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87)
제 999화
245화. 킨젤로의 묘수(1)
1804년 5월 6일.
바멀 연합이 피빌의 부품을 얻고 열흘이 지났다. 그러나 바멀 연합과 적명족은 모두 그에 관한 기사를 전혀 내지 않았으니, 사람들은 여전히 지플과 적명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지플은 적명족에 복수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연합이 바클을 한 번 습격한 걸 제외하면, 적명족은 그 어떤 세력으로부터도 공격받지 않았다. 적명족은, 벌써 점령지들을 모두 안정화한 채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보였다.
불과 열흘쯤 전까지 루테로 연방의 땅이었던 대륙은, 이제 8할 이상이 적명족의 소유가 되었다.
“후우.”
피롭이 한숨을 내쉬며 소식지를 내려두었다.
“피롭스 님?”
“아빠, 왜 그래?”
옆에 있던 부바르와 아이나스가 피롭스를 바라보았다.
“엊그제 단장께서, 이놈들은 분명 우리를 가장 먼저 정리하려 들 것이라 말씀하셨다.”
“적명족이요?”
“우리를?”
“그래.”
적명족과 킨젤로, 두 세력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우 유사하다.
바로 태양신을 부활시키는 것. 그러나 그들이 태양신의 부활을 통해 완성하려는 세상의 형태는 전혀 달랐다.
태양신의 부활을 원하는 세 세력, 즉 킨젤로, 적명족, 태양신교는 모두 그런 차이가 있었다.
“우린 기존 인세의 세력 중, 태양신 킨젤로에 대한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게다가 지금으로서는 전쟁 능력도 가장 낮은 편이다.”
“얼마 전, 망한 지플보다 우리가 더 낮다는 말씀입니까!?”
“부바르, 지플은 망하지 않았다.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나 그렇게 생각하지.”
“헉, 정말입니까?”
“걔들 안 망한 거야!?”
피롭스는 이마를 짚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불현듯 비슈켈이 그간 이 두 녀석 때문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을까 싶었다.
“지플의 심장은 이야기의 탑이다. 함대와 병력 다수를 잃긴 했으나, 마신석과 성지가 있는 한 금방 복구할 것이야. 게다가 초인 이상급 핵심 인물도 전원 멀쩡하지. 그러니 그들을 마저 끝장내는 것보다, 우선 우리를 박살 내는 게 적명족 입장에서도 더 나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플은 적명족이 바멀 연합을 견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죠…….”
“왔나, 비슈켈.”
“비슈켈 왔어?”
비슈켈은 평소보다 더 수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단장으로서 현재 킨젤로가 마주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킨젤로는 안 그래도 지토 토벌 이후 몸을 사리는 중이었는데, 설마 적명족이 갑자기 이렇게 부상하게 되리라고는 그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마르지엘라는?”
“……똑같습니다. 안정됐다 싶으면 폭주 전조를 보이고, 제피린 님이 간신히 진정시키고.”
머리를 쓸어 넘긴 비슈켈의 손바닥에 수십 가닥의 머리칼이 묻어났다. 피롭스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다 그녀에게 지워진 대업의 무게 때문일 테지. 자네가 고생이 많아.”
“상황이 정말 좋지 않습니다, 피롭스 님. 단장님께선 일단 가네스토 쪽과 접선을 해보려고 시도를 하는 중이신데, 그들은 아직 만나줄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설령 가네스토가와 만난다 할지라도 마땅한 수가 보장되는 건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거래를 제안해 보려는 것일 뿐.
“그렇다면 남은 협상 대상은 지플뿐이로군…… 황실이 멸망한 까닭에, 테마르 룬칸델의 왼팔을 이용해 바멀 연합과 협상을 하는 것도 틀렸으니.”
“그러나 지플과의 협상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습니다. 드락카를 빼앗긴 그들이 먼저 우리 쪽에 손을 뻗지 않았다는 건, 상황을 정확히 읽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접선을 시도해야 하며, 그들이 거부할 이유가 없을 만큼 매력적인 제안을 제시해야 되겠군.”
