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36)
가짜 용사 이야기-136화(136/310)
#32 :
[6. 너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1회차 (2) [NPC, 크세리니아가 당신의 파티에 합류하기를 원합니다!]이것도 관리자의 수작인가?
NPC의 파티 영입?
그것도 이데아 반도의 주축이자 최종 보스로 이어지는 NPC들과 파티를 맺게 된다고?
“앞서 말씀드렸듯 제가 부끄럼이 많습니다.”
생각해.
생각하자.
“난 부끄럼 많은 남자도 좋아해. 귀엽잖아.”
“제가 잔소리가 많습니다.”
“난 잔소리 많은 남자도 좋아해. 꼼꼼해 보이잖아.”
“제가 방귀를 많이 뀝니다.”
“난 방귀 많이 뀌는 남자도 좋아해. 내가 좋은 것 많이 해 먹여서 건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잖아.”
이런 썅, 이 무슨 철벽…… 그러면 다시 생각해보자. 크세리니아와 로헤이리츠의 전투력? 말할 것도 없다.
완성형 NPC들이니까.
후자는 싸가지가 너무 없는 것만 제외하면 이른바 ‘끝판왕’ NPC다.
“이놈 면상이 어디가 귀엽습니까. 더럽기 짝이 없지.”
가이네이브도 주교급의 신성력을 갖고 있으며 바이로니카의 능력도 상황에 따라 아주 유용하게 다룰 수 있다.
“로우는 조용.”
문제는 크세리니아 파티가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게 되면서 시나리오가 어떻게 틀어질지 가늠이 안 된다는 점인데…….
<트라이폴>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일 줄 알았는데…… 진짜 선택지는 여기에 있었군.
이게 만약 평범한 게임이었다면, 새롭게 개척된 공략 루트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을 거다.
하지만 이건 배틀로얄이고, 내가 아는 시나리오대로 전개되는 게 가장 좋은데…… 아니.
리샤르 후.
그 사이코 플레이어.
그리고 관리자들.
요정 세력에는 나 말고도 엘리트 플레이어가 존재한다. 그리고 미친놈들도 득시글거린다.
리샤르가 지금 얼마나 성장했을지는 솔직히 감도 안 온다.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 게임을 다섯 번 이상 클리어했단 놈이니까.
그리고 이것들을 파티로 받아들였단 사실이 관리자들에게 어필이 될지도 몰라…… 새로운 버그를 개척해낸단 느낌으로.
“좋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말해봐.”
“제가 필요하다고 할 때, 저 몹쓸 주둥이의 통제권을 주십시오.”
내가 말한 몹쓸 주둥이란 바로 로헤이리츠의 주둥이다. 놈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지금 뭐라 했지?”
“진정하고 기다려, 로우. 필요한 순간이라니?”
“아시다시피 저놈은 융통성 제로에 건방지고 싸가지도 없고 전투 때를 제외하면 분위기 박살 내는 것만 잘하는 놈 아닙니까. 고관대작들과 많이 어울리게 되는 순간에 한 번 주십시오.”
정확히는 플레이어들과 어울리게 될 때다.
켈렉─샼 레이드 때도 제멋대로 설쳐대고 말은 또 오지게 안 들어서 진짜 엄청 귀찮게 만든다.
지금 미리 보험을 깔아두는 편이 낫다.
“알았어. 로우한테 내가 잘 말해둘게.”
“아가씨!”
“말하는 걸로는 안 됩니다. 필요한 순간에 주종의 서약의 사용권을 빌려주십시오.”
크세리니아와 로헤이리츠의 눈빛이 싸늘하게 젖는 것이 보였다.
당황스럽겠지.
그걸 알고 있는 게 수상하겠지.
주종의 서약은 상대를 반드시 복종하게 하는 힘이었다.
칼레이브는 죽는 날까지 샤릴리온의 후손을 보필하라는 뜻으로 로헤이리츠로 하여금 크세리니아에게 주종의 서약을 바치게 시킨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미간에 식은땀이 맺힐 정도이지만, 여기에서는 강하게 나가야 한다.
