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08
“우리가 노리는 것은 대회의의 날이다.”
부자간의 상봉을 마친 노아는 카인, 아르니와 함께 코코아에게로 돌아왔다.
습격을 대비해 북해검왕이 치료를 받고 있는 안전가옥에서 테오도르까지 합류.
이번에 함께하게 된 모든 인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회의의 날이라는 게 뭐죠?”
노아의 질문에 설명을 시작한 건 테오도르였다.
“대회의는 생텀 킵을 중심으로 한 빙하도시 전체에서 전 의원이 참석하는 회의다. 이날은 모든 관계자들이 생텀 킵에 모이게 되지.”
“이 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의원의 의무다. 당연하게도 북해검왕 또한 참석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힘들겠지.”
그 말에 아르니가 침통한 표정이 되었다.
북해검왕 본인을 대신해 그 세력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였지만, 의원 자격까지 대신할 수는 없었다.
“회의에 본인이 참석하지 못하면 아무리 북해검왕이라고 해도 의원 자격이 박탈될 거다. 공무 수행 중에 다친 거니 상황에 따라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이번 대회의의 뒤편에는 조직이 있을 테니까.”
“놈들이 이번 기회에 북해검왕을 실각시킬 거라는 뜻이군요.”
“놈들은 대회의가 시작되기만 하면 게임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우리가 노리는 건 다른 쪽이다.”
대회의에 모든 의원들이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는 것은 반대로 조직에 가담한 이들 또한 참석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얀 마녀도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이상,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마녀의 저택이 빈집이 될 거다.”
“이쪽은 반대로 빈집을 턴다?”
“증거만 잡으면 하얀 마녀는 끝이니라. 그년이 떨어져 나가면 생텀 킵에 남은 마스터 나이트는 북해검왕이 유일. 당장은 상태가 안 좋아도 의회에서 쳐낼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게다.”
실패하면 끝장인 막판 뒤집기.
상대가 이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은 없으니,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놈들은 영악하게도 이번 대회의에 우리 셋을 모두 증인으로 소환했다. 때문에 대회의 시간에 우리는 움직일 수 없어.”
“그래서 저희를 부른 것이로군요.”
대회의에 출석해야 하는 세 사람을 대신해 마녀의 저택에 잠입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노아와 율리우스를 부른 이유.
“하지만 그런 일이라면 실력 있는 기사를 부르는 게 나았던 거 아닙니까?”
“아니, 이번 일에는 노아 네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제 힘이요?”
“네 기승전결은 이능에도 간섭할 수 있으니까.”
나이트레이에 조직의 하수인들이 잠입했을 때, 노아는 자신이 이능의 결과물마저 조종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강력한 힘으로 다 부숴 버리는 것이라면 모를까, 증거를 가지고 나오려면 반드시 그 힘이 필요해.”
옆에서 팔짱을 끼고 듣고 있던 카인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승이 이능에도 통한다는 건 내가 이미 검증을 마쳤다. 꼭 조직의 마인들이 아니더라도 마수의 이능에는 다 통하더군.”
이 세상 그 누구보다 많은 마수들을 상대해 본 인물의 말이었다.
특별한 예외가 아닌 이상 기본적으로 먹힌다고 봐야 했다.
‘아니, 애초에 마수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검술이니 당연한 걸지도.’
“율리우스 너의 경우에는 따로 설명할 필요 없겠지?”
“네. 싱클레어의 의무에 대해서는 항상 각오하고 있습니다.”
‘싱클레어의 의무?’
율리우스는 곧바로 노아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싱클레어 가문은 원래 마수 사냥꾼 가문이었다. 마스터 나이트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 최초로 재해급을 사냥한 것도 우리 가문의 선조였지.”
“……!”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라.”
그 이야기가 끝나자 테오도르가 다시 상황을 정리했다.
“이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실력과는 별개로 아직 정식으로 기사서임도 받지 않은 너희들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지. 해볼 테냐?”
목숨을 걸 수 있냐는 물음이었으나 답은 즉답이었다.
“하겠습니다. 아니, 하게 해주세요.”
“물론입니다. 애초에 그러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까요.”
“알겠다. 그러면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가르쳐 줄 테니 전부 숙지해 두도록.”
그리고 대회의의 날이 다가왔다.
* * *
“대회의장에 하얀 마녀의 등장을 확인. 작전 개시다.”
