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31)
가짜 용사 이야기-131화(131/310)
#27 :
[5. 트라이폴] 성검 샤릴리온 (1) [보스 퀘스트 : 크란노스.] [경고 : 보스룸에 혼자서 입장했습니다. 클리어 시 (+3)의 추가 포인트를 받습니다.]문어 소년의 발소리는 기묘했다.
질퍽, 하는가 싶으면, 철그럭 쇳소리가 나고 또다시 질퍽거리는 식이다.
“크……세……리……니아…….”
A포인트 중앙. 내가 놈과 마주 섰을 때 놈은 고통스럽게 흐느끼고 있었다.
이해할 만하다.
신체의 절반이 슈’율큘라에게 잠식된 상태니 고통이 장난이 아니겠지.
트라이폴의 주인, 리드 백작가.
영웅시대의 전설, 신성 기사 샤릴리온의 직계 후손들로서 성도를 지키는 3개의 명문가 중 하나였다.
“내…… 누이는……?”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롱덴 등탑에 숨겨놨잖아.
“아…… 으…… 어…….”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소년이라기에는 끔찍한 몰골이다.
<성검 : 샤릴리온>의 신성력이 망자화의 진행을 도중에 중단시켜 놨기에 오히려 해저인보다도 징그럽다.
성검을 ‘휘감은’ 오른손과 오른발은 문어발이었고, 오른쪽 얼굴에서는 어안과 아가미가 끔쩍거렸다.
왼쪽 신체도 그나마 인간이란 거지, 걸어 다니는 송장처럼 썩어 문드러져 흉측했다.
볼 때마다 괜히 참담해진다.
그 대영웅 샤릴리온의 후손이 이런 꼴이라니…….
다만 샤릴리온의 소싯적 외형을 엿볼 수 있도록, 인간의 모습이 남아 있는 반쪽은 저 몰골로도 엄청난 미형이다.
[???, 수런거리는 광기가 사도(使徒)의 정신을 조종하기 시작합니다.]크란노스가 머리를 미친 듯이 흔들며 비명을 내질렀다.
“다악쳐어어어어어……! 나느으으으은……! 네놈의 하수인이 아니란…… 말이다…… 크세리니아의…… 동생…… 크란노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놈은 지금 아찔한 환희 같기도 한 격통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흑기사 클래스를 주력으로 해본 만큼 잘 안다. 심연의 정신 잠식이란 마약과도 같았다.
전쟁터에서 꽂던 모르핀보다도 더 몽롱하게 만든다.
“빨리 끝내자. 와라.”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왼손 손바닥 위에 붉은색 마법진이 나타났다.
[1성 마법, 《불 뿜기》가 당신의 명령을 기다립니다.]슬슬 첫 번째 페이즈가 시작될 것이다.
이 패턴의 공략을 놓치면 놈의 상대법은 끝없이 힘겨워진다. 놈은 페이즈별로 진화하는 보스였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놈의 왼쪽 눈의 흰자위가 뒤집혔다.
첫 번째 패턴.
곧 광기가 시작된다.
“나는…… 끄으으으아아아히히헤헤키히히히히히하하하하키히히히히히헤헤헤헤헤헤헤헤!”
온다.
놈이 왼발로 땅을 박차 달려들던 한순간.
[플레이어, 에델 바이스가 마법, 《불 뿜기》를 시전합니다!]내가 참았던 숨을 뱉어내던 한순간, 숨결이 성난 불꽃으로 일변하며 놈을 덮치던 그 순간.
[성검, 샤릴리온의 《형질흡력》이 《불 뿜기》를 무효화시킵니다!]파아아아앗! 찬란한 검광을 토해내던 성검이 돌연 불길을 삼켜버렸다. 대신 그 칼날이 불길처럼 타오르기 시작했다.
심해의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번득이는 화염의 검.
아름다워, 무심코 탄성이 흘러나올 정도다.
“키에에에헤헤헤헤헤헤헤헤.”
형질흡력(形質吸力). 전설 중에서도 신화 등급인 대검 샤릴리온의 고유 능력.
소년 백작, 크란노스에게 백광검귀(百光劍鬼)라는 이명을 붙인 것도 바로 저 능력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신성 기사 샤릴리온. 그는 상대의 공세를 훔쳐서 자신의 힘으로 삼는 전투를 펼쳤다고 전해진다.]성검은 1페이즈가 끝나면 영영 얻을 수가 없었기에 획득법을 아는 플레이어도 적다.
2페이즈로 넘어가면서 슈’율큘라가 크란노스를 자신의 화신으로 만들려고 한다.
샤릴리온은 주인을 지키기 위해 그 심연과 공멸해서 사라지고 마니까.
[고유 능력 : 《형질흡력》.]– 성검이 옛 주인의 싸움을 기억해내 모방해낸다.
