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05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군.”
노아의 앞을 가로막은 기사들은 나름대로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긴 했다.
하지만 기사의 정점인 마스터 나이트를 상대하러 보냈다기에는 너무도 빈약한 전력.
“너희들만으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움찔!
아주 미세한 반응이었지만 노아의 마안은 그들이 경직되어 있음을 캐치해냈다.
‘그래도 방심할 순 없다.’
특별히 집중하고 있던 상태가 아니라곤 해도, 문 앞까지 접근하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다.
‘이놈들의 실력으로 볼 때 암부기사로서의 능력이라기보다는 이능의 힘이라고 봐야겠지.’
그렇다면 자신은 최악의 경우, 즉 미하엘과의 일전을 대비해야 했다.
‘상대의 의도를 알아내기 전까지는 사리는 편이 좋겠군.’
“부탁할게.”
“맡겨주시길.”
노아의 부름에 미아가 치맛자락을 펄럭이며 그들의 앞에 착지했다.
노아와 베로니카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습격자들을 미아에게 맡길 것임을 내보였다.
그러자 마스터 나이트를 상대할 생각에 위축되어 있던 황실 기사들도 발끈했다.
사삭!
땅을 스치는 소리와 함께 기사들이 산개했다.
미아를 둘러싸면서도 뒤에 있는 노아와 베로니카를 경계하는 모습.
그러나 그건 잘못된 판단이었다.
“컥!”
노아를 과하게 의식한 기사가 순식간에 목이 돌아가며 기절한다.
그와 동시에 미아는 무형검을 펼치며 자신의 오러 속에 숨어들었다.
다수가 한 명을 상대할 때, 다수 쪽은 넓은 범위의 공격을 가하기 힘들다.
무형검을 걷어내는 게 늦어진 시점에서 두 번째 기사의 리타이어는 확정 사항이었다.
“윽!”
“모두 거리를 벌려라! 좁은 공간에선 잡아먹힌다!”
까앙!
세 번째 기사는 자신을 향한 초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아군과 거리를 벌린 탓에 연계가 늦어진 상황.
미아는 다른 이들의 개입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여유롭게 연계기를 끝까지 이어갔다.
“커헉!”
세 번째 기사가 당하자 가까이에 있던 두 명이 미아를 상대하러 덤벼들었다.
이 시점에서 기습의 효과는 끝.
하지만 미아는 기습의 효과를 제하고도 충분히 강했다.
손에 쥔 단검을 하늘 위로 던져 올리고 손뼉을 맞부딪힌다.
“우레사슬.”
파지지지직!!
박수와 함께 앞서 던져둔 무형검들에서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사슬처럼 뻗어나간 전격은 기사들을 꿰뚫었다.
“크흑!”
그 와중에도 반응하여 전격을 지면에 흘려보내거나, 마찬가지로 속성변환을 꺼내 들어 버틴 이들도 있었다.
허나 그들의 반격보다 미아가 더 빨랐다.
미아는 던져 올린 단검을 다시 받으며 가속.
적들을 한순간에 마무리했다.
“어, 어떻게 전투메이드 따위가…….”
“요즘 같은 시대에 예전 같은 실력으로는 주인을 안전하게 모실 수 없으니까요.”
2기사단의 파견단원으로 스텔라리움에 나와 있는 동안, 그녀는 쿠이나에게서 검술을 새로 배웠다.
암문에서 파생된 검술이 아니라, 암문 본래의 검술을.
결과적으로 생령인 쿠이나에게 검술을 배운 미아는 암문의 직계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그 특성상 실력의 격차가 확연한 것이 아니라면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는 압도적으로 유리.
고작 전투메이드라고 방심한 상대를 쓰러뜨리기에는 차고 넘치는 위력이었다.
“노아 님?”
그러나 노아는 미아가 압승을 거뒀음에도 거기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건 또 뭐야?”
노아는 미아에게 눈앞의 적을 맡겨두고 육감으로 나이트레이의 현 상황을 살피던 중이었다.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나이트레이 내부.
2기사단과 리히테나워 군단의 기사들이 주둔한 지역.
헌데 지금 나이트레이 내부에서 감지되는 것은 모두 적뿐.
레지나는 둘째 치고 아군의 기척이 하나도 없었다.
“이럴 수가 있나?”
그만한 인원이 모두 당한 것도 아니고 사라진 상황.
