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54)
제 999화
235화. 지토(4)
정말 너무 싫다고-!
지토가 한 번 더 소리쳤다.
그는 마치 아율라에게 정신 공격을 받은 날처럼 치를 떨었다. 적대관계인 놈들이 갑자기 이렇게 훈훈해져서는 힘을 합쳐 자신에게 대항한다니,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러워서 진짜, 야. 너네들 대체 뭔데? 뭔데 막 소년 소설 주인공들마냥 갑자기 합심하냐고, 내가 그딴 꼴이나 보려고 고통 속에서 태어난 줄 알아? 우리 셋이 싸우면 피 튀기는 삼파전을 하는 게 상식적인 전개 아니냐?]“시끄럽군요.”
쩌엉-! 크직!
엘로나의 마력이 한 번 더 지토를 잡아 터뜨렸다. 살과 피, 내장이 터지는 소음이 퍼졌고 엘로나는 두 눈을 부릅뜨며 재차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 마력은 순식간에 하늘의 태양처럼 거대한 구체를 형성했다.
한 개가 아니었다. 족히 열 개는 넘을 구체가 하늘을 가린 채 지토를 조준하고 있었다. 엘로나가 지팡이를 아래로 휘두를 때마다 구체가 한 개씩 지상으로 떨어졌다.
[크아아악!]구체가 하나 떨어지면 지토는 육체를 한 번 잃었다.
곧바로 새로운 육체를 형성해도 구체가 폭발하며 남긴 인력과 척력에 비틀리고 찢어질 뿐이었다.
장소를 옮겨 저 멀리에 육체를 빚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지토의 육신이 나타날 자리엔 새로운 구체가 떨어졌고, 동시에 육체를 여럿 형성해도 그 모든 자리마다 엘로나의 마력이 있었다.
진조차 그만한 마력을 구사하는 마법사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성국에서 겪은 파엘리토의 천멸참이 보여준 파괴력도 충격적이었으나, 지금 엘로나가 펼친 이름 없는 대마법에 비하면 그조차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와 씨, 이게 인간이 휘둘러도 되는 힘이냐? 인세에 나보다 저게 더 위험하겠는데.]“시끄럽다고 했잖아요?”
마력 구체들이 정육면체로 변하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공간 한가운데에 소용돌이가 열렸고, 지토는 쉴 새 없이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형성된 육신은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팔다리가 뜯기며 집어삼켜졌고, 아공간은 통째로 일그러지며 거대한 반죽처럼 변하고 있었다.
고작 몇 분 남짓한 사이에 그토록 무지막지한 마력을 사용하고도, 엘로나는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듯 여유로운 태도였다.
‘천 년 전 지플 전체 전력의 절반 이상을 혼자 담당했다는 게…… 이런 의미였군.’
엘로나는 가만히 서서 지팡이를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대륙을 부술 수 있는 마법사다.
천 년 전 그녀를 인간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시절 사람들에게 엘로나는 마녀 헬루람처럼 재앙과 파괴의 화신으로 인식되었었다.
[크히이이이아악!]지토가 괴성을 질렀다. 인간 형태의 육신을 형성하는 건 의미가 없기에 그는 아공간 전체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늘 한가운데에서 성채처럼 거대한 주먹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 주먹은 엘로나가 펼친 소용돌이를 강타하고는 우그러져 사방으로 보랏빛 살점을 비산시켰다.
소용돌이도 흩어지고 있었다. 회전하던 마력 입방체들도 동력이 끊긴 기관처럼 느려졌다.
“그래도 신은 신이군요? 이걸 그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깨부수다니.”
[우리 진 아니었으면 쪽도 못 쓰고 뒈졌을 것이, 이제 좀 버틸 만하니까 아주 입이 심심한가 봐?]“버틸 만한 정도가 아니라 내 정신은 아주 맑습니다.”
[그만큼 우리 진이 네 고통을 대신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이기적이네 아주.]그 말에 엘로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보다 강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일이란, 이런 기분이군요.”
보다 강한 사람과 함께 싸우며 그에게 의지하는 일.
당연히 엘로나로서는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최강이었고, 사람들은 늘 그녀에게 의지했으니까.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거죠? 정작 나를 보호하는 사람은 괜찮다고 하는데, 당신이 대체 무슨 권리로 그딴 헛소리를?”
또 다른 주먹이 진과 엘로나를 덮치고 있었다.
주먹이 닿기 전, 엘로나는 마치 검을 올려 치듯 지팡이를 위로 휘둘렀다. 그러자 마력이 마치 검기처럼 날카롭게 치솟아 지토의 주먹을 반으로 갈랐다.
바람계 마법이나 빛 마법 특유의 절삭력을 이용한 게 아니었다. 엘로나는 그저 마력을 한없이 압축해서 기사들의 검기를 흉내 내고 있었다.
흉내만으로도 천멸참에 준하는 위력이 발생하고 있지만 말이다.
잠시 발생한 틈, 지토는 그걸 놓치지 않고 엘로나의 등 뒤에 육신을 형성해 가시도끼를 내리쳤다.
“지토, 근접전이라면 어떻게 될 것 같았군요?”
지토는 분명 엘로나가 피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분명 보호막으로 막을 테니, 가시도끼에 힘을 집중시켜 단숨에 보호막 안쪽으로 가시를 침투시키려 한 것이다.
하지만 가시도끼를 휘두른 순간, 지토는 갑자기 몸이 둔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마치 과거 시간의 신 올타를 상대한 그 날처럼.
‘이 미친……!’
물론 엘로나에겐 올타가 가진 시간의 권능이 없다.
그런데도 지토의 움직임이 느려진 건, 마력 때문이었다. 엘로나의 근처에 빽빽하게 압축된 마력이 마치 물처럼 지토를 가로막고 있었다.
