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over the family business! RAW novel - Chapter 258
259 : 모든 것의 시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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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간이 흐른다. 빨리 감기는 필름처럼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땅을 일구는 농부들의 손에 철제 농기구가 쥐어진다. 소를 이용한 우경(牛耕)이 확대된다. 같은 넓이의 땅에서 전보다 더 많은 농작물이 수확되고, 증가한 인구부양력만큼 인구도 빠르게 증가한다.
이는 곧 더 많은 전쟁으로 이어진다.
전쟁은 끝없이 계속되고, 그렇게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수많은 나라가 이합집산을 반복한 끝에, ‘왕’이라는 한 인물에게 권력이 집중된 세 개의 나라만이 살아남는다.
중앙집권화에 성공한 세 나라는 강을 끼고 있는 비옥한 토지를 차지하기 위해 수백 년에 걸친 전쟁을 시작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이 되고, 오늘의 우방이 내일의 원수가 되는 과정 속에서 가장 늦게 중앙집권화를 이루고, 가장 늦게 성장한 나라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제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오랜 전쟁의 끝에 찾아온 평화는 항구적일 것이라고.
하지만 언제나 그래왔듯,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외적의 침입이 아닌, 내부에서 곪아 터진 고름이 망국의 원인이 된다.
고혈을 강요당한 농민들은 농기구 대신 창칼을 손에 쥐고 난을 일으키고, 지방에 힘 있는 자들은 군사를 일으켜 스스로 왕이라고 자칭(自稱)한다.
또다시 이 땅에 타오른 전쟁의 참화는 전쟁 중에 태어난 아이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을 때까지 지리멸렬하게 이어진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전쟁은 송악 지방을 배경으로 군사를 일으킨 한 영웅의 등장과 더불어 종국을 맞이한다.
강력한 군세와 그 군세를 유지할 수 있는 재물, 더불어 민중의 지지를 등에 업은 그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분란을 끝내고, 역사 속에 사라진 옛 나라의 이름을 물려받은 새 나라를 개국한다.
사람들은 다시금 희망을 품는다.
더 이상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이번에야말로, 항구적인 평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 사람들의 희망이 현실이 되듯, 새롭게 태어난 나라는 전조의 잘못을 교훈 삼아 개혁을 추진한다.
피가 흐르던 땅에 어느새 농작물이 영글었으며, 비명이 가득한 하늘에 태평성대를 찬미하는 노랫소리가 가득 찬다.
그리고 또다시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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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만물과 삼라만상을 자신의 의지에 따라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그는 일몰을 바라보고 있다.
붉게 물드는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다. 그저 공허함,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 없는 시선이었다.
능력이 깃들고 삼십육만 번이 넘는 일출과 일몰. 사람의 시간으로 천 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온 그에게, 온 세상을 형용할 수 없는 색으로 물들이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어떤 감흥도 주지 못했다.
그가 바라보는 것 또한 일몰이 아니다.
수백 리 밖, 서로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두억시니 같은 외침을 외치며 달려가는 병사들을, 핏빛처럼 검붉게 불타오르는 석양을 배경으로 펼쳐진 전장(戰場)을 공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런 그의 등 뒤에 한 남자가 엎드려 있다.
최대한 몸을 낮추고, 자신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경의를 표한 채로, 감히 그를 쳐다보지도 못하는 남자는 전지전능한 그에게 새롭게 선택받은 자.
새 나라를 개국하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그의 후손들은 대를 이어 이 땅을 다스리기 위해 선택받은 자였다.
***
그가 처음부터 자신의 뜻을 이 땅에 펼칠 대체자를 선택했던 것은 아니었다.
신력이 깃들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는 대체자가 아닌 자신이 직접 옥좌에 앉아 백성들을 다스렸다.
그의 자비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었고, 백성이 원하는 것을 직접 들어주었다.
병든 자가 치유되었고 죽은 자가 되살아났다. 홍수나 가뭄, 황충(蝗蟲 : 메뚜기 떼), 우박,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를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논밭에는 알이 가득 들어찬 곡식이 영글었으며, 가축은 끊임없이 새끼를 깠고, 사냥감은 넘쳐 흘렀다.
백성들은 사람의 힘으로는 절대로 행할 수 없는 기적을 보여주는 그를 칭송하는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그가 보여준 기적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노래 불렀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백성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것을. 더 많은 땅, 더 많은 노예, 더 많은 생산물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바치는 제물과 그를 칭송하는 노래 안에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욕망이 담겨 있다는 것을. 온 땅에 울려 퍼지는 노래처럼, 선하고 자애로운 마음을 가진 선신(善神)이 될 것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을.
그는 깨닫는다. 자신의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사람을 다스리는 최선의 방법은 농작물을 자라게 하는 여름 햇살과 같은 자비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의 마음에 의문 하나가 피어오른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었던 것일까?
실수, 인간에게는 허용되지만,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해야 하는 그에게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는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어째서 전지전능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실수를 범했는지를.
오랜 고민 끝에 그가 내린 해답은 ‘사람의 마음’.
