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76)
제 999화
241화. 구출(6)
진을 중심으로 뇌기의 광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공중요새들은 고도를 더 높여 자리를 잡았음에도 그 기운에 보호막이 찢어지고 있었다.
주포를 가동하지 않는 중이니 계속 보호막을 수복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다들 등허리가 서늘했다.
대부분의 적명족은 저 황금빛 지옥 안에서 몇 초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검을 휘둘러보기는커녕 잠시 온몸이 불타는 감각에 휩싸이다가 절명할 터였다.
그에 맞서 루크도 뇌신검의 기운을 증폭시키며 다른 투신기를 펼쳤다.
루크의 주변에 뇌기로 형성된 열 자루의 검이 떠오르며 밀려드는 금빛 번개를 밀어냈다.
하지만 직접 거리를 좁힌 진까지 그 검들이 쳐낼 수는 없었다. 이미 시그문드가 루크의 머리로 떨어지고 있었다.
검과 검이 아니라, 산과 산이 격돌한 듯 지진과 굉음이 일었다.
물러진 대지는 그들의 힘을 견디지 못해 초 단위로 푹 꺼졌고, 그때마다 두 창성은 자신의 기운으로 디딜 땅을 만들어 보법을 밟았다.
“그래, 현 투신의 후계라. 전부터 네가 궁금하기는 했다, 진 룬칸델. 오늘 그 힘을 직접 보는군.”
루크의 검은 느리다.
그와 붙어서 공방을 섞자마자 진은 그렇게 느꼈다. 그의 검은 느리고 둔탁하다고.
그러나 피할 수가 없었다.
마치 과거 시론이 보여준 둔검처럼 루크의 검엔 그 자체로 상대의 감각과 인지를 초월하는 특성이 있었다.
그러나 신묘한 검을 깨달은 건 진 또한 마찬가지다.
게다가 명왕군림검의 황금 지대는 진의 영역, 진은 뇌전 속을 유령처럼 떠다니며 쉴 새 없이 루크에게 검을 내리꽂았다.
언제나 진이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고, 루크가 아래에서 위로 받아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었다.
루크의 둔검은 마치 시간을 베어내는 듯했다.
그가 검을 올려 칠 때마다 그 궤적에 나뉜 공간이 기이하게 일그러졌고, 그 양분된 공간 속에선 명왕군림검의 뇌기가 움직이는 속도조차 달라졌다.
그런 식으로 루크는 계속 진이 들어서려는 공간을 망가뜨렸고, 그때마다 진은 다시 그 공간을 베어 훼손된 명왕군림검의 일부를 원래대로 돌려두었다.
창성과 창성의 싸움.
창성 아래에 머무는 이들은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어지럽게 솟구치는 검들이 매 순간 서로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착각하고 있군.”
스걱-!
먼저 상대의 피를 뽑아낸 건 진이었다.
시그문드의 창백한 칼날이 루크의 뺨을 스쳤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루크 또한 진의 눈 밑에 생채기를 남겼다.
“난 징벌을 하려는 것이지, 네놈과 쓸데없이 우열이나 가릴 생각은 없다.”
진이 몸을 숙여 루크의 횡베기를 피했다.
낮아진 자세 그대로 내지른 일격은 루크를 지나쳐 구덩이로 나아갔다.
루크는 진을 상대하면서 잠시도 구덩이를 잊지 않았다.
그는 예상한 듯 재빠르게 두 자루의 검을 뒤로 보내 보호막으로 향하는 진의 검기를 가로막았다.
그러나 똑같은 창성인 진을 맞상대하며 보호막까지 신경을 쓰는 건 곧, 루크의 한계라 할 수 있었다.
쩌엉-! 퍼거걱……!
‘……백경!’
이번에도 유성우가 구덩이를 덮은 보호막을 강타하고 있었다.
루나, 그녀는 현재 전장 최후방에서 진을 지원하고 있었다. 기절한 엘티엇을 옆에 내려둔 채로.
루크와 같은 입장이었다면, 진도 이 순간에 루나를 잠시 놓쳤을 것이다.
