어 죽어 가고 있었으니. 게다가 쉬누 역시 태양신교의 전대 명왕족 투신에게 상당한 부상을 당한 상태였는데, 그 또한 로키아가 해결해줬을 겁니다.”
진은 잠시 두 사람의 목적이 무엇일지에 대해 생각했다.
‘켈리악의 목적은 자신을 배신한 베라딘과 가문의 일원들에게 복수하고 지플을 되찾는 것이겠지. 로키아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그 과정을 이용하려는 것이고.’
로키아의 목적은 곧 가네스토가 전체의 목적이다.
-다이애나, 넌 이 세상이 온당하다고 생각해?
-뭐?
-그렇잖아. 이 세상에서 굳이 따지자면 정의와 해방을 추구하는 쪽은 우리인데, 세상의 지배자가 되겠다고 온갖 역사 조작과 패악을 일삼는 지플보다 우리가 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일까?
문득 케이탐의 그림에서 들은 로키아의 말이 떠올랐다.
‘본인이 온당하다고 생각한 모습을 구현해 놓은 것일 수도 있겠군, 로키아의 세계라는 건. 단지 취미, 혹은 개인적인 만족감만을 위해 그런 세계를 만들었을 리는 없을 테니…… 혹, 세상을 멸망시키고 자신이 만든 세계로 인세를 대신하고 싶은 건가.’
그렇다면 지금껏 드러난 로키아의 행보도 어느 정도는 설명이 되었다.
[지금부터 로키아의 세계라는 공간을 찾기 시작해야겠군요. 이제야 그녀가 정말 가문을, 천 년 전의 우리를 배신했다는 실감이 납니다…….]“이제껏 인세의 모든 거대 세력을 상대로 한 번도 꼬리를 밟히지 않았으니 쉽지는 않겠죠. 다만 마지막에 앤이 보여준 반응을 보면 로키아에겐 흑해와 관련한 약점이 있을지도 모르니, 아버지와 원정대 쪽에서 무언가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하긴, 원정대가 인세로 돌아온다면 그땐 네 아비가 흑해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것 같긴 하네.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지만.”
“물론 우린 우리대로 계속 알아보고 있어야지. 진마계를 상대하는 와중 당장 단서도 거의 없는 로키아 쪽에 섣불리 인력을 투입할 수 없을 뿐. 여전히 우선순위는 당장 보이는 적들이야. 진마계와 적명족부터 처리를 해야 다음으로 갈 수 있다.”
진마전쟁과 적마전쟁.
그 전쟁들이 끝나면 마침내 이 시대를 거머쥐는 쪽을 가리는 ‘최후의 전쟁’이 시작될 터였다.
진마계와 적명족은, 어떤 면에선 그 마지막 싸움을 위한 일종의 관문일지도 몰랐다.
지하 세력을 극복해 낸 자들만이 최종 결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이라.”
“지플, 킨젤로, 가네스토가, 태양신교, 황실. 문득 진마전쟁과 적마전쟁이 끝날 때 그중 몇이 살아남아 우리에게 흉수를 뻗을지 궁금하군. 얼마나 살아남든, 우린 반드시 최후의 승리를 거머쥔다. 진마계와 적명족에게 계속 발목이 잡혀 있을 순 없어.”
전부터 해 온 생각이었다.
진마계와 적명족이 인세를 침공한 이후, 바멀 연합을 비롯한 인세의 모든 거대 세력들은 분명 주도권에서 밀리고 있었다.
진마계와 적명족이 전이 마법과 압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늘 선공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중 룬칸델은 그나마 루나가 진마계 선제공격 임무를 맡고 있기는 하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건 그렇지. 어쩔 생각이냐? 꼬마.”
“이제 로키아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 로키아는 다른 가네스토들, 그리고 켈리악과 더불어 진마계를 이용하려는 낌새지. 그러니 그 음흉한 자가 그걸로 무언가 큰 이득을 얻기 전에, 진마계를 끝장내야 해. 적들 중 로키아야말로 가장 예상키 어려운 변수니까.”
“오호, 그건 꽤 마음에 드는 소리로군. 안 그래도 나 역시 튼튼이가 놈들 꽁무니만 겨우 쫓아다니던 게 답답하던 차였다. 그렇다면 이제 방벽을 진격시킬 거냐?”
“방벽의 병력도 진격시키고, 너랑 나도 최전선으로 간다. 지금껏 놈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만 움직였어. 가장 안전한 방향으로만 대응해서는 놈들을 박멸할 수 없다.”
회의실에 모인 이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얼마 전에도 비슷한 대화가 오갔었다.
진은 그때도 본격적으로 전선에 나서고 싶었으나, 동료들은 황금함대와 이엘로의 양산형이 개발 완료될 때까지만 버티자며 그를 만류했었다.
진은 동료들의 판단을 존중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막내, 진심이니?”
“예, 누님.”
“우린 물론 네 판단을 따르고 명령에 복종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개전 후 진마전쟁의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한 건, 진마계에 대한 정보 부족도 있지만 사실 민간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의 때문이기도 했어. 우린 휴페스터, 바멀 연합의 지배자로서 그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으니까.”
“맞습니다. 방벽 전선에 모든 병력을 투입하진 않을 겁니다. 당연히 영토를 지키기 위한 전력을 남겨야 합니다. 하지만 저와 무라칸을 비롯한 연합의 최상위 전투원들이 방벽으로 합류한 걸 확인하면, 진마계는 어떻게든 우리 본진에 더 많은 균열을 뿌리려고 할 테죠.”
