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44)
가짜 용사 이야기-144화(144/310)
#40 :
[7. 새로운 길을 찾아라] 종말의 전조 [플레이어, 야나의 전용 스킬, 《세계의 기억》이 《천리안》을 시전합니다!]그 러시아 폐인의 퀭한 두 눈에서 녹색 안광이 흘러나왔다.
다음 순간에는 머리 위 허공에서 눈동자 형태의 마방진이 떠올라 반짝여댔다.
“자, 내 말이 맞단 증거.”
사실 볼 필요가 없기는 했다.
저게 없어도, ‘소리’를 듣고 알 수 있었으니까.
까아악…….
……까악…….
………까아아악, 까아악…….
…까아악, 까악…….
아까부터 까마귀 떼가 수없이 몰려들어서 섬뜩하게 울부짖고 있지 않은가. 이 해변에.
“오빠, 무서워요.”
“괜찮아, 공격 안 해.”
까마귀 떼의 울음. 이 불길한 현장은, 계시형 스킬을 가진 이야기꾼이 종말의 전조를 전해줄 때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종말의 전조란 무엇인가.
켈렉─샼이든 슈’율큘라든 간에 <잊혀진 왕들>의 이야기를 내게 전할 작정이라는 것이다.
“『클라에논 단장』을 달라고?”
“으, 응!”
야나가 문득 사쿠라이를 보며 군침을 다셨다.
“어, 어차피 저 귀여운 애에게 그, 그걸 읽힐 생각은 아니었을 거 아냐.”
“귀여워서 그런 게 아니라 신화의 사자(使者)로 키워낼 생각이라 그랬는데.”
“지, 진짜…… 멀리서만 보다 가까이서 보니 더, 더, 더 귀엽다.”
지금 사람 말을 안 듣고 있는 것 같은데? 갑자기 야나가 돌발 행동을 개시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나 챌린저 원딜이거든요?! 지난 시즌 랭킹이 몇 위였는지 알기나 해요?”
“왜? 그, 그냥 가까이만 가는 거잖아. 하,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돼? 머, 머리 한 번만 쓰다듬기라도. 에, 엘리트 소서러는 자주 하게 해주잖아……?”
“딱 한 번 했는데.”
“오지 말라니까요!”
하지만 나를 소름 끼치게 만드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어떤 시선과 살기가 분명히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후우…….
켈렉─샼을 언급했으니 당연히 그놈이려나. 아니, 놈의 세력권에서 여긴 너무 멀어. 그렇다면 역시.
……까아악, 까악, 까아아악…….
까마귀들이 경고하듯 미친 듯이 울부짖기 시작했고, 피터가 겁에 질린 얼굴로 등에서 장검 두 자루를 뽑는 게 보였다. 그 순간.
“셋 다 엎드려.”
일도양단(一刀兩斷).
해안에 깔리는 어스름 위로 성검이 은빛 궤적을 펼친 순간.
“ShieheaaaaaaaaAAAAAAA!”
그러자 성광에 베여 고통스럽게 몸부림치는 괴물체가,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물감에 녹아들듯 나타났다.
“뭐, 뭐야?”
바닥에 나란히 엎드린 사쿠라이와 피터가 놀라 소리쳤다.
역시 이놈이었군.
《은신》 스킬을 보유해 상대하기 까다로운 심연체 중 하나.
언제 봐도 혐오스러운 외형이다.
광인이 도마뱀과 인간의 골조를 뒤죽박죽 섞어놓은 듯한 모습.
“렙틸리언이다.”
성검을 비틀어 빼내자, 놈의 몸통이 으깨졌다.
샤릴리온을 루팅해놔서 다행이다.
샤릴리온은 표적 체내의 심연을 불태운다. 이건 일반적인 성검, 즉 페이쿼리어 루트를 탄 플레이어들이 사용하는 극위성검에도 없는 힘이었다.
샤릴리온이 아니라 일반 무기나 성검이었다면 수십 번을 베거나 망치 같은 걸로 짓뭉개야 했을 것이다.
“어, 어, 어떻게, 렙틸리언이, 벌써?”
“시나리오가 뒤틀렸다면서.”
관리자들이 또 지랄을 한 건지도 모르지.
그건 말할 수 없었다.
대신 성검을 붕 휘둘러 등에 매달았다.
“가자. 가면서 이야기해. 클라에논 인계는 그걸 듣고 판단하지.”
“뭐, 뭐야아! 거래라구!”
