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13)
제 999화
228화. 격전의 그로쉬에 성(10)
한 시간 후 발라스와 알펜은 제국으로, 단테는 전선으로 도착했다.
“통신은 자주 했는데 막상 만나는 건 꽤 오랜만인 기분이오, 진.”
“그러네.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다?”
“역시 그대는 바로 알아보는군. 조부님께서 남겨주신 기운을 계속 다듬고 있으니. 그보다 좀 아쉽소, 저 반대편에도 베라딘 공이 있었다면 좋을 텐데 말이오.”
“정신도 멀쩡한 상태로 말이지.”
“우리 둘만 잘 지내는 기분이라 늘 베라딘 공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오.”
“미안할 게 뭐 있냐. 그 녀석이 선을 넘기 전에 우리가 제자리로 잘 되돌려놓으면 그만인데.”
“하긴 그건 그렇소.”
“싸울 준비는 됐냐?”
진이 의례적으로 물은 말에 단테는 대번에 날카로운 눈빛이 되었다.
“물론이오…… 진마계, 저 빌어먹을 족속들이 그간 전이 균열로 제국을 얼마나 어지럽혔는지. 자다가도 분노하여 깰 때가 하루 이틀이 아니었소. 드디어 내 손으로 놈들의 본산을 쳐부술 기회가 온 것이지.”
단테가 허리춤에 건 라시드의 손잡이를 움켜쥐었다.
“언제부터 시작하면 되겠소?”
“원한다면 지금 바로. 오랜만에 둘이 같이 가볼까.”
“좋소, 옛날 생각이 나는군. 그래서 점점 더 베라딘 공이 여기 없는 게 아쉽기도 하고. 거참, 예전처럼 그대가 적당히 두들겨 패서 돌아올 수 있다면 참 좋으련만.”
“여러 방법을 모색 중이니 기다려 봐. 발레리아가 기록 마법을 더 대성하면, 기회를 노려서 베라딘과 엘로나 지플의 기록들을 한 번 살펴볼 거야. 그걸로 그들이 잊고 있던 걸 떠올려서 무언가 변화를 겪게 될지도 모르지.”
“상상만 해도 좋은 이야기로군.”
두 사람이 함교를 빠져나와 창공으로 도약했다.
진이 마력을 펼치자 허공이 얼어붙으며 길이 형성되었다. 두 사람이 빛나는 얼음길을 뛰기 시작하자 한창 전장을 휩쓸던 바네사가 뒤를 돌아보았다.
“가주와 검황이 오셨다, 검례하라!”
바네사가 외치자 전투 중이던 모든 초인들과 기사들이 일제히 뒤돌아 검례를 올렸다. 공중전을 위해 콰울이 개발한 공중발판생성 아티팩트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바로 맞은편에 우글거리는 마족들을 모두 무시한 채였다.
마족들은 검례를 하느라 등을 보인 연합원들을 함부로 공격하지 못했다. 쇄도하는 진과 단테의 살기에 기가 질린 채 웅크릴 뿐이었다.
“중앙을 나와 검황이 맡겠다. 기사들은 바네사 경과 헤도 경을 따라 좌우로 포진해서 돌격하라.”
“충!”
스릉……!
시그문드와 라시드가 검집을 빠져나오며 깊고 웅장한 공진음이 울려 퍼졌다. 물결처럼 진동하는 허공, 마족들은 그 떨림이 살갗에 닿는 걸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마족들의 진형까지 오백여 걸음을 남기고 잠시 얼음길이 멈췄다. 단테가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마족들에게 라시드를 겨눴다.
“이 몸은 검황이라 불리는 사람이오. 나는 제국과 인세를 감히 더럽히려 한 자들을 처단코자 이 자리에 선 바, 하나 묻겠소. 진마계의 검 중 나를 두려워하지 않고 앞으로 나설 수 있는 자가 있는가?”
단테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전장을 흔들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른 후, 한 마족이 거대한 도끼를 어깨에 걸친 채 대열 앞으로 나섰다.
