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12)
제 999화
228화. 격전의 그로쉬에 성(9)
* * *
그로쉬에 성 내부.
마족들은 쉴 새 없이 사키엘에게 전황 보고를 올리고 있었다. 사키엘은 작전실에 위치한 수십 개의 수정구를 확인하며 각 방어선으로 지원군을 보내는 중이었다.
“사키엘 님! 우측 1차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백경을 필두로 룬티아 룬칸델과 비궁의 소궁주, 그리고 지플의 함대가 계속 밀고 들어오는 중입니다!”
“보고가 늦다, 그들은 이미 2차 방어선까지 두들기고 있어. 더 빠르게 움직이고, 그쪽으로 13군을 더 보내도록.”
“알겠습니다!”
“정면, 진 룬칸델의 군대가 3차 방어선을 돌파하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대부분의 포들이 무력화되었으며, 저지를 시도한 밀리어스 키탈린 마왕께서 전사하셨습니다.”
“지금 막 키탈린가 전체 소환이 끝났다. 차원문을 열 테니, 그들에게 바로 정면 3차 방어선으로 지원을 가라고 전하라. 가문 전체가 가는 만큼 밀리어스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후면은 1차 방어선이 뚫린 이후 지플이 밀고 들어오는 속도가 다소 느려진 상태입니다. 그건 놈들의 함대가 분산된 이유인데, 그만큼 또 함대가 충원되는 중입니다. 집결이 끝나면 다시 속도를 올리리라 판단됩니다.”
“좌측도 상황이 비슷합니다, 다만 아직 오르갈은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으나 사키엘은 가슴이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예상보다 방어선이 너무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길어야 열흘. 아니…… 어쩌면 일주일조차 버틸 수 없을지 모른다.’
당연하게도 현 상황은 사키엘이 원한 그림과 무척이나 거리가 멀다.
사키엘은 지토로부터 인세 침공에 대한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권한을 받았고, 따라서 그 과정에 얻는 성공과 실패는 모두 그녀의 몫이었다.
정확히는 그녀와 파엘리토의 몫이었다. 자신과 그로쉬에가가 잘못되는 건 견딜 수 있으나, 파엘리토가 형벌을 받는 일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병력이 소환되는 것보다 죽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게다가 진짜배기 마왕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은 거의 충원되지 않고 있어.’
최상위 마왕과 대량의 병력을 소환하는 건 사키엘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건 지토, 그리고 파엘리토를 비롯한 극소수 마왕들에게만 가능한 일이었다.
‘……대체 지토 님은 무슨 생각이신 것이지? 파엘리토 님은 성국에 있는 육신을 위해 아끼신다 하더라도, 다른 마왕들과 상급 병력은 얼마든지 더 보내주실 수 있을 텐데.’
진마계 본진을 방어하려는 의도라기엔 당장 그 관문이나 다름없는 그로쉬에 성이 공략되게 생겼다.
‘비셉스를 견제하고자 본진 병력을 유지하시는 건가? 아니, 그럴 리가. 비셉스가 어떤 저력을 숨기고 있든, 감히 지토 님을 위협할 정도는 될 수 없다. 그저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는 도망자들 따위가.’
이미 지토에게 수차례 지원 요청을 올렸으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따라서 사키엘은 어떻게든 남은 병력과 자신의 능력만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만 했다.
“지금부터 대마법을 준비하겠다.”
“사키엘 님, 대마법이라 하심은……?”
“상실의 장.”
마족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상실의 장은 마족들 사이에서 가장 금기되는 마법 중 하나로, ‘망각주기’를 억지로 재현하는 효과가 있었다.
무리한 재현인 만큼 수많은 부작용이 존재하는 마법. 상실의 장은 본래의 망각주기와 다르게 기억뿐만이 아니라 대상이 가진 권능과 힘도 함께 소실시켰다.
또한 피아를 구분해서 사용할 수 없으며, 마법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대가 또한 참혹했다.