전지전능한 신격을 얻었음에도, 아직 버리지 못한 사람의 마음 때문에,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행복해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붙잡고 있었기에, 그렇기에, 과오가 발생한 것이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린 그는 스스로의 선택으로 사람의 마음을 버린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모두 던져버리고 나서, 전지전능한, 완전무결한 신격을 갖춘 자신을 확신한다.
사람의 마음을 버린 그에게 사람을 다스리는 옥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사람을 다스리는 것은 사람의 업. 이제 완전무결한 존재가 된 그에게, 진정한 신격을 갖춘 그에게, 사람의 옥좌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다.
사람은커녕, 산짐승조차 접근할 수 없는, 어느 이름 모를 산봉우리가 그의 새 거처로 정해진다.
그렇게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그만의 성역에서, 완전무결하고 전지전능한 존재로서 세상을 굽어본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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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켜보는 오랜 시간 동안 세상은 끝없는 전쟁을 반복한다.
사람의 마음을 버릴 수 없는, 사람의 마음에서 끝없이 생성되는 욕심을 버릴 수 없는 사람들은 긴 전쟁과 짧은 평화,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전쟁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가 전장을 바라보는 지금도 그러했다. 지금 이 땅에 자리 잡은 왕조는 망국의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미 망국의 단계를 넘어, 잘못된 사례로 역사에 기록된 전조(前朝)와 마찬가지로 내부에서 곪아 터진 염증으로 인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고착화된 신분, 힘을 가진 이는 더욱더 많은 힘을 가지고, 힘이 없는 이는 더욱더 많은 것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구조, 인간의 욕심이 존재하는 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염증이 또다시 나타났고, 백성들은 끝없는 고통에 다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문벌, 무인, 권문, 권력을 둘러싼 지배계층의 끝없는 투쟁은 수백 년 전 온 세상을 가득 채웠던 비명을 다시 터트리고 있었다.
기존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지금 그의 등 뒤에 엎드려 있는, 선택받은 이가 바로 새로운 틀을 만드는 도구였다.
전쟁을 위해 태어났다는 평가를 받는 백전불패의 장수. 이 땅을 지켜내는 마지막 방패, 불세출의 신궁. 새롭게 선택된 자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 땅을 침범한 모든 외적은 새롭게 선택된 자의 군대 앞에서 피를 뿌리며 물러가야 했다. 북의 여진족에서부터, 남쪽의 왜구, 한때는 온 세계를 피로 물들였던 대륙의 침입자까지 선택된 자의 군세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그의 안배였다. 선택된 자가 그의 뜻에 따라 나라를 세우고 이 땅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안배였던 것이다.
선택받은 자의 눈동자에는 그의 뜻에 따라 세상을 평화롭게 하겠다는 의지가 가득 들어차 있다.
하지만 선택된 자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여전히 공허하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에 그의 선택을 받았던 다른 이들처럼, 새롭게 태어난 나라는, 노쇠(老衰)에 의해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염증처럼, 내부에서 생겨나는 부패로 또다시 망국의 길로 접어들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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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생명이 태어난다.
천 년 만에 태어난 아이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육친의 정 같은 따사로운 감정은 담겨 있지 않다.
다음 신으로 태어난 아이, 태어남과 동시에 온 세상의 모든 것을 물려받은 운명을 손에 쥐고 태어난 아이, 어르신이라고 불리우는 존재의 뒤를 이어 다시 수천 년간 이 세상을 굽어봐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아이의 다른 이름은 그의 업을 이어받을 도구로서 선택된 아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였으니까.
그가 아이를 만든 이유는 하나뿐이다. 그의 뒤를 있기 위해, 인간의 마음을 저버릴 수 있는 존재가 필요했기에, 단지 그 필요에 의해 아이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이에게 주어질 가르침은 단 하나.
사람의 마음을 버릴 것.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에게 주어진 운명은 사람의 마음을 가진 채로는 따를 수 없는 운명, 당연히 아이에게 주어져야 하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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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는 소년이 되었고 청년이 되었다.
청년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천 년 전에 그 스스로가 내쳐버린 감정이 깃들어 있다.
노여움. 천 년 만에 다시 찾아온 감정이 그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후계자, 인간의 마음을 버릴 것을 강요당한 후계자는 그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님이 멋대로 정한 운명을 저는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선언하는 청년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에 천 년 만에 감정이 물결친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는 사람의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 아니, 버리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가지기 위해, 그가 물려받아야 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그에게, 사람의 감정을 버림으로써 전지전능하고 완전무결한 존재가 된 그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행할 수 있는 그가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둔 존재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의지가 작용하지 않는 단 하나의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인간으로 살 것입니다.
만들어진 존재가 다시 선언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아이를 낳고, 끝이 정해진 삶을 살 것입니다.
그렇게 당당하게 선언한다.
허락하지 않겠다.
그가 말한다.
허락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만들어진 존재가 말한다.
태어난 모든 것에는 각자의 이유가 있습니다. 아버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당신의 의지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착각이고 오만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는 청년, 나에게 아버지가 되는 청년을 그는, 할아버지는 감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