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42)
가짜 용사 이야기-142화(142/310)
#38 :
[00. 제1라운드 정산] 같은 상황, 다른 반응 [시청자들이 입장합니다!]다시, 시상이 제멋대로 바뀐다.
「휴우우우. 안녕하셨는지요. 엘리트 플레이어 여러분.」
엘리트들은 영좌에 앉아 있었고, 관리자들이 또다시 영좌들의 중앙에 나타나 있었다.
「이야……. 이거 참. 저번에 경고를 해드렸어야 하는 건데. 엘리트 여러분? 관리자에게 욕을 하신 엘리트가 한 분 계시는데…… 저는 어지간한 건 괜찮지만…….」
뭔가 이상했다.
샬류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뒤로 물러나 있었다.
대신 붉은 머리(암청색이 머리를 완전히 물들이지 않은)의 관리자 쟈렌키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진행을 맡고 있던 것이다.
「일등 관리자에 대한 비방은 되도록…… 아니, 아예 안 하시는 게…….」
바로 그때 소름이 돋았다. 샬류안과 내 눈이 마주쳤을 때였다.
무언가를 연신 중얼거리고 있는 녀석의 얼굴은 미소녀도 인간도 아니었다.
악마처럼 끔찍하게 뒤틀린 얼굴형, 눈알은 홍채가 없이 새하얗기만 했다. 흰자위가 뒤집힌 것처럼 간단한 형상이 아니었다.
그 괴물이 내게로 달려왔고, 내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고는 귓가에 입을 바싹 붙이고 속삭였다.
「샬류안 개놈아, 라고 했지?」
일순, 콰앙…… 내 뒷골이 영좌 등받이에 맹렬하게 처박혔다. 눈앞이 암전하는 고통.
미쳤나? 그 투정 한번 때문에 지금 날 죽이려고 하는 건가? 그럼 개짓거리를 하질 말든가.
그 광란은 후임 관리자들도 말리지 못했다. 이러다 정말 죽는 건가 싶었다.
「어, 언니! 이제 그만…… 시청자분들도 계신데…….」
결국 샬류안을 말려준 건 시청자들이었다.
[시청자들이 눈살을 찌푸립니다.] [몇몇 시청자들이 폭력 행위를 그만할 것을 경고합니다!]샬류안이 얼굴을 치켜들며 웃었다. 치켜들 때 얼굴이 순간적으로 복구되었다. 원래의 미소녀로 말이다.
「죄송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 엘리트가 게임 플레이 도중에 시청자들을 비방하는 일을 벌여놔서요…… 제가 경고를 좀 해두었을 뿐이에요. 아시죠? 헤헤.」
?
[시청자들이 일등 관리자의 말을 불신합니다.] [몇몇 시청자들이 진상 해명을 요구합니다!]「아니, 아니아니아니! 시청자 여러분. 시작부터 함께해왔던 저보다 이 엘리트가 더 미덥다는 말씀이신지?」
[몇몇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와. 어이가 없네요. 정말.」
그 실랑이는 5분 정도 계속된 뒤에야 일단락되었다.
샬류안이 [일등 관리자 권한]으로 내 몸을 강제로 조종해서, “관리자의 말이 맞습니다”라는 말을 뱉게 만든 뒤에 말이다.
쟈렌키 녀석은 아마 빠릿빠릿한 부하일 것이다. 녀석은 중앙 단상에 올라 곧바로 진행을 시작했다.
이 일을 빠르게 덮어버리기 위해서겠지.
「감사합니다. 이제부터 저, 이등 관리자 쟈렌키가 여러분들에게 배틀로얄 하이라이트를 보여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샬류안이 내게 다시 말을 걸어왔을 때는, 시청자들의 관심이 쟈렌키에게로 쏠렸던 때였다.
「이번에는 이 정도로 봐주겠어요. 엘리트 소서러. 아니지. 당신은 그 한마디 때문에 이번에 일등상에서도 탈락한 걸 아는지 모르겠네?」
“?”
「극악 상황에서 성검을 얻든 로헤이리츠랑 싸워서 살아남든 초반에 권속을 잡아내든 관리자를 욕하면 누구도 못 봐. 다 끝이라고. 알겠어요, 이 새끼야?」
그 말을 끝으로 샬류안은 내게서 멀어져갔다. 진행을 하고 있는 부하 관리자들 쪽으로 말이다.
