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37)
가짜 용사 이야기-137화(137/310)
#33 :
[6. 너의 이야기이자 나의 이야기] 1회차 (3)“칼을 버려라아아아아아!”
제롤드가 지른 고함은 어찌나 컸던지, 현수의 머리가 아찔해지고 귀가 윙윙거릴 정도였다.
이윽고 침묵 속에서 장검들이 땅바닥을 나뒹구는 쇳소리가 소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그 쇳소리의 향연 속에서 천사가 현수를 찾아왔다.
“가만히 있어. 이래봬도 부업은 의사니까.”
태양빛에 은발이 처연하게 반짝였고, 호수처럼 깊은 청회색 눈동자는 현수의 상처를 살피며 고요히 떨리는 여기사.
[NPC, 샬롯이 기적, 《태양의 눈물 Lv.66》을 시전합니다!]샬롯이 현수의 턱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손가락에서 흐르는 광채가 따스했다. 일광욕을 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손가락 자체는 거칠고 차가웠다. 칼을 잡는 기사이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한 가지 물어도 될까?”
현수는 대답할 수 없었으니 저 질문은 대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이었다.
“도대체 뭘 믿고 로바르에게 덤빈 거지? 대륙의 지체 높은 귀족이라도 되는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내가 너를 본 적이 없다.”
턱밑에서 광채가 잔광으로 스러져갔다.
[체력 : 체력이 점차 회복됩니다.] [기적, 《태양의 눈물 Lv.66》의 효과로 30분 동안 체력 능력치에 (+18) 증가 효과를 받습니다.]66…….
대단한 스킬 레벨이었다.
“긴급 처치는 끝났다. 빠른 후일 구제 기사단 병원으로 오너라. 제대로 치료해야 하니 말이다. 올 수 있으면 말이지만.”
샬롯이 손을 내밀었다.
현수는 그 손을 잡고 일어나 앉았다. 그 무렵에는 무척 따끔거렸지만 턱을 움직일 수는 있었다.
“이제 말할 수 있느냐?”
현수가 대답하려고 턱을 오물거리자, 일어서려던 샬롯이 다시 쭈그려 앉았다.
“자. 대답해 보아라. 참으로 의아하다는 말이지. 아르츠레히드가 돌에 맞아서 충동적으로 그런 일을 행했느냐? 그렇다면 충성된 병사겠구나. 녀석이 네게 어떤 상을 하사할지 모르겠군…… 그 포상이 로바르의 복수보다 클지는 미지수지만.”
샬롯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정철이나 로바르와는 달랐다. 기적처럼 따스한 미소였다. 이때는 존칭을 써야 하나?
신분제가 있는 세계관이라면 NPC라도 그래야겠지. 설정상 현수는 일개 병사고, 그녀는 기사니까.
“영주님을 위해 그런 게 아닙니다. 무엇보다, 전 아직 아르츠레히드 영주님의 가솔도 아니고요.”
“그러면?”
“전우들의 명예를 위해 그랬습니다.”
“전우의 명예?”
“그 친구들을 모욕하는 행위를 참을 수 없었을 뿐입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요약하자면 어제 처음 만났던 자들의 명예를 위해 공작의 아들이자 기사단 단장인 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예.”
현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뭔가 고상하게 말하는 건 그에게 맞지 않았고 하는 법도 몰랐다. 현수는 소시민이었다.
다음 순간 현수는 넋을 놓고 말았다. 샬롯이 수줍게 웃는 모습에 얼이 빠진 것이다.
현수는 미친 것이 틀림없었다. 턱주가리를 처맞더니 정신이 나간 것이다.
[NPC, 샬롯이 당신을 아주 높이 평가합니다. 호감도 (+40)]“네 이름을 물어도 되겠느냐? 난 샬롯 칸드라군이라고 한다.”
“박현수입니다.”
“박현수? 묘한 이름이구나. 그런데 내 이름과 성(姓)을 듣고도 놀라지 않느냐?”
“왜 놀라야 합니까?”
샬롯이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정말, 아르츠레히드는 인복이 넘치는 자다. 엘우드도 그렇고. 어젯밤의 전설을 만든 백의의 마법사도 그렇고. 탐이 나는구나. 나에게도 그런 인복을 주셨더라면, 성배를 탐내볼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 일인데.”
“성배라뇨?”
“잊어라.”
그렇게 말하며 일어서는 샬롯의 미소는 애달파 보였다.
우연일까.