천둥처럼 빨랐어야 할 가시도끼가 다소 느리게 떨어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엘로나는 여유롭게 반응하며 지팡이로 가시도끼를 맞받아쳤다.
‘룬칸델의 검술……!?’
통상적인 형과 식이 없는, 그저 축복받은 육신을 기반으로 사용하는 무식한 검술.
엘로나의 근접전은 분명 룬칸델을 닮아 있었다. 천 년 전 엘로나와 가장 많이 싸운 사람은 모두 룬칸델이고, 자연스레 그녀는 룬칸델의 검들을 따라 했다. 그들의 검이 최고이기도 했고.
일반적인 마법사에겐 당연히 불가능한 영역이다. 마법사가 아니라 극히 뛰어난 기사라 할지라도 단지 룬칸델과 많이 싸웠다는 경험만으로 그들을 따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엘로나는 극한의 마력을 이용해 룬칸델의 육체를 실현하고 있었다.
‘몸에 부담이 가는 모든 움직임과 폭발 구간을 전부 마력으로 완화하고 있군. 이런 게 가능할 줄이야. 나처럼 광심장과 뇌기가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인데.’
진은 태어나서 지금 이것보다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마력 운용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엘로나에겐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편한 일이었다.
카앙-! 지팡이와 가시도끼가 맞부딪혔다. 엘로나는 마치 최정상급 룬칸델처럼 움직이며 지토를 역으로 압박하기까지 했다.
검과 같이 움직이는 지팡이는 유연하면서도 파괴적이고, 빠르면서도 정교하다.
과거 그녀는 수많은 룬칸델을 이렇게 무너뜨렸다. 겨우겨우 거리를 파고든 룬칸델들은 그녀의 근접전 능력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접촉으로 인해 생기는 고통은 모두 진이 짊어지고 있으니 그녀는 그보다 훨씬 자유로운 움직임을 구사했다.
진처럼 힘을 아낄 필요도 없다. 애초에 아낀다는 건 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만 필요한 이야기였다.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태양 가르기를 펼칠 기회를 잡을 수 있겠군.’
엘로나가 제안을 받기 전까지 그녀를 지키느라 체력이 예상보다 더 소진되었으나,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진은 회복에 전념하며 전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엘로나가 지금 지토를 압도하는 듯 보이긴 하나, 사실 둘의 싸움은 의미 없는 소모전이라 할 수 있었다.
무한한 힘을 가진 두 존재가 서로에게 생채기만 내고 있을 뿐이다.
이를테면 시간은 여전히 지토의 편이었다. 엘로나가 이렇게 싸울 수 있는 건 오로지 진이 모든 고통을 다 감내하는 덕이니 말이다.
따라서 진이 무너지면 엘로나도 끝장이었다.
‘한 번…… 내가 단 한 번만 베면 된다.’
엘로나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
‘천 년 전 전성기의 나였다면 진 경이 없어도 어떻게든 혼자 지토를 소멸시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어렵겠어. 진 경이 마무리 짓지 못하면, 나도 위험해진다.’
그러나 불안하지 않았다.
진의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 걸 느끼고 있음에도 엘로나는 그가 반드시 해낼 것이라 확신했다.
지토에게 진이 자신보다 더 강하다고 말한 것도 진심이었다. 단지 힘의 크기나 전투력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진은 자신과는 비할 수도 없이 강인한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이 가주의 친구라면…… 가주는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게 될 거야, 분명.’
[아아악! 그냥 좀 뒈져주면 안 되나? 생각보다 성가시네? 보아하니 너도 태양신의 잔재 같은데, 그렇다면 우린 한 팀이어야 한다고? 내가 태양신이 느낀 고통의 화신이라면, 넌 태양신이 가진 파괴욕의 화신 같거든.]“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나는 당신처럼 운명에 귀속된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지토. 지금 당신이 얼마나 추악하고 조잡한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풋, 푸흐흐흡. 너한테 나는 인간 피 냄새나 빼고 그런 말을 해라. 대체 그간 얼마나 많은 인간을 죽여 온 거냐? 억 단위를 훌쩍 넘는 것 같군. 우린 닮아 있어, 엘로나 지플. 혹 오늘 네가 운 좋게 살아남게 되더라도, 넌 결국 세상을 파괴하는 데 가장 큰 일조를 하게 될 거다.]“그때는 또 누군가가 나를 가로막을 겁니다. 지금 진 경이 당신을 베려고 하듯이.”
그 순간, 진이 검을 바꾸었다.
브라다만테로 황금빛 기운과 영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준비가 끝난 것이다. 지토는 엘로나를 의식하느라 진을 제대로 방해할 수 없었다.
‘이 검은……!’
엘로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별안간 진으로부터 발산된 빛이 아공간을 물들인 순간, 둑이 터지듯 잊고 있던 기억이 물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지토에 의해 떠오른 것처럼 어두운 기억들이 아니다.
지금 엘로나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그 시절 세상을 지키려던 사람들의 빛나는 의지와 신념이었다.
자신이 그들의 빛에 이끌려 지플을 떠나기로 결정한 순간의 기억이었다.
[아, 씨. 결국 이렇게 되는군.]룬칸델 마검 오의
태양 가르기
진이 검을 휘두르고자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자, 별안간 전장 한가운데에 거대하고 탁한 그림자가 형성되었다.
지토의 본모습이었다. 태양 가르기의 힘이 강제로 지토가 숨기고 있던 실체를 드러나게 만든 것이다.
진은 지토의 실체를 향해 힘껏, 브라다만테를 휘둘렀다.
지토의 아공간을 넘어, 지옥 전역이 일순 금빛 기운으로 물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