– 지속 시간 7초 / 재사용 대기시간 14초.
정말 탐나는 칼이다.
하지만 고유 능력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난 서두르지 않는다. 놈은 벌써 내 수에 걸려든 것이다.
7초.
앞으로 7초 뒤에 놈은 자멸한다.
그때, 크란노스가 화염검을 맹렬하게 휘둘러왔다.
푸른 마력의 칼날과 붉은 불꽃의 칼날이 허공에서 어지러이 얽히며 거칠게 폭발했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간신히 중심을 잡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손목뼈가 욱신거려 왔다.
5초.
거듭 뒤로 물러서며 싸웠다.
순간, 허공으로 치솟던 성검이 돌연 세를 바꿨다.
팔이 문어발이기에 공세의 전환이 저렇게 말도 안 되게 다채롭다. 기괴한 각도로 내 옆구리를 노리는 칼날.
하지만 그럴 줄 알고 있었어.
몇 번을 봤다고 생각하는 거냐.
몇 번이나 상대해봤는데.
성검의 움직임을 즉시 대검으로 뒤쫓는다. 칼날과 칼날이 격돌하기 직전, 섬뜩한 괴어(怪語)가 귀청을 때렸다.
“심해의 주인께서어어…… 깨어나시이이인다아아아아아……!”
2초.
격렬한 파열음.
칼날에 퍼지는 균열.
음? 어라?
[장비 : <아르츠레히드의 대검>이 파괴되었습니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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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릴리온의 후손들 중에서 성검 샤릴리온을 제어할 수 있던 건 크란노스 리드가 유일했다.
물론, 아무리 재능이 출중하다고 한들, 섭리 자체를 뒤트는 그 힘의 반향을 받아낼 수는 없었다. 받아내려면 미래로부터 힘을 끌어 써야 했다. 즉 수명을 깎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리드 백작가는 성검 샤릴리온의 반작용 때문에 단명하는 가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 * *
사쿠라이가 목도한 성 롱덴 등탑은 으스스한 장소였다.
조명 하나 없어서 어두웠고, 복도를 따라 늘어선 성상(聖像)들은 왜인지 오싹했다.
그 눈들이, 사쿠라이를 쫓아오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울보 소녀, 정말 괜찮은 거냐?”
“괜찮다니까요.”
“업어줄까? 아까 그 형씨한텐 잘만 업히더만.”
“저도 남자 가릴 줄은 아는데요. 얼굴만 봐도 비교가 안 되는데.”
“사람 열 받게 하는 재능이 있는 녀석이군.”
순간적인 공포가 몸을 휩쌌다.
배신자의 분위기가 순간 무겁게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벌써 ‘배신’ 패턴이 발동한 거야?
겁에 질린 것이 우스웠을까, 배신자가 배를 잡고 웃어젖혔다.
“앞으로 크게 되겠어. 그것만큼 좋은 재능도 없다고.”
마르셸은 등탑에 들어온 이후 저렇게 큰 소리로 마구마구 소리치고 있었다. 크세리니아를 빠르게 끌어내려는 것이다.
그나저나, 정철의 말은 언제나처럼 옳았다.
이곳은 강력한 신성력으로 보호되고 있어서, 망자 하나 보이지 않고 있었다. 건물도 온전했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 배신자는 아직 인간의 몸을 갖고 있어서 결계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때 사쿠라이는 머리를 고통스레 감싸 안았다.
또다, 이걸로 세 번째다.
시야가 격렬하게 떨리면서 보이기 시작한다. 자꾸만 자신을 어지럽게 만드는 괴현상.
[전용 특성, 《세계의 기억》이 이 장소에 숨겨진 기억을 읽어냅니다!]시야에 떨림이 멎을 때마다, 또 다른 등탑의 복도가 보인다.
이곳과 달리 환하고, 옆에 배신자가 아니라 미소년과 미소녀가 뛰어다니는 회랑.
처음에는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고, 두 번째에는 함께 예절 교육을 받고 있었다. 복장이며 행동거지가 빅토리아 시대 귀족처럼 보였다.
‘쌍둥이인가?’
이목구비의 생김새는 비슷한데, 머리 색깔과 눈동자 색깔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소년은 흑발과 적안, 소녀는 은발과 청안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쿠라이는 헛숨을 들이켰다.
다짜고짜 험악한 중년 귀족이 여성(소녀가 많이 성장했다)의 볼을 후려갈기는 장면이 보인 것이다.
– 용의 아이를 뱄다고? 미친 게냐? 정녕 미친 게야? 가문 구성원 전원이 불경죄로 처형되길 바라느냐? 샤릴리온의 후손으로서 자각도 없이 그런 불경스러운 짓을……!
짜악!
처녀의 입에서 피가 튀었고 볼이 시뻘겋게 부어올랐다.
