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45)
제 999화
234화. 지옥으로(6)
[오냐, 한번 태양 가르기를 그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흉내 낼 수 있는지 기대를 해보마. 우린 다녀온다, 꼬마.]“그래.”
세 사람이 떠났다.
진은 즉시 지토의 거처로 이어지는 차원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금씩 가까워질 때마다 차원문에서 풍기는 마기가 급격히 증폭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짙은 마기는 진을 휘감은 황금빛 기운을 전혀 뚫지 못했다.
기운 근처에만 닿아도 수증기처럼 증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 허리춤에 검을 세 개나 차는 건 불편해.”
진이 바스칼라를 검집째로 풀었다.
가히 그 자체로 권능 하나를 얻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검, 그러나 진은 바스칼라를 취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요란하게 세 자루 검을 쓰는 것도 끌리지 않고, 연합원 중 누군가가 사용하기에도 검에 깃든 마기가 문제였다.
피콘에게 보내 마기를 뺄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도 했다.
가능하긴 하나 마기를 제거하면 바스칼라는 평범한 명검보다도 못한 검이 되었다.
따라서 진에게 바스칼라는 오로지 열쇠로서의 가치만 있었다.
‘열쇠로 사용되는 검이라…….’
-……바리사다, 가주의 검. 가짜 무라칸이 노리는 물건은 그것입니다.
-엉? 바리사다? 그걸 가짜 놈이 어디에 쓰려고 가지려는 거지?
-과거 솔더렛이 가주에게 말하기를 바리사다는 단지 검이 아니라, 어딘가로 이르는 열쇠이기도 하다더군요.
불현듯 케이탐의 그림 속에서 프레이가 한 말이 떠올랐다.
‘당시 그림 속 세계는 오염된 상태였다. 그러니 바리사다가 열쇠라는 정보도 오류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단 말이지. 아버지를 한번 뵐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묻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것도, 보여 드리고 싶은 것도 너무 많군.’
어차피 당장은 알 수 없는 문제였다.
진은 부유 중인 거대한 차원문을 향해 바스칼라를 던졌다.
파창-!
날카로운 파열음이 번지며 차원문 근처의 공간이 마구잡이로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충격파 역시 지진이 일어날 만큼 대단했으나, 진이 서 있는 한 평의 땅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고요했다.
쩌어어억-!
이내 차원문이 좌우로 벌어지며 그 안에서 구체가 튀어나왔다. 구체는 높이 치솟아 차원문을 보호막처럼 감쌌다.
[후우우우…….]보호막에서 흘러나온 마기가 안개를 형성하고, 그 안개 속에 하나둘씩 마신들의 흐릿한 형상이 드러났다.
총 다섯이었다.
그중 둘은 마치 성채처럼 거대한 육신으로 하늘을 가렸고, 나머지 셋은 여타 고위 마족들과 유사한 형태로 보였다.
[아, 이 상쾌한 공기… 얼마 만인가, 바깥세상을 보는 것이.] [여길 찾은 게 파엘리토 놈이 아닌 모양이군, 우리가 깨어난 것을 보니.]진은 잠시 그들을 살피며 그중 익숙한 기운을 풍기는 마신 두 명에게 시선을 두었다.
“거기 파란색 뿔 달린 친구, 그리고 녹고 있는… 음, 달리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군. 흐물흐물 녹아내리는 친구.”
진은 그 두 마신의 힘을 파엘리토와 싸울 때 이미 겪었다. 그러니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비사로는 노화, 츠작은 역병신이었다.
[설마 나와 비사로를 부른 것인가.]“그래. 이렇게 보니까 반갑네, 덕분에 꽤 애먹은 기억도 나고.”
마신들은 마치 동네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진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꼈다.
오랜 세월 바스칼라에 갇혀 이성과 통찰력은 평범한 인간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마모되었으나, 그래도 느낄 수 있었다.
지금 자신들 앞에 서 있는 인간이 얼마나 강대한 존재인지.
[……애먹은 기억? 아, 설마 얼마 전 바스칼라 바깥으로 꺼내진 우리 권능이 너를 공격한 건가.]“그렇지.”
