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47)
가짜 용사 이야기-147화(147/310)
#43 :
[7. 새로운 길을 찾아라] 기사단장 죽이기 (3)죽여야 하나……?
만신창이로 쓰러진 박현수를 보면서, 공략의 득실(得失)을 다시 한번 계산해 보았다.
성도 방어전, 제1황녀 힐더와 합류, 성배 전쟁 승리…….
수포로 돌아간 공략 청사진, 멀어져 희미해지는 어머니의 미소, 칼자루를 움켜쥔 손이 부르르 떨렸다.
……아니, 아니다.
지금 여기서 박현수를 죽인다면, 성도와 이데아 인류 모두가 적이 될 것이다.
‘세력가’ 직위란 그런 거니까.
그리고 박현수는 내가 골라서 키운 내 공대원이다. 절대 버리지 않는다.
“몇 번이고 말했잖습니까. 여긴 어차피 게임 세계라고.”
왜일까.
정말, 도대체 왜일까.
피투성이가 되어, 지금 발치에서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는 게 박현수가 아니라 ‘1회차의 나’로 보이는 이유는.
환각이다. 어린갑의 심연 침식 때문에 환각을 보는 거야.
‘1회차의 나’에게 말하고 싶었다.
이 세계 따위, 한 번 멸망하든 백 번 멸망하든 상관없어. 어머니만 살릴 수 있다면 천 번도 멸망시켜 버릴 수 있다고.
“왜…….”
박현수, 네 소원은 뭐냐.
소원을 이루고 싶지 않은 거야?
네 소원을 이루고 싶다면 이 세계는 똑같은 절차로 멸망해야 한단 말이다.
“대체 왜, 시나리오를…….”
그러려면 게임은 오직 나의 설계 아래에서만 움직여야 했다.
샬류안까지 난이도를 뒤틀어대는 와중에, 그 이상의 변수를 과연 용납해도 되는가?
짜증이 몸속을 휘젓고 있었다. 누군가를 쥐어 패고 싶었다. 미친 듯이 패고 싶었다. 그래야만 진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화풀이 대상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하, 하하하하하하하! 이 빌어먹을 이방인 잡것들.”
로바르.
[플레이어, 에델 바이스가 《마력 방출》을 시전했습니다!] [성검, 샤릴리온의 《형질흡력》이 《마력 방출》을 무효화시킵니다!]7초. 성검이 마력의 형상으로 물결치는 동안, 로바르에게로 검을 겨누었다.
웃어?
뭐가 좋다고 실실 웃냐?
“네놈들이 그 용병 놈에게로 굴러들어 오기 전에 쳐 죽였어야 했는데.”
스타폴(StarFall).
로바르의 손에서 새하얀 광채를 뿜는 저 망치의 무기명.
아르휀 공작가의 가보로, 전설 등급 아래인 ‘영웅’ 등급 무기로 성능이 걸출하다.
“그거 박현수 주게 내놔라.”
어차피 아르휀 공작가는 성배 전쟁의 들러리에 불과하다. 가보를 빼앗는 걸로 적대 관계가 형성되어 봐야…….
“이건 너희 같은 잡것들이 쓸 수 있는 보구가 아니다!”
승부는 한순간.
로바르 역시 노련한 싸움꾼이었다. 달려드는 내 공세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내 대응했다.
왼발을 내뻗으면서 허공으로 쳐올린 스타폴이 찬란한 섬광을 뿜어냈다.
성검의 형질흡력을 알고 있으니, 힘과 힘의 승부가 되리라고 판단했겠지.
아둔한 놈.
처음부터 마력 방출을 쓴 이유가 바로 그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NPC, 로바르가 전용 스킬 《철성추》를 시전합니다!] [플레이어, 에델 바이스가 전용 스킬 《대마력방호》를 시전합니다!]하늘로부터 혜성처럼 내리꽂히던 철성추.
일촉즉발의 순간, 별안간 내 머리 위에 대마력방호가 나타났다. 두 마법이 사납게 충돌하며 소용돌이로 휘몰아쳤다.
잠시 몸의 중심을 잃을 뻔했다. 엄청난 괴력. 역시 힘으로 유명한 NPC답다.
대마력방호에 금이 갔고, 내가 밟고 있는 지면에도 거미줄 같은 균열이 일기 시작했으나 문제없다.
[전용 스킬, 《대마력방호》가 《철성추》의 위력을 89% 무효화시켰습니다!]자세가 흐트러진 찰나의 허점.
철성추의 피해를 흡수하고 산산이 깨어져 내리는 대마력방호의 파편들에 숨으며 사각을 노린다.
성검이 시리도록 차갑게 번득인 한순간, 형질흡력이 마력을 폭발시켰고, 스타폴은 밀려닥치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저 멀리로 날아갔다.