렙틸리언, 도마뱀 인간은 ‘울부짖는 파멸’ 네이갈라스의 하수인. 요컨대 이 습격은 네이갈라스의 재림의 전조란 소리가 된다.
“거래는 개뿔. 할 게 산더미야. 오늘 성도가 작살이 날 텐데 네이갈라스까지 깨어났어. 하, 진짜 돌아 버리시겠네.”
“아니, 성도는─”
“─렙틸리언에 의해 여기도 곧 쑥대밭이 되겠지. 일단 엔더스킵으로 가야겠어. 사쿠라이, 달릴 수 있겠어?”
“네! 저 미친 여자한테는 업히고 싶지 않아요.”
“미, 미친 여자라니. 너무해. 나, 난 그냥 진짜 네가…….”
“네이갈라스가 네 죽음을 원한다. 뭔가 중요한 정보를 알아낸 모양인데. 피터, 이 폐인의 뒤를 잘 지켜줘.”
이야기꾼 클래스는 비전투 클래스이면서 심연을 엿본 만큼 그 표적이 되어서 위험하다.
까아악……!
……까악, 까아아악……!
……까아악, 까아악, 까악!
까마귀 떼의 흐느낌을 뒤로하고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다.
“어, 어디로 가는 건데?”
“철도역.”
“지금 차가 있어?”
“막차 하나. 한 시간 뒤 출발. 역까지 쉬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리면 탑승 씹가능.”
“여, 여기에서 하, 한 시간이면, 고, 그걸 어떻게 타아아아……!”
“공대장님? 그러면 로헤이리츠 같은 NPC들은요?”
“알아서 합류하겠지. 도시가 혼란에 빠지기 전에 탈출해야 해.”
이동 목표는 동문의 철도역.
시가지의 대로를 빠져나가기 전에 렙틸리언들의 기습이 한 번 더 있었지만, 성검의 칼날이 놈의 육신을 베는 게 더 빨랐다.
“핵심만 말해. 시나리오를 뒤튼 놈이 누구지?”
“크, 클라에논을 줄 거야?”
“배신하지 않겠다면야. 믿을 수 있게 되면 주지. 넌 쓸 만한 인재로 보여.”
“이 미친 여자한테? 제, 제가 《천리안》 배워올게요! 3시즌 연속 원딜로 챌린저 찍었어요! 그런 거 금방 배워요!”
“그것 때문이 아니야. 『클라에논 단장』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 녀석은 플레이 경험이 많은 거야.”
“흐, 흐흐,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긴 하네……. 근데 어떡해, 나 숨이 너무 차.”
“이거 봐요! LOH로 단련된 제게 이 정도 달리기는 아무것도 아닌데! 제가 더 열심히 할게요.”
“아 글쎄, 이야기꾼은 2명 필요하다니까 그러네. 뭐, 남자친구로 구해달란 거냐?”
“옆에서 한 마리 더 와요!”
서걱.
“먼저 정보 값으로 《엘더 사인》 하나를 지불하지. 네 가치가 미덥다고 판단되면 예언서 자체를 주겠어. 대신, 넌 클리어까지 내 공격대에 소속되어야만 해.”
야나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그때 피터가 바닥에 넘어졌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숨을 못 쉬고 있었다.
발이 걸려 넘어진 게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의해 넘어지고 짓눌린 것이다. 렙틸리언에 의해.
젠장, 멀어.
발뒤축으로 지면을 내리찍으면서 몸의 중심을 가라앉히고 오른손에 쥔 성검을 내뻗으려던 그 순간.
[플레이어, 야나가 《세계의 기억 Lv.25》를 시전합니다!] [전용 특성, 《세계의 기억 Lv.25》가 전투 정령 (5)기를 소환합니다!]정령 다섯 마리가 야나 주위에서 난데없이 나타났다. 성냥불이 스스로 날아다니는 듯한 형체. 화염 정령들이었다.
전투 정령. 제일선에서 활약하는 이야기꾼 플레이어들이 선택하는 스킬.
이야기꾼이란 구공화국에서 옛이야기들을 전했다던 마녀들의 후예들. 마녀들이 다뤘다는 정령을 이야기꾼들도 다룰 수 있는 건 설정상 당연한 일이다.
좋은데?
그 즉시 야나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었다.
전투 정령과 엘더 사인.
《파멸의 선지자》 빌드를 꿰고 있는 고수란 소리잖아.
“안녕, 야나!”
“가, 가서 저 애를 구해! 빨리!”
“내가 더 빨라요!”