샬롯이 떠나며 펄럭인 흑색 제식망토 너머로 기이한 상황이 곧바로 펼쳐졌던 것은.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왕에게 맞서고 있었다. 음흉하게 웃는 로바르의 옆쪽에 서서. 짜증이 몹시 실린 얼굴로.
“오라버니, 지금 당신의 매제가 모욕을 당했어요. 위대한 흑양 기사단의 단장이자 아르휀 공작의 자제가요. 그런데 지금 이 상황을 말리시는 건가요?”
“부인, 거기까지만 하시오. 이게 어찌 전하의 허실이리까.”
부인이라.
현수는 깨달았다.
그렇다면 저 이국적인 미색의 미녀가 바로 성도의 왕녀겠구나. 그 미녀가 로바르의 잘생긴 입을 매만지며 슬프게 말했다.
“아뇨, 그만 못 하겠어요! 제 님이 주제도 모르는 잡것한테 이런 꼴을 당하다니. 그런데 어찌 화를 참을 수 있겠어요?”
왕녀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현수에게 꽂혔다.
현수는 숨을 멈췄다.
끼리끼리 만난다더니, 로바르에게 뒤지지 않는 엄청난 미모였다.
동생이 저렇다면, 요르한 3세도 사실 가면 안쪽의 맨얼굴은 대단한 미남이지 않을까?
“왕녀님, 전하 앞에서 예를 갖춰 주십시오!”
제롤드가 윽박을 내지르자, 로바르가 손을 건성으로 내저으며 왕녀를 거들었다.
“나중에 당신한테 그 말을 똑같이 돌려주지. 전하의 용태를 보아하니, 이제 그 말을 하기까지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제롤드가 말없이 로바르의 앞으로 다가섰다.
둘은 그렇게 한참 동안 말없이 있었다. 보는 사람이 무서워질 정도의 살기(殺氣)가 오갔다.
“네놈이 왕이 되는 그날, 기꺼이 킹슬레이어(Kingslayer; 국왕 시해자)가 되어주지. 이 자리에서 맹세하마.”
“킹슬레이어의 손모가지를 하루에 하나씩 비트는 것도 재밌겠어. 안 그렇소, 당신?”
“그렇겠네요. 저도 함께하고 싶어요.”
왕녀가 비릿하게 웃었다.
“하하하! 위대한 킹슬레이어의 손가락을 자르려면 먼저 예행연습이 필요할 것 같소.”
로바르는 넌더리가 나도록 집요했다. 그놈의 시선이 다시 현수에게로 돌아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잡것?”
놈이 키득거리며 걸어와 현수의 머리채를 휘어잡으려고 하는 순간. 누군가가 그 팔목을 낚아챘다. 현수는 아니었다.
“이제 그만 좀 하십시오.”
나직하면서도 굵은 음성.
현수가 첫 번째로 존경하게 된 인물, 아르츠레히드 영주였다.
로바르가 아르츠레히드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소리쳤다.
“하하! 불경한 이단자 주제에 감히 나를 만져? 감히 나 로바르 아르휀을? 네까짓 용병이? 어제 벌인 일로 뭐라도 된 줄 아나?”
“어쩌자고 계속 이러는 겁니까?”
“이 로바르는 탕자 이단과는 달리 할 말은 지키는 사내거든. 킹슬레이어를 고통스럽게 죽일 방법을 탐구해 봐야겠지.”
그때였다. 로바르의 뒤쪽에서 누군가가 칼을 집어드는 쇳소리가 났다.
제롤드겠거니, 의기양양하게 돌아서던 로바르가 순간 멈칫했다.
표정은 볼 수 없었으나 아마도 크게 당황했으리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로바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칼을 든 건 바로, 요르한 3세였으니까.
“무례함을 참아주는 데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처음으로 로바르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긴 왕인데, 놈이 아무리 지위가 높더라도 배기겠는가.
로바르는 어린아이가 항변하듯 두서없이 지껄이기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이랬다.
“저는 아르휀 공작의 장자이며 또 흑양 기사단의 단장! 저 출신 성분조차 불분명한 잡것이 저를 모욕했으니, 황제와 법황의 법에 따라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묻겠다. 여기가 어디냐?”
로바르가 어리둥절해하자 요르한 3세가 기침을 하며 꾸짖었다.
“흑양 기사단장이자 아르휀 공작의 공자는 자기가 있는 장소가 어딘지도 모른단 말인가?”
“이데아입니다. 이데아 반도의 성도 캐슬베이아죠.”
“다시 묻겠다. 이곳의 통치자가 누구냐? 황제냐? 법황이냐? 아르휀 공작이냐?”