“나는 키탈린가의 대장군, 렉투스 키탈린이다. 내가 도전하겠…….”
스걱-!
일순 일대에 섬광이 일었다. 렉투스는 대답을 끝내기도 전에 목이 떨어지고 말았다.
마왕인 만큼 목이 베여도 죽지는 않는다. 렉투스는 초재생으로 다시 목을 붙이며 대답을 이어가려 했으나, 번쩍이는 일섬이 연달아 이어졌다.
2초, 렉투스가 육편으로 변하기까지 걸린 시간.
“대답을 듣고자 한 질문은 아니오. 지금처럼, 주제를 모르고 나서는 자가 있다면 가장 먼저 죽이고자 물은 것이지. 그러니 더 있다면 나와보시오. 그 무가치한 목숨을 내 어서 끊어주리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렉투스와 함께 3차 방어선으로 온 다른 키탈린가의 마족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가주인 밀리어스가 전사했고, 전황이 좋지 않다고는 미리 들었으나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이다.
“없는 모양이군. 알겠소, 그럼 이 몸이 가도록 하지.”
천공일섬, 라시드로부터 뻗어진 검기가 전장을 반으로 나누며 적들에게로 쇄도했다.
단테는 한동안 제자리에서 검기만을 쏘아 마족들을 도륙했다. 시퍼런 검광이 전장을 그을 때마다 한 무리씩 마족들이 사라졌다.
천공일섬과 더불어 론의 절기 무형검도 함께 퍼지고 있었다.
“힘없는 범인들을 위협할 때는 즐거웠을 테지. 그대들은 지하세계를 벗어나지 말았어야 해, 이제부터 파멸을 겪게 될 것이오.”
운 좋게 제왕검의 빛을 피해 잠시 목숨을 연명한 마족들은, 잠시 후 무형검풍에 온몸이 찢겨나갔다.
‘단테 녀석에게서 론 경의 모습이 보이는군. 대견하시겠어.’
벌써 적들의 중앙 대열이 무너지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서 바네사와 헤도를 비롯한 초인들, 그리고 기사들이 이미 몰아붙여 둔 만큼 마족들로서는 버틸 재간이 없었다.
이내 진도 검을 휘두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역시, 지토의 살점을 쓰거나 제물을 사용해서 도망치려 하는 놈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군.’
사키엘이 승부수를 띄웠으리라는 추측은 점점 더 확신에 가까워져 갔다.
‘아마 지토의 살점과 마왕들의 힘을 이용한 일종의 대마법 같은 걸 준비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이든 뜻대로 될 수는 없을 거다.’
스아아악-!
무더기로 죽어나는 마족들, 안개처럼 퍼진 피와 살점조차 두 사람의 몸에 닿지 못했다. 옷자락조차 더럽힐 수 없었다.
진과 단테를 피해 좌우로 흩어지면 바네사와 헤도가 이끄는 초인과 기사들을 맞닥뜨리고, 뒤로 밀려나면 무라칸의 흑쇄에 잡아먹혔다.
심지어 황금함과 각종 함대, 아멜라의 전쟁 장비들의 포격 지원까지 있었다. 수십만, 수백만에 육박하는 병력은 그 앞에서 그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반격은 꿈조차 꿀 수 없다.
때때로 바다를 통해 연합 돌격대의 후방으로 침투하는 마족들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도 무언가 연합에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를 하고 침투를 한 건 아니다.
어차피 침투에 성공해도 마주하게 되는 건 황금함, 그리고 거울로 증폭된 엔야의 용화차단막이었다. 대장군, 아니. 어지간한 마왕급 마족들조차 그걸 모두 뚫고 연합 본대에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
[전 함대, 전 병력. 전진 속도를 높여라! 총수와 거리를 유지해!]방어선에 포진된 마족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게 실시간으로 눈에 보이고 있었다. 이미 3차 방어선은 끝장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30분이 흐른 후.
