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996)
제 999화
246화. 미트라 대사막 쟁탈전(7)
* * *
바멀 연합은 진과 루나를 1조로, 그리고 엘티엇과 헤도, 바네사, 오울, 요나, 콰울, 발레리아를 2조로 대사막에 투입한 상태였다.
시마트의 예상대로 아공간 관련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조를 나눈 것이다.
하지만 진은 엘티엇과 콰울, 발레리아가 대사막을 제대로 조사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1조가 시간을 벌어준다 해도, 2조가 적명족의 감지를 완벽하게 피해서 침투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적명족은 미트라 대사막에 정찰선들을 띄워두었고, 사막 전체엔 여전히 적뇌 파장이 가득하니 오울의 능력이 있어도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콰울이 직접 희망이 생겼다고 했으니 다소 무리라 할지라도 전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콰울 박사의 촉대로 이번엔 꼭 굵직한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으면 좋겠구나. 이 상황에 네 명왕족 형제들이 합류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지.”
루나가 말했다. 그녀와 진은 몰려드는 적뇌 파장을 밀어내며 대사막을 나아가고 있었다.
적뇌 파장 때문에 공간 도약은 사용이 불가하다. 적명족의 공간 도약 방해 기술을 파훼하지 못하면, 바멀 연합은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대사막을 찾아야 했다.
“너무 기대하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 오늘 별 단서가 나오지 않는다면 앞으로는 천천히 접근할 계획입니다.”
“그래, 대사막의 주도권이 적명족에게 있으니 위험한 일이긴 하지.”
“킨젤로가 소환한 마족들도 좀 거슬립니다. 설령 라프라로사 해방 장치가 완성된다 할지라도, 대사막 내에서 사용해야 한다면 놈들이 끝까지 방해할 텐데…… 공격이 불가능하니, 그렇게 되면 놈들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왠지 느낌이 좋아. 어쨌거나 그 마족들이 등장한 덕에 네 형제들의 뇌기가 발현한 것도 사실이니,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꾸나.”
진이 고개를 끄덕였고, 루나는 조심스레 그의 눈치를 살폈다.
‘막내, 아무래도 검은빛 부르기를 세 번 실패한 일 때문에 심란한 모양이군.’
대사막으로 들어오기 직전에 티칸에서 한 번, 이동 도중 대사막 인근에서 한 번, 그리고 대사막에 들어와서 한 번.
이번 작전을 개시하기 전, 진은 그렇게 총 세 번 검은빛 부르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평소와 달리 라프라로사로 이어지는 검은 차원문이 열리지 않은 것이다.
그게 진을 심란하게 만들고 있었다. 지금껏 ‘죽은 세계’가 아니라면 소환에 실패한 적은 없었으니 말이다.
이내 진은 표정을 고치곤 루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누님. 한데 그새 엘티엇 경의 말투를 약간 닮게 되셨군요.”
“떽!”
“하하.”
별안간 대사막 중심부에 시퍼런 뇌기가 용솟음치기 시작한 건, 루나가 그렇게 엘티엇을 흉내 낸 직후였다.
두 사람은 적뇌 파장에 가려진 채 저 멀리 은은하게 빛나는 거대한 뇌기를 바라보며 몇 초쯤 말을 멈췄다.
“막내야! 저건…… 네 형제들의 뇌기가 아니더냐!?”
벨리즈와 린파. 1차전 종료 직전, 진이 느낀 뇌기는 분명 그 둘의 기운이었다.
‘이건, 반 형제의……!’
그러나 지금 대사막 중심부를 헤집고 있는 건, 분명 투신 반의 뇌기였다. 진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걸 느끼며 적옥을 꺼냈다.
[미야아!]슈리가 두 사람을 태우고 사막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너무 먼 탓에 한참을 달려야 했으나, 가까워질 때마다 그만큼 반 특유의 뇌기가 짙어졌다.
‘설마 란케의 소환이 만든 변수가 형제들을 라프라로사에서 소환한 건가!?’
온전한 소환으로 보기엔 반의 뇌기가 약한 감이 있었다. 그렇다면 라프라로사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
슈리가 달리는 동안 진은 속이 마른 장작처럼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다.