“그걸 어떻게 알지?”
“칼레이브 현자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정말?”
“정말입니다.”
칼레이브는 이미 뒤졌다.
요단강 건넌 사람을 강제로 끌고 와서 대질심문 하는 방법은 이 게임에 없다.
그러니까 이건 치킨게임이다. 시선, 호흡, 그 무엇 하나 떨리면 안 되는 치킨게임.
사쿠라이가 변호인처럼 있지도 않은 안경을 치키는 척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맞아요. 저한테 말씀하셨다고요. 저랑 현자 아저씨가 단둘이 대화한 건 다들 알 텐데요.”
이런 귀엽기 짝이 없는 녀석.
역시 넌 3시즌 연속 챌린저 원딜이자 우리 공대의 넘버 투다.
“싸가지 없는 녀석이 하나 오는데, 말을 안 들으면 아가씨가 강제로 복종하게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어요.”
나도 사쿠라이처럼 안경을 치키는 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므로 미친놈의 목에 걸 목줄이 필요하다, 이 말입니다. 우리 개는 안 뭅니다, 정도가 아니라 입마개를 붙여야 하죠.”
로헤이리츠가 발끈하면서 책상을 주먹으로 때리며 일어섰다.
가파르게 치솟는 긴장감.
그 긴장감을 차갑게 얼린 건 웃음소리였다. 크세리니아. 얼음처럼 맑은 웃음소리.
“아하하하하, 그래! 알았어! 당신들 정말 재미있네. 정말 좋은 남매야. 그래, 좋은 남매…….”
남매, 라고 말할 때, 얼어붙은 호수에 금이 갈 때와 비슷한 파열음이 목소리에 스몄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그런 슬픈 소리 내지 마라.
나는 언젠가 당신을 죽여야 한단 말이다. 그렇게 마음을 추스르고 억눌렀다.
“그럼 좋습니다. 함께 가시죠.”
크세리니아가 반갑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그래. 가이네이브랑 바이로니카가 곧 심부름을 마치고 돌아오겠네. 피터도 그렇고. 남자 하나를 제대로 꼬셨다는 소식을 전해 줘야겠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그런 식으로 하진 마시고요.”
애도 있는 아주머니가 무슨 주책이 이리 심한지…….
사쿠라이가 물었다.
“우리 이제 성도로 돌아가죠?”
“못 돌아가.”
오늘 밤, 요르한 3세가 죽고 로바르가 성도의 전권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왕의 측근으로 떠오르던 내가 거기에 있다가는 로바르한테 대가리 박살 난다.
나중에 아르츠레히드가 반란을 일으킬 때 합류해야 한다.
“그럼 바쿠(박) 아저씨는 어떻게 됐어요?”
‘숙청의 밤’ 퀘스트를 실패하고 아르츠레히드와 함께 엔더스킵으로 패퇴했을 터.
조만간 합류했을 때, 시나리오에 얽매인 현실을 자각하고 고분고분해져 있을 것이었다.
우리가 트라이폴에서 구르는 사이 꽤나 뒤처졌을 우리 현수, 아니, 파워풀엠페러를 다시 육성해야 한다. 닉값하게 파워풀하게 만들어줘야지 어쩌겠나.
“엔더스킵에서 합류하면 돼. 근데 여기서 해야 할 게 있어.”
“여기 들른 이유가 있군요!”
“어, 그러니까 먼저 쉬고 있어. 갈 데가 있거든.”
“저도 같이 갈래요.”
“챌린저 누님께서는 안 도와주셔도 되는데요.”
“무서워서 그래요.”
그 무덤덤한 눈동자에는 거짓 한 점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 공포의 수라장을 돌파해오고 나왔음에도 전처럼 울지 않았다. 무섭다고만 말할 뿐.
