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smanship Genius of the Knight School RAW novel - Chapter 97
나이트레이의 커리큘럼은 1, 2학기 후 여름방학, 3, 4학기 후 겨울방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따로 방학이 없는 1-2학기와 3-4학기는 한 주간의 휴식주를 두고 바로 다음 학기에 들어가는 방식.
3학기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이벤트전도 끝나고, 원래대로라면 노아는 이 한 주 동안 기숙사에 틀어박혀 만상붕괴를 연구할 예정이었으나.
“회장까지 모시겠습니다.”
“응?”
베로니카의 전속 메이드인 미아가 그를 찾아왔다.
“회장이라니 뭔 회장?”
“어라? 혹시 전달 못 받으셨나요? 노아 님은 4학기 신입생들의 입학 시험을 감독하셔야 한답니다.”
“엥? 내가 왜?”
나이트레이는 학기마다 신입생을 받는다.
시대에 따라 운영이 중단되기도 하고, 지원자가 없어 연 단위로 학생을 받던 적도 있지만, 현재의 나이트레이는 1년에 4번의 신입생을 받는 것.
그중 학기간의 텀이 짧은 1-2학기나 3-4학기는 입학시험도 수강신청도 일주일 안에 후다닥 치러야만 했다.
“입학시험이 있다는 거야 나도 아는데 내가 왜 그걸 감독해?”
“나이트레이의 입학시험에는 시험장마다 재학생 대표가 한 명씩은 참석해야 한답니다. 보통은 그게 부동의 15인 분들이시고요.”
노아가 입학시험을 치를 때도 베로니카가 감독관으로 들어와 있었으니 그건 알고 있었다.
“헌데 이번에는 15인 분들 중 3분이나 빠지셨거든요.”
“아, 그러고 보니 아슬란 선배는 졸업식까지 퍼플 섹터에 박혀 있을 거라고 했던가.”
“레지나 님께서 의사를 확인해 보신 결과 아슬란 님은 노아 님을 대리인으로 지명하셨거든요.”
그러니 아슬란을 대신해서 시험 감독을 봐달라는 이야기였다.
“원래도 여건이 안 되면 종종 대리인을 세우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안 될까요?”
“미리 전달은 못 받았지만 잠깐 머리를 식히는 용도로는 괜찮을 것도 같네.”
“감사합니다. 그럼 시험 감독관을 보는 동안에는 제가 노아 님을 보좌하도록 하겠습니다.”
“괜찮겠어?”
“베로니카 님께 사정을 설명해 드리면 분명 허락하실 겁니다.”
노아가 전달 못 받았다고 거절하기라도 하면 대타를 구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을 미아였다.
그녀는 사과를 대신해 노아를 보조하러 따라붙었다.
미아의 안내를 따라 노아가 시험장에 입장하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모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
“아닙니다. 아직 시작도 안 한걸요.”
감독관이라고 해서 노아가 이 시험장을 혼자 봐야 하는 건 아니었다.
“미아, 기록원분들도 나와 계시네?”
“네. 랭킹전 기록원 분들은 기본적으로 기사 출신이니까요.”
학생들의 랭킹전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만한 역량이 필요했다.
때문에 랭킹전 기록원에 소속된 직원들은 안전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실력과, 참가자들의 검술을 알아보는 눈이 필수적이었다.
관찰과 평가에 한해서는 확실한 스페셜리스트라는 뜻.
“……이러면 사실 나는 필요 없는 것 같은데.”
“평가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재학생이 감독관으로 입학시험에 참가하는 건 수험생들의 의욕을 끌어내기 위해서예요.”
그런 의미에서 최상위 랭커의 감독은 중요했다.
“그렇게 중요한 거면 1위 대신 내가 나온 걸로 불만이 생기는 거 아냐?”
“아뇨. 그건 아닐 겁니다.”
“……?”
미아는 노아의 말에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미소의 의미는 잠시 후 수험생들이 입장하자 밝혀졌다.
“1번 시험장의 감독은 보통 랭킹 1위가 할 텐데…….”
“하지만 아슬란 씨는 스텔라리움에 계실 거 아냐? 그럼 누가 감독하는 거지?”
“어? 저 사람은…….”
시험장으로 들어오던 수험생들은 자리에 앉아 있는 노아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노아다!”
“전에 분명 하이 랭커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감독관을 맡았다는 건…….”
“벌써 15위권까지 올라갔다는 소리!”
