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3)
가짜 용사 이야기-13화(13/310)
제13화
“돌격대, 준비하라.”
도원수의 명령에 샤론 병단에 임시 전속된 카이센이 리아의 안장 뒤로 올라탔다.
언덕 아래쪽에서는 우루크 산병들이 포효를 내지르며 비탈면을 올라오고 있었다.
병단은 비교적 포위망이 얇은 동문(東門)을 공략하기로 하였으며, 이 판단은 주효했다.
상위 마족의 숫자보다 하위 마족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으니까.
– 마족 연합군에서 우선 주의해야 할 것은 고블린과 놀 종족이다.
최하급 마물들은 마족의 깃발 아래 잡병으로 재편성되었다.
우루크 부족은 비겁하고 좀스러운 무기라며 활 따위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
그 원거리 공격의 빈자리를 메워주는 것이 바로, 신체 능력도 지능도 미개한 하급 마물들이었다.
“사격 1열, 포병대 발포 준비.”
1열 총병 및 전열 창병들이 총구와 장창을 일제히 세우며 쇳소리를 흘렸다.
언덕 고지에 포진한 야포들을 작동시키는 대형 프리스비아 코어들이 맹렬히 회전, 삐이이이이, 물 끓는 소리를 토했다.
포탄을 굴려 넣은 포병들이 포문을 덮개로 덮고(증기가 폭발 직전까지 모일 수 있도록), 안전을 위해 뒤로 물러났다.
“기다려.”
우루크의 거구가 지표면을 뒤흔들며 점점 가까워오자 병사들의 목울대가 마른침으로 흔들렸다.
“기다려!”
마침내 우루크의 물결이, 그 역겨운 낯짝들이 보일락 말락 한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온 순간.
“1열, 발사!”
쒝, 쒝, 쒜에엑……!
총탄에 가슴이며 허벅지를 꿰뚫린 우루크들이 춤추듯 흔들리다 고꾸라졌다.
“WuraaaaaaaaA!”
죽어 쓰러진 부족을 타 넘고 돌진해온 우루크들은 비정상적으로 긴 장창에 목이 꿰뚫렸다.
“포병대, 일제 격발!”
퍼버버버버벙!
그 뒤로 몰려오던 놈들은 지면을 구르고 튕기기를 거듭하는 포탄에 팔다리 한두 개가 짓이겨지며 비명을 터뜨렸다.
“출발!”
말고삐를 세차게 잡아당긴 샤론이 기병대를 이끌고 언덕을 우회기동 했다.
샤론 병단은 988명의 총기병으로 구성되었으며, 여기에 두노스 왕조 기사 10명이 포함되었다.
마상 사격에 용이하도록 쌍권총으로 무장한 이들은 이미 숱한 전장에서 그 돌파력을 입증해온 바 있었다.
“양쪽에서 우루크 늑대 기병 접근 중!”
그 순간, 이 여름날의 열기를 부정하듯 새파랗고 창백한 빙벽이 양쪽에서 일어섰다.
빙천벽(氷阡壁).
제국 최고의 빙결 마법사이자 대마법사인 요한 울프 프로스트의 장기 중 하나. 성문에 이를 정도로 광막한 빙벽을 순식간에 일으킨 울프는 마음을 졸였다.
‘부디 몸조심해라, 카이센.’
보병대 편성인 카밀라 병단은 언덕의 예비대로 남았으므로 울프 또한 그러했다.
– 카밀라 병단은 측면을 노리는 늑대 기병을 상대하라.
그리고 카밀라의 임무는, 본대를 노리는 트롤 등의 고위험 마족을 베는 일이었다.
‘빙벽이 쳐졌다고 정신 놓지 마라. 거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그때였다. 세차게 회전하는 무언가가 빙벽의 좌전방을 깨부수며 날아든 것은.
앞다리가 잘린 말들이 지면에 고꾸라지며, 그 안장에 탄 총기병 세 명이 진흙 위로 널브러진다.
