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31
펠릭스의 16강 탈락으로 끝이 아니었다.
“미호도 떨어졌다고?”
“상대가 200위대의 상위 랭커였나봐.”
탑 소드 선발전은 현재 랭킹에 상관없이 누구나 신청 가능했다.
그러나 이전부터 상위 랭커만 출전하던 대회이니만큼 선발전에 남은 이들도 상당한 실력자들이었다.
“899기생 중에 8강에 남은 건 나랑 티우 너 둘뿐인가.”
“8명 중 2명이니 사실 상당한 성적이라 할 수 있지. 게다가 펠릭스와 미호도 16강에서 탈락했으니 아직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있고.”
선발전에서 뽑는 인원수는 총 10명.
8강안에 든 이들은 모두 탑 소드 진출권을 확보한 상태였다.
나머지 2자리는 16강에서 탈락한 8명 중에서 2명을 뽑는 식으로 정해졌다.
“펠릭스 녀석은 이전 경기로 또 강해졌으니 충분히 올라올 수 있겠지. 미호는…… 확실히 분발하지 않으면 힘들겠지.”
“당장 우리도 끝난 게 아니니까.”
8강까지 추려진 이상 남은 이들은 모두 객관적인 강자들이었다.
실제로 8강 진출자 중 하위 랭커는 티우가 유일.
티우를 제외해도 노아의 844등이 가장 낮은 등수였다.
당장 두 사람이 8강에서 맞붙을 상대의 등수를 더해도 400이 안 됐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결승전에서 만날 베로니카까지.
펠릭스와의 경기에서 베로니카가 보여준 무위는 압도적인 것이었다.
오러의 양, 검의 기술, 강체술의 활용 능력까지.
그 모든 점이 펠릭스 이상이었다.
펠릭스가 베로니카에게 상처라도 입힐 수 있었던 건 마지막 순간 그가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
심지어 그것조차 물이 아닌 다른 속성변환이었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상황이었다.
펠릭스의 검기는 백야에 분쇄되었고, 그 파편이 튀어 백야의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이니까.
자신이 속성변환을 사용할 수 있다곤 해도 숙련도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즉, 연습이 필요했다.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모르겠네.”
티우는 자신감 넘치는 노아의 모습을 말없이 바라봤다.
* * *
8강전 종료.
노아, 티우 4강 진출.
베로니카의 4강 상대는 8강전에서의 부상으로 사퇴.
그리하여 선발전은 노아와 티우의 준결승과, 승자와 베로니카와의 결승전만을 남긴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준결승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도 업.
노아와 티우는 이전까진 없던 주목을 받게 되었다.
“선발전 준결승이 신입생 대전이라고? 다른 쪽은 황녀님인데?”
“이번엔 뭐 참가자가 왕창 몰렸다더니 그게 뭐야. 대진표 조작한 거 아냐?”
“조작은 무슨. 그거 이번에 레지나 님이 직접 뽑으신 거거든? 게다가 그 신입생 둘 다 사도인데 무슨 연줄로 조작을 하냐.”
“그보다 펠릭스 쪽이 대박 아니냐? 18세 2개월 속성변환 달성이라니. 현 부동의 15인 중에선 리베리 쌍둥이 다음으로 빠른 기록이라고.”
“그거 경기장에서 본 녀석 있냐? 신청 폭주해서 돈 주고도 표 구하기 힘들었다던데.”
“난 그때 수업이 있어서 못 봄.”
“나도. 솔직히 그 정도면 학교에서 강제로 견학시켜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앞선 펠릭스와 베로니카의 16강전으로 교내의 분위기는 크게 달아올랐다.
흔히 보기 힘든 상위권 경기.
심지어 황녀인 베로니카와 마이어 가문의 적통이라는 매치업.
거기에 경기는 새로운 강자의 탄생을 예고하며 끝났다.
재학생이라면 놓칠 수 없는 대사건의 연속이었다.
“그에 비하면 준결승이나 결승은 영 기대가 안 되네.”
“그래도 결승은 또 표 엄청 비싸게 팔리더라. 베로니카 님의 검술을 또 볼 수 있을 테니까.”
“상대가 신입생인데 뭐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수나 있겠어? 그런 경기에 돈을 쏟아붓는 건 미친 짓이지.”
“노아라는 녀석은 꽤나 주목해 볼 만하지 않냐? 베로니카 님이 챙기는 녀석이라고 하던데.”