미아는 들려오는 소리에 멋쩍어하는 노아를 돌아보며 어떠냐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저런 사건에 계속 발을 걸쳤으니 얼굴이 팔린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는데.”
“노아 님은 본인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인기가 많으시답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 노아의 행보는 기사를 꿈꾸며 나이트레이에 들어가길 원하는 이들에겐 로망이나 다름없었다.
이는 오히려 사도 출신보다는 정도 출신의 지망생들에게 더더욱 먹혀들어 갔다.
“정도의 학생들도 자신보다 더 좋은 집안의 학생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죠. 이는 오히려 사도의 학생들보다 심한 부분도 있답니다.”
가까운 쌍둥이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리베리 가문은 쌍둥이라는 천재들 앞에 직계들마저 뒷전으로 물러났다.
자신이 메인 스트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그들과의 차이를 더더욱 크게 느낀다는 것.
“노아 님은 정도의 산하 가문 학생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지요. 대놓고 밝히지 못할 뿐 8대 가문 본가의 학생들도 꽤나 신경 쓰고 있을 겁니다.”
“그랬던 건가. 다들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들이었잖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애들이었다.
그것도 기사를 목표로 함께 고생하고 있는 이들.
실력을 인정하고 나면 그때부터는 순수한 의미로 상대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이다.
“오늘 시험관을 맡아주신 노아 님께서는 현재 나이트레이 랭킹 16위로, 아슬란 님께서 직접 지명하신 대리인이십니다.”
“그새 16위?”
“이번 학기는 마수와의 싸움에서 생긴 후유증으로 뒤늦게 랭킹전을 시작했다더니 맙소사.”
“과연 그 실력은 진짜라는 건가.”
미아의 소개에 놀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열의를 불태우는 이들도 있었다.
저렇게 반응해 주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아진 노아는 경기장 위로 올라갔다.
“좋아. 내가 직접 너희들의 검술을 봐주지. 날 만족시킨다면 합격이다!”
“그렇다면 제가 먼저!”
노아는 가장 먼저 뛰어올라 온 학생과 검을 섞다가 적당히 빈틈을 찔러 쓰러뜨렸다.
“합격.”
“헛, 감사합니다!
이어서 노아는 다음 학생 또한 몇 번의 공방이 오간 뒤 곧바로 합격을 선언했다.
그러한 합격 세례는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합격! 아직은 약하지만 재미있는 검술이네. 완성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합격! 삼도류라니 그런 거 처음 봐! 멋지다!”
“우와, 미아. 얘 좀 봐! 얘는 팔도류래! 합격!”
“합격!”
“너도 합격!”
특별히 문제가 없는 이상 합격과 불합격의 최종 권한은 감독관인 노아에게 있었다.
분명 합격자들에게 가능성이 보였던 건 사실이나, 일말의 고민도 없이 합격을 불러대는 노아를 보며 미아는 그녀답지 않게 당황했다.
“어, 음, 저기 노아님?”
“왜?”
“제대로 평가하고 계신 거 맞으시죠?”
“물론이지. 봐봐, 지금 얘는 마이어 산하 가문 출신이라는데 펠릭스랑은 스타일이 확 다르잖아. 얘가 성장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아?”
대련 후 공손하게 양손을 모으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산하 가문 출신의 소녀는 펠릭스라는 이름에 두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대련에 앞서 리본으로 묶은 머리칼이 신난 강아지의 꼬리처럼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은 불합격이라 말하기 힘들어지는 효과가 있었다.
“미래가 기대되니까 합격. 다양성은 인정이지.”
“충분히 붙을 만하신 분이긴 하지만요…….”
결국 최종 권한은 노아에게 있었다.
미아는 노아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두 사람은 시험이 끝나자마자 레지나에게 호출당했다.
* * *
“1시험장 시험 인원 전원 합격이라. 베로니카는 첫 감독관 참가에서 수험생들을 다 떨어뜨리더니 넌 다 붙이고 오냐?”
“그게 재미있어 보이는 친구들이 많아서요. 하하하…….”
“둘이 반씩 섞으면 참 좋을 텐데 어휴.”
레지나는 한숨을 내쉬며 투덜대긴 했으나 딱히 합격을 취소하라거나 재시험을 보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네게 맡긴 거고 네가 이렇게 판단했으면 그걸로 된 거지. 전원 합격이라도 충분히 수용 범위 안이다.”