“우리와 손을 잡으면 확실히 적명족이나 바멀 연합에 피해를 줄 수 있거나, 마신석의 완성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어야 합니다. 전자는 우리로서도 더할 나위 없으나, 후자는 추후 지플과 임시 협력이 끝났을 때 어쩌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후자는 여기 이 부바르를 투입하기만 해도 가능성이 있지. 놀랍게도 말이야…… 하지만 자네 말대로, 그 방법은 미봉책에 불과하지. 흠, 적명족과 바멀 연합을 같이 다치게 하는 방법이라.”
꿈같은 이야기였다.
바멀 연합과 적명족은 당연히 당장 서로를 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시마트가 루나와 엘티엇을 죽이지 않고 돌려보냈으며, 진은 루나가 다쳐서 돌아왔는데도 전면전을 개시하지 않았다.
“단장께선, 지금은 적명족의 힘이 분명 가장 강하다 하셨습니다. 바멀 연합과 적명족이 당장 전면전을 붙는다면, 반드시 적명족이 승리할 것이라 확신하셨죠.”
“최근 바멀 연합의 전력이 그만큼이나 상승했는데도 그렇단 말인가…….”
“예, 심지어 아주 아슬아슬한 승리도 아닐 거라고 하시더군요. 공중요새를 비롯해, 함대 전력에서 차이가 커도 너무 큰 겁니다.”
“시간이 없다는 게 무엇보다도 아쉽군. 마르지엘라가 그 힘을 통제할 수만 있게 된다면, 이렇게까지 속이 타지는 않을 텐데.”
마르지엘라의 이야기를 할 때, 피롭스는 조심스레 비슈켈의 눈치를 살폈다. 비슈켈은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으나, 좋게 들을 수는 없는 말이었다.
이내 두 사람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 내가 꿈 능력으로 일단 적명족 생각을 제대로 읽어보는 건 어떨까?”
“지금은 굳이 위험성을 감수하며 적명족을 살필 이유가 없다.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뻔하기 때문이야.”
“그렇다면 바멀 연합의 꿈을 읽어보는 건?”
“그 또한 위험한 일이다. 놈들은 분명 우리의 꿈 능력을 파악하고 있어. 자칫하면 적명족에게만 맞을 걸 바멀 연합에게까지 맞을 수 있단다. 그렇게 되면 우린 그날로 정말 끝장이다. 도망칠 길조차 다 막히겠지.”
“와, 우리 완전 동네북 다 됐네. 그럼 그냥 도망치는 건?”
“그건 가능하긴 하나, 대업 때문에 안 된다. 우리가 모든 걸 포기하고 숨으면, 적명족은 반드시 우리보다 태양신을 먼저 부활시키게 돼. 그것보다는 차라리 뭐라도 시도를 하다가 멸망하는 게 낫지.”
거기까지 말한 순간, 돌연 부바르가 무언가 떠올라 깜짝 놀란 듯 고구마크로켓을 칼처럼 휘둘렀다. 허공에 튄 부스러기가 비슈켈와 피롭스의 얼굴로 튀었는데, 하마터면 피롭스는 그의 머리를 터뜨릴 뻔했다.
“저, 피롭스 님. 그리고 비슈켈 경! 좋은 생각이 한 가지 떠올랐습니다.”
“그다지 기대는 안 되지만 한번 말은 해봐라. 그러라고 달려있는 입이니.”
“단장님께서 예전에, 진 룬칸델이 라프라로사라는 곳에 있는 명왕족들을 인세로 꺼내고 싶어 한다고 말씀하셨잖습니까?”
“그러셨지.”
“그래서 우린 라프라로사의 입구로 추정되는 곳을 알아놨지요. 켈켈.”
“……미트라 대사막?”
비슈켈이 살의를 지우며 말했다.
“네! 미트라 대사막. 거길 한 번 이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러니까 부바르 네 말은, 적명족에 그 정보를 흘려보자는 뜻이냐? 진 룬칸델이 미트라 대사막에서 명왕족을 빼낼 것이라고? 그럼 자연스레 적명족은 우리가 아니라 바멀 연합이 강해지는 걸 먼저 견제하게 되는 거고?”