사쿠라이가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냈다. 쓰러진 피터 위로 마구 난사하자 파충류 특유의 긁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이게 바로 보이지 않는 적도 완벽하게 제압하는 3시즌 연속 챌린저 원딜의 환상적 에이밍!”
그러는 사이에도 정령들은 야나와 장난스러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뭐야뭐야. 싸움이야? 또 싸움이야?”
“어, 어서 가라니까!”
“나쁜 놈 발견!”
화염 정령들이 피터를 덮친 렙틸리언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들이받는 것으로 자폭한다.
렙틸리언의 육신이 불길에 휘감기면서 카모폴라쥬가 자동으로 풀렸다.
완벽해. 그렇게 드러난 놈의 심장을 성검이 정확히 꿰뚫었다.
그 불꽃이 하반신으로 번지기 전에, 즉 피터에게 닿기 직전에 군홧발로 놈을 멀리 걷어찼다.
“ShiieeeeeeeehkkkkKKKK!”
숨을 몰아쉬는 피터를 재빨리 일으켜 세워 철도역 쪽으로 달렸다.
역무원이 졸고 있었다.
기관차는 당장이라도 출발할 듯 매연을 토해내고 있었다. 전성관을 통해 기관사의 지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 열차는 성도 캐슬베이아행(行), 캐슬베이아행(行). 총 열두 곳의 역을 경유하며…….”
“사쿠라이, 저거 출발 못 하게 문 막고 서 있어!”
“이, 이러시면 안 됩니다!”
늙은 역무원이 황급히 일어섰다.
역내를 지키던 헌병들이 짜증스럽게 총을 치켜들었다. 물론 영목 기사단의 휘장을 보여주자 죄다 헛숨을 들이켜며 물러섰다.
“무, 무슨 일이신지요?”
“지금 열차를 급히 이용해야 한다. 어른 둘에 꼬맹이 둘이다. 거스름돈은 가져라.”
“아니, 저기, 기사님!”
그런 우여곡절 끝에 공대원들을 데리고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탑승하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열차가 철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삼등 객차였다. 기관차가 쿵쾅거리며 성문을 넘어 내달리기 시작한 뒤에야, 긴장이 풀려 객실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진짜, 쉴 틈이 없군.
NPC들이 수군거리며 우리 쪽을 흘긋거렸으나, 총이며 칼을 찬 모습에 겁을 먹고 시선을 돌렸다.
운이 좋은 NPC들이다.
도마뱀 군주, 네이갈라스의 하수인들이 저 도시를 완전히 박살 내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피해가 없지는 않겠지.
아니, 아니다.
용부인 일행이 있으니 혼란은 빠르게 제압될 거다.
수상할 정도로 심연을 잘 족치는 로헤이리츠 그 사이코 놈이 아주 좋다구나 도마뱀들의 면상을 개박살 내놓겠지.
“오빠.”
사쿠라이가 아직까지도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엔더스킵으로 가는 거예요?”
“어. 일단 여기만 아니면 돼.”
야나가 끼어들었다.
“서, 성도가 제일 안전할 것 같은데…….”
“아니. 성도가 제일 위험해. 오늘만큼은.”
네이갈라스의 권속이 벌써 남부 항구 지대에까지 닿았다면, 이걸 방치했다가는 북부에서 켈렉─샼과 남부에서 네이갈라스를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그게 가능하냐고?
생각 좀 해봐. 그게 가능하겠냐?
빨라도 너무 빨랐다. 중반부에야 시작될 네이갈라스의 재림, 그게 벌써 시작되고 있다?
요정 플레이어들은 지금 ‘벌레들의 향연’ 퀘스트로 정신이 없을 것이다. 리샤르도 분명 거기에 있을 거고.
벌레들의 향연이란 벌레 군주 켈렉─샼 레이드 퀘스트. 인간 플레이어랑 요정 플레이어가 최초로 협력하는 퀘스트다.
근데 아마 리샤르가 실패하지는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켈렉─샼을 봉인해줘야 할 칼레이브가 이제 죽고 없는데, 리샤르는 그 사실을 모르니까.
“네가 본 앤티키아는 어땠어. ‘벌레들의 향연’ 같았어?”
“어, 응. 아직 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어. 그래도 분명 시작됐어. 내가 요정으로 한 번 클리어해 봤었거든. 그, 그래서 말인데…… 엘리트 소서러. 고, 공격대원을 몇 명이나 모아놨어?”
“5명.”
“오. 그러면 7명?”
“나랑 너까지 포함한 숫자다.”