스릉…….
진이 천천히 시그문드를 뽑았다.
그러자 근처를 맴돌고 있던 황금빛 기운이 그에게 모여들어 날카로운 뇌전으로 변형되었다.
진은 그렇게 변형된 황금 기운을 ‘금뢰’라고 불렀다.
영원화 때처럼 헤도가 이름을 붙였다.
헤도는 진이 창성에 오르고 새로 고안한 명왕검을 ‘금뢰기’라 명명하며 매우 뿌듯해했었다.
[……명왕들의 힘? 우리가 기억하는 것과는 형태가 조금 다르지만, 여러모로 충격적이구나 인간.]“당신들이 앞으로의 진마계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면 살려 줄까도 생각했는데, 상태를 보아하니 그럴 수는 없겠군.”
[클클… 그래, 네게는 보이겠지. 우리의 광기가.]“오랜 시간 봉인되었으니 미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그래도 나 정도면 당신들의 마지막 상대로 손색은 없을 거다. 그래도 지토와 파엘리토에게 꺾이기 전엔 모두 마계의 지배자라 불리던 존재들일 테니.”
[그 정도가 아니라 영광이로다! 우린 결국 바스칼라 안에서 썩다가 축생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했을 운명. 그렇게 되기 전에 위대한 인간의 검에 쓰러질 수 있겠구나.]츠작이 오른손을 제 가슴에 대며 허리를 숙였다.
다른 신들도 츠작을 따라 예를 갖췄다. 츠작은 지토 이전 가장 강대한 마신이었으니, 그가 우두머리격이었다.
[아쉽게도 우리는 바스칼라 안에서 쇠약해진 탓에 네게 전혀 자극이 될 수 없을 테지만, 이해해 다오. 온몸이 묶인 채 너무 긴 시간이 지났음이다.]상대가 먼저 예를 갖췄으니 진도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예상치 못한 환대로군. 선수는 양보하지.”
[거절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잠시…….]푸욱-!
돌연 츠작이 옆에 있던 다른 마신의 가슴팍으로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은 가슴을 꿰뚫고는 순식간에 그의 몸을 역병으로 잠식했다.
역병에 녹아내린 몸이 츠작에게 흡수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어서 츠작은 높이 도약해서 하늘을 가리고 있는 거대한 두 마신을 똑같이 집어삼켰다.
츠작에게 삼켜진 마신들은 전부 전혀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미 내게 복속된 놈들이거든. 번잡하게 여럿이서 덤벼드는 건 네 배려를 무시하는 짓 같아서 말이지.]하지만 비사로만큼은 그렇게 흡수하지 않았다. 대신 츠작은 지상으로 내려서자마자 비사로를 옆으로 밀어냈다.
진은 츠작의 의도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마신 한 명은 남겨 두고 싶은 모양이지, 지토보다는 진마계를 분명 더 아끼는군.”
[클클클.]츠작이 안광을 빛내며 양손에 검을 형성했다.
형성된 검 역시 츠작의 몸처럼 끊임없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츠작의 검은 날카로울 이유가 없다. 닿기만 하면 아무리 강한 상대라도 역병의 노예가 될 테니까.
츠작이 앞으로 달려들었다.
검이 부딪히자마자 흐르는 역병이 튀었는데, 금뢰의 기운은 순식간에 그것들을 증발시켰다.
애초에 전성기였어도 츠작은 결코 진을 이길 수 없다. 그의 검은 진의 옷깃조차 스칠 수 없었다.
쇠락한 몸뚱어리로 진과 한 번이라도 직접 검을 맞댈 수 있는 건, 오로지 진이 그 품격을 높이 사준 까닭이었다.
“그리 나쁘지 않은 만남이었다, 츠작.”
명왕검 금뢰기
금월金月
시그문드의 궤적을 따라 직선으로 뻗어진 금뢰가 츠작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이어 츠작의 가슴팍에 금월이 작은 소용돌이를 형성하며 츠작을 집어삼키는 모습이 이어졌다.