그것은 부메랑이라는 이름의 흉기. 인간의 뼈로 만들어낸 초대형 부메랑이 매섭게 회전한다.
붉은 복면이 특징적인 우루크가 빙벽 위로 올라서, 되돌아온 부메랑을 역동적으로 움켜잡았다.
“큐진……!”
큐진.
키랄 클랜에서 최강의 전투원에게만 부여하는 키란즈키 가가의 일원.
부메랑을 이용한 학살극이 특기로 일선의 인류 군대는 놈의 악명을 알고 있었다.
– 돌파를 할 때 두 번째로 조심해야 하는 건 바로 키랄의 최강 전력인 키란즈키 가가다.
큐진이 다시 기형적으로 성장한 오른팔을 뒤로 젖혔다. 부메랑을 다시금 내던질 힘의 전조.
누군가가 그 힘에 맞섰다.
그 누군가는 바로, 리아의 군마의 등을 박차고 허공으로 날아오른 카이센이었다.
큐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냐, 이 인간 꼬맹이는…….’
지금 나와 일대일 승부를 하겠단 건가?
날 그렇게나 얕잡아 보다니.
그 건방진 몸뚱어리와 함께 다른 다섯 놈도 동시에 죽여주지.
─ 십문자도 발도술, 장작 패기.
소년이 납도된 태도를 칼자루째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동시에 마나하트와 마나체인으로 폭발적인 마력을 일으킨다.
칼날에 마력이 집중되나, 칼집에 가두어져 순환ㆍ발산이 이루어지지 못해 결국 살벌한 열량을 띠기 시작한다.
이렇게 가두어진 마력을 일순 폭발시키는 원리로 적을 절단하는 발도술 오의, 장작 패기.
일발 섬광(一髮閃光).
부메랑이 투척 궤도에 들어서기 직전, 큐진이 어둠 속에서 빛이 번뜩인 걸 본 일순.
“아니……?”
시상이 어지러이 회전한다.
강력한 무언가에 붙들려 강제로 난잡하게 뒤흔들리는 듯한 무력감.
순간 마법인가 싶었으나, 기이하게도 부메랑을 이상한 궤도로 내던지는 자신의 몸이 보였다.
내가, 내 목이, 베였다고?
저딴 꼬맹이한테?
“와우, 방금 봤어?”
“키란즈키 가가를 일격에!”
돌격대에서 폭발적인 함성이 솟구칠 때, 흘끗 뒤의 상황을 확인한 샤론이 휘파람을 불었다.
‘실력은 물론이거니와 저 막무가내 성격, 누가 봐도 카밀라의 제자 그 자체네.’
저만치 앞에서 리아가 카이센을 외쳐 불렀으나, 카이센은 고개를 가로저어야 했다.
‘이미 저 말로 돌아가기에는 늦었어. 한참은 앞으로 갔는데.’
여기에 고립되는 것인가?
아니, 울프의 빙천벽은 내리막길에 설치됐을 경우 난간을 미끄러지듯 타고 내려갈 수 있었다.
카이센은 극한의 균형 감각을 발휘, 빙천벽의 난간에 올라타 돌격대의 진용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저 여자도 엄청나군.’
대열 선봉에서, 온갖 마족을 닥치는 대로 베고 찌르는 샤론의 격세는 카밀라만큼이나 살벌했다.
‘참격의 궤도에 푸른 잔상이 남아 이울어지는…….’
크게 휘두르는 십문자도와 달리 적의 급소만을 정확히 찔러 죽이는 극주검법의 극의.
바로 그 순간, 아주 잠시 시선을 샤론에게 주었던 그 순간이었다.
쩌엉, 일순 빙벽이 분쇄되는 파쇄음과 함께 발판이 사라지며 부유감이 엄습해왔다.
살기(殺氣).
허공에서 무력하게 발을 휘젓던 것도 잠시, 간신히 자세를 수습했다.
산산이 깨어져 내리는 빙벽.