“……사키엘 님, 설마 자폭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것밖에 방법이 없어 보이니 어쩔 수 없다.”
“죽은 병사와 대장군들을 모두 제물로 이용한다 할지라도, 상실의 장을 펼치기엔 부족할 겁니다.”
“나 자신, 그리고 내가 가진 지토 님의 진기까지 보태면 제물은 충분하다.”
“사키엘 님을 잃을 순 없습니다. 차라리 저희가……!”
“너희의 능력이 나만큼 높았다면 그리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빼고 너희만 제물로 써서는 부족하다는 걸 알지 않느냐. 지토 님, 그리고 진마계 전체를 위한 선택이니 괴로울 이유는 없다.”
마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놈들이 도달하면 상실의 장을 사용하며 그로쉬에 성 전체를 폐쇄하고, 진마계로 통하는 차원문을 파괴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지토 님께서도 추후 인세로 나올 수 없게 되시지 않습니까?”
“아니, 내가 파괴하더라도 현재 지토 님은 충분히 다음 차원문을 금방 형성할 수 있는 상황이시다. 상실의 장을 통해 적들에게 성공적인 타격을 가한다면, 오히려 인세는 지토 님께서 뜻을 펼치시기에 훨씬 편안한 상태가 되겠지.”
계획이 성공하면 사키엘은 인세의 전력 대부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게 될 것이다.
‘놈들은 우리 진마계의 어둠계 마법에 대해서 잘 모른다. 그러니 상실의 장에 미리 대비할 수는 없을 테지. 하지만…… 지플의 마신석이 마음에 걸리는군.’
마신석의 역사 조작 능력에 대해선 진마계도 이미 정보를 파악해두었다. 사키엘이 보기에 마신석은 어쩌면 상실의 장의 상위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도구였다.
‘하나 만일 마신석이 상실의 장을 무력화할 수 있다 할지라도, 지플 또한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역사를 조작할 수 있다면 그들은 이미 인세, 아니. 세상의 유일한 지배자들이어야 했다.’
그리고 진의 존재도 신경이 쓰였다.
‘진 룬칸델…… 단지 그간 그자의 활약으로 인한 기우일까, 왠지 그자에겐 상실의 장을 견딜 수 있는 무언가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지.’
물론 그 경우에도 지플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대가가 필요하리라. 설령 진이 상실의 장을 견뎌낸다 할지라도 다른 이들이 당하는 것까지 보호해줄 수는 없을 터. 사키엘은 그렇게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면, 이게 최선이었다.
“현 시간부로 방어선을 지키는 모든 마족들에게 제물 사용을 금한다고 전하라. 전사자들은 모두 상실의 장에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지토 님의 진기 또한 모두 회수하도록. 그 역시 제물로 사용해야겠다.”
“알겠습니다.”
“또한 적들을 교란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수세에 몰렸다는 사실을 헷갈리게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킨젤로가 공격 중인 우측 방어선, 지플의 후면 방어선. 이 두 전장은 다른 곳들에 비해 그나마 전투다운 전투가 이어지는 중이지. 그쪽으로 대기 중인 병력을 내보낸다. 역습을 하는 것이다.”
최상위 초인들의 일방적인 도륙이나 다름없는 정면, 우측으로는 병력을 내보내봐야 혼란을 유발하기 어렵다.
파엘리토나 리돌로스, 비델루체 같은 마왕들이 아니면 누굴 보내더라도 모두 진과 루나를 비롯한 연합의 초인들에게 금방 죽을 것이다. 그조차도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일이지만.
“우측과 후면이 밀리기 시작하면, 바멀 연합 놈들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우리 군대가 킨젤로와 지플의 함대를 뚫고 인세로 나가는 것보다 놈들에게 피곤한 일은 없으니까. 그건 이미 전이 균열 때 증명이 되었지. 놈들은 일반인들의 피해를 가장 경계하고 있다. 연합이 킨젤로와 지플을 돕느라 잠시라도 머뭇거리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사키엘 님. 그럼 즉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킨젤로 쪽엔 드루가를, 지플에겐 라갈을 보내라. 부디 그들이 적절한 시기에 사망해 성공적으로 제물이 되기를 기대해야겠군.”
