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over the family business! RAW novel - Chapter 222
223 : 후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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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죽자 분위기에서 오순도순 이야기하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어버리자, 더는 술 게임 분위기로 돌아갈 수 없었다.
뭐 그런 타이밍이 되기도 했다. 원래 술 게임의 마무리는 진실게임이고, 진실게임 분위기를 계속 이어서 고백하고 까이고 나가서 울고, 옆에서 약 올리는 테크트리로 가는 게 일반적이니까.
가끔, 아주 가아끔 고백이 성공하고, 오늘부터 1일이야. 이 경우까지 가기도 하지만, 절대 안심해서는 안 되지. 그렇게 메이드가 되었다고 해도 다음 날 술 깨면 없던 일로 되는 일이 다반사니까. 중훈이가 그런 경험이 많지.
우리가 진실게임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진실게임을 하기에는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너무 잘 알고 있기도 하고, 그리고 진실게임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으니까.
진실게임의 본질은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드는 데 있다. 선택을 강요하는 거지. 곤란한 질문에 답을 하거나, 아니면 술을 먹든가. 그런 게임 특성 때문에 끝이 안 좋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유로 나도, 친구들도 진실게임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1학년 때 한두어 번 해보고는 이건 우리 스타일 아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게임 대신 그냥 각자 알아서 술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거다.
주제는? 연애.
그리고 지금 이 이야기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김창회였다.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하면 연애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타이밍에 김창회에게 전화가 한 통 걸려온 거다.
김창회는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평소와 같이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는 변함없었지만 ‘지금 친구들과 술 마시고 있어요. 먼저 자요. 내일 전화할게요.’와 같은, 김창회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대사를 치는 걸 라이브로 보게 된 거지.
옆에서 지켜본 우리는 당연히 누구냐고 물었는데, 김창회 입에서 ‘여자친구야.’ 같은 소리를 듣게 된 거다.
창회의 입에서 ‘여자친구’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우리는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그저 김창회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여자친구라는 닉네임을 쓰는 트레이너야? 아니, 어떤 변태 같은 인간이 닉네임으로 그런 이름을 쓰는 건데?”
박승환이 녀석답지 않게 진짜 놀란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박승환이 저런 얼굴을 할 정도면 진짜 놀랐다는 이야기다.
“너 여자친구가 있다고?”
이중훈이 물어본다.
“어.”
“왜 이야기 안 했는데?”
“뭐라고 이야기해 줘야 하는데?”
“여자친구 생겼다. 뭐 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사귀게 되었다. 보통 그렇게.”
“여자친구 생겼어. 운동하다가 친해졌고, 그쪽에서 한번 만나보자고 그랬고.”
김창회가 별일 아니라는 듯 그렇게 말한다.
“그쪽에서 먼저 만나보자고 했다고?”
이건 내가 물었다.
“어.”
“왜?”
이중훈이 그렇게 묻는다.
평소 같았으면, ‘야 이 자식아. 거기서 왜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하냐?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있는 건데.’ 그렇게 핀잔을 줬을 텐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우리도 역시 궁금했거든.
“운동에 진심인 게 마음에 들었대.”
김창회가 그렇게 말한다.
“야. 자세히 좀 이야기해 봐. 뭐 하는 분이신데? 어떻게 친해졌는데?”
***
김창회가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해 준 내용을 요약하면 대충 이렇다.
일단 그 여자분의 정체는 네트워크마케팅 회사의 직원분이시거나, 도를 아시는 분이시라거나, 아무튼 창회에게 무언가 금전적인 이익을 얻으려는 분은 아니시고, 창회가 운동하는 헬스장 바로 옆에 있는 필라테스 학원의 선생님이시란다.