창성끼리의 초근접전인 만큼 그럴 수밖에 없었다.
“기사가 된 이래 초장거리 지원만 하는 건 처음이군. 나쁘지 않은걸. 그렇지, 엘티엇? 난 네가 왠지 마음에 든다.”
엘티엇은 앓는 소리로 대답을 대신했다.
적명족의 공중요새와 함대들도 구덩이에 집중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두 창성이 싸우는 모습을 보아하니 주포를 최대 가동하지 않는 한 다른 지원 따윈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주포를 그렇게 쓰면 진까지 휩쓸려 다시 전투 양상이 삼파전으로 변할 테니, 적명족으로서도 보호막을 노리는 게 최선이었다.
루나로서는 편하게 유성우를 난사하면 그만이었다. 지금 그녀를 위협하는 요소는 아무것도 없다.
시그문드가 루크의 손등을 찢었다.
보호막이 위험해졌다는 생각이 그의 내면에 극히 미약한 파문을 만들었고, 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다만 손등을 옅게 베는 것 이상 타격을 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진은 명왕군림검을 한 차례 더 개방하기 시작했다.
개, 진의 의지를 따라 사방에 금빛의 해일이 치솟았다.
해일은 무너졌다 다시 올라오기를 반복하며 제자리를 맴도는 너울처럼 루크를 덮쳐댔다.
루크는 해일을 피하지 않았다.
뇌신검이 번쩍일 때마다 해일이 흩어지며 잠시 길이 열렸고, 루크는 오히려 진에게 파고들었다.
루크가 띄운 열 자루의 검이 잘려 나간 해일 사이로 쏘아졌다.
그중 두 개가 진의 이마와 옆구리를 스쳤다.
“문득 투신전이 그리워지는군.”
“안타깝군. 라프라로사의 바람 한 점조차 너를 그리워하지 않을 것이다. 한때 투신이었던 자가, 사이비에 빠져 허우적대는 꼴이라니.”
루크는 대답하지 않고 힘껏 진을 밀쳐냈다.
두 사람 모두 오늘 서로를 죽일 수는 없단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승패는, 보호막 안쪽에 있는 이들이 어떻게 되느냐로 나뉠 것이다.
루크의 보호막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보호막이 내부로 전해지는 충격까지 모두 흡수하는 건 아니었다.
“크헉, 허억……!”
아이란은 거의 구겨진 듯이 무릎을 꿇은 채 핏덩이를 내뱉고 있었다.
쾅, 쾅! 보호막이 진동할 때마다 몸이 터질 것 같았다.
‘비볼은… 죽은 건가.’
느닷없이 태양신교가 나타났을 땐 다 같이 살아남을 줄 알았는데, 비볼은 충격파에 몸이 튀어도 눈을 뜬 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게다가 테마르 비먼트의 상태도 이상했다.
“극, 으으으으……!”
그는 머리를 땅에 찍어댔다.
왼팔에 남은 테마르의 기억이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테마르 비먼트, 정신 차려라……!”
“루, 룬칸델… 룬칸델의… 검이, 어째서 나를.”
테마르의 왼팔에 뜻을 알 수 없는 룬 문자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루나의 기운이 그 왼팔을 자극한 것이다.
룬 문자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자 테마르 비먼트에게 남은 붉은 기운들이 사라지는 모습이 이어졌다.
“테마르 비먼트, 회복할 수 있겠느냐! 나를 보호해라, 조금만 버티면 이자가 차원문을 열 것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테마르는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산나의 등에 부러진 검을 꽂았다.
“테, 테마르!?”
테마르의 왼팔을 얻은 후, 지금껏 황실이 알지 못하던 사실 하나가 있었다.
그 왼팔엔, 테마르의 기억 일부만이 남은 게 아니었다. 그의 의지 일부 또한 남아 있던 것이다.
“커헉……!”
차원문이 막 열리려던 참이었다.
루크로서도 이번만큼은 보호막에 온 신경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 갑자기 아직 보호막이 뚫리지도 않은 구덩이 안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니까.
