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32
리나리아와 함께 싸우면서도 로젤리아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이야기였다.
회복될 수 없을 거라는 판정을 받고 지난 1년간 검을 손에서 놓았던 동생이 갑자기 다리가 낫는다?
심지어 그러고는 경기장 위로 올라와서 지금까지 자신과 함께 연습해 온 것처럼 합을 맞춘다?
자신과 똑같은 심검까지 사용하면서?
‘이게 진짜일 리 없어.’
말도 안 될 정도로 꿈같은 이야기라 현실감이 없었다.
이정도로 노골적이면 꿈이라도 몰입이 깨질 지경이었다.
‘새로운 심검을 상상할 여유도 없어서 무의식이 대충 갖다 붙인 꿈을 꾸고 있나 보지.’
머릿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몸은 리나리아와 합을 맞추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리나리아와 합을 맞추는 것은 평생을 해온 일이었으니까.
마음은 멈춰 있어도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합이 완벽했기 때문에 더더욱 로젤리아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리나리아가 검을 놓고 나서도 계속해서 상대만을 바라봐온 진심은 로젤리아의 마음에 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둘이 같이 싸우니까 아까까지보다 편해.’
베로니카는 그간 상대한 어떤 마스터 나이트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강적이었다.
그런 그녀와 싸우는 와중에 자신에게 유리한 일이 벌어진 셈.
꿈처럼 느껴진다고 해서 이대로 멈출 수는 없었다.
‘나는 지면 안 되니까.’
헛된 희망이 만들어낸 허상이기 때문일까?
분전에도 불구하고 로젤리아는 결국 베로니카에게 무릎을 꿇었다.
오러를 모두 소모한 리나리아가 쓰러져 버렸기 때문.
‘어차피 허상이라면 저런 부분까지 현실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었을 텐데.’
로젤리아는 완전히 탈진해 쓰러진 리나리아를 안아들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현실감이 없었다.
로젤리아는 차마 자신의 동생과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으나, 꿈이라 생각하니 얼마든지 그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
“미안.”
꿈이라고 해도, 또 지고 말았다.
이윽고 멀리서 시합의 종료를 알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곤한 탓인지 잠시 의식이 흐릿해졌다.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이번에는 눈앞에 노아가 등장했다.
“희망사항이 너무 노골적이잖아.”
동생이 일어서고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온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이렇게까지 연이어 일어나고 있으니 허탈할 지경이었다.
그렇기에, 이다음 로젤리아의 입에서 나온 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다.
“꿈이라도 깨기 싫어.”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좀 더 잘까?”
노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
이젠 쉬어도 된다.
‘나는 결국 누군가 그렇게 말해주길 기다렸을 뿐…….’
거기까지 생각한 로젤리아는 의식이 끊어졌다.
* * *
“읏차.”
노아는 쓰러지듯 잠든 로젤리아를 안전하게 받아냈다.
“정신적인 피로 때문만은 아닌 듯하네.”
지난 1년간 거의 쉬지 않고 자신을 몰아세운 로젤리아의 몸은 완전히 지쳐 있었다.
뿐만 아니라 베로니카와의 대결에서 그녀는 자신의 몸을 상처 입히는 기술도 거리낌 없이 남발했다.
오러가 부족한 리나리아가 먼저 쓰러지긴 했지만, 제 살을 깎아가며 싸우던 로젤리아도 위태로운 상태였던 것.
‘갑자기 꿈 운운하던 걸 보니 의식도 흐릿했던 모양인데. 이쪽도 엘릭서를 먹여두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노아는 일단 로젤리아를 재워놓을 생각으로 한 말이었지만, 마침 그 말이 로젤리아를 안심시켰다.
그는 경기장 위로 놀라서 뛰쳐나온 테오도르에게 쌍둥이를 맡겼다.
“자네…….”
그는 무어라 말을 하려 했으나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노아는 그런 테오도르에게 어깨를 으쓱여준 후, 자신의 부단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베로니카는 노아가 등장한 순간부터 눈이 커다래져선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다.
노아는 그녀에게 단장님이 돌아오셨는데 경례도 안 하냐고 농담을 건네려다 말고 정지했다.
“……생각해 보니 황태녀가 기사단장보다 위지? 이젠 내가 먼저 경례해야 되는 건가?”
1년 만에 살아 돌아와서 처음 꺼낸 말로는 참으로 실없는 소리.
그러나 베로니카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여태까지 노아가,
또한 제국의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베로니카의 눈물이었다.
“…….”
베로니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물만 흘렸다.
그러나 그 점이 더더욱, 그녀가 진심으로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었음을 절실하게 전달했다.
“이젠 어디 안 가. 그러니까 앞으로 시간은 많으니 회포를 푸는 건 차차 하도록 하고.”
우선은 일 처리부터.
노아는 사방을 둘러싼 관객석과, 그 최상층의 황제를 향해 경례했다.
“제2기사단 단장 노아. 현 시간부로 임무 복귀했습니다.”
* * *
그 뒤로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노아의 생존 소식에 제국의 수많은 기사들이 거리로 뛰어나온 것은 덤.
당장 노아를 알고 있던 이들이 기겁하고 달려온 것만 해도 며칠 내내 이어졌다.
또한 그와는 별개로 노아는 마술사들의 나라에서 수교를 부탁받은 바가 있었다.
노아가 마데이라에 도착한 시점부터 마수가 지나오며 안전을 확보한 해로를 따라 마술사들의 선단이 출발했다.
그 사실을 알리고,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했으니 돌아왔다고 마냥 놀고만 있을 순 없었다.
신대륙의 문화와 생산품은 제국의 입장에서 어느 하나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역시 오러를 다루는 새로운 방법인 마술.