헬스장과 필라테스 학원. 비슷한 업종이니까 스태프들끼리 친하게 지냈고, 헬스장의 반고정 스태프나 다름없는 창회도 그쪽 선생님들 만나면 인사하고 다니는 사이였다는 거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 선생님이랑 마주치는 시간이 많아지더니 운동 관련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늘어나게 되었다는 거다. 창회도 운동 좋아하니까, 아니, 운동이라면 환장하니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고, 그러다 닭가슴살도 같이 먹게 되고, 보충제도 같이 타 먹고 하다 보니 한번 만나보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거다.
김창회는? 당연히 오케이.
자고로 운동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이상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김창회인지라, ‘필라테스 선생님=운동이 좋아서 직업으로 가진 사람=아주 좋은 사람’, 이런 계산이 나왔다는 거지.
그렇게 거의 매일 만나서 운동하고, 끝나면 같이 프로틴 마시고, 집에 같이 가고 그러기를 벌써 두 달이 넘었단다.
“왜 이야기 안 했는데?”
“이야기해야 돼?”
“이 자식아! 당연히… 아니. 뭐 당연히는 아니지. 아무튼, 그럼 두 달 된 거네?”
“어.”
“아니, 근데 필라테스 선생님이시라면…. 연상 아냐?”
“맞어. 스물넷.”
김창회가 그렇게 말한다.
스물넷이면 우리보다 두 살 연상이다. 김창회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도 놀라운데, 그 여자친구가 연상이란 말이지?
아니, 근데 보통 연상연하 커플은 여자 쪽에서 연하 남자친구의 귀여움 같은 걸 바라는 경우 메이드 되는 거 아닌가? 애교 부리고 그런 걸 바라는 거 아닌가? 누나. 좋아해요. 이런 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김창회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심한 욕지기가 올라온다.
술 많이 먹어서 그런 게 아니라 김창회 저 녀석이 애교 부리는 모습을 생각하자, 진짜 본능적인 혐오감이 신경계를 타고 흐른다.
“아, 진짜. 이 나쁜 자식. 김창회 너마저….”
이중훈이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김창회를 노려보며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러지 마라. 친구가 봄날을 맞이했으면 축하해줄 생각을 해야지. 니가 겨울 칼바람에 고통받고 있다고 추잡하게 질투하고 그러면 되겠냐? 축하한다, 창회야. 나는 너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근데 우리에게는 언제 소개해 줄 거야? 우리 창회의 새 여자친구?”
박승환이 뱀 같은 눈을 하고서는 그렇게 말한다.
“응? 안 보여줄 건데?”
김창회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얘길 하냐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한다.
“안 보여줄 거라고? 왜?”
“왜긴. 이상한 소리 할 게 뻔한데 미쳤다고 내가 니들에게 보여주냐? 특히 박승환 너는 절대로 안 보여줄 건데? 정신적 임포텐스니 그딴 소리 할 게 뻔한데.”
박승환은 김창회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진짜 놀랐다. 김창회가 저렇게 이성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머릿속에 운동하고 단백질 보충제 먹는 생각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임포텐스가 뭐예요?”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민주가 물어본다.
“발기부전. 발기 안 되는 성기능 장애.”
상여자 최유라가 그렇게 설명해준다.
“…아. 네….”
민주의 얼굴이 붉어진다.
야. 애들도 있는데, 진짜.
***
“솔직히 후회 안 했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지. 헤어졌으니까 안 보면 되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계속 마주치는 상황이었으니까.”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도 전 여자친구 지수와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지연이나 민주뿐만 아니라 친구 녀석들도 조용히 내 이야길 들어주고 있다.
사실 지수와 헤어지고 나서 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도 한 적이 없었다. 이야기한다고 해서 좋을 것도 없고, 또 뭔가 구질구질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승환이 녀석하고는 잠깐씩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친구들 다 있는 데서 이야기한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이게 다 술 때문에 그렇다. 술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자꾸 그런 식으로 마주치니까 휴학을 해버릴까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그게 근본적인 해결방안도 아니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피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래서 그냥 버티다 보니 괜찮아지더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친구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남자애들도 그렇고, 최유라도 그 힘든 시절에 나에게 힘이 되어준 친구 녀석들이었다. 어쩌면 저 녀석들 덕분에 그 그지 같은 시간을 버텨냈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연이에게도 시선을 주었다.
