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28
“시프라는 분에 대해선 알고 있어요. 정도 학생들을 노리는 분인 만큼 최악의 경우 황녀님을 노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한참 후에야 미아는 본론으로 돌아왔다.
“제가 그런 인물한테 질 리가 없는데 말이에요.”
“결과적으로는 그렇겠지만, 그자가 아무도 파악하지 못한 비겁한 수를 쓰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따로 조사해 본 적이 있다는 거지? 어땠어?”
“비겁한 수를 사용하는 자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승부에 있어서는 손해를 보는 타입이라고 할 수도 있지요.”
“음?”
“노아 님은 정도 학생과 사도 학생의 가장 큰 차이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미아는 오히려 노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여러 가지 답이 줄줄이 떠올랐으나, 질문의 의도를 읽기가 힘들었다.
미아는 노아가 쉽사리 대답을 내놓지 못하자 자신이 먼저 정답을 꺼냈다.
“정도 학생과 사도 학생의 가장 큰 차이. 그것은 바로 자신의 검술을 대하는 자세랍니다.”
“검술을 대하는 자세? 정신론 같은 거야?”
“아니요. 좀 더 현실적인 부분을 말하는 거예요.”
미아는 베로니카와 노아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풀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도의 학생들은 수많은 선조들이 고치고 발전시켜 온 검술을 배웁니다. 그들은 자신의 검술에 대한 의심이나 고민 없이 주어진 가르침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지요.”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가문에 태어난 수많은 천재들이 만들어낸 검술이었다.
본인이 천재라도 그걸 다 익히기까진 한참의 세월이 걸린다.
이들은 주어진 답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 없이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반면 사도 학생들은 다릅니다.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그들의 검술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사도 학생들의 검술은 그 반대였다.
그들이 배우고 있는 검술은 완성되지 않은 검술인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는 검술을 창안한 선조보다 배우고 있는 학생이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은 단순히 길을 따라가기만 해선 안 된다.
자신이 직접 검술을 고치며 스스로 완성해 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정도가 유리하다는 거야?”
“딱히 그런 이야기는 아닙니다. 같은 검술을 익히고 있는 정도의 학생들도 제각기 실력 차이가 나듯, 검술 자체보다는 누가 그 검술을 익히고 있냐가 더 중요할 때도 많으니까요.”
“그러면?”
“자신의 완성보다 검술의 완성을 우선하는 학생들도 있다는 소리지요.”
그 말이라면 노아도 예시를 하나 들 수 있었다.
‘티우 웬.’
입학 시험부터 마주쳐 지금도 같은 기숙사에서 함께하고 있는 그의 동기.
그녀는 실전된 가문의 검술을 복원하기 위해 나이트레이에 입학한 것이었다.
“시프 님은 기사라기보단 검술을 연구하는 무학자에 가까운 분이셨습니다.”
“검술의 천재가 아니라 검술 개발의 천재다 이 말인가?”
“네. 말하자면 대장장이와도 같은 존재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뛰어난 기사는 대체로 뛰어난 무학자이기도 하다.
자신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달인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할 테니.
하지만 뛰어난 무학자 중에는 기사가 아닌 이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검술을 만드는 것과 펼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재능이었으니 말이다.
“그분은 상대에 맞춰 다른 검술을 가지고 랭킹전에 나서십니다. 매번 새롭게 검술을 만드시는 거죠.”
“검술을 매번 새로 만든다고……?”
“외람되지만 시프 님의 검술 실력은 입학 시험을 통과하는 것도 아슬아슬했을 정도. 그분은 순수하게 검술의 상성만으로 랭킹전을 치르고 계십니다.”
“검술을 만드는 재능만으로 2,112위까지 올라갔다는 건가.”
“최근에는 궁극의 검술을 시험하겠다고 이것저것 하시는 모양이더군요. 일부러 약한 상대만 찾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응? 너 예전에 조사하다 말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최근 정보는 어떻게 아는 거야?”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남자는 인기 없답니다.”
미아는 말을 흐렸고 베로니카는 눈을 빛냈다.
어쩐지 구경거리가 된 기분이었기에 노아도 굳이 더 묻지 않았다.
“어쨌든 노아, 당신의 실력이라면 간단히 이길 수 있는 상대겠죠. 빠르게 이기고 올라오도록 하세요. 저는 결승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 * *
선발전 본선.
제1회전.
본선에 올라온 32인은 모두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다른 녀석들도 각자 경기장에서 준비 중이려나.”
본선 경기는 교내의 모든 학생들이 자유롭게 관전할 수 있었다.
그러나 노아가 자리한 경기장 내부는 한산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베로니카의 대전을 보러 간 탓이었다.
그렇게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자니 시간이 되어 시프가 나타났다.
“관객이 없으니 아쉽나? 꽤나 투사 체질인가 보군.”
“당신이 시프 선배?”