부상으로 인한 휴학이나, 기사 지망은 아니기 때문에 졸업까지 가진 않는 학생, 지옥주간 탈락 등등 재학생 인원수는 늘 여유가 있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노아?”
“예?”
“나와 정했던 목표는 초과달성했는데 4학기는 어쩔 생각이냐?”
“뭐 일단은 만상붕괴를 어떻게 좀 써먹을 수 있게 만들어보고, 제 위에 있는 랭커들을 분석해 보게요.”
“호오?”
“이번에 펠릭스와 싸우면서 느낀 바가 좀 있거든요.”
만일 노아가 펠릭스의 검술을 모르는 채로 상대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불가능은 아니겠지만 이겨도 엄청 힘들게 이겼겠지.’
펠릭스의 경우에는 피차 서로의 검술을 잘 알고 있었다.
허나 이 위로는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아무것도 모른 채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수준이 아냐.’
상대의 검술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검술에 대한 이해도도 올라가는 법이었다.
이제야 겨우 숙련 단계로 넘어간 승을 완숙의 영역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실력자들의 검술을 알아보는 건 필수적이었다.
‘괜한 걱정이었나.’
뭔가를 이루고 만족해 안주한다거나, 오만해지는 건 흔한 일이었다.
때문에 예상 이상으로 크게 성공한 노아가 혹여나 잘못된 길로 들어설까 걱정했던 레지나였으나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는 모양이었다.
“이번 학기 말에는 연말제가 있다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나이트레이 연말제.
이는 흔히 있는 연말 축제와는 궤를 달리하는 거대한 이벤트였다.
“졸업식과 기사 시험 말씀이시죠?”
제국에서 정식기사 작위를 따기 위해선 연말제에서 시행되는 기사 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나이트레이 졸업 예정자들은 물론 전국에서 모인 이들이 참여했다.
“기사가 되려는 이들이 모두 나이트레이에 있는 건 아니지. 연말제에는 검림 녀석들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 거다. 그중에는 네게 관심을 가진 이들도 많겠지.”
“그렇겠죠.”
“너도 이제는 나이트레이를 대표하는 몸이다. 또한 공식적으로 리히테나워 가문의 양자이기도 하지. 혹시라도 책잡힐 일은 피하도록 해라.”
이전이었다면 괜한 걱정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수험생들의 반응을 보고 온 지금은 확실히 납득할 수 있었다.
“특히 너에 관해서는 아마 여러 가지 수작질이 있을 거다. 졸업하면 돌아갈 곳이 있는 명가의 자제들과 다르게 너는 여차하면 영입할 수 있는 유망주니까.”
“안 그래도 가끔 편지 와요. 졸업하면 자기네 기사단에 와달라는 식으로요. 들어보니 사도의 랭커들한테는 많이 온다고 하더라고요.”
“편지 정도야 백 통, 천 통을 보내도 문제없다만 가끔 선을 넘는 녀석들이 있어서 말이지.”
대형 기사단과 조건으로 경쟁하면 승부가 안 되니 유망주에게 흠집을 내려고 접근하는 놈들도 있었다.
치졸한 짓이지만 한 명만 걸려도 대박이었으니 아무리 막아도 끊이질 않는 것.
“테오도르가 있었으면 괜찮았겠지만 생텀 킵 쪽은 일이 길어지는 모양이니 말이다.”
“확실히 그분이라면 자기가 침 발라놓은 데 끼어드는 사람이 있으면 용서하지 않겠죠. 침 발린 제 입장은 둘째 치고요.”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일개 기사단과 그런 기사단이 수십 개는 소속된 군단장의 대결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마스터 나이트가 개똥 취급을 받는 가운데 레지나는 노아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아무튼 혹시나 해서 말해둔 거다. 연말제 전까지 접촉해 오는 이들이 늘어날 테니 적당히 무시해라. 진로는 졸업할 때 가서 생각해도 돼.”
“넵,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본관에 위치한 베로니카의 집무실.
아슬란을 대신해 합격자들의 서류작업까지 도맡게 된 노아가 처음 하는 서류 작업에 곤란해하고 있자, 베로니카와 미아는 노아에게 서류를 들고 찾아오라고 말했다.
그리하여 베로니카의 집무실에서 함께 작업을 시작한 지 10분째.
베로니카는 손을 멈추지 않으며 노아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졸업 후에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글쎄? 거기까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그럼 황실기사단은 어떠세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사심 충만한 스카우터가 바로 옆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