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72
두근!
재해급 마수의 등장은 해상방어선에 나가 있던 테오도르에게도 전해졌다.
“마수의 반응이 갑자기 나타났다……?”
아무리 해저에 달라붙어 이동한다고 해도 재해급 마수의 기척을 마스터 나이트인 그가 놓칠 리는 없었다.
그가 방어선에 나온 이유는 초승달 군도로 가는 위험한 마수를 모두 쳐낼 자신이 있었기 때문.
‘이건 마치 마수가 초승달 군도에서 태어나기라도 한 것 같은…….’
아니, 이유야 어찌 되었든 상관없었다.
초승달 군도 부근에 재해급 마수가 나타났다.
마스터 나이트 없이 재해급 마수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필요했다.
게다가 그건 어디까지나 지상의 마수를 상대로 철저한 준비를 마쳤을 때의 이야기.
갑자기 나타난 해양 마수를 상대로 섬에 남아 있는 기사들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왜 교대 병력이 안 오나 했더니만 그런 이유였나. 사령관!”
“방어선을 지킬 병력만 남겨두고 전원 초승달 군도로 돌아간다!”
“나는 먼저 가도록 하지.”
뛰어오른 테오도르의 등 뒤로 홍염의 날개가 솟아났다.
둘이 합쳐 한 쌍을 이루던 쌍둥이의 불완전한 날개와는 다른 완성된 날개.
강력한 화염이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추진력이 테오도르의 몸을 순식간에 가속시켰다.
* * *
카밀라는 덮쳐오는 해일을 보며 몸이 굳었다.
마치 산이 자신의 머리 위로 쓰러지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밀려온 해일은 그 속도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크기로 인해 전혀 빨라 보이지 않았다.
파도가 하늘을 뒤덮는다.
천천히, 그리고 거부할 수 없게 죽음이 내려앉으려 하고 있었다.
고작 몸을 뒤척이는 것만으로도 도시를 짓뭉개는 저것이 바로 재해급 마수.
인간이 항거할 수 없기에 비로소 재해라 불리는 존재.
“뭘 정신 줄 놓고 있는 거야!”
그런 카밀라를 깨운 것은 우르슐라의 목소리였다.
우르슐라는 해일을 보자마자 정령태를 풀가동해 일행을 데리고 항구로 날아왔다.
당연히 죽으러 온 건 아니었다.
“폭풍식, 제 2장. 윤무(輪舞).”
거대한 반월형의 검기가 해일을 가르고 지나간다.
비록 우르슐라가 정령태의 힘을 완벽히 다루진 못해도, 단순히 위력을 키우는 거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인간이 항거할 수 없는 재해를 상대하기 때문에 무녀.
“재해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바로 무녀의 의무잖아?”
카밀라는 멍하니 그렇게 말하는 우르슐라를 바라보았다.
‘역시 수무녀 자리에 어울리는 건…….’
다만 상념은 이어지지 못했다.
“으갹! 선배! 그걸로 끝이 아니잖아요! 쏟아진다고요!”
미호의 말대로 우르슐라가 베어버린 해일은 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사라진 건 아니었다.
중력에 이끌려 쏟아지기 시작한 대량의 해수는 그것만으로도 도시를 쓸어버리기에 충분한 위력이었다.
그 모습에 베로니카가 황급히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쌍둥이가 제지했다.
“저건 나랑 리나한테 맡겨.”
“당신은 조금이라도 더 오러를 회복해 두세요.”
자색과 홍색의 불꽃이 서로를 휘감고 불어났다.
““화룡의 숨결!””
불꽃의 폭풍이 해수를 날려 버린다.
그 모습에 모두의 입이 떡 벌어졌지만, 노아만은 다른 이유로 놀라고 있었다.
‘……화룡이라는 거, 리베리 검술에서 따온 기술이었어?’
노아가 불의 속성변환을 좀 더 간편히 쓸 수 있도록 레지나가 개조해 준 기술.
화룡은 사실 리베리 검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었다.
“카밀라. 놈은 지금 만의 안쪽에 있어. 반대쪽 항구를 이용하면 섬을 탈출할 수 있을 거야.”
초승달 군도를 이루는 일곱 섬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얕은 물로 이어져 있었다.
배는 섬과 섬 사이를 통과할 수 없다.