– 내 자유예요. 아버지가 무슨 상관이죠? 어차피 모든 상속권은 크란노스에게 있잖아요! 크란노스에게 모든 걸 주실 거라면서요! 그러니까 제가 뭘 하든 좀 내버려 두라고요.
– 그 아이는 열 살 때 검귀라고 불렸다. 내 딸로서 넌 뭘 했느냐? 무슨 업적을 이뤘지? 네가 가문을 자랑스럽게 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느냐?
– 성검을 저한테 주셨으면 전 일곱 살 때부터라도 당장─
이번엔 주먹이 날아왔다.
주먹이 복부에 꽂힌 여성이 거칠게 숨을 헐떡이자 아버지가 머리칼을 휘어잡고 끌어 올렸다.
– 이런 쳐 죽일 놈! 이제 보니 남창과 놀아났던 어미를 꼭 빼닮았구나. 그때 함께 목매달았어야 했는데. 그래. 그런 게로군. 너도 크달칼론 백작의 말이 우스운 게로군. 좋다. 그렇게 원한다면 어미처럼 매춘부로 살게 만들어주지. 델핀 경!
후지산만 한 거구의 기사가 앞으로 나섰다. 맘에 안 드는 놈이었다. 배신자처럼 비릿한 미소를 띠고 있었으니까.
영주는 그 기사에게 ‘딸을 겁탈할’ 병사 스무 명을 집합시키라고 명령하고 떠났다.
그때 사쿠라이는 오한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그가 있었다.
그 소년이었다.
준수한 소년이 된 그가 복도 저편에서 이곳을 보고 있었다.
눈에서 차가운 살기가 흘렀다.
섬뜩하면서도 친숙했다. 정철이 늘 풍기는 기운과 비슷했으니까.
델핀 경이 그 살기에 뒤를 흘끗 돌아봤고…… 소년의 시선을 보자 마른침을 삼키며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병사들을 해산시켰다.
다시 사쿠라이의 시야가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영상이 끝난 모양이었다.
이번엔 길었던 만큼 현기증도 거셌다.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어지러움에 다리가 절로 풀렸다.
[전용 특성, 《세계의 기억》이 장소에 얽힌 기억을 읽었습니다!]– 《세계의 기억》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그때 배신자의 손이 어깨를 탁 잡았다.
“울보 소녀, 괜찮아?”
미칠 지경이었다.
숨 쉬지 못할 정도로 당황했으니까.
“마, 마, 만지지 마세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팔을 뿌리치자.
“하하, 이것 참 난감하네.”
큰일이었다. 이번엔 마르셸도 순순히 물러날 생각처럼 보이지 않았다.
눈빛이 벌써부터 달라져 있었다.
심해의 푸른빛이 눈동자에서 맥동하는 것처럼 섬뜩했다.
“뭔가를 숨기고 있군. 우리 울보 소녀가 말야. 아주 중요한 걸. 딱 봐도 감이 와. 무언가 위험한 냄새가 나는 게 말이지.”
배신자가 킥킥, 웃었다.
소름이 온몸을 뒤덮었다. 처음으로 배신자가 진실로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이 미치광이 밀정 살인마가 벌일 돌발 행동이.
“눈빛. 호흡. 행동. 반응. 모두 흔들리는군. 대체 내게 뭘 숨기고 있을까?”
배신자가 다가왔다.
뒷걸음치던 등이 복도 벽에 닿았다. 발걸음 소리가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점차 쿵, 쿵, 묵직해지는 것만 같았다.
‘총만 있었어도 그냥 대가리에 빵꾸 5개는 내주는 건데.’
이래서는 안 되는데. 피터가 오기도 전에 용으로 변이하는 패턴이 나오면 안 될 텐데.
그러더니 공중에 붕 떠올랐다.
다음 순간에는 배신자의 손아귀에 매달린 채 버둥거리고 있었다.
이젠 ‘진짜로’ 숨이 막혀왔다.
멱살이 비틀려 가면서 살까지 쓸려와 아팠다. 무섭고, 섬뜩했다.
“아까 그 형씨가 뭘 말해준 거지? 응?”
– 배신자를 죽이는 방법 첫 번째. 조를 다시 나눈다. 미끼조. 수색조.
눈앞이 아뜩해져 갔다.
숨, 숨을 쉬어야 해, 제발.
피터, 이 쓸모없는 양키 자식아. 아직까지도 뭘…….
“놀랐다고. 아까 그 형씨가 나를 미끼조로 편성했을 땐. 그건 칭찬해주지. 그놈이 네 오라비냐?”
왜 이렇게 늦는 거지?
지하에서 NPC랑 데이트라도 하나? 배신자가 벌써부터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 배신자는 당연히, 등탑 최상층에 크세리니아가 있다고 믿어. 모든 회차마다 불변이다. 제작진이 유저에게 준 어드밴티지라고 봐도 무방해. 크세리니아는 항상 지하에 있거든.