3차 방어선엔 단 한 사람도 남아 있지 않았다. 부상을 당해 앓는 소리를 내는 마족도, 목숨만 붙은 채 겨우 가쁜 호흡을 내뱉는 마족도 없었다.
시체조차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입자 단위로 분해된 적도, 그나마 주검이라 할 만한 것을 남기고 죽은 적도. 모두 공기 중에 흩어지거나 바다로 가라앉아 사라진 상태였다. 그저 마족들이 흘린 피로 만들어진 거대한 자줏빛 얼룩만이 바다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계속 나아간다. 그로쉬에 성까지!”
쉬지도 않고 4차 방어선 공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4차 역시 앞서 허망하게 무너진 방어선들과 다를 바 없는 전투가 이어졌다. 연합의 극강한 전력에 마족들은 힘없이 쓰러지기만 했다.
4차 방어선의 마족들이 전멸하기까지는 고작 두 시간이 걸렸다. 이번에도 살아남은 마족은 아무도 없었다.
이상한 전쟁이었다. 인간과 인간의 싸움이라면 분명 투항자나 도망자가 생기고, 포로를 통한 협상이 있었을 것이다.
이토록 많은 생명이, 그것도 대부분 최소 수백 년 이상을 살아온 존재들이 어떤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소멸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세뇌 때문인가,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건지 모르겠소…… 그 지토란 작자는 자신의 부하들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도 없는 것인가.”
“생각이 있는 놈이라면 이런 무의미하고 거대한 죽음을 방관하지 않았겠지, 단테.”
“물론 인세와 제국을 위협한 놈들이니 천 번, 만 번을 죽어도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하기는 하오. 나와 그대를 비롯한 기사들이 이 모든 죽음을 짊어질 수 있다는 게 다행이기도 하지. 일반적인 병사들이 만약 이들과 칼을 맞대고 싸웠다면, 아무리 적이어도 이 거대한 죽음을 직접 겪는다면. 아마 정신이 나갔을 것이오.”
“네 말이 맞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지,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
“진마계와의 전쟁이 끝난 다음에 있을, 사람과 사람의 전쟁에서는. 부디 이토록 허망한 죽음이 많지 않기를 바라야겠소. 살려달라고 외치는 자가 있고, 패배를 인정할 테니 부하들에겐 자비를 베풀어달라 말하는 자가 있기를 말이오.”
“그렇게 될 거다.”
이제 저 멀리 보호막에 싸인 그로쉬에 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앞엔 마지막, 5차 방어선이 남아 있었다. 성에 도달하기 전 최후의 방어선인 만큼 앞선 전장에 비해 척 보기에도 훨씬 많은 병력이 배치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진을 긴장하게 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파엘리토는 물론이고, 그에 준한다는 마왕들이 아직도 전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우측, 루나와 룬티아가 돌파 중인 방어선도 이제 곧 4차까지 무너질 예정이었다.
반면 지플과 킨젤로는 아직 3차 방어선도 뚫지 못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강대한 마왕들이 그들 쪽으로만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나와 단테가 먼저 성으로 들어서서 사키엘이 무슨 수를 꾸미고 있는 건지 확인하겠다. 본대는 5차 방어선을 섬멸한 후 합류하라.”
{알겠습니다!}
{충!}
진과 단테가 혜성처럼 5차 방어선의 마족들 사이로 떨어졌다. 두 사람은 앞을 가로막는 적들만 정리하며 빠르게 방어선을 돌파했다.
섬멸은 본대의 몫으로 남겼으니 순식간에 길을 열었다. 수십 번 검기를 쏘며 도약한 것만으로 두 사람은 그로쉬에 성의 보호막에 닿을 수 있었다.
쩌엉……!
마침내 진과 단테는 보호막의 일부를 깨부수며 성내로 진입했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두 사람도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만큼 강렬하게 진동하는 마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건 이미 진이 한 번 직접 느껴본 바 있는 마기였다.
“사키엘, 마왕들에게 나눠주던 살점을 혼자 다 사용한 모양이군. 모습을 드러내라, 패배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