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09
뇌명신, 흑염아.
상대를 확인한 노아는 힘을 아끼지 않고 처음부터 전력으로 나섰다.
쿠르릉!
작열하는 열기에 대기가 찢어진다.
우레와 같은 소리와 함께 노아의 검기가 공간을 점했다.
타라는 굳이 거기에 맞서는 대신 뒤로 빠졌다.
그녀가 데리고 온 해골병사들이 빈자리를 메우며 밀려들었다.
흑염을 두른 노아의 검이 선두에 선 해골병사를 박살 냈다.
뼛조각이 튄다.
노아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
콰앙!
투두두둑!
전투 불능에 빠지자 폭발한 해골병사의 뼛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석재로 이루어진 지하통로의 벽면에 깊숙이 틀어박힐 정도의 위력.
노아는 황급히 호신강기를 둘렀으나 뼛조각은 호신강기를 뚫고 피부를 베었다.
시프와 함께 개발한 호신강기는 2단계인 검기상인에 해당하는 기술이라 강도가 떨어졌다.
때문에 이걸 쓸 정도의 실력이면 그냥 무형검을 방패로 쓰는 탓에 다른 검술에는 없는 기술이었다.
허나 남들과는 다른 무형검 체계를 가진 노아는 호신강기가 반응이 훨씬 빠르기 때문에 나름대로 유용하게 쓰고 있었다.
‘표면만 살짝 베였나. 하지만 직접 맞았다면…….’
벌집이 되었으리라.
다행히도 독은 없는 모양이었다.
“생각보다 단단해서 놀랐나? 썩어도 준치라고 이 실패작들은 기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거거든. 범죄자 따위와는 다르다는 거지. 아무리 너라도 깔끔하게 베어내긴 힘들걸?”
마수는 육체적으로 뛰어나지만 강체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기사는 인간의 몸을 바탕으로 하지만 강체술로 그것을 강화할 수 있었다.
조직의 마수화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강체술을 가진 마수의 신체를 보장해 준다.
시술 전의 인간이 강력할수록 그 결과물 또한 강력하다.
‘이성이 남아 있으면 성공, 아니면 실패인가? 그렇다면 실패작이라도 순수한 스펙은 성공 케이스와 동급이라는 거군.’
“지능이 짐승 수준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 정도의 신체 능력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녀석들이야. 자, 어떻게 할래?”
신체 능력이 자신보다 위라곤 해도 이성도 없는 마수인 만큼 싸워서 이길 순 있다.
허나 처음부터 자폭을 염두에 둔 육탄공세.
거기에 병력 뒤에 숨어 기회를 엿보는 타라 본인까지.
‘큰 기술로 일격에 밀어버리고 싶지만 지하에서 그랬다간 난리가 나겠지.’
좁은 통로라는 지형마저도 노아에게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 이런 환경에서는 싸워주는 쪽이 바보다.
“그럼 이긴 바보가 될 수밖에.”
뇌명신이 만들어내는 속도에 흑염아의 파괴력이 더해진다.
콰가가각!
자폭이 거슬린다면 뼛조각이 튀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될 뿐.
투두두두두두둑!
노아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뼛조각이 기관총처럼 틀어박혔다.
“하핫! 바보 아냐? 한 놈 쓰러뜨리는데 그렇게 오러를 써대면 반도 못 잡고 네가 먼저 쓰러질걸?”
틀린 말은 아니었다.
재해급 영약을 먹긴 했어도 이건 낭비가 너무 심하다.
지금도 적의 숫자를 생각하면 간당간당. 만일 더 충원되기라도 하면 확실히 자신이 먼저 지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아는 멈추지 않았다.
수십의 병력이 순식간에 줄어든다.
하나하나가 어설픈 기사보다 강한 실패작들이었으나, 노아는 말 그대로 그걸 갈아버리고 있었다.
‘이 녀석, 숨겨둔 게 있는 건가!’
한 치의 흔들림 없는 당당함에 타라는 상황을 오판했다.
원래 암부기사였던 능력으로 어둠 속에 숨어든다.
이런 난장판 속이라면 대놓고 숨어도 알아채기 힘들었다.
‘알아채더라도 이건 막지 못하겠지만 말이지.’
몸을 숨긴 타라는 곧장 자신의 이능을 발동시켰다.
그녀의 이능은 바로 공간이동.
‘내가 은신한 걸 알아챘으면 오히려 이건 예상치 못할 거다.’
노아의 등 뒤로 나타난 타라는 그 목을 향해 자신의 단검을 들이밀었다.