노아는 자신의 상대로 올라온 이를 보며 물었다.
그는 180을 넘긴 노아보다도 커다란 체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특이하게도 양팔이 이상할 정도로 두껍고 길었다.
안 그래도 큰 체구에 비정상적으로 긴 리치.
꽤나 검술에 유리한 신체 조건이었다.
‘검술 실력도 좋을 것 같이 생겼는데. 저러면서 직접 검술을 펼치는 재능은 별로라는 건가.’
사실 별로라고 해도 진짜 별거 아닌 정도는 아니리라.
나이트레이에 들어와서 2,112위까지 갔다는 것만 해도 보통 사람들한텐 천재 소리를 듣기에 충분한 실력이었다.
미아가 시프의 실력이 떨어진다고 했던 건, 그만큼 무학자로서의 재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리라.
“반갑다 노아. 네 활약은 이전부터 전해 듣고 있었다.”
“저에 대해 아세요?”
“모를 수가 있나. 다음 기수도 받기 전에 상위 랭커에 오른 건 네가 최초인데. 물론 도전권이라는 게 생겼기 때문이지만, 어쨌든 모를 수가 없지.”
시프는 노아를 만나게 된 게 꽤나 기꺼운 모양이었다.
“뛰어난 후배를 보는 건 기쁜 일이지. 비록 사도가 선후배 관계를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말이야. 나는 더더욱 그렇고.”
“검술을 연마하는 것보단 만들어내는 걸 즐기신다고 들었습니다.”
“나에 대해서 들은 바가 있나 보군. 어린 시절부터 나는 검술을 보는 눈이 뛰어났지. 그러니 일찌감치 알아버린 거야. 내가 직접 배우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이지 못한 일인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었다.
“자신의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알아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노력할 수 없게 되었다는 건가요?”
“노력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은 틀렸군. 그저 할 수 있는 게 다르다는 걸 깨달은 거지. 수영 선수가 달리기 선수를 부러워하진 않으니까 말이야.”
시프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에 더 흥미를 느꼈다.
그리하여 나이트레이에 들어오게 된 것도 위대한 기사가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더 많은 검술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루키 헌터 따위로 불릴 분이 아니라는 건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여긴 탑 소드에 나갈 인물을 뽑기 위한 선발전. 이후의 대화는 검으로 하도록 하지요.”
노아는 검을 뽑아 들었다.
“성련검인가…… 좋다. 내 궁극의 검술을 보여주도록 하지.”
시프 또한 자신의 검을 뽑았다.
까앙!
순식간에 틀어박힌 초신속의 공격.
시프는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노아는 이어서 상대와 검을 맞대고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오러가 전신을 돌며 신체 능력을 향상시킨다.
전신의 근육이 잠에서 깨어나 비명을 질러댔다.
끼기기기긱!
전차와 같은 힘을 가진 두 초인의 힘겨루기에 연무장의 바닥이 비명을 질렀다.
시프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힘 싸움에서 밀려?’
검술 실력에 차이가 있더라도 오러는 연차를 따라가는 편이다.
하물며 8대 가문의 후기지수라 영약을 배 터지도록 먹고 자란 게 아니라면 더더욱.
시프가 자신보다 어린 노아에게 힘 싸움을 밀리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과연 소문의 신입생답게 최적의 신체 조건이군. 그러나 내게는 경험이 있다.’
검을 맞대고 있으면 힘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려 하는지, 어디를 노릴 생각인지. 모든 것이 그림처럼 그려진다.
경험이 적은 이들은 읽기 쉽다.
그들을 매 상황에서 항상 유리한 수와 불리한 수를 고르고, 자신의 장점을 살릴 방법을 찾는다.
‘이건 어떠냐.’
노아가 시프를 밀어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힘을 실으려는 순간.
시프의 움직임이 변했다.
그는 힘을 빼며 노아를 오히려 끌어당겼다.
밀고 들어가기 위한 발 위치를 잡았던 노아는 그대로 빨려들어 왔다.
삽시간에 벌어진 초근접전.
노아의 몸이 반사적으로 대응했다.
찰나의 순간에 파지법을 바꿔 짧게 잡은 검으로 행하는 근접 베기.
분명 임기응변일 텐데도 작정하고 들어온 듯 매서움이 살아 있었다.
저 감각.
‘나는 평생을 수련해도 저런 감각을 얻지 못하겠지.’
천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최선의 수를 찾아내곤 한다.
그들에게는 저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기술의 연마는 속도가 느려도 따라갈 수 있다.
한 번으로 안 되면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번을 반복해서 몸에 익히면 된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정답을 찾아내는 저 감각은 날 때부터 정해진 근본적인 차이였다.
‘하지만 따라갈 수 없는 건 아니다.’
경험.
하늘이 내려준 재능이 없어도 인간은 경험을 통해 최선을 찾을 수 있다.