그 외에도 ‘걔가 프랑크도 이겼다더라’, ‘프랑크는 약하잖아?’ 같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프랑크가 아무리 순위보다 실력이 떨어지던 인물이라곤 해도 엄연히 844위.
나름대로 강자였지만, 여기선 어쩔 수 없었다.
“뭐, 얼마나 하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 * *
“흐음, 그래서 선발전 대비 연습 상대로 나를 골랐다 이거냐?”
“연습 상대로는 최고시잖아요?”
“그야 그렇다만.”
선발전 상위 라운드, 최종적으로는 베로니카가 기다리고 있을 결승전까지.
노아는 그를 대비해 추가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검은 달의 선배들은 뛰어난 연습 상대지만, 이번만큼은 단순히 이쯤 하면 괜찮지 않나? 하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해보고 싶었다.
“이 학교에 나보다 검술에 뛰어난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하여 노아가 찾은 사람은 바로 레지나.
나이트레이의 학교장이었다.
“대련권을 연습용으로 써먹을 생각까지 했으면 나름대로 준비한 게 있다는 거겠지. 보여봐라. 평가해 주마.”
학교장 전용의 비공개 연습장에서 노아는 레지나를 마주하고 섰다.
스릉!
노아가 자신의 성련검을 뽑아 드는 데 반해 레지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뭐 하냐는 소리가 나올 법도 했지만 노아는 그 점을 지적할 수 없었다.
‘빈틈이 없다!’
상대는 가만히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격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안 들었다.
이름값에 짓눌린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격차.
그것만으로도 레지나는 노아의 모든 수를 차단하고 있었다.
“걱정 마라. 나도 지도대련에 전력을 다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이 정도면 되겠지?”
그와 동시에 레지나에게서 느껴지던 오러의 감각이 급감했다.
자신의 몸에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있던 강체술 효과를 낮춘 것.
덕분에 노아의 눈에도 빈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찌르면 바로 당하겠지.’
상대의 신체 능력으로는 대응할 수 없을 것 같은 곳이 빈틈으로 보이는 것뿐.
이 판단은 결국 노아의 검술 실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으므로, 노아보다 검술이 뛰어난 사람이 보기에는 다르게 보이리라.
“신체 능력과 오러를 너와 동일한 수준으로 내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둘만이다. 아예 검술도 너처럼 연기하면 나랑 대련하는 의미가 없으니까.”
“네. 그럼 가겠습니다.”
노아는 빠르게 레지나를 향해 쇄도했다.
순간적인 돌진이었지만 이미 그의 검에는 검기가 맺혀 있었다.
“검기 발현은 빠르군. 하지만 내가 네 몸을 사용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레지나는 가만히 서 있는 자세에서 팔을 휘둘러 간단히 노아의 검을 막아냈다.
서로 신체 능력이 동일한 상태임에도 가벼운 공격을 쳐내는 듯한 모습.
‘힘을 완벽하게 발아래로 쳐냈다고? 저런 자세인데?’
“다시 말하지만 내 몸은 지금 너와 같은 성능이다. 이론적으로 너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지.”
네 한계는 고작 그 정도가 아니다.
레지나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또 이런 것도 가능하지.”
키이이잉!
사방에서 생성된 무형검이 노아를 향해 내리꽂힌다.
개수는 여덟.
펠릭스의 회륜에 비하면 훨씬 적은 수였지만, 검의 움직임은 훨씬 위협적이었다.
타다다당!
노아는 황급히 흑천을 휘둘러 무형검을 파괴했다.
피하거나 막으면 끝장인 공격이었다.
일격에 파괴하지 않으면 후속타에 당한다.
그 판단은 정답이었다.
문제는 판단만 정답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레지나가 노아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으니까.
“오러 은신까지…….”
“판단은 정확하지만 아직 역량은 부족하군. 뭐, 그런 점은 나쁘지 않다. 학생이니 배울 게 많은 건 당연한 일이지.”
“전혀 맞춰준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무형검이고, 오러 은신이고 노아가 아직 사용하지 못하는 기술투성이였다.
“아니. 맞춰준 거다. 전부 너도 쓸 수 있는 기술이었으니까. ‘무형검’도 말이야.”
자신의 고민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에 노아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제 검술에 대해 아십니까?”
“개념이라면. 실물은 나도 처음 보는 거니까.”