야, 이 씨팔.
목을 길게 빼고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입이 또다시 봉인되어 버린 탓이다.
슬슬 모든 걸 알 것 같았다.
그 앎으로, 나는 나 자신을 냉정하게 납득시키려 했다.
나는 장난감.
관리자들은 장난감 판매원.
그렇지. 장난감이 판매원을 욕해서는 안 될 일이지. 다 내 잘못이다, 그렇지?
「시청자 여러분. 이번엔 정말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등상과 이등상이 무려 같은 장면에 등장하니까요! 자, 이게 무슨 뜻인지 아시죠?!」
[시청자들이 침을 꼴깍 삼킵니다!]쟈렌키의 설명 시간은 참으로 엿 같은 시간이었다.
차라리 본래 일등상이었다는 사실을 몰랐으면 좋을 뻔했다.
두 번의 수상으로 경쟁자들을 압도적인 격차로 제치고 나아갈 수 있었다는 소리 아닌가.
「그렇습니다! 엘리트들끼리 벌써부터 격돌했다는 말입니다!」
[시청자들이 함성을 터뜨립니다!] [시청자들이 빠른 진행을 간절히 요구합니다!]다음에 들어온 비밀 후원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짜증 때문에 엘리트 아처와 엘리트 헌터의 대결을 주의 깊게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VVIP, OD*&X가 당신에게 레벨업 포인트 (+25)를 은밀히 후원했습니다.] [VVIP, OD*&X가 당신에게 전속 계약을 요청했습니다.] [VVIP, PS*랼@가 당신에게 레벨업 포인트 (+20)을 은밀히 후원했습니다.] [VVIP, PS*랼@가 당신에게 전속 계약을 요청했습니다.] [레벨업 포인트를 (+45) 얻었습니다. 능력치를 올리세요.]전속 계약?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짭짤했다. 저번에 샬류안이 말했던 그것인가?
일단 가만히 있었다.
섣부른 판단은 최악의 결과만을 낳는다. 전속 계약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한 뒤에 선택해도 늦지 않는다.
[VVIP, OD*&X가 당신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합니다!]응~ 침묵할 거야.
레벨업 포인트가 25란 점부터도 분명 파격적인 후원이긴 하다.
하지만 VVIP가 둘씩이나 ‘은밀히’ 후원해올 정도라면 더 많은 전속 계약 요청과 후원도 있으리라는 전략이 섰다.
「자, 그러면 그 막을 올리겠습니다! 엘리트 아처와 엘리트 헌터의 대결! 지금 이 순간! 개봉박두!」
열렬한 갈채 속에서, 쟈렌키가 양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 붉은 머리 위로 웅대한 스크린이 나타났고 장내는 고요해졌다.
「두 엘리트가 격돌한 장소는 이곳입니다! 바로 <거미황(皇)의 천수성>!」
거미황의 천수성.
<잊혀진 왕들> 중 최고위 지위를 누리는 자, 세계를 삼키는 거미, 아쉬론이 봉인된 지역이다.
우스웠다. 엘리트들의 전략은 역시 비슷비슷했다.
심연에 관련된 히든 퀘스트.
보상이 어마어마할 뿐만 아니라 각종 메인 퀘스트와 주요 세력으로 이어지는 연결 지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쿠구구구구…… 다음 순간, 천수성 양쪽으로 돌문들이 열렸다. 먼저 화면에 잡힌 것은 엘리트 아처였다.
전원 어린아이였다.
뒤로 초등학생 또래의 소년ㆍ소녀 5명 정도를 거느리고 있었다. 아처도 그저 소년에 불과했다.
「엘리트 아처. 파울 리드에게 배정된 종족은 아인(兒人; Dwarf)입니다. 후후후.」
그런 거다.
엘리트 아처가 순간이지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인, 페도필리아 자식들이나 로봇 마니아들만 선택하던 종족에 배정되었으니까.
「아인은 다른 두 종족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을 사용할 수 있지요!」
아인.
아(兒)는 ‘어린아이 아’다.
설정상 <온 것들>이 하인처럼 부리기 위해 창조해낸 종족인데, 한평생 어린아이의 외형으로 살아간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엄청난 단점을 가져온다.
