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17
사도의 신입생이 감히 8대 가문의 직계에게 랭킹전을 걸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프랑크가 사도 신입생이랑 랭킹전을 한다더라.”
“상위 랭커면서 어떻게? 신입생이 벌써 승급전 자격을 땄어?”
“승급전이 아니라던데. 무슨 도전권을 썼대.”
“걔는 뭔데 승급전을 그냥 통과한대?”
나이트레이에선 상위 랭커와 하위 랭커 간의 직접적인 랭킹전이 막혀 있었다.
하위 랭커가 올라서기 위해선 승급전이라는 제도를 통해야만 했다.
단순히 상위 랭커를 이기는 것도 어려웠지만 승급전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
그러다 보니 1,000위 언저리는 가장 격렬한 랭킹전이 일어나는 구간이기도 했다.
이번 소식에 상위 랭커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이들, 그리고 상위 랭커 자리를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던 이들도 반응했다.
“새로운 제도?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건데. 앞으로 다른 녀석들도 경계해야 해?”
“경기 진행 방식은? 기존 랭킹전이랑 똑같나?”
“젠장 말들이 왜 다 달라? 이럴 바에야 직접 가서 봐야겠어.”
“아서라. 직계의 랭킹전인데 볼 수나 있겠냐?”
수많은 이들이 이번 랭킹전을 궁금해 했다. 그러나 프랑크는 이번 랭킹전을 비공개로 설정했다.
상위 랭커의 경우에는 자신의 랭킹전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했다.
검술이나 전략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비공개 설정을 하게 되면 다른 이들은 경기 내용을 관전할 수 없었다.
8대 가문의 직계들은 이런 식으로 비공개 랭킹전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므로 이를 이상하게 여기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결과는 일주일 뒤에야 알 수 있는 건가.”
“일주일이나 기다릴 거 있나. 승부 자체는 그냥 프랑크가 이기겠지. 직계가 장난도 아니고.”
물론 비공개 랭킹전이라도 기록원이 나와 승부의 결과를 확실하게 기록해 간다.
다만 바뀐 랭킹에 따른 혜택은 승부가 나자마자 즉시 반영되지만, 변동 사실에 대한 공지는 일주일 뒤에 이루어졌다.
즉, 일반 학생들은 다음 주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
하지만 비공개 랭킹전을 관전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막내 녀석. 갑자기 상위 랭커랑 랭킹전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람?”
“오, 시바 왔다. 네가 제일 늦게 왔으니까 여긴 네 포인트로 결제해.”
“엥? 그런 게 어딨어? 애초에 나는 너 때문에 등수 떨어져서 여기 못 빌리잖아. 내가 낼 수 있나?”
“요금은 이미 오필리아가 냈으니까 돈만 내놓으라고.”
관전석 한쪽에 자리한 VIP실.
100위 이내의 랭커들만 대여할 수 있는 이곳에 검은 달 학생들이 모였다.
랭킹지상주의인 이곳에선 상위 랭커의 권한으로 비공개를 걸어도, 하이 랭커의 권한으로 그걸 무시하는 게 가능했다.
그들은 노아의 랭킹전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이 자리를 구매했다.
“아슬란 선배는?”
“1위는 언제나 바쁘신 법이지. 못 오신대.”
시바는 오필리아의 옆에 앉아 준비된 다과를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
우르슐라는 차를 무슨 음료마냥 들이키는 그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
“밥 안 먹었어?”
“나보고 돈 내라며? 어차피 내가 낼 돈이면 서비스라도 즐겨야 덜 억울하겠다 이거야.”
“아, 예. 마음껏 즐기세요.”
양옆의 두 사람이 그러거나 말거나 중간에 낀 오필리아는 잘만 졸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 막내가 레지나 님께 무슨 도전권을 받았다는 건 알겠는데, 뜬금없이 왜 프랑크 녀석한테 그걸 썼대? 걔 성격이면 당연히 아슬란 선배한테 쓸 줄 알았는데.”
“듣자하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겠어. 하지만 리베리에서 정보 통제를 걸었다는 건, 뭐.”
“뻔할 뻔 자지. 신입생들한테 또 개수작 부리려다 막내한테 딱 걸렸구만?”
상급생들에게 리베리 가문의 줄 세우기는 유명한 이야기였다.
자세한 내용은 몰라도 리베리 쪽에서 먼저 헛짓거리를 했을 게 뻔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노아 녀석. 일을 엄청 크게 벌려놨구만?”
“일 키운 건 리베리 쪽이야. 이렇게 된 이상 노아를 확실하게 묻어버리고 싶었나 보지.”
수많은 이들이 이번 랭킹전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승부의 결과를 신경 쓰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8대 가문의 직계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신입생.
볼 것도 없이 결과가 정해져 있는 대전이었다.