애써서 씩씩하게 보이려 하는 것이었다. 갈수록 대견해진다.
[성검, 샤릴리온이 당신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뭐야.
이런 감정 표현도 했었나?
“그래서 어딜 갈 건데요?”
“바닷속.”
팅, 내 손가락에서 반짝이가 날았다.
영목(靈木) 은화 1닢.
그걸 받아든 여관 주인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기사 나리, 동화 10닢만 주시면 됩니다.”
“누가 그게 방값만이라고 했나? 소문 듣는 값도 포함된 거네.”
“예?”
짧은 문답이 끝나고, 들려온 시스템 알림.
[MAP : ‘바다의 비명이 들리는 굴’에 대해 들었습니다. 15분 동안 [인터페이스] – [MAP]에서 대략적인 좌표가 활성화됩니다.]이다음 순번은 삥 뜯기다.
“야, 사쿠라이. 너 지금 돈 얼마나 있냐? 금화 있어? 오, 많네.”
“어?! 악! 잠깐만요! 주세요! 그거 제 돈이잖아요!”
굳이 이곳에 들러서 무서운 소문에 대해 듣고 사쿠라이에게서 금화를 갈취한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아이템 강탈 :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드래곤 금화 (3닢)을 갈취했습니다.]– 이런 쓰레기가! 명성이 감소합니다!
모두 배신자에게서 얻어낸 재료들로 전설 방어구, 어린갑(魚鱗甲)을 제작하기 위함이라 답한다.
근데…….
이런 쓰레기가, 라는 문구가 있었던가?
“스펙 업 좀 하러 가볼까. 이럴 때 일본인들은 우효옷~ 쵸럭키다제~라고 하지 않냐?”
“흥! 오빠랑 얘기 안 해요.”
“걱정 참 많네! 몇 배로 따서 갚을 테니 걱정 마.”
“더 신뢰감 없어졌어요! 무슨 마누라 돈 몰래 훔쳐서 파친코 가다 걸린 아저씨들이나 하는 말을!”
사쿠라이와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다.
왜지?
대체 왜냐.
영목 광장에서 벌어졌던 1회차의 기억에 잠겼을 때, 왜 그게 꼭 꿈같았던 것일까. 꿈처럼, 관찰자의 시점으로 보고 있던 거지?
그리고 도대체 왜.
나 대신, 그 자리에 박현수가 서 있던 거지?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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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릴리온의 도움으로 이데아 반도 인류 세력을 통합한 요르한 1세는 인요(人妖) 통합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요정 지도부는 성도에서, 이데아 반도에서 인류가 완전히 떠날 때까지 협상은 없다고 말했으나 요르한 1세는 그 순간 종족 간의 관계가 완전히 끊길 것이라 생각해 거절했다.
성도에는 종족 간 분쟁을 피하고 화합을 원하는 요정들도 들어와 살았는데, 이들은 같은 요정들에게 사리아인(Saria; 요정의 언어로, 타락한 자)으로 불렸다.
* * *
“무슨 소리가 들리지 않냐?”
현수가 말했다.
그러자 아르휀 공작가의 공자이며 흑양 기사단의 단장인 로바르가 피식 웃었다.
“아, 네놈에게 처형을 언도하라는 소리 말이냐?”
“아니, 로바르라는 개새끼가 낑낑대는 소리 말이다.”
구제 기사단 단장 샬롯이 얼어붙은 얼굴로 침을 삼켰다. 신기했다. 저런 모습까지 우아할 수 있다는 게.
현수의 사형을 외치던 흑양 기사들도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다만 이놈들은 멍청해 보였다.
로바르의 표정이 제일 가관이었다. 현수가 예고도 없이 탕수육에 육수를 부었을 때, 후임 하사가 짓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왈왈왈! 헥헥헥.”
그 순간 누군가가 개가 짖는 소리를 냈다.
광장을 둘러싼 인파 쪽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가 웃음을 터뜨렸고, 이어 제롤드가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왈! 왈! 왈왈!”