그 빙벽의 파편들을 이리저리 타넘으며, 저 아래쪽에서 빙벽을 박살낸 살기의 근원에게로 참격을 휘둘렀다.
쩌어어어어엉!
그런데 그 참격을 거짓말처럼 손쉽게 막아낸 것은 괴물…… 그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
맞부딪친 힘으로 관성을 꺾으며 뒤로 굴러서 물러서자, 거구의 괴물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눈꼬리를 올렸다.
“Mide? 이제야 제법 싸울 맛이 나는 인간을 만났군.”
그리고 손을 치켜들어 사방에서 달려들던 우루크들을 뒤로 물렸다.
“어디 칼 놀림 솜씨 한번 볼까? 인간 꼬맹이.”
유년기의 끝,
아리스타포 공방전 (4)
“어디 칼 놀림 솜씨 한번 볼까, 인간 꼬맹이.”
괴어의 호령이 끝나기 무섭게 시퍼런 섬광이 눈앞으로, 바로 눈앞까지 들이닥쳐 번득였다.
‘미친, 뭔 속도가……?’
몸의 중심을 무너뜨린다.
순간적으로 무너진 중심이, 몸을 뒤로 넘어뜨린다. 뒤로 구르다시피 해서 참격을 간신히 피해내자.
“Uha!”
감탄의 찬사를 쏟아내는 괴물이 잠시 시간적 여유를 주려는 듯 돌진의 격세를 가다듬었다.
키슌.
키슌 지올로베페.
카이센의 소년기를 마무리하게 될 그 막강한 호적수와의 만남은, 바로 이때 처음으로 이루어졌던 것이었다.
털가죽을 두른 압도적 체격.
어깨는 넓고 완강했으며, 한평생 전쟁터를 누벼온 얼굴은 흉상으로 뒤덮여 섬뜩했다.
“이게 최선은 아니겠지? 날 더 rus? 즐겁? 즐겁게 해다오.”
키슌이 비릿하게 웃는 걸 보며 카이센은 놀랐다. 인간의 말을 상당히 능숙하게 구사했기 때문에.
“돼지만도 못한 우루크 놈이 사람의 말을……?”
“인간의 말을 배웠지. 너처럼 강한 놈을 만나면 oldoroshi? 이렇게 얘기를 좀 나눠보고 싶어서.”
키슌이 양손에 찬 칼날형 클로를 맞부딪치며 입맛을 다셨다.
놈의 공세는 비현실적이었다.
참격 하나하나가 손목이 으스러질 듯이 맹렬했는데, 공격이 빗나가면 나무와 바위가 부서졌고 땅을 내려찍으면 지면이 내려앉았다.
콰과과과과……!
일격의 반향으로 흙먼지와 잔돌이 튀어 오르기를 거듭했고 카이센은 뒤로 거듭 물러섰다.
‘뭐 이딴 미친놈이……?’
입매가 경련했다.
식은땀으로 이마가 차가웠다.
빈틈이 없다. 공격의 사이사이에 반격할 여유가 없어.
챙, 카앙, 챙, 키잉……!
맹렬히 흩날리는 화산재 속에서 쇠붙이들이 시퍼런 춤을 출 때, 카이센과 달리 키랄 부족 우루크 전사들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뭐냐, 저 인간 꼬맹이는?’
‘키슌과 대등하게 싸운다고?’
‘큐진을 일격에 벤 게 요행이 아니었단 말인가?’
눈앞을 훑고 지나가며, 칼바람을 일으키는 참격을 피하며 카이센은 생각했다.
‘하지만 맞지만 않으면 돼.’
노릴 수 있는 건 한 번뿐, 큰 거 한 방을 유도한 다음, 그 공세 그대로 무너뜨려야겠다.
카이센이 짐짓 움찔했다.
바로 그 순간, 키슌이 왼쪽 클로를 커다랗게 휘둘러 횡(橫) 공간을 제압했다. 순간 카이센의 눈에서 날이 번득였다.