어지간해서 죽지는 않는다.
산나가 한 말은 분명 사실이다.
그녀는 보통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고 연약한 몸을 가지고 있으나, ‘특별한 힘’ 없이는 결코 죽일 수 없었다.
하지만 하필 테마르의 왼팔은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천 년 전 창성에 오른 기사의 의지가.
“이, 이런.”
“무녀!”
결국 루크는 진에게 등을 보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건 곧, 무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진은 그를 양단할 요량으로 파고들어 아래로 검을 내리쳤다.
살을 깊게 찢고 뼈에 닿는 선명한 감각, 진은 칼날이 그 감각을 다 지나치기 전에 뇌기를 폭발시키기까지 했다.
등 안에서부터 뇌기가 터지며 루크의 허리가 앞으로 꺾였다.
그가 명왕족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창성에 오른 자였다면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루크는 갈라지려는 자신의 척추를, 뇌기를 이용해 강제로 붙여버리며 계속 구덩이로 다가갔다.
결코 진의 공격이 얕게 들어간 게 아니었다. 루크가 진조차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일격을 버텼을 뿐.
진도 재차 검기를 쏘았으나 루크는 이미 보호막을 지우고 구덩이 안으로 들어섰다.
찢어지고 터진 등에 살점과 뼛조각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미안하군, 약속을 지키지 못했소, 무녀.”
테마르의 왼팔이라는 변수가 작용했을 뿐, 그건 결코 루크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루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운명을 초월하는 힘을 갖고도 상황을 진만큼 유리하게 끌어가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었다.
이어 루크는 왼손으로 테마르 비먼트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테마르 비먼트는 루크의 손바닥에서 퍼진 뇌기에 잠시 경련을 일으키다가 그대로 기절했다.
“으윽, 죽인 건 아니죠?”
“참았소.”
오른손으로는 아이란을 붙잡았다.
루크의 광심장이 퍼뜨리는 기운을 버티지 못하고 아이란도 의식을 잃었다.
“10초. 그 안에 차원문을 못 열면 끝이오.”
또 유성우와 포격이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공격들은 괜찮았다.
잠시 후 진이 구덩이로 들어서서 검을 휘두를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7초, 루나와 적명족이 진이 구덩이로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멈췄다.
6초, 진이 구덩이 안으로 명왕군림검의 뇌기를 통째로 이끈 채 하강했다.
루크는 세 사람을 보호하느라 검을 휘두를 여력이 없었다.
루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광심장에 남은 모든 뇌기를 폭발시켜 진의 접근을 늦추는 것뿐이다.
‘4, 3……!’
진은 그들에게 남은 시간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임박한 건 분명하고, 루크가 저 셋을 포기하고 직접 검을 쥐는 게 아니라면 몇 초 내로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명왕군림검의 뇌기를 한 점으로 집중시켜 그들을 몰살하려는 찰나.
테마르의 왼팔이 보였다.
희미하게 룬 문자가 빛나는, 초대 가주의 왼팔이 너무나 무방비하게 놓여 있었다.
지나치게 큰 힘을 휘두르면 그 팔까지 잘못될 게 분명했다.
2, 1, 0.
즈즈즈즉-!
팔을 훼손하지 않을 방법을 고민하는 사이 차원문이 열렸다.
“오늘은, 너의 승리다. 진 룬칸델.”
차원문 속으로 사라지며 루크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
그건 전투의 결과가 아니라, 같은 명왕족으로서의 승부를 뜻했다.
루크는 산나와의 약속을 지키지도 못했고, 때문에 치명상까지 입었으니 말이다.
차원문이 닫히자 진은 테마르 비먼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렸다. 그의 부러진 검이 산나의 등에 꽂혀 있던 것도.
“우리도 이제 물러난다, 전속으로 퇴각하라.”
“차원문은 안전이 확보된 다음에 개방하겠다!”
싸움이 끝난 걸 확인하자마자 바카룬과 시마트는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진 남매와 조금이라도 더 엮이는 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