예상치 못한 경우에 당황하는 와중, 이미 비슷한 경우를 겪어본 적이 있는 베로니카가 먼저 정답을 알아냈다.
“심상세계.”
“뭐?”
“저희가 심상세계에 갇힌 거라면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도 설명이 가능해요.”
노아는 항상 월식과 함께 심상세계를 돌아다녔지만, 베로니카는 이전에 말없이 불려 들어와 심상세계를 헤매본 적이 있었다.
“미하엘과 함께 있던 그 검령인가!”
상황을 깨달은 노아는 허리춤의 월식을 붙잡고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한참을 불러도 대답은 없었다.
“설마 못 온 건가?”
여긴 월식의 심상세계가 아니라 적의 심상세계.
그렇다면 처음부터 월식을 빼고 그들만을 불러들이는 것도 가능했으리라.
“큰일 났군.”
미하엘을 가둘 생각만 하던 노아는 역으로 적의 심상세계에 갇히고 말았다.
* * *
한편 바깥에서는.
“노아? 베로니카? 갑자기 어떻게 된 거야……!”
월식이 쓰러진 노아와 베로니카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으나, 그들은 반응이 없었다.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순간, 뭔가 오러에 간섭해 온다 싶은 느낌과 함께 나이트레이 내부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의식을 잃었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멀쩡해 보이는데 여기만?”
그녀의 육감에 잡힌 내용대로라면 바깥사람들은 멀쩡했으나, 미하엘이 숨어들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들어오질 못하고 있었다.
“다친 사람은 없는 건가?”
다행히도 의식을 잃은 사람들은 쓰러지며 입은 가벼운 타박상 정도가 전부.
강체술을 익힌 이들에겐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한두 명도 아니고 이걸 다 어떻게 해야…….”
고민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저벅! 저벅!
실체를 가진 무언가의 발소리.
황급히 고개를 든 월식의 앞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당신은……!”
미하엘이 데리고 다니던 검령.
남자의 얼굴을 알아본 월식은 곧바로 실체화해서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
노아의 허락이 없으면 그의 오러는 쓸 수 없었지만, 월식 자체에 담긴 오러가 있으니 괜찮았던 것.
‘하지만 싸움은 안 돼.’
기사들이 싸우는 것을 많이 봤다고 자신도 기사와 같은 검술을 지니게 되는 건 아니었다.
하물며 그녀는 원래 인간도 아니었다.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어도 인간으로서의 일들에 익숙하진 않았던 것.
‘애초에 나는 싸울 줄 몰라. 나 혼자서는 본격적인 적들을 상대로 잠시도 못 버텨.’
오러가 많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기사들의 싸움에서 오러의 양으로 승부가 갈리는 건 어디까지나 실력이 호각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
‘여기서 도망쳐야 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다면 자신이 노아와 베로니카를 데리고 나가면 될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되든 상관없다.
‘잠깐, 설마…….’
그러던 중 월식도 깨달았다.
“사람들이 쓰러진 건 네가 그들을 심상세계에 집어넣었기 때문이냐?”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너 그 검은……!”
검의 정체를 알아본 월식이 경악한 순간,
남자가 내려친 검에 의해 폭발이 일어났다.
* * *
“역시 당신을 상대로는 아직 승산이 반반 정도밖에 안 되나.”
“먼저 시비를 걸었으면서 왜 빼고 그래? 내 심검도 한번 빼앗아보라고.”
제국 바깥에 위치한 조직의 대형 거점.
그곳에서 카인은 미하엘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흥, 허튼수작 마라.”
미하엘은 카인의 도발을 단칼에 잘랐다.
“심검을 빼앗으려 들었다가 오러의 흐름이 흐트러지기라도 하면 그 즉시 나를 제압하겠지.”
카인의 실력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하는 미하엘은 그것이 함정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당신의 실력이라면 그 잠깐의 틈으로도 충분할 터.”
“쳇, 이래서 눈치 빠른 녀석은 싫다니까.”
의도가 들통나 버린 카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알았으면 꺼져. 이제 이 구역은 우리가 점거한다.”
“원수를 그냥 보내주겠다는 건가?”
“네놈이 안 덤비면 나도 잡을 방법이 없는데 그럼 어떻게 해? 덤비면 오히려 당한다는 걸 안 이상 덤비지도 않을 거 아냐?”
처음부터 미하엘 본인을 잡겠다기보다는 찾는 것이 있어 이곳에 온 카인이었다.