“흐흐흐흐흐, 너희들만 바치면 나는 진정 위대한 심연의 권속으로 다시 태어난다…… 절대적 품격을 지닌, 왕의 심복으로! 하, 하하하하하!”
머리가 공포로 새하얗게 얼어붙었다. 놈의 눈동자가 불꽃처럼 시뻘게졌다. 눈구멍이 벌어지고 찢어지면서 동공이 물고기처럼 커다래지고 찢어졌다.
“자, 말해! 그 겁쟁이 꼬마와 가이네이브는 어디로 갔지?”
“……물고기…… 대가리로는…… 설명해줘도…… 모를걸…….”
– 슈’율큘라의 심복을 도발할 때는 물고기 대가리만큼 효과적인 욕도 없어.
그 말은 사실이었다. 너무너무 사실이라서 정철을 만나면 한 대 후려쳐주고 싶을 정도로.
콰아앙!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신자가 호화로운 방문 쪽으로 사쿠라이를 세차게 내던졌다.
덜커덩!
등판이 문에 처박혔으나 튕겨 나가지 않고 도리어 방문을 밀면서 안으로 굴러 들어갔다.
[경고 : 체력이 낮습니다!] [경고 : 체력이 낮습니다!]시야가 시뻘겋게 명멸하는 동안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솟았다. 등뼈가 깨어진 건지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고 숨을 들이마시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그때였다.
[전용 특성, 《세계의 기억》이 이 장소에 숨겨진 기억을 읽어냅니다!]안 돼.
야,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방 안은 갑자기 환해져 있었다. 흐릿한 시야로, 소년의 뒷모습이 보였다.
제단 앞이었다.
아니, 제단이 아니라 의장이 화려한 칼의 대좌다.
소년이 그 대좌의 마법 봉인을 일격에 부수고, 칼을 뽑아들었다. 대좌보다도 수백 배는 아름다운 대검이었다.
– 어머니, 오늘 아버지를 죽일 겁니다. 아버지가 누이까지 당신 같은 꼴을 만들어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뭐라는 거야?
배신자는 어디에 있지? 오고 있겠지?
– 절대 그렇게 놔둘 생각 없습니다. 성검께서 함께 계셔도 제 힘으로는 부족한 거 압니다. 그래서 다른 왕에게 힘을 빌렸습니다. 그러니 제 영혼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진실로 두렵습니다…….
끔찍했다.
돌아서는 소년의 눈동자.
오른쪽 눈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그건 분명히, 해저인들의 눈이었다.
[전용 특성, 《세계의 기억》이 이 장소에 숨겨진 기억을 읽었습니다!]– 《세계의 기억》의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순간 그 눈이 붉게 물들었다.
알 수 있었다. 그건 소년의 눈이 아니었다. 어느새 다가온 배신자의 눈이었다.
“자세히 보니 먹음직스러운 꼬맹이로구나.”
무서운 말이었다.
성추행이 아니라, 진짜 먹겠단 소리잖는가!
“살이 아주─!”
푸하아아악!
바로 그 순간, 칼날이 배신자의 가슴팍을 뚫으며 튀어나왔다.
아아…… 안도감으로 온몸이 바르르 떨려왔다.
정철이 왔으면 좋았겠지마는, 지금은 저 조촐한 칼날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으으음?!”
등판을 뚫고 나온 칼날.
그 칼자루를 쥔 검사는 피터. 피터가 칼날을 힘겹게 비틀자, 칼날이 거뭇하게 변해갔다.
“흐아아아아아아압!”
울까. 웃는가. 뭘 해야 할까. 피터가 왔다는 건 작전 성공이라는 뜻이었다.
[플레이어, 피터 에반스가 《이둔참(利鈍斬)》을 시전합니다!]– 《이둔참》이 주사위를 돌립니다! 이(利)냐 둔(鈍)이냐……! 이(利)가 나왔습니다!
– 《이둔참》의 위력이 185% 상향 보정됩니다.
이둔참.
피터의 설명에 따르면 ‘초보 검사들이 큰 거 한 방을 노리고 쓰는 도박 검법’이라고 한다.
운명은 소년과 소녀의 편을 들었다. 지금 저 도박이 배신자의 가슴팍을 뚫어 냈으니까.
– 그것만 성공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거뭇하게 변했던 칼날이 순간 눈부시도록 시퍼렇게 변하더니 폭발했다.
피터가 등판에서 칼을 뽑아낸 즉시 뒤로 물러섰다.
소년의 눈동자는 떨리고 있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그 역시 사쿠라이처럼 플레이어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배신자의 가슴에 뚫린 거대한 구멍에 세차게 포효하기 시작했다.
이 기습은 시작에 불과했다.
곧, 진짜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