지연이와 친해진 것도 나에게는 다행이었지. 이렇게 괜찮아지는데, 지연이가 꽤 힘이 되었다.
“내가 한 선택이었으니까, 책임도 내가 지는 거지. 그런데, 감당 못 할 책임까지는 아닌 것 같아. 힘들기는 하지만 감옥에 가야 한다든가, 금전적인 배상을 해야 한다든가, 그런 물리적 책임이 아니니까. 그런 관점에서 이야기하면 나는 뭐, 학교에서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렇게 생각해. 단점도 있지만 장점도 많으니까.”
나는 이 주제를 처음 꺼냈던 민주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해 주었다.
“네. 감사합니다.”
민주는 그렇게 말하며 내게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 혹시 그 친구에게 아직까지 기회가 있을까?”
유라가 민주에게 그렇게 물어본다. 아무래도 친척이라서 신경이 쓰이는 거겠지?
민주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좋은 친구이기는 한데, 지금 좀 사이가 어색해져서 그게 좀 미안하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래도 남자친구로는 마음이….”
민주의 말에 유라는 작게 미소 짓고는.
“그래. 민주 말이 맞아. 연애니까 엄청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렇다고 그냥 한번 만나볼까, 그렇게 가볍게 결정할 일도 아니지. 민주 마음 가는 대로 해. 그게 최선이야.”
그렇게 말해준다.
오. 최유라. 저 녀석, 오늘 좀 멋진데?
“혹시 민주 씨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눈치 없는 질문을 던진 사람은 다름 아닌 이중훈이었다.
아이고, 이 멍청아. 넌 좀 그냥 닥치고 있어라.
“네? 네. 아니요. 그게, 저기….”
민주가 당황한 표정을 한다.
“야. 잔 비었다. 바텐더, 잭콕 한 잔 더 주게. 저기 저 아주머니에게도 내 이름으로 한 잔 보내주고.”
내가 유라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바텐더님, 저도 부탁드려요.”
눈치 빠른 지연이가 그렇게 지원사격을 한다.
“알겠습니다, 손님.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단순한 이중훈은 진짜 바텐더라도 된 것처럼 목소리를 깔고, 그렇게 말한다.
으이구. 단순한 자식.
***
레이디 킬러 칵테일(Lady Killer Cocktail)이라는 단어가 있다. 달달하고, 술맛도 별로 안 느껴지고, 그래서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어느새 만취해버리는 그런 종류의 칵테일을 일컫는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작업주(作業酒) 되세겠다.
롱아일랜드아이스티,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롱티라고 줄여서 부르는 칵테일이 대표적이지.
드라이진, 보드카, 럼, 테킬라, 트리플 섹이 각 2분의 1온스, 15cc씩 넣어 양놈들의 폭탄주를 만든 후, 거기에 사워믹스와 콜라를 섞어 술맛을 감추는 아주 악독한 술이다. 〈빅뱅 이론〉의 쉘든도 술 안 마시는데, 이거는 먹었잖아?
칵테일이라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잭콕도 사실 비슷한 부류지. 콜라 맛에 감춰진 테네시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가 40도다. 같은 양이면 소주보다 알콜 두 배 농축된 거지.
그런 걸 맛있다고 홀짝홀짝거리다 보면 당연히 골로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찬희에 이어 두 번째로 영안실에 안치된 사람은 김창회였다.
김창회 저 자식은 술이 쎈 편이다. 근육 손실 난다고 평소에는 잘 안 마시긴 하지만, 한번 날 잡고 먹으면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 중에 김창회가 꼭 껴있다.
중국 고전에 나오는 영웅호걸들은 다들 두주불사(斗酒不辭)라고 하잖아?