“그래, 내가 걱정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이다. 그러나 막내 너라면 분명 생각해 둔 바가 있을 것 같구나.”
“놈들이 우리 땅에 전보다 더 많은 균열을 만드는 걸 생각조차 못 할 만큼, 강력하게 몰아붙여 볼 겁니다. 황금함대가 완성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어떻게?”
“지플, 그리고 킨젤로. 그들이 나서게 만들 생각입니다.”
진은 흉신전 극초기에 벌어진 한 가지 사건을 떠올렸다.
진이 라프라로사에서 막 돌아온 때였다.
진은 로사가 변한 걸 인지하고 일부러 룬칸델보다 세상에 먼저 자신의 복귀를 알렸고, 홀로 검의 정원으로 향했었다.
당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지플과 킨젤로는, 진과 무라칸이 타락한 검의 정원과 싸우는 동안 룬칸델을 끝장낼 계획을 세웠다.
약속이라도 한 듯 두 세력 다 함대와 병력을 이끌고 검의 정원으로 향했던 것이다.
지금 진은 그때와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자신이 먼저 그로쉬에 성으로 진격하는 순간, 다른 세력들도 전부 가세하는 그림을.
흉신전 때처럼 임시 동맹은 아니어도, 인세 거대 세력들에게 진마계는 어떻게든 치우고 싶은 공공의 적이니 말이다.
분명 진마계는 룬칸델과 지플, 킨젤로 모두의 계획에 재를 뿌려 대고 있었다.
진이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자 루나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소가주의 말씀대로 된다면, 굳이 황금함대와 이엘로 양산형을 완성하지 않아도 진마계를 제대로 압박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 첩보에 의하면, 루테로 연방이 치르는 중인 적마전쟁은 다소 지지부진해졌다고 했으니까요. 현재로서는 적명족의 힘이 빠진 것 같다는 게 첩보원과 책사들의 평가입니다. 엘로나 지플에게 너무 많은 함대와 병력을 잃었어요.]“적명족이 덜 날뛰는 대신, 루테로 연방의 영토에도 끊임없이 진마계의 전이 균열이 발생하는 중이죠. 실제로 엘로나 지플이 라갈에게 당하기도 했었고. 지금은 지플에게도 적명족보다 진마계 쪽이 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세 세력의 동시 진격에 진마계가 그대로 주저앉는다면, 우린 황금함대와 이엘로 양산형을 공개하지 않고 다음 전쟁에 사용하게 될 수도 있겠군요.]“그런 요행까지 따라준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물론, 동시 진격 중 전선이 얽히면서 우리 역시 지플, 킨젤로와 전투를 하는 순간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베라딘이나 오르갈 모두 머리가 없지 않으니, 인세끼리의 교전을 무리하게 키울 일은 없습니다.”
“인세끼리의 흑백은 당장 다구리를 까서 진마계부터 없앤 후 가릴 문제니까 말이지. 그런데 꼬마, 만약 지플과 킨젤로가 이 계획에 따라오지 않으면 어쩔 셈이냐?”
“그럴 일은 없어.”
“만에 하나라도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말이다.”
“그건 간단해. 방벽에 새로 투입된 병력을 다시 본진으로 복귀시키면 그만이야. 각 전선 상황 파악은 어차피 통신기로 바로바로 공유할 수 있고, 복귀는 붉은부엉이와 모트가 있으니 순식간이지.”
“아, 하긴 그건 그렇군.”
“일단 시도해 보고, 적들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우린 거의 잃을 게 없어. 지토가 갑자기 우리 본진에 등장하기라도 하지 않는 한.”
그런 게 가능했다면 바멀 연합은 진작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게다가 설령 지플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와 킨젤로는 무조건 진격해. 오르갈은 애초에 우리 요청도 없었는데 방벽으로 먼저 지원군을 보냈을 정도니까. 연합과 킨젤로가 진격한 사이 진마계가 아니라 지플이 우리 본진을 친다? 이것도 가능성이 희박해. 적명족이 아무리 주춤하고 있어도, 지플에겐 우리 본진까지 칠 여력이 없을 테니까.”
결정이 났다.
연합원들은 방벽에 추가로 투입할 초인을 누구로 선정할 것인지, 병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선 나와 무라칸은 무조건 최전선, 황금함대와 함께 움직입니다. 루나 누님도 이쪽에서 함께 돌파에 참여하느냐가 관건인데…….”
[저는 1기수가 선제타격 임무 때와 마찬가지로 별동대처럼 움직이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소가주와 무라칸이 정면을 뚫는 사이 1기수가 적들의 방어선을 휘젓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소가주와 무라칸에게 힘을 보태고요. 그리고 3기수는…….]우웅-!
한창 의견이 오가는 와중, 별안간 또 통신기가 진동했다.
네 번째 통신, 다시 티칸으로부터 걸려온 통신 요청이었다.
{진 공자! 지금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약 여섯 시간 전, 지플의 대규모 함대가 이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목적지로 유추되는 곳은, 그로쉬에 성입니다!}
카시미르의 말에 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로쉬에 성이라 하셨습니까?”
{예, 지플이 본격적으로 진마계로 병력을 투입하려는 모양입니다.}
현재 지플의 가주는 베라딘이다.
지플이 그로쉬에 성으로 진격을 시작한 건 베라딘의 결정이라는 뜻.
‘베라딘……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군.’
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켈리악 때문에 애가 망가진 상태지만, 그래도 아직 베라딘과 내가 통하는 구석이 있군요. 지플이 먼저 움직여 줬으니, 우리도 어서 화답을 해 줍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