루나는 그런 진의 마음을 느끼곤 동생을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창성 특유의 마성화가 없는 것 같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먀아아아!]뇌기가 폭발하는 굉음 사이로 슈리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퍼졌다. 슈리도 사태를 파악하고는 나름의 방식으로 명왕족들을 부르고 있었다.
진도 광심장을 증폭시켜 뇌기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만일 명왕족 형제들이 어떤 식으로든 대사막에 소환되었다면, 자신의 기운을 읽어낼 터였다.
벨리즈와 린파의 대답이 들려온 건, 그로부터 3분이 지난 다음이었다. 두 사람은 막 시마트와 영상통신을 끝내고 대사막을 빠져나가려던 참이었다.
“진, 형제……!?”
“오오!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진 형제의 기운이었잖아!? 진 형제, 맞지!?”
“린파 형제, 벨리즈 형제!”
벨리즈와 린파가 달려들어 슈리를 껴안았다.
진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투왕 형제들은 검은빛 부르기처럼 불완전한 소환을 겪은 게 아니라, 라프라로사를 완전히 빠져나온 것이 틀림없다고.
“형제들, 어떻게 된 겁니까!? 다친 곳은 없습니까?”
“다치긴! 나오자마자 그 킨젤로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만든 명인들을 보이는 대로 족쳐버렸지. 함선도 수십 척이나 있던데, 일단 대부분은 반 형제의 뇌기에 녹아서 없어졌어. 우리가 직접 처리한 건 두 대뿐이고.”
“명인이라고요?”
“그 붉은 광심장 가진 놈들. 명인 아니야?”
“아, 그놈들은 명인이 아니라 적명족이라는 고대 명왕족입니다.”
“뭐, 고대 명왕족!?”
“일단 형제들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부터 말씀해주십시오. 전 어제부터 여기서 적명족과 전투를 벌였는데, 갑자기 린파 형제와 벨리즈 형제의 뇌기가 나타난 걸 확인하긴 했습니다. 그래서 그 현상을 확인하려고 다시 대사막으로 왔더니, 설마 형제들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진은 한동안 대략적인 현재 상황과 검은빛 부르기가 실패한 사실을 요약해서 설명해주었다. 곧 적명족이 들이닥칠 게 분명하므로 자세히 말해줄 상황은 아니었다.
“아아, 그랬군! 검은빛 부르기가 실패한 건 라프라로사에 균열이 생긴 까닭일 거야. 갑자기 투신전 근처의 허공이 갈라지더니 그 안으로 붉은 뇌기와 마기, 오러와 형제의 기운이 미친 듯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벨리즈의 말대로 라프라로사에 균열이 생긴 건, 마족들이 소환된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때부터 명왕족은 균열 사이로 들이닥치는 기운을 쳐내기 시작했는데, ‘공간 붕괴’로 인해 라프라로사 전체가 불안정해져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다.
균열 내부로 흘러들어온 대사막의 여파 그 자체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명왕족들을 괴롭게 만든 건 라프라로사의 중력이었다.
차원 오류 때문에 라프라로사는 마치 수축된 것처럼 명왕족들을 짓누르고 있었다. 평전사들은 대부분 그 끔찍한 감각을 버티지 못하고 혼절했다.
벨리즈는 이러한 내용을 설명하며 진과 눈을 맞췄다.
“……그래서, 투신 형제와 투왕 형제들이 보호막을 펼쳐서 형제들을 보호하고 있어. 그러던 중 우리 둘 쪽에 균열이 하나 더 생겼는데, 그건 첫 번째 균열과 달리 곧 닫힐 것 같았지. 그런데 투신 형제는 본능적으로 그게 인세로 연결되는 균열이라 확신한 거야.”
“그래서…… 우리 둘은…… 그 균열로 나왔어.”
“맞아. 하지만 나와 린파 형제의 힘만으론 균열을 더 벌릴 수가 없더군. 그래서 투신 형제가 직접 힘을 쓴 거지. 그 여파에 명인. 아니, 적명족이라는 놈들의 함선이 모조리 녹아버린 거고.”
“그렇다면, 라프라로사 안에 남은 형제들의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겠군요.”