“크르르르르, 끼잉! 낑낑!”
웃음과 개소리는 급속도로 전파되었다. 인파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이젠 기사들이었다.
영목 기사들이 배를 틀어잡고 웃었고, 구제 기사단은 고상하게 쿡쿡 웃었다.
샬롯의 얼굴에도 웃음을 참으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얼굴 근육이 귀엽게 꿈틀거렸다.
[NPC, 칼리옌이 당신에게 깊은 호감을 품습니다! (+25)]……
……
……
[NPC, 요르한 3세가 당신에게 호감을 품습니다! (+15)]시스템 알림 때문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가 당신의 용기에 미소 짓습니다. 2 / 3]???가 뭘까. 아까 로바르를 덮칠 때도 나왔던 것 같은데.
그때 로바르가 엎어진 현수의 얼굴을 철제 장화로 걷어찼다.
그 일격에 위아래 어금니가 모두 부서진 것 같았다. 이빨의 파편들이 날려 입 안이 따가웠다.
“천한 것. 이런 걸 보고 개가 짖는다고 하는 거다.”
위험했다.
그 일격으로 다시 침묵이 돌면서 흑양 기사단이 주도권을 되찾았으니까.
웃음소리는 사그라지고, 현수의 처형을 외치는 고함만이 커져가고 있었다.
“로바르! 로바르!”
“로바르!”
“저 불경한 개자식을 처형하라!”
로바르가 현수의 앞에서 서성였다. 그러면서 얄밉게 웃었다.
“아니. 아니야. 일단 그 천한 혓바닥과 눈알부터 교정해주마. 앞으로 내게 대답할 때는 예, 공자님, 이라는 말을 뒤에 꼭 붙이도록. 눈알은 아래로 처박고.”
입을 다물기도 전에 로바르의 철제 장화가 턱에 꽂혔다.
[경고 : 당신의 체력이 낮습니다!]붉게 명멸하는 시야 UI에 비친 풍경은 화창한 하늘이었다.
아, 뒤로 나동그라졌나…….
그 시야 속에 로바르의 잘생긴 얼굴이 거꾸로 비쳤다. 뭐라고 말하고 있긴 한데, 뭔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칼날들이 번득였다.
로바르의 양쪽 목을 칼로 겨눈 기사는 샬롯과 제롤드였다.
“더 이상 네놈의 빌어먹을 행패를 못 봐주겠다. 로바르.”
노기사는 거친 목소리를 토해내듯 말했다.
“케빈 아르휀 공께 부끄러워해라. 염병할 놈. 네놈 같은 멍청하고 비정상이며 야만적인 병신을 장남이라고 두면서도 가문의 영광을 지켜 나가고 있으니.”
“병신이라?”
로바르가 제롤드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큰 키를 이용해 위압적으로 눈을 부라렸다.
“드디어 미친 건가, 늙은이?”
“아무리 미친다 한들 네놈보다 미칠 수야 있겠나?”
노기사 역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제롤드는 로바르보다 키가 약간 작았지만, 현세의 보디빌더들조차 울게 만들 정도로 체격이 장대한 노장이었다.
─차차차차차창!
발검의 쇳소리가 일제히 들렸다.
추측건대 단장들의 갈등이 영목 기사단과 흑양 기사단의 말단 단원들에게까지 퍼진 것 같았다.
“경들은 모두 칼을 내려라.”
살벌한 긴장감이 폭주하던 그때 옥음(玉音)이 들렸다.
인자했고, 가까웠다.
어명은 곧바로 닿지 않았다.
칼 쥔 기사들이 머뭇거리는 쇳소리만 들려왔던 것이다.
“경들은 이제 내 말이 우스운가?”
탁음이 거칠게 섞인 목소리.
뒤이어 굵고 사나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NPC, 제롤드가 《사자후(獅子吼) Lv.92》를 시전합니다!]“칼을 버려라아아아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