때문에 4번섬에는 섬의 양쪽 모두에 항구가 존재했다.
그 말인즉, 초승달 안에 있는 마수를 상대할 필요 없이 반대쪽 항구로 대피할 수 있다는 뜻.
“섬을 버리자는 거야?”
“섬보다는 사람들이 더 중요해. 그리고 사람들은 네 말만 기다리고 있어.”
그 말에 카밀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1번대를 제외한 전원은 지금부터 민간인을 데리고 뒤쪽 항구로 이동한다! 그리고 1번대!”
초승달 군도의 무녀인 카밀라는 어린 시절부터 이곳에서 자랐다.
이곳의 기사들은 모두 그녀가 어릴 적부터 봐온 가족과도 같은 존재.
그런 이들에게 카밀라는 차마 이런 말을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수무녀는 말해야만 했다.
“현 시간부로 대상의 코드네임을 레비아탄이라 명명! 1번대는 대피 시간을 벌기 위해 레비아탄의 시선을 끈다!”
저 거대한 마수가 뭍으로 올라와 한 바퀴만 굴러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사라진다.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대신 시선을 끌어야 한다.
놈의 시선을 받는다는 뜻은 곧 죽는다는 뜻.
초승달 군도의 기사들은 필사의 특공 명령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대답했다.
“““네!!!”””
카밀라는 그런 기사들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노아 일행에게로 몸을 돌렸다.
“베로니카 황녀님을 포함한 당신들은 섬의 손님입니다. 아직 기사도 아닌 당신들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 여러분은 민간인분들과 함께 뒤쪽 항구로 가십시오.”
이젠 빠지라는 소리였지만 아무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하는 카밀라 자신이 가장 분해 보였기 때문에.
툭!
“너도 마찬가지야.”
어느새 바다 쪽을 향하고 선 우르슐라가 카밀라를 노아 쪽으로 밀었다.
“뭐 하는 짓이야?”
“수무녀인 네가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 게다가 여긴 정령태도 못 쓰는 너보다 내가 더 쓸모 있을 거야. 너도 저 대피해. 여긴 내가 남을게.”
“그게 무슨……!”
우르슐라의 말에 반발하려던 카밀라는 갑작스럽게 잠에 빠지듯 쓰러졌다.
“침투경. 같은 검술을 배우고 같은 오러를 가진 사람들끼린 이런 식으로도 쓸 수 있지.”
우르슐라는 카밀라를 툭 쳤을 때 몰래 자신의 오러를 집어넣어 그녀의 혈을 점했다.
정령태까지 쓴 상태인 우르슐라의 오러를 카밀라가 저항하는 건 불가능.
처음부터 말로 해봐야 안 들을 거라고 생각한 우르슐라가 카밀라를 강제로 재운 것이었다.
“미안하지만 그 녀석도 데려가 줘. 걔는 아직 죽으면 안 되거든.”
우르슐라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죽으면 안 되는 건 선배도 마찬가지거든요?”
“하하, 그건 그렇지. 아직 방학은 한참 남았는데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도 우르슐라는 유머를 잃지 않았다.
“대피가 완료되면 폭죽을 쏘겠습니다. 그때까지만 버텨주세요.”
“네. 부탁드립니다.”
우르슐라는 베로니카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했으나 그다지 기대하지는 않는 투였다.
재해급 마수를 상대하는 일이었다.
폭죽이 터질 때까지 몇 명이나 버틸 수 있을지.
우우우웅!
“움직입시다.”
레비아탄이 또다시 울부짖는 것을 신호로 대피 작전이 시작되었다.
섬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가는 길에는 여전히 빅 웨이브로 몰려온 대량의 마수들이 가득했다.
“젠장. 뭔지 모르겠지만 길을 뚫는 건 우리에게 맡겨!”
벤자민의 배신으로 인해 구금되어 있던 해안경비대의 기사 및 일반 대원들이 가장 앞에 섰다.
벤자민과는 상관이 없는 말단 대원들은 재난 상황에서 이유도 모르고 구금되어 애가 타던 상황이었다.
체력이 온전히 보전된 그들이 앞장서자 마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동속도가 문제인가…….”