우연히 엄청난 재능을 지니고 태어날 순 있어도, 우연히 엄청난 검술을 배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뛰어난 사람, 뛰어난 검술은 결국 이름이 알려지기 마련.
8대 가문은 그런 의미에서 오랜 시간 동안 검증되고 발전해 온 이름의 무게가 있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수많은 천재들이 쌓아올린 그 이름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았다.
“몇 수만에 끝날 것 같아? 10수 언더? 오버?”
“당연히 오버지. 저 녀석 성격이라면 상대의 밑천까지 다 털어보겠다고 일부러 시간을 끌 게 뻔한데.”
그러나 검은 달의 삼인방은 모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노아의 승리를 확신했다.
“나는 언더야. 사실 전에 노아한테 말해준 적 있거든.”
“뭘?”
“8대 가문의 검술을 보고 싶은 거라면 다른 녀석들은 다 필요 없고 적통의 검술을 보라고.”
8대 가문의 검술은 개개인에 맞춘 변화가 있을지언정 결국 같은 검술이었다.
결국 가장 강한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전부 하위 호환에 불과하다는 것.
리베리의 검술을 보고 싶다면 굳이 프랑크 따위에 연연할 필요는 없었다.
“하긴. 재학 중인 리베리들은 걔네 둘 빼곤 다 별로지.”
만일 평범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면 미친놈 취급을 받았을 말들.
하지만 모여 있는 이들의 순위가 그 말의 무게감을 만들었다.
현 72위 우르슐라.
전 72위 시바.
그리고 현 15위 오필리아.
“하암…….”
“오, 일어났다.”
“경기는? 끝났어?”
“시간 됐으니 슬슬 시작할 거야.”
8대 가문 출신으로 가득한 최상위권 랭킹.
그중에서도 1년 이상 순위 변동이 없는 부동의 15인은 이번 세대를 이끌어갈 최강자로 꼽히며 현역 기사보다도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동의 15인에 사도 출신 학생은 단둘.
하나는 1위인 아슬란이었고,
다른 하나가 바로 15위인 오필리아였다.
“하아암, 이렇게 기다려서까지 볼만한 대전은 아닐 텐데.”
리베리 가문의 이번 세대는 압도적인 실력의 적통과 수준 이하인 나머지로 딱 선이 그어져 있었다.
적통은 분명 가문 내에서도 역대급이라 평가받는 괴물이었지만, 그 외에는 전부 8대 가문의 이름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은 수준이었다.
“리베리 녀석들이 가문의 영향력에 집착하는 것도 다 본인들 실력이 부족한 걸 아니까 그러는 거겠지.”
“하긴 가문의 이름을 달고 있는 직계가 고작 844위에 머물러 있으니.”
844위라는 등수는 상위 랭커 중에서는 하위권에 속했다.
매일 밤 노아와 연습대련을 해본 그들의 입장에선 결과가 뻔히 보이는 일이었다.
“프랑크 녀석 올라왔다.”
“노아는 안 나오는데?”
경기 예정 시간이 되자 프랑크와 랭킹전 현장 기록원이 연무장 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나와야 할 노아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었다.
“설마 시간을 착각한 건 아니겠지?”
“걔가 산속에서 수련만 하다 와서 모르는 게 많긴 해도 바보인 건 아닌데.”
자기가 먼저 랭킹전을 걸어놓고 시간을 착각했다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뿐.
“프랑크 저 새끼 설마…….”
* * *
한편 노아는 교내의 외진 골목에서 다섯 명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입학 초부터 이래저래 시비가 걸리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노아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를 둘러싼 다섯 명은 모두 걸음걸이나 호흡에 있어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즉 전원 같은 검술을 익혔다는 것. 눈치를 보아하니 리베리 가문의 방계들인가.’
전부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같은 연차는 아니라는 뜻.
“네가 노아라는 녀석인가?”
“뭔가 용건이라도?”
“내일 아침 바로 학교를 자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살아라. 그리고 이번 일에 대해선 평생 입을 다물도록.”
설명도 뭣도 없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명령조.
‘일단 사고방식부터 정상적인 놈들이 아니구만.’
당연하게도 노아로서는 그 말을 들어줄 이유가 없었다.
“되도 않는 억지네요. 그럴 거면 왜 내일 자퇴하라고 합니까? 그냥 오늘 자퇴하라고 하지.”
“그야 오늘은 못 일어날 테니까.”
차릉!
대뜸 칼부터 뽑고 보는 그 모습에 노아는 어이가 없어졌다.
“8대 가문이라면서 그 잘난 검술 가지고 한다는 게 고작 이런 겁니까?”
“이 친구가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됐네. 우린 오늘 여기 온 적이 없어. 너도 내일 혼자 갑자기 자퇴하는 거고.”
“하아…….”
노아는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먼저 덤빈 건 여러분들입니다. 원망하시려거든 댁들이 칼을 뽑게 만든 가문을 원망하세요.”