파바바바바밧!
피할 곳 없는 초근접전. 무수한 공방이 오고 갔다.
한쪽은 경험과 연구로 준비해 온 수만 가지의 패턴을,
한쪽은 야생의 본능과 천부적인 감각으로 매 순간 극한의 수읽기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람은 마치 합을 짜기라도 한 것처럼 서로 검이 닿지 않았다.
들여오는 건 오직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뿐.
총 140수.
10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뤄진 140번의 공방은 심판을 보던 기록원조차 놀랄 정도로 수준 높은 것이었다.
한계까지 끌어 올린 집중력이 상대의 호흡, 눈의 깜빡임, 심장 박동까지 읽어낸다.
상반된 두 사람이 마치 하나의 검무를 만들어 나가는 듯한 일체감.
‘읏……!’
‘이건……!’
극한의 순간. 두 사람의 의식이 하나로 녹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두 사람 모두 이 검무의 끝을 깨달았다.
그로부터 40수 후.
“허억, 허억…….”
노아는 쓰러진 시프를 내려다보았다.
“선배,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에요?”
“그건 내가 묻고 싶군. 네 검술은 도대체…….”
승부는 갈렸으나 양쪽 다 방금 공방의 여운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노아는 다른 사람과 검술로 이렇게 깊게 교감한 것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놀란 건 오히려 시프 쪽이었다.
“궁극의 검술.”
“예?”
“네 검술은 내가 찾던 궁극의 검술과 근접해 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시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노아에게로 다가왔다.
“완벽한 검술이란 존재할 수 없다. 왜? 모든 인간은 신체의 조건이, 정신의 상태가 전부 다르니까. 사람마다 가장 효율적인 검술은 따로 있으니 완벽한 하나의 검술은 존재할 수 없다.”
“……?”
“설령 완벽한 기사가 자신만을 위한 검술을 만들어낸다고 해도 그렇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사는 늙을 테고, 그럼 검술도 수정되어야겠지. 내가 추구하는 궁극의 검술은 그러한 수정조차 감안하여 만들어진 검술이다.”
시프는 혼자서 자신의 사상을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네 검술은 어쩌면 내가 바라는 궁극의 검술에 가장 근접한 것일지도 모른다.”
“정작 저도 이 검술의 연원을 잘 모르지만요.”
노아는 최근 자신이 선배들과 함께 검술을 뜯어보고 있음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군. 나도 끼워주지 않겠나?”
“도움이요?”
“지금 속성변환은 가능하지만 무형검은 불가능한 상태일 테지?”
“……!”
노아는 그 말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노아의 상태는 이례적인 것으로 아슬란이나 로제, 리나 쌍둥이조차 처음 보는 일이라고 했다.
당연하게도 추측 따위로 맞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물며 어디서 들은 것도 아니겠지. 기숙사 사람들이 그걸 떠들고 다닐 이유도 없는데.’
그렇다면 시프는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했다는 소리였다.
“내가 그 문제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 *
“신입생 4명 모두 1회전 전승이라니. 이거 출발이 좋은데?”
시프를 상대로 승리한 노아는 이어서 동기들의 경기 결과를 찾아보았다.
결과는 전승.
신입생 4명 모두 16강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 사우나도 좋고 말이야.”
“원한다면 언제든지 와서 써도 된다.”
자연스럽게 동기들끼리 승리를 기념해 회식이라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몸부터 씻고 싶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리하여 노아, 펠릭스, 티우, 미호는 마이어 가문이 소유한 사우나를 찾았다.
“교내 공용 목욕탕은 시설은 좋은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불편하더라고. 시간제한도 있고. 기숙사에도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좋겠네.”
“상위 랭커라면 자유로운 시간에 개인 탕을 사용할 수 있을 텐데?”
“그건 그런데 기숙사랑 너무 멀어서.”
나이트레이는 일종의 체육계 특기생들만 모아놓은 학교였기에 샤워 시설도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홀로 뚝 떨어진 검은 달 기숙사는 대부분의 편의 시설을 포기해야 했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펠릭스 네 녀석, 꽤나 여유롭구만? 다음 상대가 베로니카인데 말이야.”
“너와의 싸움에선 방해를 받아버렸다만 선발전에선 그럴 일 없겠지. 승부에 나선다면 반드시 이긴다. 그것이 마이어의 정신이다.”
“그거 좋네. 나도 마음에 드…… 음?”
펠릭스와 대화를 나누던 노아는 이내 누군가가 탕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감지했다.
펠릭스 또한 그 직후 상대를 알아보았다.
“형님?”
“형님이라고?”
펠릭스가 형님이라 부르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하나뿐.
나이트레이 랭킹 2위.
마이어 가문의 후계자.
“손님이 있었군. 그새 친구를 사귄 모양이구나, 펠릭스.”
알렌 마이어.
정도의 정점에 선 남자가 알몸으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