예컨대 근력, 체력, 팔다리의 길이…… 이 현실적인 게임에서 불리한 요소들뿐이었다.
심지어 마법, 기적, 권능 같은 요소도 일절 사용하지 못한다.
도대체 장점은 뭐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몇 가지 꼽을 수 있─
─어라?
화면이 엘리트 헌터에게로 넘어갔을 때였다.
뭐야.
뭐지?
얼굴을 인식한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얼어붙었다. 아처의 눈이 차갑게 번득이며 벌어진 격전부터, 심장이 진정되지 않고 요동쳤다.
[플레이어, 파울 리드가 전용 과학기술, 《신궁의 극의 : 포탑 전개》를 시전합니다!]난데없이 나타난 소형 포탑이 불을 뿜고.
아인 플레이어들도 제각기 《과학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차원을 넘어온 과학 장비들이 술자의 손에 하나둘씩 잡히기 시작했다.
헌터는 한달음에 최전선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엘리트 아처의 포화를 홀로 막아냈다. 막으며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부하 플레이어들의 행동을 면밀히 지시했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죽을 것 같으면 바로 빠지세요. 괜찮으니까!”
그 목소리에, 나는 숨을 멈췄다.
[시청자들이 엘리트 헌터의 영웅적인 행보에 전율합니다!] [시청자들이 엘리트 헌터의 신념이 부서지는 순간을 진실로 기대합니다!] [골드 멤버십, 레*&큔@이 엘리트 헌터에게 레벨업 포인트 (+4)를 후원했습니다!] [VIP, *$%$루#가 엘리트 헌터에게 레벨업 포인트 (+6)을 후원했습니다!]격돌이 시작된 지 꽤나 긴 시간이 지났으나, 어느 한쪽이 먼저 맹렬한 공세를 취하지는 않았다.
[몇몇 시청자들이 지루해합니다!]그 이유는 명백하다.
이 히든 퀘스트의 진정한 목표는 플레이어끼리의 전투가 아니다.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할 이벤트가 따로 존재하는 걸 알기 때문에 양쪽 다 저러는 것이다.
「본편은 지금부터라고요! 엘리트 어쌔신 이상의 광기! 엘리트 아처의 활약부터 보시겠습니다!」
그게 누구냐고?
[???, 불경의 신비가 침입자의 존재를 감지했습니다.]이놈이다.
순간, 주변에 펼쳐져 있던 관들이 일시에 깨어지며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
그 속에서 시뻘건 안광이 번득인다. 절지동물의 끔찍한 다리들에서 솜털이 꿈틀거렸다.
아쉬론의 옛것들.
원시 거미, 천수성의 집거미들.
SHIIIIIIIIIIIEEEEEEEKKKKK!
높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귀청을 찢는다.
[많은 시청자들이 긴박감으로 미쳐 날뜁니다!]엘리트 아처에게 후원이 폭발한 것은 바로 다음 순간이었다.
집거미들이 달려들던 순간, 아처가 동료 플레이어들을 하나씩 도륙해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소년의 살인은 노련하고 기민하여, 집거미들이 잠시 주춤거릴 정도였다.
모두 죽인 뒤, 그 눈꺼풀 속을 손가락으로 후벼서 눈알들을 뽑아냈다.
마지막 눈동자를 뽑은 후에는 무릎을 꿇었다.
핏방울이 떨어지는 눈알들을 양손으로 받들었다. 그리고 간절하게 울부짖었다.
“몸밖에 없으나, 위대한 군왕인 당신의 권속이 되기를 원하나이다. 한번 세계를 삼키셨던 왕, 왕 중의 황제, 아쉬론이시여!”
[???, 불경의 신비가 제물의 숫자를 헤아려 봅니다. 0 / 8] [???, 불경의 신비가 플레이어, 파울 리드의 서원을 받아들였습니다! 8 / 8]아쉬론의 심연은 검푸른 거미줄이었다.
그 거미줄이 엘리트 아처를 어지러이 휘감는 동안 황당해서 웃었다. 놈의 저의가 분명히 보였기 때문이다.
예전에 누가 ‘초고속 멸망 엔딩’이란 이름으로 올린 공략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게 저놈인가?