로바르는 즉각 장검을 빼들며 수세(守勢)를 둥글게 말았다. 하지만 일반 장검이 성검의 격세를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카아아아아아아아앙!
네댓 번의 공방전이 있은 뒤 장검은 무참히 박살 나며 허공을 날았다.
자세가 무너진 로바르의 면상을 순식간에 휘어잡고 땅 위로 처박았다.
그리고 놈의 몸 위로 올라탔다. 성검을 머리통 옆에 박아 넣었다.
“벌써 죽지 마라.”
“미친 새끼가!”
그 순간까지도 내게 침을 뱉으려던 개자식. 그 얼굴을 붙잡아 지면에 내리찍었다.
한 방, 두 방, 세 방…….
처박을 때 어머니의 미소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걸 뒤튼 박현수의 얼빠진 얼굴도.
이후의 정황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눈물을 울먹이는 사쿠라이가 내 손에 달라붙어 있었다.
“오빠, 이제…… 된 거 같아요.”
“떨어져.”
“그만하겠다고 약속하면요.”
“그만할 거야. 어린갑으로부터 떨어지라고. 위험하니까.”
내 몸 아래, 로바르의 얼굴은 곤죽이 되다 못해 반쯤 함몰되어 있었다.
얼마나 때린 거지?
다행히…… 명줄은 붙어 있었다.
캐슬베이아는 고요했고, 내 머릿속은 공허했다. 심연의 소리가 바스러지는 소리만 조용히 들렸다.
“로바르를 치료할 의사 누구 없는가? 급하다.”
나와 눈을 마주친 흑양 기사들은 하나둘 무릎을 꿇고 자비를 탄원하기 시작했다.
영목 기사와 구제 기사들은 심연의 힘 때문에 경계 어린 눈빛으로 병장기를 쥐고 있었지만, 겁에 질렸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어서! 나는 요르한 전하의 친위 기사란 말이다!”
[당신의 이데아 반도 영향력 (2980)이 명령에 효력을 발휘합니다!]그제야 한 구제 기사가 후다닥 달려 나왔고, 곧바로 기적으로 로바르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크란노스?”
박현수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크란노스인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가, 오랜 친구와 해후했을 때의 가슴 떨림을 느꼈다.
샬롯 칸드라군…….
이 퀘스트에서 죽었어야 할 구제 기사단 단장. 박현수를 극진히 치료하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성검의 계승자는 맞습니다. 허나 백작은 아닙니다. 크란노스 백작께서는 금일 15시경에 사망하셨습니다.”
칸드라군 황가.
엘미네인(人)의 상징.
은발 머리와 청회색 눈동자가 당혹감으로 떨렸다.
제6황녀 샬롯 칸드라군.
황녀라지만, 변변한 세력 하나 없어 황선(皇選)에 참가하지조차 못한, 통칭 성배 없는 황녀. 즉 요주의 대상이 아니었다.
위키에서는 그렇게 설명하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다른 NPC였다.
성도의 안정을 위해 발버둥 치다가 결국 로바르에게 죽게 되는 비운의 NPC. 샬롯과 몇 번을 같이 싸우고 몇 번을 절망했던가.
“에델?”
가까이서 아르츠레히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우드의 부축을 받고 있었는데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영주님.”
샬롯과의 재회보다도 더욱 충격이었다. 당신이 여기에 남아 있다니. 남아서 로바르와 싸웠다니.
“하하…… 그 심연의 힘은 도대체 뭐고, 어떻게 또 돌아와 준 건지…… 묻고 싶은 게 많다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당신이 성도의 군권을 쥐면, 이후 이데아의 정세가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근데 왜지?
도대체 왜 지금이지?
따져 묻고 싶었다. 내가 그렇게 바꾸려고 애를 쓸 때는 마음을 절대 안 바꾸던 당신이, 이 배틀로얄 버전에서는 왜?
“감사 인사부터 해야겠군. 정말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더라면 우린 패배했을 게야…….”
아르츠레히드의 시선이 전투의 현장을 쓸었다.
영목 기사와 구제 기사들이 항복한 흑양 기사들을 제압하고 있었다.
반항하려는 작자들이 몇 보였으나 나와 눈이 마주치는 즉시 곧바로 깨갱 하며 온순해졌다.
지금이 기회인가.
박현수가 이데아 반도 체류 기간을 강제로 늘려 버렸으므로, 나도 성도에서 세력을 조금 더 넓혀놓을 필요가 있었다.
“감사 인사를 받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일부러 장엄하고 크게 말했다. 모두 들을 수 있도록.
“요르한 3세 전하의 친위 기사이니 말입니다. 충성의 맹약을 그대로 이행했을 뿐이지요.”