제국에선 마술을 통해 오러 그 자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며, 제국의 검술도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갔다.
그 선두에서 기존의 검술이 가지고 있던 틀 그 자체를 깨부순 노아는 시황제와도 같은 위상을 갖게 되었다.
말 그대로 검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
그러나 주위의 생각과는 달리 노아가 마술을 파고든 이유는 간단했다.
“암월!”
마침내 암월의 심상세계를 열고 들어간 노아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황량한 대지.
암월의 심상세계는 그가 보았던 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아무것도 없는 달의 표면에서 암월은 고독하게 머리 위의 푸른 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그러면 이제 뭣 때문에 여기 박혀 있었는지 설명을 해주실까? 애초에 여긴 왜 또 이런 꼴이야?”
월식의 심상세계는 그녀가 주인인 엔야와 함께했던 암자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때문에 노아는 암월의 심상세계는 아마 나이트레이가 중심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달에서의 일이 분명히 인상적인 기억이긴 하다만.’
달 그 자체로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이때의 기억은 노아가 지평에 도달한 기억이기도 했다.
암월은 노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주인이 이런 식으로 여길 찾아올 줄은 몰랐어.”
“뭐…… 억지로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셈이긴 하다만. 누가 대답도 없이 자기 세상에 틀어박힌 바람에.”
“이건 주인이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일이니까.”
그제야 노아는 눈앞의 암월이 아닌 주위를 돌아볼 수 있었다.
그는 검령에 대한 것을 이해하고 정문으로 찾아온 게 아니었다.
‘마술의 도움을 받아 편법을 사용했지.’
몸을 그대로 두고 의식만을 뽑아내는 유체이탈.
거기에 다른 생물이나 사물에 의식을 동조시키는 정신공유까지.
이걸 위해서 아예 마술을 처음부터 익힌 노아였다.
“내가 놓친 게 있다는 거네.”
달의 모습은 하나의 힌트였다.
‘이곳에서 나는 미하엘과 싸우느라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노아의 육감이 감지해내긴 했으나 인식하지는 못하고 넘어간 게 있다고 봐야 했다.
‘그게 뭐기에?’
암월이 저렇게 나서는 걸 보면 그것이 아주 중요한 일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급한 일은 아니리라.
이미 달에서의 결전 이후로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으니까.
‘지평에 관한 건가?’
마스터 나이트 위의 경지를 일컫는 지평이란, 지금까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경지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이는 이름 그 자체는 이 경지의 본질이나 깨달음과는 딱히 관계가 없다는 뜻이었다.
‘마스터 나이트에게 심검이 있듯 지평의 본질 또한 다른 데 있다면?’
마스터 나이트는 심검과 별개로 검술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
마찬가지로 노아는 오러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되었으나, 이는 부산물에 불과할 가능성이 있었다.
‘마술사들의 땅에서 싸운 마왕은 그리 어려운 적이 아니었지.’
과거 제국에 나타난 종말의 마수가 무서웠던 것은 그가 1000년 묵은 대마수였기 때문.
그 막대한 오러를 빼고 이능만 두고 볼 경우, 마냥 절망적인 상대는 아니었다.
‘기껏해야 재해급 십수 마리를 만들어내고 힘이 다했겠지.’
그것만 해도 제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를 다 쓸어버릴 정도였으나, 제국의 힘이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마왕도 마찬가지였다.
마왕의 이능은 직접적인 전투에 관련되어 있었다.
때문에 적이 더 이상 불어나지 않으니, 전투에서 승리할 때마다 이득을 누적시켜 나갈 수 있었다.
덕분에 노아로서는 자신의 새로운 경지를 되돌아볼 일이 없었다.
애초에 오버드라이브의 여파를 완전히 회복하는 것만 해도 바빴으니까.
“오러가 없는 달 위에서라면 부가효과에 연연하지 않고 본질을 볼 수 있을 거라 이건가.”
그리고 그 본질은 검령의 비밀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인류가 별의 파편을 이용해 검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비로운 존재.
그 비밀을 밝히는 것은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 * *
노아가 돌아온 이후, 베로니카는 본격적인 황위 계승 준비로 바빴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조직을 물려받기 위한 준비는 쉽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제국에서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선 뛰어난 검술이 필수적이었다.
그녀는 이미 마스터 나이트 중에서도 상위권이라 평가받는 실력자였지만, 그렇다고 멈춰 있을 수는 없었다.
최근 몇 년.
정확히는 베로니카의 세대들이 나선 이후 검술계는 급변하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저로서는 무리하시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만.”
“기존의 관점으로는 마스터 나이트에 이른 시점에서 모두 이뤘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제는 아냐.”
베로니카는 자신을 걱정하는 미아에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지금까지 이뤄낸 일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일이 더 많을 거야. 우리는 시대의 변곡점을 살고 있으니까.”
검술의 끝이 사라지고, 세계지도가 넓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존의 가치에 안주해 있는 것은 스스로 뒤쳐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래도 오늘은 쉴 거지만요.”
오늘은 황위 계승만큼이나 중요한 일이 있었다.
“흐흥, 흥.”
훈련을 마친 베로니카는 그녀답지 않게 콧노래까지 불러가며 땀을 씻어냈다.
“작전은 완벽해.”
오늘의 계획을 위해 베로니카는 진작부터 수많은 이들을 포섭해 두었다.
이중 삼중으로 깔아둔 이러한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역시 법적으로 못을 박아두는 편이 제일이야.”
그녀의 아버지 광휘제도 카인을 견제하기 위해 일단 반역자로 못을 박아버리지 않았던가.
방해되는 날파리들을 처리하기엔 이만한 방법이 없었다.
바로 오늘.
노아를 자신의 부마도위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