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65)
가짜 용사 이야기-165화(165/310)
#61 :
[10. 앤티키아] 결전, 엘리트 나이트 (7)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3)]– 혼돈이 시작되었습니다. 앤티키아를 향하는 혼돈의 물결은 결코 멈추지도 않을 것이며 멈출 수도 없을 것입니다.
장벽 저 너머에서, 심연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성벽 위는 전투태세로 도열한 연합군으로 북적거렸다. 현수는 신태엽과 함께 있었다.
옛 정철 공대의 에이스였다는 소년은 얼어붙은 손에 입김을 불면서 현수를 빤히 쳐다보기를 반복했다.
“왜?”
“이상한데…….”
“뭐가?”
“왜 아저씨한테 철이 형 같은 느낌이 날까. 오히려 철이 형은 다른 사람 같고.”
“칭찬으로 들으마.”
“칭찬 반, 욕 반이야.”
박현수는 힘없이 웃었다.
이곳은 동부로 돌출된 3번 요새, 그 별칭은 아이언글래스(Iron glass)의 14번 감시탑.
아이언글래스의 감시탑은 모두 동쪽을 겨누고 세워졌으며, 감시탑 아래로 수비대가 집결할 수 있었다.
– 그 감시탑이 곧 장벽 방어의 핵심입니다.
감시탑 위의 상공에서, 화염의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먼 동쪽을 감시하고 있었다.
시렌의 눈동자라 했다.
죽어서도, 영혼이 되어서까지도, 심연을 감시하는 눈동자.
– 그 아래 있으면 심연 내성을 말도 안 되게 높여주니까, 반드시 사수하도록 하세요.
군주의 칼날로서, 현수는 이 14번 감시탑의 총책임자였다.
정철의 말에 따르면, 켈렉─샼의 군세가 집중될 것이란 장소였다. 튜토리얼 때의 악몽을 떠올려보자 몸서리가 쳐졌다.
‘그 일은 이제 그만 생각하자, 박현수.’
신태엽 위에 앉아 있던 빙룡 스케사리가 앙증맞게 짖었다. 스케사리는 아이들을 잘 따랐다.
육신조차도 저토록 맑으니.
당연히 순수한 아이들을 잘 따르는 성질인 것일까. 신태엽은 그런 스케사리를 보면서 이따금 울상을 짓곤 했다.
“이렇게 작은 애가 그렇게 된다니…….”
저 먼 북쪽에서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반면, 전방의 동쪽에서는 끈적끈적한 심연의 안개가 차오르기 시작한다.
“폭렬탄 준비.”
“영월살 준비.”
그런 명령으로 양측 군대를 진두지휘하는 건 공작 아비가일과 팔라딘 타키아르였다.
폭렬탄이란 탄착 즉시 폭발하여 불 속성 피해를 입히는 대(對)심연 포탄이었다.
영월살도 화살인 걸 제외하면 원리는 비슷하나 요정 신관의 축복을 입어 광 속성 피해를 입힌다. 제사장 지파인 흑요정들만이 활을 다뤘다.
“철이 형아도 참 안됐네.”
“……?”
“그 형, 과몰입이 장난이 아니라 항상 지금 이런 모습을 보고 싶어 했었거든. 매번 실패했었지만.”
신태엽이 씩 웃자 스케사리가 또 맑게 짖었다.
둘이 서로 단순한 공대장과 공대원의 관계가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만이 지을 수 있는, 그런 유형의 미소였으니까.
“너는 왜 여기에?”
이제, 종소리가 미친 듯이 메아리치기 시작한다.
“이럴 때 꼭 그런 클리셰를 써야만 하겠어?”
“?”
“흠, 어쩌면 클리셰 뒤집기가 먹힐지도 모르겠네. 아버지가 목을 매달아서 자살했어. 그래서 그냥, 물어보고 싶어서. 뭐가 그렇게 힘드셨는지…….”
인간 포병들이 스팀코어에 장작과 돈유를 집어넣어 야포를 작동시킨다. 요정병들은 활시위를 당겼다.
“나는 여동생이 죽어가고 있어.”
“그래?”
그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잠시, 쓰라린 미소를 주고받았다. 분위기를 환기하겠단 듯이 신태엽이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예쁨?”
“예뻐.”
“매형이라고 불러도 돼?”
“?”
“나으면 소개시켜줘! 나 남중 남고 테크트리를 타고 있어서 여자랑 접점이 없었단 말야!”
이런 상황에 이딴 장난질을 하는 신태엽을 스케사리가 응징했다. 머리카락을 물어뜯는 것이다.
“악! 미안해! 장난이었어!”
혜림이도 이곳에 왔더라면 저 빙룡이 좋아했을까…… 현수가 슬프게 웃던 그때, 마침내 전투가 시작되었다.