“하! 너 혼자서 우리 모두를 상대하겠다고? 간덩이가 부었군.”
그들은 다섯 명이었고 상대는 혼자였다.
게다가 노아의 실력에 대해서는 이미 여기 오기 전에 들은 바가 있었다.
“너는 분명 지옥주간의 위기 상황에서도 무형검을 사용하지 않았지? 그 말인즉 아직까지 2단계인 검기상인의 경지에 머물러 있다는 뜻.”
“그런 것도 조사하셨습니까?”
“촌 동네에서야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겠지만 여기서도 통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이트레이에선 상위 랭커쯤 되면 대부분 무형검을 사용한다.
물론 무형검은 그 특성상 같은 경지 내에서도 수준 차이가 크지만 어쨌거나 가능은 하다는 뜻.
때문에 아예 무형검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확실히 상위 랭커보다 수준이 처진다는 뜻으로도 쓰였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리베리 가문의 라인에 서서 상위 랭커 자리를 노리고 있는 학생들.
당연히 이미 무형검을 사용할 수 있거나 그에 근접한 이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다섯 명이나 있으니 혼자인 노아를 상대로 진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만,
“실전은 검기 잘 뽑기 대회가 아니거든요?”
폭풍이 몰아쳤다.
“큭!”
노아가 공격에 나선 즉시 가장 앞에 있던 학생이 손을 얻어맞고 검을 놓쳤다.
뒤에 있던 이들은 곧바로 노아를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노아는 상대를 방패로 삼으며 공격 타이밍을 빼앗았다.
예고 없이 시작된 전투에 그들은 노아의 움직임을 놓치고 말했다.
“이놈이!”
“칼은 진작 뽑아놓고 뭘 이제 와서 그래요?”
나이트레이의 랭킹전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이 규칙과 감시하에 서로의 검술을 겨뤄보는 것에 불과했다.
마수지역에서 생존을 위한 실전을 치르던 노아에게는 그냥 쇼핑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승패에 연연하며 상대와 겨뤄보길 꺼릴 때 혼자 이리저리 붙어보던 것도 바로 그 때문.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컥!”
“으헉!”
“뭐야, 이 녀석! 엄청 빠르잖아?”
실전에서 자신을 지키는 건 오로지 자기 자신뿐.
위험해지면 경기를 중단시킬 감시원도 뭣도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를 쓰러뜨려야 했고,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선 이용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이용해야 했다.
‘일대다의 싸움에선 일단 상대의 공격 범위를 제한시킨다.’
다섯 명과 싸운다고 해서 다섯 개의 검을 동시에 받아낼 필요는 없었다.
공격이 들어올 방향을 제한하여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힌다.
‘그리고 기회를 잡았으면 상대가 익숙해지기 전에 바로 끝낸다.’
숫자의 차이는 방심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서로 ‘앞에 있는 녀석이 대응하겠지’라는 생각에 시작부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반면에 노아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상대를 전부 제압할 생각이었다.
그 차이는 고작 1초밖에 안 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매 순간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여야 하는 실전에서 모든 행동이 1초씩 늦어진다면?
“이, 이거 놔!”
“네. 놔드릴게요!”
퍽! 털썩!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섯 명의 학생이 기절한 채 바닥에 널브러졌다.
다들 한가락 하는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노아는 그들에게 검술을 펼칠 여유를 주지 않고 제압한 것이었다.
“실전 경험은 하나도 없으면서 무슨 깡으로 시비를 걸었대?”
육식동물들은 자신보다 빠르게 달리는 초식동물도 잘만 사냥하곤 한다.
더 빠르다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게 아니라는 뜻.
하물며 강체술 때문에 신체 능력 자체가 차이 나는 상황에서 긴장을 놓고 있다?
만일 노아가 못된 마음을 먹었다면 이 자리에서 그들을 모두 베어버릴 수도 있었다.
“충분히 쉬운 상대라 제압으로 끝냈지만 이제 어쩐다.”
노아는 오러를 통해 주변에 숨어 있는 기척을 잡아냈다.
방금 제압한 다섯 명보다 확연히 수준 높은 오러.
먼저 온 놈들은 프랑크가 개인적으로 움직인 ‘상위 랭커를 노리는 녀석’들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리베리 가문에서 움직인 ‘상위 랭커인’ 녀석들이 노아를 둘러싸며 퇴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숨어 있는 놈들은 처음부터 나를 경계하며 확실하게 사냥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놈들처럼 쉽게 처리하긴 힘들 거야.’
나는 상대의 전력을 모르고 상대는 작정하고 찾아온 상황.
당연히 도망가는 게 맞다.
하지만.
“그러니까 지금까지 마음에 안 드는 애들을 이런 식으로 묻었다는 거 아냐.”
화륵!
노아의 오러가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