“확인.”
작전 개시를 확인한 노아는 율리우스와 양쪽으로 갈라졌다.
마녀의 저택은 생텀 킵에서 흔치 않은 광대한 부지를 사용한 저택이었다.
한정된 시간 안에 전부 수색하기 위해서는 따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담장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구만.’
빙하 위에 세워진 특징 때문에 빙하도시에선 안전한 땅이 한정되어 있었다.
돈이 많다고 해도 이런 저택의 건축 허가 따윈 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거대한 저택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만큼 하얀 마녀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이겠지.’
마스터 나이트인 것도 그렇지만,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 자체도 대단하다는 뜻.
두 집행관이 하얀 마녀를 섣불리 건드릴 수 없었던 것은 이런 이유가 컸다.
‘읏차.’
노아는 적당한 위치에서 담을 넘었다.
어지간한 건물 4층 높이만큼 솟은 담장이 노아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여기서부터는 무단침입이다. 절대로 걸리면 안 돼.’
담장 밖에서 걸리는 건 아무리 의도가 뻔해도 법적인 문제는 되지 않는다.
허나 이제부터는 발각되면 끝장이다.
‘유니아에게 배운 은신술은 완벽해. 심안 사용자가 아닌 이상 직접 마주치는 것만 피하면 들킬 일은 없다.’
저택 곳곳의 경비가 눈에 띄었지만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저택이 너무 넓은 탓에 경비가 촘촘하지 못했다.
‘애초에 본인이 마스터 나이트니 경비는 사실상 저택의 관리를 위해 고용한 것이겠지.’
일반적인 경비원 따위는 빽빽하게 있어도 별문제 아니었지만, 드문드문한 덕분에 좋은 점도 있었다.
‘반대로 경비가 촘촘한 곳이야말로 중요한 시설이라는 뜻.’
안쪽으로 들어선 노아는 슬슬 털끝이 간지러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육감의 범위 안에 들어왔다는 뜻이었다.
‘슬슬 기사급도 있나.’
하얀 마녀는 자체적으로 여러 기사단을 거느리고 있었다.
테오도르가 숙지시킨 지도에는 기사단 숙소도 몇 개인가 있었으므로 이상한 건 아니었다.
‘상대의 육감을 느낄 수 있다는 건 내 실력이 위라는 뜻. 괜찮아. 안 들켰어.’
노아는 기사단 건물 주위를 한 바퀴 돌다가 3층에 한 창문이 열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훌쩍!
보는 눈이 없는 것을 확인한 직후 소리 없이 뛰어오른다.
좁은 창이었지만 노아는 미꾸라지처럼 쏙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화장실이었다.
‘환기 때문에 열어놨나.’
건물 내부에도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이 느껴졌다.
口 자 복도를 두고 그 중심과 테두리에 방들이 붙어 있는 모양.
복도에 나가면 모퉁이를 제외하곤 숨을 곳이 없었다.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지.’
선택지는 두 가지.
‘위냐 아래냐인가?’
최고층인 4층은 집무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지하 쪽은 계단이 지하로 이어진 건 알겠는데 뭐가 있을지 알 수가 없었다.
‘이건 아래군.’
하얀 마녀 본인의 집무실도 아니고 휘하 기사단의 집무실이다.
대단한 정보가 있을 거라고 보긴 힘들었다.
빠르게 복도를 통과한 노아는 계단을 올라오는 기척에 황급히 모퉁이에 몸을 숨겼다.
“어차피 마녀님도 부재중이신데 훈련이라니. 귀찮게 이런 건 왜 한대?”
“그러게 말이야.”
고개만 돌리면 노아와 눈이 마주치는 상황.
허나 그들은 계단을 올라와 앞으로 직행했다.
노아는 처음부터 그들의 시선이나 발걸음을 통해 가려는 방향을 짐작하고, 방 안으로 숨는 대신 복도의 벽면에 몸을 붙이는 정도로 피했던 것.
‘훈련이라. 혹시 침입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건가.’
그렇다면 저쪽에서도 침입자를 우려하고 있다는 뜻.
‘뭐가 있긴 있다는 뜻이군.’
순식간에 계단을 내려간 노아는 1층에서 다시 지나가는 기사들을 피해 숨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견습 기사로 보이는 인원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육감은 몰라도 시각까지 흐트러뜨릴 기술은 없는데.’