예상대로, 끝없이 터져 나오는 호감도 상승의 시스템 알림.
하지만 갑자기 이상한 알림이 섞여들었다. 최악의 알림이었다.
[??? 보스 퀘스트 완료 : 기사단장 죽이기.]– 레벨업 포인트를 (+40) 얻었습니다.
– 홀로 처치! 포인트가 파티원들에게 분산되지 않습니다!
– 경고 : 아르휀 공작가와 적대 관계가 형성됩니다.
[업적 달성 : 공작가의 망나니를 죽였습니다만, 문제라도?]로바르를 돌보던 구제 기사를 돌아보았다. 기사가 고개를 저었다. 확인사살이었다.
“에델! 에델! 에델!”
환성과 함께 호감도 상승 알림이 또다시 폭주했다.
자신들의 울분을 대신 풀어준 데에 대한 호감인가? 결국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호감도였다. 본무대는 결국 대륙이니까.
아니, 대륙이 아닐지도 몰라.
이제 생각을 다르게 하자. 엘리트 아처와 어쌔신, 뒤틀린 시나리오…….
진정해라.
새롭게 청사진을 그리자.
엘리트 아처 때문에 성배 전쟁이 개전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그놈이 시나리오를 뒤틀어서 대륙이 금방 멸망할지도 모를 일이다.
“고맙습니다, 에델 씨.”
모든 문제의 진원지가 내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또 덕분에 살았군요.”
도대체 왜…… 또 1회차의 내가 저 얼굴 위에서 어른거리는 걸까.
내가 로바르를 패 죽인 이유는, 과연 시나리오가 뒤틀린 것에 대한 스트레스 해소가 전부였을까?
그때 분출된 분노는 그보다 더 깊었다. 깊게 응어리져 있던 무언가였다. 잠시 맥없이 눈을 감았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성도로 서둘러서 올 때, 나는 박현수를 죽이고 싶던 게 아니라 이 경치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던 거였을지도 몰라.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서 몸부림쳤던, 성도 시나리오의 새로운 국면.
아르츠레히드가, 샬롯이, 제롤드가 모두 살아남아서, 화합의 봉화를 올릴 시나리오를.
“아뇨.”
그래서 먼저 악수를 청하게 된 것일까.
그 경치를 보여준 ‘너’에게.
그때, 그 얼굴은, 어린갑의 착란 때문일까, ‘너’인 동시에, 환하게 웃고 있던 1회차의 ‘나’이기도 했다.
“현수 씨 덕에 성도가 살았죠.”
내가 아르츠레히드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더라면, 내가 저런 표정을 짓고 있었겠구나.
미래를 위해 죽여라…….
마음속을 침식하는 심연, 어린갑이 속삭였다. 그건 야나가 열차에서 한 말이기도 했다.
– 네, 네가 판을 설계하려면 변수는 어, 없는 게 낫지 않아?
그러자 사쿠라이가 기겁을 했다.
– 바쿠 아저씨를 죽인다고요? 오빠, 아니죠?
– …….
– 새, 생각해봐요! 빙의물이나 회귀물 같은 데서 그런 변수가 엄청 크다니까요? 오히려 다른 엘리트들을 상대할 긍정적인 변수가 될지도 몰라요!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변수가 많은 것이 이 <황녀를 위하여> 배틀로얄 버전.
사쿠라이의 말이 맞다.
리샤르의 반응만 봐도, 시나리오의 변경은 다른 엘리트들에게도 치명적이다. 그걸 내게 유리하게 써먹을 방법을 알아내야 해.
“현수 씨 덕에 온 성도가 살았지요.”
박현수가 악수를 받았다. 그러자 병사들로부터 갈채가 쏟아진다.
호감도가 또다시 마구 상승하곤 있지만, 아직 1회차 때처럼 ‘세력가’가 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그때 야나의 더듬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 엘리트. 저, 저기.”
야나가 가리킨 방향에는 스타폴이 박혀 있었는데, 누군가가 그 자루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건 오빠 거예요!”
사쿠라이가 빽 소리를 질렀다.
어쨌든 로바르를 죽이고 말았으니, 스타폴 정도는 회수해줘야 수지가 맞는다.
쓸 만한 성기사 플레이어를 찾아서 주면 충성도가 장난이 아니겠지.
“브뤼나! 거기서 손 떼십시오.”
박현수가 외쳤으나 브뤼나라는 도둑고양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기어이 스타폴의 자루를 쥐더니 내 앞으로 가져왔다.
“그쪽도 플레이어로군.”
“절 공격대에 넣어주세요.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개나 소나 공격대원으로 받지는 않는데. 초반부부터 팔 한쪽 어딘가에 두고 온 뉴비잖아.”
모욕적인 언사.