발도술, 발탄도(拔彈刀).
십문자 자세로부터의 연계가 필요 없는 십문자도 발도술.
고개만 슬쩍 젖혀 공격을 피해낸 한순간, 그 젖히는 힘으로 칼을 납도했다.
그리고 다시.
몸을 앞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실어 칼을 발도, 칼자루 끝으로 놈의 복부를 후려친다.
떠엉─────!
둔탁한 공명음.
표적의 역학 작용이 무너진다.
체내에는 힘의 흐름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그 흐름에 쇄(鎖; Manachain)를 흘려 넣는 것으로 몸의 균형을 일순간 무너뜨리는 기습적 반격기.
‘지금, 잡았다.’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키슌.
카이센은 곧장 몸을 휘돌리는 동시에, 그 회전력을 실어 태도를 아래서부터 힘껏 쳐올렸다. 그런데.
────카가가가가각!
소리가, 감각이 이상해.
살을 베는 소리가 아니라, 쇠를 긁는 이 소리는…… 그 순간, 온몸의 솜털이 오소소 곤두섰다.
“씹!”
카이센은 헛숨을 들이켜며 지면을 박차 간격을 벌렸으나──
아……?
──발길질의 끝자락이 복부를 스친다. 갈빗대가 최소한 2개쯤 부서지는 격통, 꼴사납게 지면을 나뒹굴었다.
눈앞이 컴컴해지는 아픔.
한 박자, 아니 반 박자만 늦었어도 맞았으면 즉사로 이어졌을 공격이었다.
“허!”
키슌이 자신의 배와 카이센을 번갈아 바라보며 휘파람을 불 때, 카이센은 고통을 억누르며 몸을 일으켰다.
‘발탄도가 빗나갔다고?’
아니, 털가죽 아래에 사슬갑옷을 입고 있었던 건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턱을 노렸어야 했어.
“판단력까지 훌륭해. 지금 몇 살이지?”
“그 아가리 다물어…….”
그러자 키슌이 손을 들었는데 사방에서 블라쉬우르프에 올라탄 우루크들이 걸어 나왔다.
백 마리?
아니, 최소 이백 마리인가.
전장 이곳저곳을 살피며 부서진 갈비뼈의 고통을 가라앉히는 심호흡을 했다.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끈 덕분에 흑장미 병단은 도시까지 무사히 간 듯한데…….
“걱정하지 마라. 여기선 안 죽일 거니까.”
“뭔 개소리냐.”
“너희들이 저 관문? Tohos? 성문 안으로 들어가면 뭔가 비장의 수가 있는 거겠지? 그러니 이? 이렇게 기를 쓰고 들어가려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어디 한번 가져? 가져와봐라.”
“뭔 개수작이야, 개자식아.”
“저 성에 있는 인간, 한심할 정도로 약해. Olbu? 도와주러 오는 인간들? 더더욱 시시해. 나는 그런 전투를 Likunot, 좋아? 좋아하지 않는다. 원하지도 않고.”
등줄기가 싸늘하다.
식은땀이 맺힌 것일까, 이 여름의 열기 속에서조차 추위를 느끼다니.
“몇 년 만에 겨우 일어난 전쟁인데, 더 신명? Pabis? 신명 나게 즐겨야 하지 않겠나?”
뭐?
이 자식, 또라이 아니야?
카이센의 눈에서 의심의 빛을 보았을까, 키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설명했다.
“하지만 너는, doroshi? 그래, 충분히 익혀 먹을 가치가 있을 것 같아. 지금 죽이기에는 아깝다.”
섬뜩했다.
저 말을 우스갯거리처럼 말하는 말투가.
“오래 살고 싶으면 허세 부리지 마, 이 개자식아. 죽일 거면 지금 죽이는 게 좋을걸.”
“무섭군. 그래, 전사란 그래야지. 그래서 더 싸우기 싫어졌다. 너희가 저기 들어가면? 전투가 더 재밌어지겠지.”
