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50
사상 초유의 학생 마스터 나이트가 학교를 떠나고 몇 달.
학생들의 관심사는 ‘그래서 남아 있는 사람 중에는 누가 제일 강하대?’로 넘어갔다.
“역시 율리우스 아냐? 현재 1위잖아. 작년에도 졸업반들을 빼면 가장 높은 순위였고.”
“황녀님은? 마안도 있는데.”
“전에 리베리 한쪽이랑 싸우는 걸 보니 강하긴 한데 그래도 무리겠지. 실제로도 율리우스한테는 계속 깨졌고.”
“그 둘보다는 오히려 아니스 선배가 강한 거 아냐? 체스 전까진 둘 다 10위권 바깥이었잖아.”
실제로 싸워보기 전까지는 답이 없는 문제인 만큼 의견은 다양했다.
보통 출신 성분에 따라 자신과 가까운 쪽을 올려치곤 했지만, 중론은 다음과 같았다.
율리우스는 현재 1인자가 맞는 것 같다.
베로니카와 리나리아는 확실히 강하지만 아직 더 성장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 순위 변동이 미미한데 반해, 노아와 페르난도 나르바에스의 약진이 돋보인다.
“노아야 입학 직후부터 내내 랭킹전에 적극적이었으니 그렇다 쳐도 페르난도는 의외지.”
“의외랄 게 있나. 그 일 때문에 작년 하반기 내내 자숙하고 있었는데.”
벤자민 나르바에스의 배신.
이후의 조사로 그것은 벤자민과 그 일파만의 탈선이었던 것이 밝혀졌으나, 나르바에스 가문은 그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
덕분에 나이트레이를 다니고 있던 페르난도 또한 자숙에 들어가야만 했다.
해를 넘기고 조직에 대한 것이 나르바에스만의 문제가 아님이 밝혀진 이후, 그는 자숙을 끝내고 적극적으로 랭킹전에 나서고 있었다.
“새로 15인에 들어온 펠릭스는 조용한데 말이지.”
“페르난도는 생각보다 강했다고 봐야겠지? 그럼 노아는?”
“노아는 올해 무패행진을 기록하고 있긴 한데 아직 남은 15인과는 검증이 안 된 조커지.”
현재 가장 적극적으로 랭킹전에 나서고 있는 이 둘이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그것이 나이트레이 내부의 주요 관심사인 가운데, 노아는 강적을 마주했다.
“나도 빨리 리나리아를 따라잡으려고 했지만 아니스 언니는 아무래도 힘들단 말이야.”
밀리아를 쓰러뜨리고 11위가 된 노아는 10위인 로젤리아와의 랭킹전을 생략하기로 했다.
쌍둥이 둘을 동시에 상대해 보고 싶다는 제안에 따라 순위 점프를 합의, 바로 9위인 아니스와 붙기로 한 것.
문제는 9위가 바로 작년, 4위로 율리우스 바로 뒤에 붙어 있던 아니스 파브리스라는 점이었다.
“랭킹전 규칙하에서는 일대일로 이기기 엄청나게 힘들 거야.”
“그 정도인가요?”
“그 언니가 작년에 왜 4위였는지 알아? 자기가 아래에 있으면 그 밑에 애들이 실력이 되는데도 못 올라가서 위로 비켜준 거야.”
아니스의 평가는 아무리 봐도 9위에 머물러 있을 사람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었다.
덕분에 그녀가 9위에 안착하자 자연스럽게 한 자릿수 랭킹의 수문장이 되어 버렸다.
익시드를 완성하고 12위에 머물러 있던 시절에 비해 확 강해진 로젤리아조차 10위에 막혀 있을 정도로 말이다.
“본인이 강한 것도 있지만 문제는 특성이 랭킹전에 엄청 적합하다는 거지.”
랭킹전은 어디까지나 실전이 아닌 대련.
그에 따라 오필리아처럼 제 실력을 다 보일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아니스는 그 반대.
“이쪽은 아무래도 힘을 조절해야 하는 데 반해 아니스 언니는 전력을 다할 수 있으니까.”
검기와 강체술을 통틀어 부르는 검술.
그중에서도 강체술에 모든 것을 바친 파브리스 가문은 수인 뺨치는 근접 전투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수인들이 선술박투를 배우긴 해도 기본적으로는 비전투 능력인 선술 전반을 공부하니, 실제론 그 이상.
경기장 내에서의 근접전이라는 랭킹전 규칙에 수혜를 입는 쪽이었던 것.
“게다가 노아 너는 오히려 상대에게 유리한 환경까지 주고 하려는 쪽이잖아. 뭐 이번에는 더할 것도 없겠지만, 쉽진 않을걸.”
