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28)
가짜 용사 이야기-128화(128/310)
#24 :
[5. 트라이폴] 메인 퀘스트 공략 (2)“문 앞에 한 마리 숨어 있어요!”
대검을 왼손으로 쓱 훑으며 계단 위로 돌진했다.
[플레이어, 에델 바이스가 마법, 《마력 방출》을 시전합니다!]허공을 가르던 대검이 해저인의 심장을 꿰뚫었다. 명줄이 물고기처럼 힘차게 팔딱거리는 놈이었다.
“와, 나이스!”
열일곱 마리째.
이제 나도 숨이 가빠온다.
해저인의 몸통을 발로 걷어차며 대검을 빼냈다. 피가 기분 나쁘게 끈적거렸다.
놈이 문 쪽으로 고꾸라지면서, 철컹, 그 힘으로 쇠나무 출입구를 밀쳐냈다.
“출구가 열려요!”
하지만 비스듬히 열린 문틈으로 어떤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흑암뿐이었다.
예상대로 지상은 심연의 안개로 뒤덮여 있었고, 날생선 썩는 내가 자욱했다.
“지, 지금 낮 아니었어요?”
사쿠라이가 몸을 바르르 떨며 UI로 시간을 확인했다.
맞다.
심야처럼 보이지만 사실 정오를 겨우 넘긴 시간이었다.
[심연 지대 활성화 : 40%]이렇게 어둡고 습한 이유는 《심연 지대》의 효과 범위 안에 들어 왔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벌써부터 40%라니.
역시 큘륜이란 건가.
숲의 아이들이 펼치는 《심연화(深淵化)》랑 격이 달랐다.
“이동하기 전에 한 가지 당부해 두겠습니다. 산 사람은 없다고 간주하고 행동합니다.”
내가 말했다.
마주치는 인영(人影)은 모조리 죽여라, 라는 의미였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즉시, 비장하게, 마지못해.
“좋습니다. 바이로니카, 길을 잡아.”
바이로니카가 출구 밖으로 나서며 등불을 치켜들었다.
평범한 등불이 아니다.
마도기능사의 《길을 찾는 마도구》 스킬이 시전된 등불이다.
[NPC, 바이로니카가 마술, 《길을 찾는 마도구》를 시전합니다.]– 《길을 찾는 마도구》가 모든 파티원에게 목표 지점까지의 길을 보여줍니다.
앞쪽으로 분홍빛 섬광이 쭉 뻗어 나갔다. 저 불빛의 끝에 중앙 거리를 둘러싼 아성이 있었고, 보스 몬스터가 있을 것이다.
“가이네이브, 방패를 부탁합니다.”
“네.”
가이네이브의 머리 위에서 전류가 파직이더니, 곧 거대한 방패의 형상이 생겨났다.
[NPC, 가이네이브가 기적, 《광휘의 방패》를 시전합니다.]거기서 태양빛이 번득이자 섬뜩한 안개들이 절규하며 양쪽으로 물러섰다.
그걸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의미가 깊은 기적이었다.
지난 파트너 크리스의 주력 기술 중 하나였으니까. 그 녀석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이동할 때는 몸을 낮추고 갑니다.”
바이로니카와 가이네이브를 선두로 내보냈다.
수색조는 그 뒤에 바싹 붙였다.
나는 마지막으로 배신자와 함께 후미에서 뒤따랐다.
“이봐, 형씨. 내가 그렇게도 좋아? 근데 난 여자만 좋아하거든.”
“아니, 무서워서 그래.”
“완전 태연해 보이는데?”
“너처럼 강력한 투사가 옆에 있으니 겁이 사그라졌거든.”
일부러 배신자의 곁에 바싹 달라붙어 있었다. 교활한 배신자가 어둠을 틈타 달아날까 봐 걱정됐기 때문이다.
“사, 살려, 살려줘! 아아아아아악!”