놈은 그제야 왕의 질문을 눈치채고 한발 물러섰다.
“……전하이십니다.”
“성도에는 성도의 법이 있는 법. 그리고 그 법을 통치하는 자가 바로 짐이니라. 짐이 곧 캐슬베이아다. 모르느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르한이 가래 섞인 기침으로 로바르의 말을 끊었다.
“그래. 단장이자 공자인 자를 공격해온 ‘잡것’에게는 처벌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즉결 처형은 없다. 출신이 모호하므로 재판 또한 없다. 알겠느냐? 모든 건 태양의 주님들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행해질 것이다.”
로바르가 아연실색했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웃기도 했다.
“전하, 용태가 안 좋으셔서 지금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그대가 이젠 내 용태를 판단하려 드는가?”
“아니옵니다.”
“오라버니! 안 돼요!”
왕녀가 간곡히 탄원했으나 왕은 단호했다. 요르한 3세가 순간 비틀거리며 명령했다.
“깃발을 가져오너라.”
영목 기사 2명이 붉은색 깃발을 가져왔다. 3개의 태양이 그려진, 엄청나게 거대한 깃발이었다.
“꽂아라.”
기사들이 광장 중앙에 깃발을 세우는 동안, 요르한 3세가 로바르와 현수에게 명령했다. 깃발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서라고.
“이건 말도 안 되는 짓입니다. 전하. 제가 이런 놈과 어찌 깃발을 두고 마주 설 수 있단 말입니까?”
요르한 3세는 로바르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깃발이 세워지기만을 묵묵히 기다렸다. 깃발이 세워지고 나서야 다시 입을 열었다.
“내일, 그 죄를 가릴 것이다. 심판의 시기는 정오. 재판 방법은 불의 시련이다.”
몰려든 사람들이 알 수 없는 환성을 토해냈다.
누군가는 로바르의 이름을 외쳤고, 누군가는 박현수의 이름을 외쳐댔다.
불의 시련이 무엇일까, 현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 순간, 시스템 문구가 대신 알려 줬으니까.
[NPC, 요르한 3세가 PVP의 주선자를 자청했습니다.]– PVP 개요 : 로바르 아르휀 Vs 박현수.
– PVP 방식 : 불의 시련.
* 경고 : 불의 시련은 대전사를 지목할 수 없습니다.
* * *
로얄 아머링(Royal Armoring).
병기구 상점.
“대, 대박!”
거울 앞에서 사쿠라이의 눈이 초롱초롱 반짝였다.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온몸을 찬찬히 살폈다. 새로 구매한 장비들이었다.
“진짜 너무 예쁘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소녀가 자아도취에 빠진 사이, 점원 NPC를 한옆으로 끌고 갔다.
“다 구매할 생각인데 얼마지?”
“아, 잠시만요.”
점원이 계산서와 주판을 꺼내들었다.
“, , 와 두 자루에 초소형 스팀코어까지, 금화 1닢에 은화 20닢 되겠습니다.”
RA는 로얄 아머링(Royal Armoring) 병장기 회사의 약자다.
대륙에 본점을 두고 있는데, 만들어내는 상품들이 가격 대비 우수하기로 유명했다.
품에서 금화 2닢을 꺼냈다.
금화를 본 점원이 싹싹한 미소를 지으며 양손을 내밀었지만, 나는 금화를 다시 움켜잡았다.
“후후,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바로 거슬러 드리겠습니다. 저희 ‘로얄 아머링’은 품질부터 계산까지 확실하지요. 은화 80닢을 거슬러드리겠습니다.”
“이쪽도 사정이란 게 있어서 말이지. 한 가지 요청이 있어.”
“고객님의 청이라면, 들어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요.”
사쿠라이를 흘끔 돌아보았다.
녀석, 아직도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총으로 여기저기를 조준하며 “와”, “캬”를 남발하고 있었다.
잘 어울리긴 했다.
가죽 갑옷은 앳된 몸에 잘 달라붙었고, 허벅지에 매단 스팀코어는 작은 걸로 골라서 움직이기에 불편함이 없게 했다.
기껏해야 한 번의 전투에서 열 발만 쏘는 게 고작이겠지만, 전투 클래스도 아니고 저 정도면 된다.
“만약 저 아이가 물품의 대금을 묻거든, 총 금화 3닢이었다고 대답해.”
스프링가든은 질 좋은 방어구가 많이 유통되는 것으로 유명해서, 대장장이 클래스들의 성지라고 불린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인테리어부터 물품까지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RA를 찾아온 것은 바로 이 사기극을 위해서다.
“흐으으으으으으음.”