어둑해진 하늘에서는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사의 수는 충분했지만, 민간인 무리를 데리고 이동해야 했으므로 이동속도에는 한계가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은 아예 기사들이 몇 명씩 안고 업고 가는 중임에도 그랬다.
도중부터 폭우로 변한 비는 그들의 이동속도를 더더욱 늦췄다.
대피가 1분 늦어질 때마다 레비아탄의 시선을 끌고 있는 기사들이 죽어나간다.
자기 하나가 목숨을 바치는 걸로 적어도 수백 명은 더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꺼이 나선 이들이다.
그 희생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 섬을 돌파했다.
도중에 깨어난 카밀라는 우르슐라가 그녀를 보내고 자신이 남았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충격받았다.
설명을 듣고 나서는 넋을 놓은 듯이 굴었지만, 당장 카밀라 정도의 기사는 넋을 잃어도 필요할 정도로 바쁜 상황이었다.
민간인을 몇 명씩 들쳐 업고 마수를 쓰러뜨리며 전진한다.
그리하여 두 시간의 필사적인 대장정 끝에 반대쪽 항구에 도착했을 때, 수평선 위로 배가 보였다.
“저 배는…….”
“구조선이다! 먼저 하바나로 피난한 배들이 지원군을 데리고 돌아오고 있는 거야!”
카밀라가 항구에 임시 사령부를 설치한 직후, 가장 먼저 한 것이 민간인을 하바나로 대피시키는 겸, 지원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곳 지금 보이는 배들은 바로 하바나에서 보낸 구조선들.
상황을 파악한 피난민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들 중 가장 좋은 눈을 가지고 있던 베로니카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배들이 방향을 돌리고 있어요.”
“뭐라고?”
재해급 마수를 감지한 구조선이 구조를 포기했다.
“사람들을 태우러 접근했다간 자기들까지 레비아탄에게 당할 거라고 판단한 거예요.”
배를 탄다고 모두 끝나는 게 아니었다.
레비아탄이 해양 마수인 이상 놈도 배를 추적할 수 있었다.
그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지 못하는 이상 안전거리도 계산할 수 없었다.
구조선은 재해급 마수의 기운을 느끼고 그들이 ‘어차피 죽었다’고 판단, 배를 돌려 달아나고 있는 것이었다.
“씨발 그게 말이야?”
노아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나왔다.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
경우에 따라서는 저 판단이 맞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이건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저 뒤에선 기사들이 레비아탄의 시선을 끌기 위해 죽어나가고 있다고! 그런데 저게 지금 뭐 하는 짓거린데!”
“잠깐만요.”
베로니카는 분노한 노아를 제지하며 카밀라에게 다가갔다.
“도와주세요.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나? 나 따위가 뭘 할 수 있다고…….”
“황실 검술의 특징은 바로 모든 속성의 오러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 이론상 저는 당신의 오러도 쓸 수 있을 거예요.”
“……?”
“바다를 얼리겠습니다. 배가 있는 곳까지 달려서 도망칠 수 있게요. 그러니 당신은 정령태를 써서 제게 오러를 더해주세요.”
그녀의 말에 카밀라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정령태 같은 거 못 써! 수무녀인데도 못 쓴다고! 역시 나 같은 년 따위가 아니라 우르슐라가……!”
짝!
베로니카가 카밀라의 뺨을 후려치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음에도 주위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할 수 있나 없나 물어본 거 아니에요. 하세요.”
전에 본 적 없는 싸늘한 표정으로 베로니카가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면 그건 당신이 능력도 없으면서 수무녀가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해서 죽는 거예요.”
베로니카는 카밀라의 멱살을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코코아님은 당신을 믿고 수무녀 직책을 맡겼고, 우르슐라는 당신을 믿고 대피시켰어요. 남들이 그만큼 믿어줬으면 잔말 말고 죽어도 서서 죽어.”
갑작스레 변한 말투에 놀란 카밀라의 눈동자가 커졌다.
붙잡혀 일어난 그녀는 이내 스스로의 힘으로 땅을 딛고 섰다.
“……해볼게. 아니, 해낼게.”
그 대답이 반말인 건 먼저 반말을 들은 카밀라의 소심한 반항이었으리라.
대무녀의 대리로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진다는 중압감에 맛이 갔던 카밀라가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눈을 감고 집중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해내지 못한 정령태지만, 그렇다고 앞으로도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리고,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