항구 쪽에서 처절한 단말마가 들려왔다. 뒤이어 큘륜의 비릿한 울음이 어렴풋이 들려온다.
……GUUUUUUUOOOOOOAAAAAAAAAAAAAAAAAAA……!
앞으로 나아갈수록 그 울음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소리가 몸을 짓누르는 중압이 되어 호흡이 가팔라진다.
순간 그 울음에 흐느끼는 소리가 섞였다. 소리의 정체는 곧장 알 수 있었다. 사쿠라이였다.
피터가 내게 소리쳤다.
“사쿠라이의 상태가 이상해요!”
말 안 해도 알아.
[경고 : 파티원, ‘사쿠라이 노야’의 광기 수치가 79%입니다.]자리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 쥐고 흐느끼는 사쿠라이.
“괜찮아.”
그 옆에서 나는 한쪽 무릎을 꿇어앉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괜찮으니까 진정해.”
“저, 저, 저 소리 알아요.”
“큘륜의 소리? 알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야.”
전략적인 허세였다. 그 순간 사쿠라이가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마주 보았다.
눈 깊숙이까지 공포로 물들어 있었다.
그 공포가 내게로 전염될 것만 같아 시선을 살짝 피해야 했다.
“큐, 큘륜. 그, 그런 하수인이 아녜요.”
“큘륜이 맞아. 진정해.”
“아뇨. 저, 저건 그러니까. 슈’율큐, 큘라 그 본인이에요. 들어봤어요. 직접 봤어요. 그래서 알아요.”
슈’율큘라?
무슨 말도 안 되는…….
즉시 UI를 조작해 광기 수치를 점검했다. 16%. 높긴 했지만 정상이었다.
<잊혀진 왕들>.
하수인도 피조물도 아닌 그놈들이 직접 강림했다면 광기가 미친 듯이 폭증했어야 정상이다. 적어도 60%는 바로 찍었겠지.
“슈’율큘라는 없어. 적어도 아직은. 그러니 진정해.”
“지, 진짜라니까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흐히히헤하히히호.”
단말마가 광기로 물들여지는 비명이 들려오자 일행은 본능적으로 바싹 엎드렸다.
그리고 신경질적인 눈총을 보냈다.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는 것이다.
“선두. 먼저 이동하세요. 그리고 마르셸. 후미에서 너무 앞서가지 마십시오.”
사쿠라이를 강제로 일으킬까 하다 망설였다.
만약 억지로 끌고 가다가 공포에 미쳐 버린다면, 오히려 퀘스트 진행에 방해를 줄 테니까. 비전투 클래스들은 이런 면이 문제다.
잠깐만 생각해 보았다. 어머니가, 형이 내게 이럴 때 어떻게 했었는지를.
– 엄마랑 같이 가자, 철아.
사쿠라이의 손을 맞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똑같이 말했다.
내 어머니가 내게 해주던 것. 그 짧은 말에 담긴 엄청난 힘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같이 가자, 사쿠라이.”
사쿠라이가 숨을 거칠게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었다.
걷는 건 가능해 보였으니까.
[파티 : 파티원, ‘사쿠라이 노야’의 광기 수치가 39% 내려갑니다.]시커먼 안개에 가려진 건물들을 내달린다. 사방에서 망자들의 웃음소리가 음산하게 흘러나왔다.
“……우흐흐하슈하하율히얄헤헤큘헤헤호큘랴갸크호하하흐…….”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침착하게 전진을 재개해 본대에 합류했다.
[전용 스킬, 《대마력방호》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립니다.] [전용 스킬, 《현자의 기억》의 목소리가 희미해집니다.]아성, 즉 중앙 거리에 가까워졌을 때 전진 속도가 느려졌다. 왜냐하면.
“이, 이게 대체 뭐야?”
바이로니카의 목소리가 떨려 나오자 가이네이브가 속삭였다.
“심연이야. 조용히 해. 이 풀들에게는 자아가 있어.”