점원이 검지와 중지로 원을 만들었다. 돈 내놔, 란 뜻이다.
“정말 죄송합니다, 기사님. 고객과의 신뢰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저희 ‘로얄 아머링’에게 과연 이것보다 어려운 요청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흐음, 반짝이는 걸 보면…… 어흠, 쉬워질지도? 태양과 달도 모르는 일입니다.”
동네 사람들, 이 환상적인 똥겜을 보세요. 이런 것까지 구현해 놨답니다.
“갑자기 거스름돈으로 은화를 80닢 말고 78닢 받고 싶어졌다.”
금화를 2닢 튕기는 동시에 몸을 살짝 흔들어 성검의 쇳소리도 함께 들려주었다.
총액은 금화 1닢에 은화 20닢.
은화 2닢을 팁으로 주겠다.
그 이상 받으려 하면 본때를 보여 주겠다고 경고한 것이다. 어린갑을 위해서도 이 이상의 지출은 할 수 없었다.
“저런, 요즘 시대가 흉흉하다 보니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대금은 총 금화 세 닢이 되겠습니다.”
점원은 살짝 흠칫했지만 곧 사무적인 미소를 지으며 계산대로 걸어갔다.
사쿠라이의 뒤쪽으로 갔다.
아직 망토는 입어 보지조차 않은 상태였다. 그 가녀린 어깨에 망토를 직접 둘러주었다.
“어때요! 잘 어울리죠?”
“모자는 어디로 갔냐?”
군밤 장수 같은 모자는 기어이 착용하지 않을 셈인 듯했다.
“전투 중에는 반드시 착용해라. 이제 총도 쓴다고 하니 힘과 기량을 각각 25, 20까지만 올려. 그만 가자.”
사실, 사쿠라이를 돕는 것보다는 피터를 돕는 쪽이 더 재밌었다.
아마 검사 클래스라 그렇겠지.
내가 늘 주력으로 사용했던 무장을 간접적으로나마 맛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칼은 다섯 자루 정도 쓰자.”
“다섯 자루씩이나요?”
“그래. 장검이랑 소검 두 자루씩에 단검 하나. 이둔참을 계속 쓸 거면 검은 여러 개 쓰는 게 좋아. 검 하나마다 이둔참이 다르게 적용되거든.”
을 입혀줬다.
누비 갑옷이 베이스지만, 관절 부위마다 스팀코어로 연결된 각반이 존재해 근력 보정도 시켜준다.
엘리트 소서러만 아니었어도, 이번 배틀로얄에서도 사용했을 세팅이다.
“검사 클래스한테 초반에는 이 세팅만큼 좋은 게 없어. 무기는 싼 게 좋지. 이둔참 쓰다 보면 자주 망가지거든. 안 사도 필드에 널린 게 칼이야.”
“지, 진짜 감사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걸 보고 짬에서 우러나는 바이브라고 한다.”
사쿠라이도 만만하진 않았다.
이쪽 눈치를 슬금슬금 보더니, 점원에게 사사삭 다가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얼마예요?”
“하하, 숙녀 고객님. 금화 3닢입니다.”
“수상해. 나 LOH 챌린저거든요? 순수 원딜로만 챌린저거든요? 거짓말하면 머리에 구멍 뚫리는 거 몰라요?”
“이런, 걱정 마십시오. 저희 로열 아머링은 고객과의 신뢰를 가장 우선시한답니다.”
하지만 점원도 만만찮은 놈이었다. 세상 꼬라지가 진짜 여기나 저기나 똑같아. 멸망해가고 있건 말건…….
“참, 피터. 네 무장도 금화 3닢이라더라. 트라이폴 퀘스트 보상 금액이 다 날아가게 생겼네.”
“저기…….”
“응?”
“2닢인 거 알고 있는데 그냥 1닢 드릴게요. 이런저런 팁도 주시고, 구해주시고, 감사의 의미로요. 더 드려야 하는데.”
“…….”
“…….”
“야, 이 새꺄! 그런 건 그냥 혼자 알고 있을 때 아름다운 거야! 사람 괜히 난감하게 만들고 있어! 이래서 자유를 사랑하는 천조국(天助國) 놈들이란.”
“악, 죄송해요!”
그래도 피터, 이 녀석도 성정이 아주 선한 녀석이다. 공대원으로 받아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제 내 어린갑을 구매하러 갈 차례였다. 비명이 들려오는 바다의 동굴로.
거기에, 이데아 반도에서 유일하게 심연(深淵)의 힘으로 장비를 주조해주는 대장장이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