츠작에게 남은 역병의 기운이 쉴 새 없이 금뢰에 증발하고 있었다. 츠작은 금월의 인력으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었고, 초재생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잿빛의 육신이 부서지며 금빛으로 물들어갔다. 빛나는 황금색 입자로 부서지기 시작한 츠작은, 역병신이 아니라 어떤 성스러운 존재의 최후처럼 보였다.
[아… 몸에서 병마가 사라진다는 게 이런 기분이로군. 나는 역병신으로서, 나 자신도 오랜 시간 그 힘에 고통받아왔다.]승패는 단 일합에 결정되었으나 츠작은 굴욕감이 아니라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바스칼라 속에서 보낸 기나긴 유폐의 시간도, 그로 인해 내면을 잠식한 광기도, 역병의 고통도 이제는 모두 끝이었다.
[너는 지토를 죽이기 위해 이 문을 열어 우리를 깨웠을 것이다. 이름을 알려다오, 위대한 기사여.]“진 룬칸델.”
[고맙군…….]츠작은 그렇게 소멸했다. 그가 퍼뜨리던 역병의 기운도 전부 사라졌다.
진은 금빛 입자로 흩어지는 츠작의 흔적을 내려다보다 비사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비사로는 뿔이 없어서 거의 인간처럼 보였다.
“비사로, 노화의 힘을 다루는 마신. 파엘리토에게 듣기로, 너는 죽음을 원하는 마족들을 늙게 만들어 주는 존재였다더군. 그리고 지토에게 대항하다가 바스칼라에 봉인되었고.”
비사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츠작을 비롯한 다른 마신들에게 느껴지던 특유의 광기가 훨씬 더 옅은 상태였다. 비교적 최근에 봉인되기도 했고, 츠작이 바스칼라 속에서 그를 존중한 덕분이기도 했다.
비사로는 삶에 지친 마족들의 편안한 죽음을 도와 왔다는 점에서, 봉인되기 전에도 진마계 모두의 존중을 받아왔다.
[……그렇다.]“지토에게 저항하려는 마음은 지금도 여전한 것 같군.”
[의지는 있으나 내게는 이제 그만한 힘이 없다. 내 전투 능력은 흔해 빠진 고위 마족들보다 한참 아래일 것이다. 그러니 네가 나를 살려준다면, 내가 할 일은… 앞으로도 품격 있는 죽음을 바라는 마족들을 돕는 것뿐이겠지. 노화의 권능도 희미하게 남았을 뿐이니.]“그렇다면 떠나라. 오늘 이후 지토는 사라질 것이다.”
[알겠다… 한데, 츠작이 나를 살리고자 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무엇이지?”
[너는 문의 열쇠만 가지고 있지, 올바른 사용법을 모른다. 이대로 안으로 들어가면 지토의 거처로 가는 길이 어수선할 것이다.]“그렇군.”
[내가 차원문을 정돈해 주겠다. 하루쯤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하루라, 딱 알맞군. 마침 내 동료들도 하루 뒤에 돌아올 예정이거든. 그럼 작업이 끝나면 알려라.”
진은 비사로를 뒤로한 채 즉시 정좌하고 명상에 돌입했다.
비사로는 도망치거나 진을 현혹할 수 있는 그 어떤 방법도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차원문을 정돈하는 일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지토가 진의 손에 죽으면 진마계를 위해 남은 여생을 다 사용할 마음이었다.
‘태양 가르기… 분명 오러와 마력, 영기가 나선으로 바리사다를 휘감았었지. 그리고 그건 지금 내가 사용하는 황금빛 기운과 거의 유사한 형태였다. 그 외에 검결에 특별한 요소는 딱히 보이지 않았어.’
진은 태양 가르기의 검결을 그리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결국 그런 경지의 검은 기술적인 영역이 아니라 그 검을 익히기까지의 의지를 실현하는 게 핵심이었다.
‘아마도 태양 가르기는 신을 베기 위해 만들어진 검. 그리고 테마르는 이 검을 익힐 때…….’
이내 진은 곧바로 태양 가르기의 핵심에 닿을 수 있었다.
‘분명 솔더렛을 벤다는 마음으로 익혔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부터 명상 속에서 싸워야 할 상대는 지토가 아니라, 솔더렛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