큘륜이 등장했으니 이럴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어느새 거리를 뒤덮은 흉측한 나무와 풀들.
살아서 수군거리는 이놈들이 바로 그 심연초(深淵草)와 심연목(深淵木)이다.
……콰아앙!
순간 굉음이 고막을 찢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자세를 낮췄다. 옆에서 사쿠라이가 훌쩍거리며 비명을 삼켰다.
붕괴.
웅대한 심연목이 민가의 지붕을 뚫고 용솟음치고, 놈이 “끼이이이익” 하며 비명을 토했고, 큰 파편 하나가 사쿠라이 쪽으로 날아왔다.
대검의 칼자루를 움켜잡던 그때, 배신자가 사쿠라이의 앞으로 도약해 오면서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이 하얀 섬광을 내뿜었고, 날아오던 파편을 또다시 산산조각 냈다.
배신자의 실력만큼은 인정해줘야 했다. 배신도 실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배신자는 곧바로 권압(拳壓)으로 파편의 방향을 조정했다.
방향은 앞쪽.
심연초 수림이었다.
수많은 파편이 비수처럼 날아 심연목들의 줄기를 공격했다.
“끄이이이이이엑!”
파편이 박힌 심연목들이 갓난아이처럼 울부짖었다. 그러면서 뿌리를 다리처럼 사용해 물러선다.
언제 봐도 끔찍한 장면이었지만, 이때가 절호의 기회였다.
“달립니다!”
내가 소리치자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가이네이브에게 사쿠라이를 잠시 맡기고 후미로 물러서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할 일이 있었다.
[플레이어, 에델 바이스가 마법, 《불 뿜기》를 시전합니다!]마지막으로 심연 수림을 가로지르며 숨을 사방으로 뱉었다.
숨결이 맹렬한 불길로 변해 심연초들을 집어삼킨다. 징그러운 비명 소리가 죽음의 도시를 울렸다.
“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에에에에에에에에헤헤헥!”
화염은 심연의 천적.
불에 그을린 장소는 한동안 심연이 침범하지 못하는 청정 지대가 된다.
“이따 달아날 때도 이곳을 통과하려고요?”
앞에서 피터가 물어왔다.
이 열여섯 살 꼬마, 제법 게임에 지식이 있는 편이었다.
“……우흐흐히히히헤헤헤헤…….”
그때 뒤쪽에서 망자들이 폴짝거리며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대꾸했다.
“지금은 달리는 데 집중해!”
그렇게 3분 정도 달렸다.
심연 수림을 통과한 뒤로는 오르막길이었다. 시가지가 끝났으므로 망자들의 울음도 들리지 않았다.
“형씨, 이제 곧 중앙 거리라고!”
마르셸이 알아서 후미로 합류해오며 정겹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놈, 진짜 배신자가 맞는 건가?
하지만 바로 고개를 흔들었다. 뛰어난 배신자들이란 본래 배신의 순간까지는 절대로 티를 내지 않는 법. 믿게 만들 수 있으니까 배신할 수 있는 거다.
“불빛이 끝나요!”
그때 바이로니카의 불빛이 뚝 끊기면서 성채가 불쑥 나타났다.
음침한 안개에 휩싸인 성채.
신기하게 한밤중의 산처럼도 보였다. 찰나의 여유가 찾아왔다.
바이로니카가 허탈한 웃음을 터뜨리자 가이네이브도 힘없이 웃었다.
저 수라장을 어떻게든 빠져나왔다는 안도감에서 나온 웃음일 것이다. 그때였다.
……쏴아아아아…….
멈춰 서서 헐떡거리던 일행들이 순간 멈칫했다.
“저희, 아성으로 온 거 아니에요? 이건 파도 소리 같은데요.”
피터가 조심스레 묻자, 가이네이브가 단호하게 대꾸했다.
“오르막길을 올랐잖니. 여긴 고지대야.”
“저도 들려요.”
사쿠라이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오빠, 저 소리 뭐예요?”