동료 4명의 눈알 8개. 그걸 초반 천수성 시나리오에서 아쉬론에게 바친다.
그러면 배드 엔딩 가운데서도 최악의 엔딩으로 끝나는 시나리오가 시작된다.
24명의 공격대원조차 필요 없는 루트. <잊혀진 왕들>의 화신(化身)으로서 세계를 파멸시키는 엔딩을 선택한 것이다.
[시청자들이 입을 다물지를 못합니다!]아인으로 배정되었을 때 저 미친놈은 이렇게 판단하지 않았을까.
‘아인이라면, 노말 플레이어들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어차피 엘리트들을 모두 죽여야 한다면, 처음부터 말살 루트를 밟아서 강대한 힘을 얻는 게 낫다.’
놈의 판단은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인은 자체적인 세력도 열악하고, 인류와 관계가 험악했다.
최중요 이벤트, 성배 전쟁에서 NPC와의 관계 형성에 불리한 요소가 많았으니까. 즉, 엘리트답게 아주 영리한 놈이다.
한마디로 좆됐군.
게임 클리어 난이도는 어째 갈수록 극악으로 치닫는가.
5회차 이상의 엘리트 플레이어.
시나리오의 진행을 꿰고 있는 가 <잊혀진 왕들>의 하수인으로서 활약한다고?
[VVIP, 제**&슘3이 엘리트 아처에게 레벨업 포인트 (+10)을 후원했습니다!] [골드 멤버십, 루*Bxz$@가 엘리트 아처에게 레벨업 포인트 (+5)를 후원했습니다!] [몇몇 시청자들이 <잊혀진 왕들>에게 무릎을 꿇은 엘리트 아처를 경멸합니다!]「자, 여러분! 엘리트 헌터 크리스 마이어스도 보셔야지요!」
엘리트 헌터는, 엘리트 아처와 정반대였다.
밀려닥치는 원시 거미의 공세 속에서, 피를 뒤집어써 가면서도 모든 플레이어를 살리는 길을 택하고 있었다.
앞장서서 퇴로를 열고 있었다. 부상자 1명 버리지 않았다.
너는 언제나 그랬다.
늘 태양처럼 빛난다.
그게 게임 속이든 상관없이.
[플레이어, 크리스가 기적, 《광휘의 방패》를 시전합니다.] [전용 특성, 《사냥꾼의 극의 : 갈림길》이 《광휘의 방패》의 위력을 220% 증강시킵니다!] [시청자들이 엘리트 헌터의 지휘력에 감탄합니다!]정철 공격대 특유의 수신호.
내가 고안해둔 상황별 비상 전략들. 나의 전략적 자산들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탈출을 선도해간다.
아마도 나의 전략적인 지식들을 박현수가 가지고 있다면, 저런 플레이들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몸이 부르르 떨렸다.
쟈렌키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한참 전부터, 시스템 알림이 확인사살을 하기 전부터, 나는 엘리트 헌터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엘리트 헌터.
그녀는 크리스 마이어스였다.
7회차 클리어의 마지막 순간,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그날, 나와 함께 빙룡을 쓰러뜨렸던 그녀가.
지금은.
또 다른 엘리트 플레이어가 되어 영상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거다.
크리스가 지상으로의 탈출에 성공했을 때 환호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사상자들의 이름을 보고받고 구슬피 울기 시작했을 때는 시청자들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엘리트 헌터의 영웅적 위상에 눈물을 흘립니다!] [시청자들이 저 눈물이 타락의 홍소가 되는 순간을 고대합니다!] [브론즈 멤버십, kZ4#랸@이 엘리트 헌터에게 레벨업 포인트 (+4)를 후원했습니다!] [VVIP, 라#21엘$이 엘리트 헌터에게 레벨업 포인트 (+20)을 후원했습니다!] [VVIP, 라#21엘$이 엘리트 헌터에게 전속 계약을 신청합니다!]쟈렌키가 손가락을 튕기자 영상이 꺼지면서 스크린도 사라졌다.
「자, 여러분. 같은 상황에서의 다른 반응. 어떠셨나요?」
[시청자들이 역대급 배틀로얄이라고 대답합니다!]「일등상은 엘리트 헌터! 이등상은 엘리트 아처가 되겠습니다. 사실, 같은 장면이다 보니 구분에 의미는 없지만요. 자아…… 시청자 여러분, 후원금은 두둑하게 챙겨 오셨겠죠?」
나는 멍하니 앉아 있었다.