“그러게요.”
노아는 이전 아니스의 일격을 받아냈던 때를 떠올렸다.
‘그땐 비교적 쉽게 막긴 했지만 사실 제대로 붙어본 건 아니었고.’
당시의 아니스는 검도 두고 온 상태로 그저 무력시위를 위해 적당히 무형검을 휘둘렀을 뿐이었다.
재해급 영약을 모두 흡수한 지금도 전력을 다한다면 순수 신체 능력은 상대가 위.
‘이쪽은 어떻게 공략해야…….’
그렇게 고민하며 기숙사로 돌아온 노아는 문을 열고 그대로 정지했다.
거실에서 카밀라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아니, 이건 그렇다 쳐도.’
우르슐라가 재학 중인 걸 생각하면 이쪽은 오히려 그러려니 할 수 있었다.
뒤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오븐 트레이 째로 쿠키를 내오고 있는 아니스가 노아를 발견하고 말했다.
“어머, 마침 쿠키가 다 구워졌단다.”
“……???”
도대체 왜 아니스가 여기서 쿠키를 굽고 있는 건가.
“내가 건물을 잘못 찾았나?”
고민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이 이상한 곳으로 왔나 대문을 다시 살펴봤지만 역시 검은 달 기숙사가 맞았다.
“아니 왜?”
다시 봐도 그대로였다.
“왜??”
의문은 금방 풀렸다.
“저번 달에는 밀리아랑 검술 교환을 했다면서? 그럼 이번에는 누나가 파브리스 검술을 가르쳐 줄게!”
처음으로 노아랑 붙는다는 사실에 노아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등장했다.
* * *
노아가 도착하기 조금 전.
나이트레이를 찾은 카밀라는 휘하의 기사들을 바깥에 대기시켜 두고 검은 달 기숙사를 찾았다.
아슬란의 부탁도 있었지만 그보다 자신의 용건이 먼저였다.
“군도로 돌아오세요. 우르슐라.”
“안 돼.”
“아직도 때를 쓰는 겁니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요.”
“아니, 오히려 이럴 때니까 안 된다는 거야. 나는 돌아갈 수 없어. 아직은 말이야.”
“……?”
“나는 꽤 강하지만, 군도에 나 하나 더해진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 그러니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
아슬란, 알렌에 이어 율리우스까지 심안을 각성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지금의 나이트레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는 것을.
“돌아가면 정령태를 좀 더 수련할 순 있겠지. 하지만 그것뿐.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건 오래 걸릴 거야.”
그에 반해 이곳에서는 강력한 경쟁자들과 부딪히며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일개 기사는 지금의 상황에서 별다른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심안을.
그리고 심검을.
“후배들이 하도 극성이라 보기만 해도 영감이 막 떠오르지 뭐야? 하핫.”
끝에 가선 적당히 얼버무리긴 했으나, 우르슐라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카밀라도 어쩔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필요해지면 대무녀로서 명령을 내려서라도 돌아오게 할 거예요.”
“너에게 정말로 내가 필요해지면 따로 부르지 않아도 내가 먼저 돌아갈 거야.”
우르슐라에 대한 것은 이렇게 정리가 되었지만 아직 아슬란의 부탁이 남아 있었다.
‘일단 기다려 볼까요. 그 말이 무슨 의미인 건지도 궁금하고요.’
수업 시간표를 보면 노아는 곧 돌아올 예정.
그리하여 카밀라는 검은 달 기숙사에서 노아를 기다리기로 했다.
“어라? 손님이 계셨네요. 쿠키 반죽을 너무 많이 해버려서 남아버렸는데. 혹시 드실래요?”
“아, 그러면 저도.”
* * *
오독오독.
노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쿠키를 학살하고 있는 카밀라에게 물었다.
“그래서 아슬란 선배가 부탁한 말이라는 게 뭔데요?”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보물을 숨기려면 보물더미 밑에 묻어라.”
“……그게 끝이에요?”
“네. 노아 씨도 무슨 뜻인지 모르시는 건가요? 저는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말인가 했습니다만.”
“글쎄요. 처음인데.”
사람을 숨기려면 사람들 사이에,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그런 말 자체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말이지만, 보물 이야기는 처음이었다.
“아슬란 씨는 이미 마인 검사도 했고.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이라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만. 노아 씨도 의미를 모를 줄은.”
“어쩌면 처음부터 수수께끼 같은 걸 낼 생각이셨는지도 모르죠. 그 선배는 원래 그런 성격이었으니까.”
“수수께끼일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부러 절 붙잡아 부탁할 정도라면 단순한 장난은 아닐 겁니다. 이건 고민해 보시는 게 좋겠네요.”