“발사!”
“쏴라!”
뿔나팔 소리가 명령을 전파한다.
곧 포성과 현이 튕기는 소리가 성벽 위를 뒤덮었다.
불과 빛이 눈부시게 뒤엉키는 수평선 너머를, 가늘게 뜬 눈으로 내다보던 신태엽이 말했다.
“시작이다.”
쿵…… 쿵… 쿵, 쿵쿵쿵……!
지축을 울리는 발소리가 점점 커져온다. 나무의 줄기에 절규하는 인간의 얼굴이 도드라진 괴물들이 나타난다.
– 켈렉─샼의 하수인, 거목인(巨木人)을 상대해야 할 거야.
야나는 그렇게 말했다.
식은땀이 소름으로 덮인 등판을 타고 흘러내렸다.
폭렬탄과 영월살의 포화를 견뎌내고 성벽까지 도달한 거목인들이 팔을 휘둘러 성첩 위의 병사들을 모조리 쓸어버렸다.
“끄, 끄아아아아아아아아!”
옛 원시림의 나무들을 관리했단 놈들은 북부 성채의 성벽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했다…….
“내가 나설 시간이군. 잘 봐, 사리사리 라면사리 우동사리 스케사리.”
신태엽의 손바닥 위에서 빛의 실오라기가 피어올랐다. 실오라기는 법진의 형태로 엮어진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마방진이 다섯 겹으로 포개진 다음 순간, 하늘이 붉게 찢기면서 거목인들의 머리통에 화염의 벼락이 내리꽂혔다.
일대를 압도하는 엄청난 위력.
절망적 전황을 바로잡는 굉음.
정철 공격대의 에이스였다더니, 정말 엄청난 실력이었다. 거목인 10여 마리가 하얀 연기를 피우는 잿더미가 되며 쓰러진다.
“화장방혈, 저 역사적 마법을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멀리서, 전선의 모든 이들의 영혼을 빛의 축복으로 지키던 가이네이브가 말했다. 같은 일을 수행하던 크세리니아가 대답했다.
“그래. 첫 동란기에 활약한 대마법사 린, 그분이 창안한 마법을 용현께서 화 속성으로 변형시켰다는…… 칼레이브가 봤더라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을 텐데.”
“형아 어때, 사리사리.”
“JJJJJOOAAAAA!”
그래도 힘을 사용하는 반동은 확실히 존재하는지, 이 추위 속에서도 신태엽은 이마의 식은땀을 훔치고 있었다.
“좋아!”
“재장전!”
신태엽의 활약으로 장교들이 정신을 차리고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리던 그때였다.
혼돈(混沌).
돈혼(沌混).
혼?돈?(混?沌?).
混돈(혼沌).
혼沌(混돈).
沌混(돈혼).
혼? 混? 沌? 돈? 혼? 混沌?
한 척의 배처럼, 세계가 뒤집어졌다가 다시 떠올랐다가 부서지고 쪼개지고 망가지고 부스러졌다.
창세의 섭리가 황급하게 부서지고 쪼개지고 망가지고 부스러진 세계를 원래대로 수습시킨다.
현수가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세상은 검푸른 빛으로 물들어 있었으며 사방에 점액질이 나뒹굴고 있었다.
그것은 피였다.
피이자 뇌수이자 뼛조각이었다.
머릿속이 미친 듯이 뒤흔들리고 있었으며, 옆에서 신태엽이 무어라 소리치고 있었으나 들리지 않았다.
‘여긴, 뭐지? 왜 장벽이 무너져 있고…… 나는 왜 누워 있지?’
무너졌다기보다는, 격렬한 수증기 속에서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무참히 으깨진 시체들이 섬뜩한 경련으로 몸을 파닥거리더니, 다음 순간 깔깔거리며 몸을 일으켜 세운다. 신태엽이 소리쳤다.
“켈…… 놈이 왔어! 놈이, 미친, 이런 일은…… 한 번도…… 는데!”
혼돈의 재림 속에서, 병사들이 광기에 미쳐 깔깔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장벽 전선은 공포의 수라장으로 변했다. 누군가는 울부짖고 누군가는 미쳐서 웃어댔다.
「음…… 허…… 허…….」
혼돈이 무지갯빛 수증기로 휘몰아치자, 시렌의 눈동자가 절규하며 불꽃을 뿜었으나 무기력했다.
「피물(皮物)에 속박된 존재들이여……, 이제, 진정한 왕을……, 경배하는 것을……, 허하노라…….」
그 태곳적 증기에 휩쓸린 병사들은 단숨에 죽처럼 녹아내린다.
그렇지 않으면 전신이 곰팡이와 종양으로 뒤덮여가는 동안 미친 듯이 웃는다.