키슌이 우루크어로 무어라 소리치자, 카이센을 포위하던 우루크들이 껄껄 웃으며 물러섰다.
‘뭐야?’
나를 그냥 보내준다고?
그 점에서 반감을 느낄 만도 한데 바로 복종해?
인망이 그토록 대단하다는 건가?
“내 이름은 키슌. 키랄의 대족장 즈칸의 아들, 키슌 지올로베페다. 살려준 대가로 네 이름을 말해라.”
지올로베페…….
맹렬한 폭풍이란 뜻인가.
굳이 숨길 필요도 없어서 카이센이 침을 뱉으며 말했다.
“카이센이다.”
“누구의 아들이지?”
우루크 사회에서 부모와 부족의 이름은 최우선 가치였다. 전사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힐 때 늘 부친의 이름을 거론했다.
“너희 돼지만도 못한 우루크 개새들한테 내 어머니의 이름을 말해줄 것 같아?”
카이센의 눈동자에서 일순간 맹렬하게 타오른 증오의 격양을 느꼈을까, 키슌은 곧 닥쳐올 전투의 흥분을 느끼며 눈썹을 치켰다.
“그래, 카이센. 그럼 내가 죽이러 가기 전까지 죽지 마라. 내 Uclan, 부족을 500보 밖으로 물리지. 공격하지 않겠단 증거다.”
“진짜 인간 말 개같이 못하네. 쫄았냐?”
“그래, 쫄았지! 여기서 더 싸우다가는 너희 인간이 싱겁게? 저? 전멸? 전멸하지 않겠어? Doueba, 그러면 싸움을 더 즐길 수가 없어질 테니. 흐하하하하하……!”
재밌는 싸움?
이게, 이게 재밌다고?
카이센의 머릿속이 싸늘하게 식었다. 돌아서는 키슌을 향해 소리쳤다.
“야, 이 또라이 자식아!”
칼끝으로 죽음을 가리키면서.
아래턱이 잘려 나간 채 낑낑대는 블라쉬우르프, 잘려 나간 다리를 붙잡고 통곡하고 있는 우루크 전사.
“이딴 게 뭐가, 뭐가 그렇게 재밌어서 실실 쪼개는데!”
어머니께서는 말했다. 이 세상에 멋있는 전투라는 건 없다고.
당신의 말은 옳았다.
왜 당신께서 내게 칼을 가르치려 하지 않았던 건지도, 이 4년간 절실히 깨달아왔다. 그런데 이 자식들은…….
“점잔 빼지 마라, 카이센.”
그때 문득 오한이 일었다.
무방비 상태로 등을 돌린 채 걸어가던 키슌이 발길을 멈췄는데, 그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네 본성을 숨기지 말라고.”
“본성?”
“남을 죽일 때, 제대로 들어갔다, 공격을 제대로 받아쳤다?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어본? Achidomo? 경험이 한 번도 없어? 열세였던 Tarke를 기적적으로 이기고 함성을 터뜨려본 적도?”
반박하려 했는데, 반박할 수가 없어서 카이센은 주춤 물러섰다.
왜냐면 몇 번이고 있었으니까.
놈의 시선은 숨이 막혔다. 깊은 우물처럼 시커먼 눈…… 저 눈에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카이센, 너와 난 Atidos! 동류야. 전사란 말이다! 하고 싶은 건 맘껏 하는! 하하! 인류의 진정한 모습!”
“인류의…… 진정한 모습?”
“그래! 본성을 인정해, 이성 따위는 집어치우고. 우하하하하하하……!”
카이센은 멍하니 있었다.
키슌의 비호 아래, 어떤 공격도 없이 <아리스타포>에 무혈입성한 순간까지도, 오랫동안.
– 카이센.
칼이 무겁게 느껴졌다.
칼 쥔 손이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머릿속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힘없이 울먹거리는 듯했다.
– 이 칼을 너는 어떻게 쓰고 싶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