그러자 야나가 우는 것처럼 웃기 시작했다.
“히, 히히히히히, 최악이네. 최, 최악의 공격대야.”
이해할 만했다. 나도 생각 같아서는 욕지기라도 토해내고 싶었다.
벌레들의 향연은 <잊혀진 왕들> 켈렉─샼을 토벌해야 하는 최고 난이도 레이드 중 하나.
5명으로는 턱도 없었다. 앤티키아, 그 장벽 지대를 침공하는 켈렉─샼의 권속들을 막는 데는.
표면상의 전략 목표는 장벽도시 앤티키아를 심연의 전진기지로 삼는 것이었다.
하지만 켈렉─샼이 앤티키아를 진멸하려는 진짜 이유는 사실 복수극이었다.
삼미호(三尾狐), 시렌.
영웅시대에 켈렉─샼을 봉인했던 그 존재가 묻힌 장소가 바로 앤티키아이니까.
복수전이기 때문에 이 레이드가 실패할 경우 참가한 플레이어도 NPC도 모조리 무참히 죽는다.
생존자가 존재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처참한 비극이 이데아 인류 플레이어, 즉 내 몫이 되었다.
앤티키아가 점령당한다면, 이데아는 순식간에 심연으로 뒤덮일 것이다. 그런데 남쪽에서 네이갈라스까지 출현했다고?
“그, 그러면 말야. 우, 우리…… 성도로 가자. 어차피 제일, 엄청 가깝잖아. 플레이어를 모아야 해.”
“그거야말로 최악이야. 성도에서는 지금 로바르에 의해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난 영목 기사고, 그 숙청의 칼날은 왕의 측근인 나한테도 닿을걸.”
“아, 아냐. 서, 성도 퀘스트가 바뀌었어. 나도 정확히는 몰라. 그, 그렇지만 바뀌었어.”
웃을 뻔했다.
개소리하지 말라고 말할 뻔했다.
“그건 절대 안 바뀌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
내가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몇십 번, 몇백 번을, 그 비극으로부터 구해내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와, 완전히 바뀌었다니깐……! 지, 지금 성도에서 살육극이 벌어지기 직전이란 말야!”
“알아. 로바르랑 엘리아가 깽판을 치고 있겠지.”
“아니, 그게 아냐! 하, 학살의 주체가 로바르가 아니야. 아르츠레히드랑 제롤드야. 시나리오를 뒤튼 플레이어가 함께하고 있어. 그, 그 고수 플레이어를 꼬드기자. 또 성도에도 플레이어가 몇 명 더 있었어. 응. 늦기 전에 고, 공격대원들을 키워내야 해.”
“뭔 소리야? 아르츠레히드는 엔더스킵에 가 있어야 했고, 제롤드는 지금쯤 사지가 분리되어 죽어 있을 텐데?”
잠깐. 살해 불가 NPC인 칼레이브마저 죽은 상황이다. 제약 없이 하나의 이야기를 구상해보자.
1. 한 플레이어가 로바르와 엘리아를 암살한다. 둘의 죽음으로, 뒤따라 벌어진 흑양 기사단 및 강경파의 분노와 반란.
2. 그걸 제롤드와 아르츠레히드와 ‘기다렸다는 듯이’ 협력하여 진압할 준비를 한다……?
그 정도의 실력이라면, 얼마나 대단한 작자가 성도에 숨어 있던 거지?
아니, 후보는 있다.
그 사이코 플레이어인가?
“다, 당신보다도 거물일지 몰라. 지금 초, 초반인데 성도에서 ‘세력가’ 직위야.”
“그건 나도 1회차 때 얻었어.”
“어, 어쨌든! 듣도 보도 못 한 공략법으로 시나리오를 마, 막 공략해 나간단 말야!”
“이름도 아나?”
“모, 모를 리가 없지. 천리안으로 성도를 훑어볼 때마다 들리는 이름인데.”
“말해봐.”
야나가 침을 삼키며 숨을 고르는 동안, 입 안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누구지?
누구냐.
내가 고안한 클리어 계획을 하나하나 비틀어가는 개자식. 넌 대체 누구냐.
“바, 박현수일 거야. 확실해.”
응?
우리 애 이름이 왜 거기서 나와.
“잠깐만. 뭐?”
“박, 현, 수. 알아? 내가 발음을 잘못했나?”
턱 끝까지 치받아 차갑게 이글거리던 분노.
박현수, 라고……?
그 불길이, 형용하기 힘든 혼란의 파도에 휩쓸려 덧없이 잠잠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