“막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 아무래도. 하지만 우리가 나오기 직전까지 죽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반 형제가 직접 지키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진 마. 이제부터 남은 형제들도 인세로 데려오면 되는 거야.”
“맞아, 투신…… 형제…… 강해. 알지……?”
반이 직접 형제들을 지킨다.
그 말은 순식간에 진을 안심시켜주었다. 반이라면, 그 어떤 이상 현상 속에서도 형제들을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해야 할 일이 한층 더 명확해졌다. 진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진정시키며 상황을 돌아보았다.
‘라프라로사의 균열은 분명 마족, 그리고 전투와 관련이 있다. 콰울 박사의 말대로 마족들이 소환될 때 통로가 생긴 것이고, 그 통로는 전투의 여파로 넓어진 거다.’
공중요새의 주포.
라프라로사의 균열은 분명 그 어마어마한 뇌기 덩어리가 연신 대사막을 강타할 때 확장된 게 틀림없었다.
‘갑자기 대사막에 공중요새의 주포라는 거대한 힘이 쏟아지고, 마족들이 그 힘을 흡수하며 차원과 차원 사이에 일종의 반발 작용 같은 게 일어났을 가능성이 크겠지. 그렇다면, 지금 바로 기대할 수 있는 건…….’
적명족의 공중요새들이 주포를 떨구고, 마족 삼인방이 그걸 흡수하는 상황을 재현하는 일.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일행의 머리 위로 거대한 붉은 장막이 펼쳐졌다. 적명족이 공중요새를 이끌고 대사막으로 공간 도약을 한 것이다.
당연히, 처음이었다.
시뻘건 차원문을 서서히 빠져나오는 적명족 공중요새가 반갑게 느껴지는 건.
[크하하핫! 벌써 영양 섭취의 시간이 도래하였구나! 진 룬칸델, 그리고 시마트! 우리 셋이 그렇게 좋더냐?] [우리가 이렇게 계속 강해지면 감당할 수 없을 텐데? 후후, 뭐 내 알 바는 아니겠지.]심지어 복덩이 같은 마족 삼인방까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스리비와 카르마슈는 다시 시작될 전투에서 힘을 흡수할 생각에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슬픔의 마살룬만이 평소처럼 우울한 얼굴이었다.
[마살룬은 그대들을 환영한다. 그대들은 슬픔의 양식이 될…… 아니, 아니 저, 저 생물은……!]마살룬이 돌연 진 쪽을 가리키며 손으로 제 입을 가렸다.
[적옥묘…… 마녀의 적옥묘 슈리이지 않나! 진 룬칸델, 이제는 그대가 슈리의 주인이 된 것인가!?] [먀?]마살룬은 슈리와 진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뚝뚝 굵은 눈물을 흘려댔다.
[아아, 정녕 슈리로군! 그렇다면 마살룬은 이제 진 룬칸델을 해하지 않겠다. 슈리, 그 무엇보다도 슬픔에 어울리는 생명이여…… 마살룬은 오래 전부터 그 아리따운 적옥묘를 찬미해왔지. 오오. 슈리여…… 부디 마살룬이 한 번만 만져보게 해다오.] [먀먁, 사하아악.] [아, 마살룬 이 친구 또 시작이네. 저 적옥묘는 너 싫단다.] [알아서 해라, 마살룬. 대신 란케한텐 잘 설명해야 할 거다.]진과 루나, 명왕족들은 마치 연극 연습을 하듯 자기들끼리 떠들어대는 마족 삼인방을 보곤 어깨를 으쓱였다.
“루나 누님, 누님은 지금 즉시 빠져서 콰울 박사 쪽에 이 상황을 알리십시오. 여긴, 저와 형제들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형제의 형제와 아직 인사도 제대로 못 했군. 반갑다, 루나 룬칸델. 진 형제에게 그대 얘길 아주 많이 들었어.”
“난…… 린파. 끝나고…… 더 이야기, 하자…… 루나.”
벨리즈와 린파가 등에 멘 대검을 추켜올리며 진의 좌우에 자리를 잡았다. 루나는 그 모습에 전혀 걱정하지 않고 2조를 찾으러 떠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