방법이 없는 이상 여기서 붙잡고 늘어지느니 각자 제 갈 길 가는 게 나았다.
“과연. 과격파라는 건 어떤 의미로 열린 사고의 소유자라는 뜻이기도 하지. 거기서 당연하다는 듯이 보낸다는 선택지가 나오다니 재미있어.”
흥미를 보인 미하엘은 이탈하는 대신 카인에게 따라붙었다.
“뭐냐. 꺼지라니까?”
“싫다. 여기서 뭘 하는지 지켜보기로 하겠다.”
그 말에 카인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도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긴 했다.
“불만인가? 그렇다면 이곳의 시설을 내가 안내해 주도록 하지. 그러면 조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줄어드니 당신도 손해는 아니겠지?”
“진짜 미친놈이네 이거.”
미하엘이 배를 째고 버티면 카인으로서도 그를 몰아내기가 힘들었다.
결국 카인은 이 기묘한 임시협력관계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참에 놈의 목적이라도 캐보도록 할까.’
미하엘을 상대로는 잠시라도 방심하면 끝장이었다.
그런 그를 달고 다닌다는 건 카인으로서도 신경이 짜릿해질 정도의 긴장감이었다.
‘긴장의 끊을 놓쳤다간 자결할 시간도 없이 당하겠군.’
그것은 미하엘도 마찬가지.
카인이라면 그의 육체를 파괴하지 않고도 뇌에 침투경을 흘려 의식만 끊어놓는 것이 가능했다.
죽지 않으면 숨겨둔 신체 부위들의 부활도 발동하지 않는다.
나이트레이로 보냈던 대모가 신산에게 붙잡혔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아무리 그라도 의식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리하여 서로 상대를 족칠 생각만 가득한 파티는 거점의 내부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네놈이 직접 나타난 걸 보면 여기에 어지간히 중요한 걸 숨겨뒀을 테지?”
“틀린 말은 아니다. 이곳은 조직의 4대 거점 중 하나이니.”
“4대 거점?”
4대 거점이라기에는 딱히 큰 규모는 아니었다.
때문에 규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조직의 편제에 내 밑으로 4명의 다중 능력자가 존재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겠지?”
“사성제 말이냐.”
“그렇다. 허면 사성제가 왜 4명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
그 말에 카인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다중 능력 적성자가 4명뿐이었던 건 아니겠군.”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아슬란이라는 예외가 있었다.
아슬란은 사실 조직의 스파이로 제국에 잠입한 고성제였다.
헌데 그는 잠입을 위해 마인화 시술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마인도 아닌데 사성제의 자리를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사성제가 다중 능력자라는 이유로 생긴 자리가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사성제 체제가 생긴 것은 그저 우리가 보유한 종말의 씨앗이 4개뿐이었기 때문이다.”
“종말의 씨앗이라면…….”
이미 조직의 거점을 여럿 털어먹은 카인은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미 알고 있었다.
“종말급 마수의 신체조직을 말하는 거군.”
제국은 대전쟁 이후 쓰러뜨린 종말급 마수를 이용하여 영약을 만들어냈다.
그것을 섭취한 것이 바로 광휘제.
하지만 그러고도 남은 부위들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조직에서 말하는 종말의 씨앗이었다.
“사성제는 씨앗을 담아두기 위한 그릇이다.”
“그릇?”
“씨앗이 왜 씨앗이겠나. 그것들은 가만히 내버려 두면 재생하여 부활한다.”
“……!”
설마설마하고만 있던 부분이 사실로 밝혀지자 카인이라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믿기 힘들군. 어째서 이렇게 친절히 다 말해주는 거지?”
“나라고 종말의 부활을 원하는 건 아니니까. 네놈들이 허튼 짓을 하다가 그게 부활하면 곤란한 건 나도 마찬가지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은 거점의 심처에 들어섰다.
그곳에 있던 것은 순수한 별의 파편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관.
관뿐만이 아니라 관을 보관한 심처의 시설 전체가 별의 파편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안에는 집성제가 품고 있던 종말의 씨앗이 들어 있다. 이곳을 점거하겠다면 이제부터 네놈들이 관리해라.”
“멋대로 훔쳐갔다가 쓸모없어지니 반환하는 거냐?”
“불만은 이딴 걸 없애지 않고 남겨둔 광휘제에게나 하시지.”
미하엘은 카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광휘제는 복수를 위해 이 세상을 다시 뒤집어 버릴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