아무리 강한 기사라도 갑작스럽게 목 앞에 나타난 검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런 이능이었군.”
“뭐……?”
노아는 처음부터 타라가 이능을 쓰게 만들 요량으로 오러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었다.
코앞에 있던 노아의 모습이 사라진다.
다음 순간 나타난 기척은 타라의 등 뒤에 있었다.
휙!
등 뒤에서 찔러오는 공격에 타라는 황급히 능력을 사용해 회피했다.
“이동 후의 자세를 잘못 잡아서 공격이 늦어졌군.”
“너 어떻게 내 능력을……!”
“왠지 모르겠지만 너희들이 쓰는 이능은 마수가 사용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 모양이더라고.”
노아는 타인의 검술을 보기만 해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능이 있었다.
흑천도 뇌명신도 모두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
놀랍게도 이 재능은 기승전결의 효과로 마인들의 이능에도 적용되는 것이었다.
본인이 이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기에 평소에는 사용하지 못한다.
허나 이능 보유자가 주변에서 능력을 사용하면 그때는 노아도 그것을 쓸 수 있었다.
“실전에서 검증해 본 적은 없지만 예상대로군. 이건 써먹을 수 있겠어.”
“말도 안 돼 어떻게 평범한 인간 주제에…….”
이런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던 노아였다.
이능 사용이 가능해진 것은 그간 조직과의 싸움으로 이능에 익숙해진 카인이 기술을 전수해 준 덕분.
또한 카인은 이능 카피를 전수해 주며 한 가지 당부를 남겼다.
‘적은 우리가 이능을 쓸 거라곤 예상치 못할 거다. 이는 엄청난 장점이야. 그러니 일단 능력을 보였다면 절대로 적을 놓치지 마라.’
이전에 보았던 그림자 이능이라면 적이 사용하는 동안 자신도 그것을 조작할 수 있다.
공간이동 같은 경우에는 상대방이 사용한 횟수만큼 자신도 쓸 수 있으리라.
즉, 노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타라가 능력을 또 쓴 시점에서 노아에게도 횟수가 하나 찼다.
“도망치려면 더 멀리 갔어야지.”
“어, 어어……?”
노아의 손안에서 공간이동한 수리검이 타라에게 틀어박힌다.
형성 과정에서 전조 현상이 있는 무형검과 달리 이는 생각과 즉시 이동이 가능했다.
거리에 비례해 소모되는 오러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긴 하지만 장애물을 그냥 통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절대적이었다.
“편리하긴 하지만 이런 강력한 힘이 마수에게 있다니 끔찍하군.”
타라가 쓰러지자 해골병사들은 움직임을 멈췄다.
허나 그녀가 여기 나타났다는 건 이미 잠입이 들통났다는 뜻.
이제 다음 기회는 없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번에 증거를 찾아서 하얀 마녀를 실각시켜야 했다.
“그걸로 죽지는 않았겠지. 네게는 이곳의 정보를 들어야겠다.”
필요하다면 고문도 한다.
그런 생각으로 타라에게 다가간 노아는 그녀가 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음?”
“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아파!”
구구구구!
능력이 폭주한다.
사방의 모든 것이 사라졌다 다른 곳에서 나타나길 반복했다.
해골 병사들이 벽에 틀어박히고, 토사가 복도로 쏟아진다.
그러한 와중에 타라 본인 또한 신체가 변이하고 있었다.
‘아차!’
마수화 시술에 성공한 이들은 평소엔 인간의 형태로 다닐 수 있었다.
그 말은 이능을 쓰긴 했어도 지금까진 마수화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는 뜻.
이런 성가신 능력에 벤자민과 같은 힘까지 더해지면 그건 진짜 골치 아팠다.
노아는 황급히 타라가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았고,
키이이잉!
함께 어딘가로 이동해 버렸다.
* * *
“꽤나 깊은 곳까지 이어진 걸로 보이는데.”
같은 시각 율리우스는 노아가 있던 지하 1층보다 더 깊은 지하 3층을 탐색하고 있었다.
마녀의 저택을 겉에서부터 살펴 들어가기로 한 노아와 달리 율리우스는 중심부에서부터 바깥쪽으로 탐색하기로 되어 있었다.
“시작부터 당첨인가 했더니 어쩌면 꽝이었을지도 모르겠군.”
아까부터 발밑이나 벽 속에서 묘한 진동이 느껴지더니, 멀리서 그를 향해 접근해 오는 기척이 있었다.