시청자들의 후원이 쏟아져 나올 때도 머릿속이 새하얬다.
파울과 크리스가 감사 인사를 할 때도, 2회차 유저인 크리스가 어떻게 엘리트가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만이 머릿속에서 꿈틀거릴 뿐이었다.
나를 속였던 건가……?
아니…….
정말 초행처럼 보였는데……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엘리트가 된 걸까.
그때 쟈렌키가 숨을 헐떡이며 뒤로 물러섰다. 샬류안이 앞으로 나서며 목청을 훑었다.
「흠! 흠! 이제 여러분이 그토록 기다려 오셨던 전속 계약의 시간이 왔습니다!」
[시청자들이 엘리트들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십니다!]「겨우 1라운드. 전속 계약이 안 오더라도 실망하지 마시라고요. 원래 처음에는 잘 안 오니까. 단 한 분에게만 계약 요청이 와도 무진장 선방한 거예요. 아시겠어요?」
바로 그때였다. 연두색 댕기 머리의 관리자가 샬류안에게 가까이 다가가 무어라 속삭인 것은.
심각한 내용인 듯했다.
샬류안의 표정이 차츰 험악하게 일그러져 갔으니까.
「네가 말씀드려.」
샬류안이 차갑게 말하며 뒤돌아섰다.
댕기 머리가 머리를 마구 긁으며 욕설을 중얼거리더니, 용기를 내어 앞으로 올라섰다.
「저…… 시청자 여러분……? 알 수 없는 시스템 오류가…… 발견되어…… 전속 계약은…… 제2라운드에서부터 하시는 걸로…….」
[시청자들이 야유합니다!] [몇몇 시청자들이 격하게 분노합니다!]「으으…… 광고 두 편만…… 보고 오실게요……! 그때는 꼭……! Doubt…… Cooperate…… Kill! 채널…… 고정! 부탁……드립니다.」
짬 처리를 맡은 걸 보니 막내인 모양이었다. 지성체 사는 세계는 어디나 똑같은 모양이었다.
[시청자들이 강제로 퇴장되었습니다.]전처럼, 몸을 짓누르던 시선들이 일시에 사라졌다. 관리자들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수익이 어떠하니, 망한 건 아니니, 하면서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헝클던 샬류안이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질문할 사람 없죠? 다시 돌려보낼게요? 버그 때문에 바쁠 것 같으니까 어서들 꺼지세요.」
억양과 표정으로 추측건대 절대 질문하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았다.
그러나 나는 손을 들었다.
크리스의 1회차 경험에 대해 물어볼 작심이었다.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작정이었다.
왜 그랬을까.
죽이고 싶지 않았던 걸까.
이 게임에서 이기려면, 크리스 마이어스를 죽여야 한단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을까.
허나 놀랍게도 모든 엘리트가 손을 들고 있었다.
「아 이 새끼들아, 바쁘다고!」
샬류안이 욕을 내뱉더니 한 엘리트를 우산 끝으로 가리켰다. 엘리트 나이트에게로.
「당신, 한 번도 상 못 탄 거 불쌍하니까. 특별히 당신 질문만 받아줄게요. 뭔데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리샤르가 나를 보았다.
문구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그 험악한 시선만큼은 분명히 느껴졌다.
“이데아 시나리오가 뒤틀렸다는 알림이 왔는데, 엘리트 소서러 저놈이 도대체 뭔 일을 벌인 겁니까?”
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크리스 때문에 그 말도 안 되는 사건을 까먹고 있었다.
「시나리오가 뒤틀려요?」
“예. 아시지 않습니까? 시나리오를 바꾸는 게 가능하면 엘리트를 왜 뽑은 겁니까? 시나리오, 퀘스트 따위의 전개 및 공략법을 다 알아서 엘리트인 거 아닙니까?”
그러자 당황스럽게도, 샬류안이 짜증 가득 실린 한숨을 뱉었다.
「하아…… 바빠 뒤지겠다는데. 지금 나랑 장난쳐? 그건 또 뭔 개소리세요, 이 새끼야! 이제 그만 꺼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