이야기를 전한 카밀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가시게요?”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그럼 언젠가 또.”
떠나는 카밀라의 뒷모습을 보며 노아는 랭킹전 1위 달성을 향한 각오를 다졌다.
“그럼 나도 내 할 일을 해볼까.”
멀리 갈 것도 없이 아니스는 옆방에서 노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정은 대충 들었어. 강해지고 싶은 거지?”
‘대충?’
도대체 누구한테 어디까지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아니스는 노아보다 더 의욕이 넘치고 있었다.
“그럼 누나가 체술을 가르쳐 줄게.”
“아니스 선배도 검술 교환인가요.”
“아니, 네 검술을 가르쳐 주는 건 됐어. 비하하려는 게 아니라 나는 배워도 전혀 못 쓸 테니까.”
“네?”
“으으음…… 말로는 잘 설명하지 못하겠고. 일단 몸풀기로 붙어보지 않을래?”
그건 오히려 노아가 부탁하고 싶을 정도였다.
말 나온 김에 직접 붙어보기로 한 두 사람은 검은 달 기숙사의 연무장으로 나왔다.
연무장에는 같이 돌아온 로젤리아를 포함해 일찌감치 수업이 끝난 시바도 구경을 나왔다.
아니스는 그런 사람들 사이로 자신의 검을 질질 끌며 나타났다.
시바는 옆에서 그 모습에 감탄했다.
“저분 저거 본 크러셔까지 가지고 오셨네. 진심이신가 본데?”
아니스의 검인 본 크러셔는 검보다는 공성병기에 가까운 거대 망치였다.
자루의 길이만 4미터.
머리 부분의 쇳덩이는 무게 2톤에 달하는 무지막지한 무기.
성련검의 강도를 생각하면 검기고 뭐고 그냥 압도적인 파괴력으로 사람을 반죽해 버릴 수 있는 흉악한 물건이었다.
덕분에 아니스는 나이트레이 학생이면서도 자신의 검을 가지고 다니길 꺼려 하며, 의장용 검을 따로 챙길 정도였다.
“노아 너는 신체 능력에 비해 그걸 다루는 체술이 부족해.”
“제 체술이 부족하다고요?”
기를 마스터하고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 노아로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소리였다.
“응. 그러니까 누나가 직접 몸 쓰는 법을 가르쳐 줄게.”
“좋아요. 그럼 해보죠.”
툭!
파지지직!
서로의 검이 바닥을 두드리며 시작을 알리는 순간, 노아는 뇌명신을 발동시키며 달려 나갔다.
재해급 영약에서 나오는 신체 능력.
거기에 속도를 더해 주는 뇌명신.
이것만 해도 나이트레이에선 속도전으로 노아를 따라올 자가 드물었지만, 아니스는 부드럽게 웃었다.
본 크러셔가 기다란 궤적을 그리며 휘둘러진다.
묵직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으로 빠른 속도.
‘그래도 내가 더 빨라.’
하지만 본 크러셔가 노린 것은 노아가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아니스는 노아가 방향을 틀어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본 크러셔를 내려쳤다.
그러자 연무장이 통째로 박살 나며 그 파편이 사방으로 비산했다.
“에헷.”
노아와 눈이 마주친 그녀는 ‘어때?’ 하는 표정을 지었고,
그 직후 미련 없이 검을 놓았다.
‘……!’
가만히 서 있던 자세에서 그 즉시 뇌명신에 뒤쳐지지 않는 속도로 가속한다.
아니스는 사방으로 비산한 연무장의 파편을 밟고 전혀 예상치 못한 경로로 노아에게 접근했다.
홍염의 날개는 공중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가속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무형검 발판은 도약으로 순식간에 가속할 수 있지만, 발판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움직임을 읽을 수 있다.
허나 마구잡이로 튀어나간 파편을 십수 개씩 밟고 뛰니 움직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콰악!
아니스의 플라잉 니킥이 노아의 관자놀이를 가격했다.
휘익!
맷집으로 의식을 붙잡은 노아가 곧바로 반격했으나 그녀는 이미 거리를 벌린 뒤였다.
“봤지? 나는 너보다 느리지만 그걸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런 것도 가능해.”
오버드라이브를 제외하면 힘에서는 아니스가, 속도에서는 노아가 앞서는 상황.
허나 아니스는 기교를 이용해 속도로도 노아를 찍어 눌렀다.
“검을 다루는 기교만큼이나 몸을 다루는 기교에도 끝이 없다. 이것이 파브리스 가문의 모토야. 어때? 배워둘 만하겠지?”
그 말에 노아는 흔들리는 시야를 붙들고 자세를 잡았다.
“염치없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응! 걱정 마. 누나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네 몸에 새겨 넣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