저 소리의 정체를 알고 있지만 설명해줄 수가 없었다.
슈’율큘라가 부리는 심연은 이처럼 음산한 파도 소리를 낸다.
저 소리가 들린다는 건, 시간이 없다는 거니까.
“잘 들으세요. 지금부터 성벽을 돌며 남문을 찾을 겁니다.”
“남문?”
“아까 말한 B포인트와 직결되는 코스입니다. 동선의 핵심이 되는 포지션이죠.”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최악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성벽 틈새마다 심연 이끼가 돋아났고, 심해목(深海木)의 끔찍한 뿌리들이 성벽을 뒤덮고 있었다.
심연 이끼와 심해목. 해저 지대에서만 창궐하는 특수 심연종으로, 슈’율큘라의 영지(領地)를 상징하는 놈들이었다.
[메인 퀘스트 갱신 : 구출 작전 개시 (2)]– 성안에서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또 성벽을 뒤덮고 있는 괴이한 생물체들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 돌아가고 싶다면 지금밖에 기회가 없을 것입니다. 혹시 압니까? 아가씨라는 존재가 이미 망자가 되어 서성이고 있을지? 목숨을 소중히 하십시오.
* 경고 : 심연이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 경고 : 보스 몬스터가 출현하는 퀘스트입니다.
겁 좀 작작 줘라.
안 그래도 겁 오지게 먹은 상황이니까.
“직후 저와 마르셸은 남서쪽 샛문으로 달립니다.”
“좋아. 형씨와 함께라면 문제없겠지.”
일련의 현상들이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트라이폴의 병참기지화가 벌써 시작되었다는 것.
슈’율큘라는 트라이폴을 지상 거점으로 삼아 이데아 진멸 계획을 시행해 나가니까.
하지만 이 계획은 시나리오상 최강 NPC 1명에 의해 일차적으로 저지된다.
소현자의 아들.
심연 사냥꾼 로헤이리츠.
하지만 메인 퀘스트가 이렇게까지 뒤틀린 이상 그 건방진 녀석의 도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심연 지대 활성화 : 50%] [경고 : 큘륜들이 대지에 심연의 융단을 깔았습니다!]남문을 발견했을 때는 항구 쪽에서 질퍽한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큘륜들이 지면을 디딜 때 생기는 울림이었다.
이제 우릴 찾기 시작하겠구나.
손이 땀으로 젖는 것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침착하게 일행을 남문으로 이끌었다. 남문의 쇠살문은 역시 열려 있었다…….
그래, 열려 있었다.
대신 [바다 장벽]이 펼쳐져 있을 뿐.
바다 장벽.
슈’율큘라 레이드.
맵을 미로처럼 복잡하게 만들어 플레이어를 괴롭히기로 유명한 권능이었다.
그렇기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게 초반 퀘스트에 등장했다고?
“야, 이 샬류안 개놈아.”
관리자를 향한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장난이 너무 심했다.
저걸 돌파할 수 있는 스킬 자체가 지금은 없지 않은가? 뭘 하라고? 이걸 돌파할 버그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나?
“오빠, 이마가, 너무 아파요.”
사쿠라이가 내 손을 꽉 잡았을 때 성문 옆에 솟아 있던 심해목이 살짝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거기서 개구리 해저인 2명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아가리를 쩍 벌리고 눈을 뻐금거리며.
이어서 세 번째 해저인이 해자에서 펑 하고 튀어 올랐다. 위병의 갑옷을 입고 칼을 들고 있었다.
날 놀라게 한 건 무장이 아니었다. 아는 놈이었기에 놀란 것이다.
켈만.
내가 말을 주었던 그 위병. 엔더스킵에서 나와 합류한 뒤 퀘스트 보상을 줬어야 할 NPC. 순간 켈만의 어안이 나에게 꽂혔다.
그러더니 고통스럽게 몸을 뒤틀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어엄마엄마엄마엄마말엄마성에서달아나엔더스곧장엔더스킵가라도내이름을대게에델바이스내이름이야.”