놀란 표정을 짓는 야나와 달리 도둑고양이는 시종 빙그레 웃고 있었다.
아랍계의 구릿빛 피부 위로 길게 늘어뜨린 머리는 음울한 잿빛이었다. 미려한 이목구비는 고양이상이고.
“어머, 그러면 다행이네요. 개도 소도 아니니까. 이 또라이 플레이어 아저씨가 잘 알 거예요.”
그러자 박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경험이 상당합니다. 시나리오 흐름도 꿰고 있었고요. 그리고 저 팔은 절 구해주려다…….”
그러고 보니…….
팔 하나가 없는데 뭐 저렇게 싱글벙글 웃을 수 있는 거지?
광인이 아니라면 베테랑이란 소리인데.
“살려준 값으로 스타폴을 달란 거군.”
“그렇죠.”
“뭘 믿고? 구제 기사단은 탈퇴할 거냐?”
“구제 기사단도 좋은 집단이지만 초반에 어린갑을 획득하고 로바르를 때려잡는 당신만 하겠어요? 정 못 믿겠으면 파문 계약서도 쓸게요.”
파문 계약이라…….
주로 왕과 제후 간의 거래에서 쓰는 계약서였다.
“그걸 아는 걸 보니 경험자인 건 확실한데.”
태양들의 이름에 맹세하고, 대주교급 성직자가 증인이 되어주는 계약.
이를 파기할 경우 ‘파문’당한다.
파문당하는 순간, 밀교들을 제외한 모든 인간 세력이 적으로 돌아서게 되니 대단히 치명적인 계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타폴은 못 준다.”
스타폴은 본래 요정 성기사 플레이어가 종결 무기로 습득하는 무기였다.
그것이 인간 플레이어인 내게로 떨어졌다. 그 가치는 상정이 불가능할 정도다.
진짜 엄청난 실력자를 영입할 때 주면 된다. 아무에게나 줄 이유는 전혀 없었다.
“당신은 치유사보다는 탱커를 원하는 것 같은데. 뭐 걱정 마세요. 저도 《치유 기사》 같은 얼간이 각성은 싫어해요.”
뭘까.
저 도발적인 눈빛과 말투는?
《수호 기사》는 남자 성기사만이 선택할 수 있는 탱커형 각성.
반면에 여성 성기사의 각성 클래스는 《치유 기사》였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거라면…….
“전 《심판 기사》로 각성할 거예요. 탱커가 필요하지도 않을 정도로 강력한 딜을 약속하죠!”
“뭘 믿고 그리 자신만만하지?”
크리스처럼 전투 센스가 월등한 유저들만이 선택하던 게 《심판 기사》였다. 그걸 네까짓 게?
“저에게는 클리어 경험도 있거든요. 한 번이지만.”
“!”
이 게임은, 한 번의 클리어 경험이 다른 게임들의 그것과 엄청난 차이가 있다.
클리어를 한 번이라도 했다면, 그건 <잊혀진 왕들>과 성배 전쟁을 모두 경험한 실력자라는 뜻이니까.
“심판 기사는 경험만으로 해낼 수 있는 각성이 아닌데.”
“알아요. 하지만 말했잖아요. 전 개도 소도 아니라고요. 센스도 있죠.”
“그 팔은?”
“바로 의수로 땜빵할 거니 걱정 마세요.”
그래, 의수를 이용해 스타폴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근력 보정을 할 생각이로군.
확실히 시스템을 꿰차고 있어.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사이코 플레이어한테 다른 플레이어가 다 갈려 나간 지금은 인력 하나하나가 절실한 시점이니 어쩔 수가 없다. 박현수가 저렇게 두둔하기도 하고.
“사쿠라이 전무, 입사 지원자에게 면접 장소를 알려주도록.”
브뤼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어딘가요?”
“그 정도는 공부하고 왔어야죠! 요즘 젊은이들이란! 우리 정박사 공대가 만만해요?”
사쿠라이가 있지도 않은 안경을 치키며 혀를 쯧쯧 찼다.
근데 정박사 공대가 뭐지?
설마 내 공대를 그딴 이름으로 부르는 거라면 하지 마라. 박사 학위가 인생 최고 업적인 50대 정씨 성을 가진 아저씨가 ‘가족 같은 기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중소기업 이름 같다고…….
브뤼나가 그걸 또 받아줬다.
“죄송합니다, 전무님. 그래서 정박사 어딘데요?”
“기둥의 도시요.”
“어머.”
브뤼나가 장난스레 입을 가렸지만, 그 두 눈은 요동치고 있었다.
기둥의 도시. <잊혀진 왕들> 중 하나, 도마뱀 군주 네이갈라스가 봉인된 장소다.
요컨대, 첫 레이드 시작이다.
“거기서 살아남으면 공대 가입을 승인해 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