* * *
정면 3차 방어선.
바멀 연합의 초인들은 여전히 수월하게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진은 무라칸과 초인들의 전투를 보조하는 역할만 수행하는 중인데도 마족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이대로라면 오늘 내로 3차 방어선까지 무난하게 뚫을 수 있겠군. 그리고 하루 정비한 후 다시 진입하면 문제없겠어.’
진은 전장을 유심히 살폈다.
3차 방어선은 오히려 앞선 1, 2차 때보다도 적들의 중요 전력이 더 적은 모양새였다. 라갈급 마족은 나오지 않았고, 지토의 살점을 사용하는 마족도 보이지 않았다.
{진.}
“예, 루나 누님.”
{우리도 곧 너희와 돌파 속도가 맞춰질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지, 당연히 갈수록 센 놈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말이야. 진짜배기들이 안 보여.}
“우측도 그렇습니까?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흠, 방어선이 많아도 의미 없다는 걸 깨닫고 안쪽 방어선이나 성으로 주요 전력을 모은 걸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유심히 지켜보겠습니다.”
{다른 특이 사항이 더 생기면 다시 통신할게.}
루나와 통신을 종료하자 황금함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총수! 지금 우측과 후면 방어선에 돌연 강대한 마족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킨젤로와 지플 쪽에 말씀이십니까? 페이텔 님.”
{그래. 아무래도 놈들이 우리 쪽에 배치되어야 할 병력을 빼서 그쪽으로 보낸 것 같아. 그래서 우리 쪽이랑 다르게 전투가 꽤 치열해진 모양인데.}
진은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분명 방어도 급급한 모양새였는데, 갑자기 역습을……? 킨젤로와 지플을 뚫고 인세까지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인세를 타격해서 민간인들을 인질로 잡고 싶다면 차라리 균열을 사용하는 게 나을 텐데.’
연합이 맡은 전장은 갑자기 마왕이 줄었고, 살점 사용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제물을 사용해 무언가를 시도하는 마족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뭔지는 몰라도, 사키엘이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는 모양이군. 살점과 전사자들을 사용하지 않는 걸 보아 대량의 제물이 필요한 무언가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사키엘이 우측과 후면 방어선에서 역습을 시도한 이유는 하나뿐일 터.
‘우리가 킨젤로와 지플을 지원하며 발이 묶이길 바라고 있어.’
진은 단번에 사키엘의 의도를 유추해냈다. 물론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으나, 당장은 이보다 더 나은 추측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 진의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총수, 우리가 놈들에게 지원군을 좀 보내야 할까?}
“아뇨. 지원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맡은 방어선을 더 강하게 압박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그러다 만약 놈들이 인세로 빠져나가면? 특히 킨젤로 쪽을 뚫기라도 하면 그 뒤엔 바로 연합의 영토야.}
“킨젤로가 호구처럼 보여도 결코 약한 놈들이 아닙니다. 지플 쪽은 말할 것도 없고. 창성급 마족이라도 등장하지 않는 한 절대 쉽게 뚫리지 않을 겁니다. 혹 마족들이 킨젤로의 함대를 뚫고 인세를 공격하러 갈 상황이 만들어지면, 모트와 붉은부엉이로 바로 지원을 가면 그만입니다. 대신 실시간으로 계속 킨젤로 쪽 전황을 우리가 알 수 있어야겠죠.”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무명왕을 보내겠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어 진은 단테에게 통신을 걸었다. 단테는 통신기를 들자마자 이렇게 말했다.
{진, 나도 출전할 차례인가?}
“그래, 곧 붉은부엉이를 보낼 테니 전장으로 와. 네 빈자리는 우리 조상들께서 채워주실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