자신의 검술을 알고 있다는 소리에 노아는 할 말을 잃었다.
레지나는 그런 노아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네가 가져온 추천장을 누가 결재했을 거라고 생각하나?”
“할아버지를 아시는군요?”
“그 검술을 배웠다면 무형검을 쓰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른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네 감이 아무리 좋아도 남들 하는 걸 보고 따라 하는 걸론 무형검만은 어떻게 안 되겠지.”
“그러면 혹시 무형검을 쓰는 방법도……?”
“구체적인 방법은 나도 모른다. 내가 그 검술을 익혀본 것도 아닌데 어떻게 알겠나?”
레지나가 사용한 무형검은 어디까지나 그녀의 검술 체계를 따른 방식이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노아의 검기가 이미 무형검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달했다는 것만 알 뿐.
익힌 적도 없는 검술을 남에게 가르쳐 줄 순 없었다.
“추측한 바는 있지만 안 듣는 편이 좋을 거다.”
“그건…… 그렇겠네요. 남의 설명으로 될 일이었으면 애초에 그냥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셨을 테니까요.”
스스로의 깨달음이 필요한 단계.
할아버지가 노아를 내보낸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리라.
“아무튼 시험은 통과다.”
“시험이요?”
“나를 실망시키면 바로 퇴학이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지만 만족스럽군. 가르치는 보람이 있겠어.”
“……?”
“그럼 시험도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네 연습을 시작해 볼까?”
화악!
레지나의 말에 무수한 숫자의 무형검이 그녀의 등 뒤로 떠올랐다.
각각의 형태가 모두 다른 8,800자루의 무형검.
세상의 모든 검을 모아놓은 듯한 이 무형검들이 바로 레지나를 검의 여왕이라 부르는 이유였다.
“검의 정원…….”
“선발전 전까지 네놈의 몸에 든 안 좋은 버릇을 깔끔하게 뜯어고쳐 주마. 연습을 위한 검은…… 이거면 되겠지?”
레지나는 그렇게 말하며 베로니카의 검과 닮은 검을 집어 들었다.
선발전의 우승을 노린다면 가장 큰 장애물을 베로니카였다.
그러니 베로니카를 상대할 방법부터 때려 박아줄 생각이었던 것.
“그런 거라면 혹시 다른 것부터 먼저 가능할까요?”
하지만 노아는 고개를 저었다.
“흐음?”
“이걸로 가죠.”
“그 검은 네 동기인 티우가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군.”
대신 노아가 고른 것은 바로 티우의 검.
“일단 이 녀석 쓰러뜨릴 연습부터 해야 할걸요?”
* * *
준결승 경기 당일.
비록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긴 했지만 경기장은 만석을 이뤘다.
“베로니카의 준결승이 취소되니 다 이쪽으로 몰린 건가.”
“이거 예상외의 대인기네.”
경기장 위에 선 노아와 티우는 서로를 바라보며 가볍게 대화를 나눴다.
긴장을 하기엔 서로가 너무 익숙한 상대였다.
“이것만 이기면 드디어 베로니카와 붙어볼 수 있겠군.”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돼.”
경기의 시작.
노아는 허리를 뒤로 젖혀 갑작스럽게 자신을 덮친 반월형의 검기를 피해냈다.
“무형검이라고?”
무형검. 그것도 상당한 숙련도.
하루아침에 익힌 수준이 아니라는 건 바로 알 수 있었다.
“잠깐, 너 무형검도 쓸 수 있었어? 말해준 적 없었잖아!”
“잊었어? 내 검술은 원래 이기기 위해 상대를 분석하는 타입이라는 걸.”
노아와 티우가 처음 만난 날.
티우는 입학 시험 때부터 노아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를 이기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것.
“나이트레이에서 노아 네 검술을 가장 많이 접한 것은 바로 나. 하늘만 보고 다니는 천재는, 발아래의 범재에게 발목을 붙잡히는 거야.”
노아가 이런저런 사람들을 접하는 중에도 티우는 노아만을 바라보며 그를 쓰러뜨리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
이것은 그 노력의 결실을 맺는 한 수.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노아는 그런 티우를 보며 웃었다.
그가 본 티우는 언제까지고 아래에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입학식에서 봤던 상처투성이 손.
승부욕 없는 사람이 그런 손이 될 때까지 연습할 리가 없었다.
“자아, 전력을 다해 놀아보자.”
준결승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