본체와 구별이 불가능한 분신을 만들어낼 정도였던 쿠이나라면 모르겠으나, 노아에게는 육감을 피하고 소리와 냄새를 죽이는 정도가 한계였다.
‘하는 수 없군.’
똑똑.
벽면을 두드림과 동시에 소리 없이 뛰어올라 천장에 달라붙는다.
경비가 조금이라도 위를 쳐다본다면 손을 쓸 생각이었지만 다행히 노아는 들키지 않았다.
“뭐지?”
잠깐 고개를 돌린 틈에 경비의 머리를 뛰어넘은 노아는 순식간에 지하로 내려갔다.
여닫을 때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육중한 철문이 나타났으나, 이 또한 노아에게는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소리는 결국 진동이지.’
경비가 문 앞에 있었다면 곤란했겠지만 근무를 서는 곳은 계단 위였다.
노아는 충분히 시간을 들여 부드럽게 문을 연 뒤, 자신의 몸을 집어넣고 다시 닫았다.
그렇게 도착한 지하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넓었다.
‘다른 건물의 지하와도 이어져 있는 건가?’
지하공간은 수평적으로 이어져 있었으나 그것은 어느 건물에서든 들어올 수 있도록 했을 뿐.
진짜 시설은 더 아래쪽에 있었다.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이 아래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
허나 노아는 확신했다.
‘재가 흩날린다.’
아주 드문드문.
지하공간을 떠다니는 재들이 보였다.
타고 있는 횃불이 만들어낸 재는 아니었다.
노아는 이러한 재를 본 적이 있었다.
‘나이트레이에 침입했던 놈들. 그중 하나가 이곳에 있다.’
* * *
“음?”
하얀 마녀와 집성제가 대회의장으로 떠난 지금, 아라크네는 홀로 마녀의 저택에 남아 집을 지키고 있었다.
“거미줄에 뭐가 올라왔잖아? 진짜 잠입해 온 건가?”
집성제의 그림자 능력이 더해지지 않은 거미줄은 기사의 감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벽의 안쪽, 지면의 아래에 거미줄을 묻어두면 사실상 감지가 불가능했다.
“진동은 둘, 보아하니 이번에 온 실습생 놈들인 것 같은데?”
아라크네가 거미줄 연락망으로 확인한 사항을 전파하자 가장 먼저 타라에게서 답신이 왔다.
“노아 쪽은 내가 간다라니…… 이년도 제멋대로인 건 지 주인이랑 똑같구만?”
아라크네에게 딱히 개인적인 원한 따위는 없다.
그저 타라가 노아를 상대한다면 자신이 율리우스를 상대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안 들 뿐.
“랭킹 1위라면 얘가 더 강하다는 거 아냐. 직접 싸우기는 싫은데. 일단 쓰레기장의 문을 열어두도록 할까.”
거미의 싸움은 진을 치고 적을 기다리는 것.
타라와 달리 아라크네는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없었다.
“저쪽 일이 끝날 때까지 내가 나설 일이 없었으면 좋겠네.”
집성제의 계획은 완벽했다.
오늘 하얀 마녀는 죽는다.
그 후에 태어나는 것이 심검을 휘두르는 마수일지, 이능을 사용하는 마스터 나이트일지는 모른다.
허나 어느 쪽이든 이 나라를 불태우기에는 충분하리라.
“마스터 나이트가 셋이나 있다고 해도 그건 막을 수 없겠지.”
안전한 곳에 앉아서 남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구경하는 것은 꽤나 즐거웠다.
그 대단한 마스터 나이트님도 집성제가 손을 쓰자 한 방에 반병신이 되었다.
그림자 속에 숨어 그 모습을 지켜본 아라크네는 마음속 한구석이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꼈다.
처음에는 양심의 가책인가 했으나 그런 건 아니었다.
그런 끔찍한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달콤함.
“이게 사랑인가?”
* * *
“이미 들켜 있었던 건가.”
어둠속에서 상대를 발견한 노아는 지체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설득의 여지가 없는 상대였다.
“타라.”
“진짜로 여기까지 쫓아오다니 집착이 심하네. 나는 집착남은 싫더라.”
그녀의 등 뒤로 수십에 달하는 실패작들이 늘어섰다.
“그러니까 적당히 죽어서 없어져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