그러다가 웃음이 멈췄을 때는, 구더기 인간으로 변해 있었다. 64개의 감시탑 중 24개의 감시탑에 주둔한 병력이 5분도 안 되어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다.
‘이게 <잊혀진 왕들>…….’
어떻게 이길 수 있는 거지? 아니, 맞설 수가 있기는 한 건가?
당연한 건가?
이것들이 다섯이나 되니, 이 세계는 당연하게 멸망할 수밖에 없는 건가?
“매형, 도망쳐야 돼! 여기 있음 우리도 죽어! 후방에서 최중요 NPC들을 결집시켜야 돼! 이 페이즈에서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항전 따위는 없었다.
병사들은 밀고 밀리면서, 엎어지고 넘어지면서, 구르고 밟으면서 도망치고 있었다.
녹아내리는 장벽을 넘어온 벌레들에 휩싸여 죽고, 되살아난 망자들에게 살점이 뜯겨 죽고, 거목인의 발에 짓밟혀 죽고.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건가? 당연하게? 이게 시나리오의 흐름이니까?’
죽은 사람은 곧 망자가 되어 일어났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반응은 단 두 가지뿐이었다. 살려달라고 울부짖거나, 광기에 압도당해 깔깔 웃어대거나.
이것이 심연의 공격…….
현수는 가파른 숨을 몰아쉬었다. 튜토리얼의 절망이 눈앞에서 되풀이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또 방관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방관해야만 하는 건가?
이들은 NPC이고.
자신은 플레이어니까?
[새로운 스킬 해금됨 : 창천극(蒼天戟)] [태고의 기적, 창천극 : 어둠을 갈라 창천을 빚는 빛의 창을 던진다.]– 창천(蒼天)의 태양, 테르벨이 심연을 사냥할 때 사용했다는 기적. 이 장대하고 장엄한 이야기는, 세계에 여명을 가져온 빛의 군주 테르벨의 이야기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에서는 광명이 창극의 형태로 길게 빚어지고 있었다.
“매형, 뭐야.”
그 빛은 눈부시고, 눈물겨워서, 이 암흑에 잠겨가는 세상을 아련하게 밝혔다.
“대체 그 기적을 어떻게, 그것도 무영창으로.”
스스로의 의지가 있는 것처럼, 현수가 이렇다 할 동작을 취하지도 않았는데 빛의 창은 어둠을 가르며 날아갔다.
「─────────!」
그 창이, 수십만 개의 눈동자가 꿈틀거리는 포자로 분열하여 모든 공격을 무력화하던 켈렉─샼의 아가리를 꿰뚫었다.
천지가 전율하는 비명이 장벽 위를 휩쓸며, 몇몇 이들의 머리통이 폭발하며 두개골 파편이 날렸다.
포자로 분열했던 육신이 하나로 뭉치며 태곳적 심연의 형상을 다시 이룬다. 혼돈의 왕이 불경한 존재를 돌아보았다.
“피해──!”
온몸이 얼어붙는 공포.
그것은 육신의 경직이 아닌, 어쩌면 영혼의 공황.
“──매형!”
영혼의 구더기들이 무수히 엮이며 이루어낸 손가락이 현수의 눈앞으로 순식간에 커져온다.
“피하라고───!”
그 혼돈의 손아귀에 붙들려…….
영혼의 길을 찾을 수 없는 심연의 무저갱으로 끌려 내려가, 다시는 빛을 볼 수 없는…….
그렇게 혼돈에 영혼이 압사하기 직전인 그때였다.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4)]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5)]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6)]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7)]마치 버그에라도 걸린 듯, 무수히 출력되는 시스템 메시지. 그리고 버그에라도 걸린 듯, 우뚝 멈춘 켈렉─샼의 동작.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8)]– 퇴락의 도시, 케슈렌다크의 어둠. 당신은 그 어둠의 심층, 왕의 궁전을 범하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 아, 절규하십시오. 아, 절망하십시오. 이제 당신의 몸과 육신은 영원한 혼돈의 늪에 잠겨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
* 경고 : 심연이 폭주합니다.
불현듯, 켈렉─샼의 몸이 신묘하고도 오묘하며 섬뜩한 빛의 수증기로 변했다.
그리고 저 먼 북쪽, 외계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곳으로 매섭게 날아간다.
그 비행의 궤도 위에 있던 모든 것들에게 심연의 축복을 내리며.
“성공했다.”
신태엽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철이 형아가 성공한 거야! 미친, 레이드 패턴을 다 스킵시키다니, 그 미친 작전을 진짜 성공시켰어!”
“뭐?”
“저건 레이드 마지막 패턴이야! 켈렉─샼이 어디에 있든 궁전으로 소환돼서 보스전이 시작되는 패턴이라고!”