비슈켈의 대답에 부바르는 실망스럽다는 듯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우리 비슈켈 경, 총명한 분이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비슈켈은 머리끝까지 차오른 분노에 혼절할 것 같았으나 인내를 발휘해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하면 적명족이 떡밥을 바로 물 리가 없잖아요? 걔들이 우리 말을 그렇게 쉽게 믿어주겠어요?”
“맞아, 방금 비슈켈은 정말 바보 같았어.”
“……그렇다면 어쩌자는 것이냐, 부바르.”
“미트라 대사막에 무언가 대단한 게 있는 척 우리가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뭐라고?”
“실제로 반은 사실이기도 하죠. 예전에 란케 님이 거기서 마계의 옛 대공들을 소환하려고 시도하긴 했으니까요, 그러다 진 룬칸델한테 얻어맞고 실패로 끝났지만. 아무튼 그렇게 하면 적명족은 우리가 저 사막 쓰레기장에서 대체 뭘 하는 건지 궁금할 거고, 바멀 연합은 바멀 연합대로 우리가 짜증 날 겁니다.”
“오오, 부바르.”
“두 세력이 동시에 우릴 쳐 죽이기 딱 좋은 행위라고 들리는군.”
피롭스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비슈켈은 의외로 꽤 충격을 받은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피롭스 님…… 분하지만, 일리가 없진 않은 이야기입니다.”
“진심인가, 비슈켈?”
“예. 부바르의 말대로 하면 우린 자연스레 적명족과 바멀 연합을 미트라 대사막으로 불러 모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둘 사이에 긴장감이 발생할 거고, 전투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흠…….”
“무엇보다 라프라로사가 확실히 미트라 대사막에 숨겨져 있다면, 진 룬칸델로서는 적당히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애초에 우리가 아니라 적명족이 뭔가 라프라로사에 대해 눈치를 챈 게 분명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테니까요.”
“비슈켈이 다시 똑똑해졌어!”
“다 이 부바르가 비슈켈 님을 잘 이끈 덕분이라고 해두죠.”
아이나스와 부바르가 케케 웃으며 손뼉을 치는 모습에도 비슈켈은 더 분노하지 않았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해결책이 나타난 기분이었다.
“그 과정에 적명족은 진 룬칸델이 미트라 대사막에 집착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볼 겁니다. 따라서, 적명족도 그만큼 병력을 투자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이 좋으면, 적명족과 바멀 연합이 미트라 대사막에서 전면전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그렇습니다, 피롭스 님. 물론, 위험도가 극히 높은 모험이긴 합니다. 하지만 성공하면 우린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시간을 벌 수 있게 됩니다. 게다가 바멀 연합과 적명족이 동시에 약해지는 것도 기대해 볼 수 있죠.”
피롭스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일단 자네와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군. 오늘 밤 단장님이 돌아오시면 뜻을 여쭈는 게 좋겠어.”
“그렇게 하시죠, 피롭스 님.”
밤이 되자 신 본부로 돌아온 오르갈은, 부바르의 계획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상쾌한 표정을 지은 채.
[그렇게 하지. 위험한 도박인 건 분명하나, 어차피 다른 뾰족한 수도 없다. 게다가 내가 듣기엔…… 거의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방법이군. 진 룬칸델은 라프라로사의 형제들에게 집착하는 중이고, 적명족은 그를 가장 경계하고 있으니까.]“저도 왜 지금껏 이 수를 놓치고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였습니다. 부바르 같은 역겨운 머저리도 생각해 낸 수를…… 언제부터 실행하면 되겠습니까?”
[적명족이 우릴 치려고 움직인 다음엔 늦어.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한다.]킨젤로의 단원들은, 실로 오랜만에 기특한 눈으로 부바르를 쳐다보았다. 부바르는 회의실 구석에서 아이나스와 가위바위보 딱밤 때리기를 하느라 그 얼굴들을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