김창회가 삼국지 시대로 전생했다면 분명 여포, 장비와 더불어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 거다. 키는 12척 장신에 술을 한번 마셨다 하면 스무 말씩 퍼마셨다고.
여포라고 해도 약점은 있는 법. 창회 녀석은 위스키가 약점인지, 홀짝홀짝 마시더니 자기는 더 이상 못 버티겠다고 스스로 GG를 쳐버렸다.
아무튼, 그렇게 창회까지 보낸 후, 우리는 자리를 정리했다. 이제 끝내자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3차를 시작하기 위해서.
최유라는 술 먹었다니 매운 게 땡긴다며 틈*라면 끓인다고 물 올렸고, 이중훈은 라면에는 소주라면서, 술을 재보급하기 시작했다.
박승환은 찬희 살아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영안실로 갔고.
그리고 지연이는?
나랑 밖에서 바람을 쐬고 있다.
아우 죽겠다. 찬희 보낼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섞어 먹었더니, 소주와 위스키와 콜라가 상승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아. 뇌가 뇌척수액이 아니라 소주에 담겨 있는 느낌이다.
“오빠, 괜찮아요?”
지연이가 그렇게 물어본다.
“아니. 죽을 것 같아. 뇌가 알콜에 잠겨있는 것 같아.”
“그럼 들어가 쉴래요?”
“괜찮아. 바람 좀 쐬면 괜찮아지겠지. 넌 괜찮아?”
“전 많이 안 마셨어요. 선배들이 찬희 선배 죽인다고 거기에만 집중하느라.”
“그랬냐? 아우. 소주까지는 괜찮았는데, 섞어 먹는 건 진짜 별로야.”
“확실히 잘 들어가네요. 콜라 섞었더니.”
지연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본다.
인공적인 조명이 많은 골프장이라 별이 많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울보다는 훨씬 운치 있는 밤하늘이 펼쳐져 있다.
“오빠.”
지연이가 그렇게 날 부른다.
“응?”
“…후회 안 해요?”
“뭐를?”
하지만 지연이는 대답이 없다. 그리고 그냥 물끄러미 하늘만 바라보고 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 후.
“지수 선배랑 만났던 거.”
그렇게 물어본다.
“후회는 안 해.”
내가 말했다.
지연이는 말없이 날 바라본다.
“후회한다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후회라는 거 비생산적인 감정 소모잖아. 물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감정의 잔재가 다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냥, 뭐 이제는 그런 거 다 부질없다 싶달까? 아무튼 그래요. 왜? 걱정했어요? 혹시 후회하고 있을까 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저번에 지연이 오빠가 했던 것처럼 어깨로 지연이를 툭툭 쳤다. 그때 보고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뭔가 중얼거렸던 그때와는 달리 지연이는 그냥 날 보며 웃어준다.
“오빠.”
“응?”
“그러면 저 뭐 하나만 더 물어봐도 돼요?”
지연이가 그렇게 말한다.
“그럼. 뭐든지 물어봐. 오빠 술 먹었다? 지금 뭐든지 다 대답해줄 수 있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지연이는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하더니, 무언가 결심했다는 듯 입술을 앙다문다.
그런 지연이를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지연이가 무슨 말을 하려고.
“그때 제가….”
그렇게 말을 막 시작하려는 순간.
“라면 다 끓었다. 얼렁 와! 퍼진다!”
이중훈의 외침이 분위기를 깨고 들어온다.
“아나, 이중훈 저 녀석은 진짜 눈치 없어. 뭔데? 물어보려던 게?”
내가 그렇게 지연이게 말하자, 지연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니에요. 다음에. 다음에 말할게요.”
그러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다.
“오빠 빨리 들어가요. 다른 사람들이 다 먹기 전에. 저 지금 라면 국물이 엄청 땡겨요.”
지연이는 그렇게 말하고 내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질문을 주저하던 지연이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