왜일까. 녀석이 울고 있다는 게 느껴진 건. 이 절망의 세계에서 망자가 울고 있다고.
“형씨, 사태가 심각한데. 어떻게 할까?”
배신자가 주먹을 움켜쥐고 내게 물었다.
켈만에게 정신이 팔린 그때, 2명의 해저인이 심해목에서 뛰어내렸다.
착지하면서, 놈들이 혓바닥을 착 뱉었다. 그 혓바닥들이 오루넬과 카이타르를 휘감았다. 둘은 몸이 심연의 분비물에 녹기 시작하자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우아아아아악!”
“살, 살려 줘어어어어!”
“오루넬!”
바이로니카가 검대에서 칼을 뽑았다.
“이 저주받은 것들, 둘을 놔줘!”
비웃음.
두 망자가 혓바닥을 높이 치켜들었다가, 일시에 바닥으로 메다꽂았다. 두개골들이 깨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바이로니카가 처절하게 울부짖으며 앞으로 내달리던 그때.
“오, 오빠! 이마가, 이, 이마가 깨질, 것 같아요! 아아아아악!”
사쿠라이가 바닥에 쓰러지며 울음을 터뜨렸고.
“형씨, 어떻게 하냐고!”
배신자가 재촉해 왔으며.
“일단은…….”
내가 모르는 패턴.
내 머리도 깨질 지경이었다.
여기서 맞붙어야 하나? 큘륜이 언젠가 이곳으로 올 텐데, 쓸 여유 시간이 있는가? 그 혼돈이 심해를 깨웠다.
퍼퍼퍼퍼퍼펑!
해자에서 수많은 해저인들이 튀어나왔다. 최소 30명.
“키헤에에에에에엑!”
“흐에에이이이에킥킥킥!”
개구리 망자들은 그 끔찍한 혓바닥을 날름거렸고 물고기 망자들은 아가미를 쉬지 않고 뻐끔거렸다.
바로 그 순간.
사쿠라이가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더니, 그 이마에 빛의 눈동자가 새겨져갔다.
그 눈동자.
어떤 빛보다 찬란하게 번쩍였다. 기적의 빛이었다.
[플레이어, 사쿠라이 노야의 《세계의 기억》이 영웅시대의 기억을 읽어냅니다!]– 《세계의 기억》이 『거울의 기사 리암』의 이야기에서 기적, 《신성의 업화 Lv.Max》를 《신성의 업화 Lv.40》으로 모방합니다!]
눈이 시리도록 차가운 섬광이 번쩍이며 성문으로 뿜어져 나갔다.
어떻게 사쿠라이가 신화 등급의 기적을 쓰는 걸까.
그 슈’율큘라의 바다 장벽조차 단번에 깨뜨려 버리는 전설의 기적을.
[《신성의 업화》가 《바다 장벽》을 5초 동안 무효화시켰습니다!]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달려서, 저길 통과해야 한다는 것.
“달려!”
바닥에 쓰러진 사쿠라이를 둘러멨다. 미치기 직전인 바이로니카의 뒷덜미를 억세게 잡아끌었다. 가이네이브와 피터가 뒤따라왔다.
“놔, 놓으라고! 놓으라니까아아아아아아아아이! 오루네에에에에에엘! 카이타아아아르르으으으으! 놔아아아아아아!”
바이로니카가 울면서 발버둥 쳤다.
가이네이브가 흐느꼈다. 나는 놓지 않았다.
마르셸이 우리를 엄호하다가 마지막으로 바다 장벽을 넘었다.
“키에에에에엑!”
해저인들이 바싹 추격해오던 그 순간.
……촤아아아아아아악!
바다 장벽이 폭포처럼 쏟아지며 출입구를 차단했다.
닫히는 장벽 너머로, 두개골이 으깨진 채 고개를 쳐드는 그들이 보였다.
오루넬과 카이타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