* * *
– 샤르홀린, 타락의 별. 제 분신과도 같은 놈이죠.
이 힘은 낯이 익다. 집행 관리자 요토스, 이 게임 세계를 아우르는 그 관리자의 힘.
그게 이 칼로 현현된 건가?
절대 심연이라는 스킬 이름으로?
지금까지의 일시정지와 다르게 나는 마음대로 이 멈춘 세계를 활보할 수 있었다.
할 수 있다.
검사 클래스와 마법사 클래스의 PVP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간격이다. 마법사는 간격을 허용해선 안 되고 검사는 없던 간격도 만들어 내야만 하는 싸움.
이길 수 있어.
지금 흑혈검을 사용한다면.
이 멈춘 세계에서 흑혈검의 극의를 끌어내 놓는다면, 엘리트 나이트 리샤르 후를 참살할 수 있다.
그러나 <테르시아의 눈물>을 시전하려 한 순간.
“커흡─!”
시간이 다시 가속하기 시작하며, 토혈을 쏟으며 한쪽 무릎이 꺾이고 말았다.
숨을, 숨을 쉴 수가 없어.
보이지 않는 화염이, 내 영혼을 태우는 것 같기도 하고, 보이지 않는 벌레가 내장을 갉아 먹는 것 같기도 한 격통.
요토스 그 망할 자식…… 대체 무슨 리스크의 힘을 준 거지?
“──말이다!”
리샤르의 포효가 마저 끝나고, 설백의 악마가 페샤뤼사스를 내벽에 내던지면서 케슈렌다크가 거칠게 흔들린다.
하, 결국에는 이렇게 되네.
마지막 수를 쓰게끔 되어버렸어.
페샤뤼사스가 그렇게 강력한 보스 몬스터는 아니다. 이게 왜 몰살 패턴이냐, 그건…….
[몬스터, 페샤뤼사스가 분노합니다!] [몬스터, 페샤뤼사스가 왕에게 산 제물을 공양합니다!]일정 수준 이상의 피해를 입히는 순간, 갑자기 시작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뭐가? 바로 보스 레이드가.
다음 순간 페샤뤼사스가 높이 쳐든 아가리를 땅에 처박았다.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가속도의 추락이 시작된다.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4)]나는 즉시 페샤뤼사스의 등에 샤르홀린을 깊숙이 박아 넣었다. 리샤르도 엘리트 플레이어의 수완을 발휘한 것인지 곧바로 내 행동을 따라 했다.
페샤뤼사스의 몸이 땅을 뚫고 또 뚫었다. 케슈렌다크 지하 깊숙이 내려가는 것이다.
그동안 암석 파편과 흙덩이들이 날아와 머리를 후려쳤다. 케슈렌다크의 등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했다.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5)]얼마나 내려갔을까?
땅을 뚫고 내려가던 케슈렌다크가 광대한 공동의 천장을 뚫고 나왔다.
자, 이제 시작된다…….
긴장으로 젖은 손바닥으로 샤르홀린의 칼날을 빼내며 케슈렌다크의 등에서 뛰어내렸다.
지면에는 심연의 늪이 깔려 질퍽거렸고, 빛 한 줌 비치지 않아 사위가 어두컴컴했다.
붕괴의 잔해들이 그 늪 위로 떨어졌으나 물보라 하나 없고 그저 소리 없이 침몰해 녹아내린다.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6)]나는 이쪽에, 리샤르는 저쪽에 착지했다. 검푸르게 빛나는 대검과 하얗게 빛나는 소검이 이곳의 유일한 빛이다.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7)]이곳은 케슈렌다크의 최심부.
지금 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벌레의 옥좌가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수천만 명의 근골로 만들어진 옥좌가.
“아니, 여기는……?”
즉, 여기는 보스룸.
“어서 와.”
지금 내가 한 건, 모든 레이드 패턴을 생략하고 보스룸에 입장한 행동이다.
<잊혀진 왕들> 레이드는 플레이어가 보스룸에 입장하면, 슈’율큘라를 제외한 4명의 보스 또한 반드시 보스룸으로 입장한다. 지금 어디에 있든.
그리고 플레이어는 레이드 도중에는 탈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요컨대 삼파전(三巴戰)을 완성시킨 순간이었다.
[메인 퀘스트 갱신 : 꿈틀거리는 혼돈 (8)]– 퇴락의 도시, 케슈렌다크의 어둠. 당신은 그 어둠의 심층, 왕의 궁전을 범하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 아, 절규하십시오. 아, 절망하십시오. 이제 당신의 혼과 육신은 영원한 혼돈의 늪에 잠겨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테니…….
* 경고 : 심연이 폭주합니다.
“처음이지? 보스룸에서 패턴 피하면서 하는 PVP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