외견상으로는 고작 1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
하지만 그 오러는 이미 사람을 잡아먹은 마수와도 같았다.
“들켰는데도 별로 동요가 없네요?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걸까요?”
“싸우기 전에 일단 확인해 두도록 하마. 네 녀석은 조직의 일원인가?”
“사람의 말을 무시해 놓고 자기는 질문이라니. 무례하신 분이네요. 뭐, 그래도 일단 소개부터 하도록 하죠.”
소녀는 고풍스러운 방식으로 치맛자락을 잡고 인사했다.
“저는 백룡기사단 소속 사슬낫의 제니. 용케 3층까지 오셨지만, 여기까지. 이 아래로는 보내 드릴 수 없답니다.”
이번에 데려온 이들은 모두 실패했지만, 마녀에게는 타라처럼 이전부터 마수화 시술에 투입한 기사들이 있었다.
백룡기사단은 그중 성공작들을 모아놓은 기사단.
그러나 마인이 되었다고 해서 누구나 소중한 전력으로 기용되는 건 아니었다.
‘마인이 되어도 이능이 쓸모없으면 마수화가 전부인 쓰레기일 뿐. 기껏 살아남아 놓고도 여기서 소모품으로 전락할 순 없어요.’
처음부터 특별한 이능을 획득한 게 아니라면 공을 세워 인정받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 외에도 아라크네에게 소식을 전달받고 여러 성공작들이 달려오고 있는 상황.
‘8대 가문 출신의 나이트레이 1위를 쓰러뜨리면 주인님의 눈에 띌 수 있어요.’
“그런가. 그렇다면 백룡기사단이라는 것들은 전원 조직과 연결된 마인들이라고 보면 되겠군.”
잠입이 발각되었음에도 여유로운 그 모습에 제니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여유.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두고 보도록 하지요. 인간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하세요!”
마수화를 사용한 제니에게 4개의 팔이 추가로 돋아나기 시작했다.
마수화로 인한 오러의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던 율리우스는 변신이 끝나자 자신도 검을 뽑아 들었다.
“간격 안에 들어와 있는 적은 벽 너머까지 서른하나.”
“저를 상대하고 있는 와중에 그게 무슨…….”
“사일런트 레이브.”
허공에 선을 긋는다.
털썩!
그것만으로도 율리우스의 감각권 내에 있던 모든 적들이 쓰러졌다.
“역시 이만큼 ‘보는’ 건 부담되는군.”
근처에 느껴지는 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 율리우스는 항상 감고 다니던 눈을 떴다.
자색의 마안.
제국의 황가에만 이어진다는 오러를 보는 권능이 율리우스의 눈에도 깃들어 있었다.
율리우스는 마안으로 인해 빛은 볼 수 없어도 오러는 볼 수 있었다.
황족이 황족끼리만 결혼하는 것도 아니었으므로 사실 황가의 바깥에도 마안의 소유자가 탄생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싱클레어 가문은 8대 가문 중 하나로 제국 내에서도 유력한 집안.
율리우스의 조상 중에는 제국 황실의 피도 섞여 있었다.
허나 황실의 피가 섞여 있을지언정 마안은 황가의 내부에만 발현된다.
그 이유는 간단.
“숨기는 것도 일이로군. 마안을 발현했다는 게 들통나기라도 했다간 바로 황실에 편입될 테니.”
마안을 발현한 인물이 나타나면 바로 황실로 데려가 버리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들켜선 안 되지.”
율리우스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날 때부터 마안을 가지고 있던 베로니카와 달리 그가 마안을 발현한 것은 충분히 성장하고 나서의 일이었다.
그리하여 율리우스는 선천적으로 눈이 안 보이던 것을 핑계로 자신의 마안을 숨겼다.
‘내가 황실에 편입되면 후계자의 자리는 동생들에게 넘어간다.’
고지식한 아버지의 교육은 자신조차 숨이 막힐 정도였다.
동생들에게까지 아버지의 채찍이 향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었다.
‘그러니 마안을 밝히는 건 내가 마스터 나이트가 된 이후의 일이다.’
황실이나 아버지가 뭐라고 해도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는 발언권을 얻는 것이 먼저였다.
그것이 바로 심검.
율리우스에게 검술은 그저 동생들을 지켜줄 수단에 불과했다.
그는 검을 집어넣고 쓰러진 제니를 지나 복도를 걸어갔다.
방금 확인한 대로라면 아무래도 그의 후배는 단번에 한참 아래까지 내려간 모양이었다.
“선배가 되어서 후배보다 뒤처지면 안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