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80)
가짜 용사 이야기-180화(180/310)
#76 :
[11. 엇갈리는 운명] 빛의 계승자, 어둠의 계승자 (10)아르몬 하스의 골짜기에 세워진 도시, <타르키리텐>은 천위(天爲)와 인위(人爲)가 어우러지는 산성이었다.
‘대단해.’
발론을 뒤따라 걷는 내내, 도시의 정경을 찬찬히 살피던 현수는 탄성을 뱉었다.
성벽은 산세와 완전한 조화를 이룬다. 폭포와 지하수는 정밀한 수로를 통해 도시 곳곳에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대로변에는 전조등을 연상시키는 기둥들이 질서 있게 늘어서 있었다.
만약 수백 년 뒤 지구의 인류가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알고 지구를 사랑으로 대하게 된다면 이런 모습이 나올 것이다.
“기술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발론이 싱긋 웃었다.
“타르키리텐을 <온 것들>이 세웠으니 당연합니다, 형제님. 신들께서는 자연 위에 도시를 세우는 게 아니라 자연을 도시로 만드는 권능을 가지고 계셨으니까요.”
어쩐지 요정의 기술력으로는 설명이 안 될 건축물들도 보이더니…….
도시는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거주민들은 아니었다.
골목길마다 피난민들의 천막이 쳐져 있었다. 꿇어앉아 구걸을 하는 이들도 많았다. 물과 빵을 배급하는 장소마다 줄이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아, 아이가 셋인데 모두 굶주려가고 있어요. 하, 하나만 더 주시면…….”
“뒷사람도 생각해 주십시오.”
“이봐, 받았으면 빨리 나와!”
그리고 모든 배급소에서는 저러한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전쟁은 변하지 않아.’
현수는 입술을 씹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도 무고한 민간인들이고.’
지금, 현수 일행이 호위를 받으며 이동하는 건 모두 발론의 덕택이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폭동에 휘말렸을지도 몰랐다.
“이제 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일행이 <영웅 광장>을 통과하고 있을 때, 발론이 아이들을 데리고 대열을 이탈하며 말했다.
“발론,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그러나 현수는 간절한 심정으로 발론의 소맷자락을 붙잡았다.
“부탁드립니다. 곧 평의회가 소집될 거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방금 전, 왕실 종사관이 말을 타고 달려와 알린 내용이었다.
발론은 현수에게 친화적이었다.
왕의 부재에서 비롯된 최고 심의회가 열린 것도 모두 그의 도움이 있던 덕분이었다. 그런 발론이 현수 일행을 변호해 준다면 이야기가 빠를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형제님. 다른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서요.”
일단 성직자 신분이니 성소에 소속되어 있는 것인가. 현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인간과 요정 간의 평화부터 이뤄내야 합니다. 그리고 베르켄시아를……. 아시지 않습니까.”
물을 얻어먹었던 소년들이 아저씨를 도와주자고 보챘다. 발론이 씁쓸한 미소를 삼키며 현수에게 돌아섰다.
“장로와 제사장들을 만났을 때 당신에 대해 호평을 해주길 기대하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아쉽게도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그들은 누군가를 판단할 때 타인의 평가에 귀를 기울이시지 않으니까요. 오로지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제입니다. 제사장이 아닌 성직자는 정사의 영역에 참관하는 게 엄격히 금지돼 있거든요.”
샬롯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발론 왕제─”
“─당신은 선한 사람입니다. 발레린 누님께서 인정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당신 자신을 믿으세요.”
발론은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떠났다.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발론. 발론! 모두들 제가 대체 뭘 할 수 있다고…….”
결국 현수는 멀어져가는 발론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아야만 했다.
성문 앞에서의 폭동 사건 이후 자신감이 사라져 있었다.
한숨과 함께 절망감이 찾아올 무렵, 샬롯이 현수의 팔을 부드럽게 잡았다.
“박현수, 저분들이 누구인지 아느냐.”
샬롯의 다른 손가락이 <영웅 광장> 중앙에 세워진 영웅들의 석상을 가리키고 있었다.
모두 5명이었다.
크세리니아가 스케사리의 손을 꼭 잡고 그 동상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샤릴리온을.
“거울의 방패와 베르켄시아를 든 용사가 리암. 그 오른쪽은 2대 공허의 사도 리드워즈. 그뿐인가. 왼쪽에 여우 귀를 가진 술사는 삼미호 시렌이고, 대검으로 땅을 짚고 있는 기사는 성검의 검주 샤릴리온 경이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아인족은 만병기장이라고 불렸던 할바론이고.”
……샤릴리온.
그의 성검을 보자 정철이 떠올라 마음이 아파왔다.
성검을 휘두르던 때의 정철을 떠올리게 만드는 풍채다.
“시렌은 할바론과 샤릴리온의 도움으로 켈렉─샼을 물리치셨으며 리암은 리드워즈의 죽음을 넘어서 슈’율큘라를 무찌르셨지. 박현수, 저 위대한 영웅들에게조차 동료가 있었다. 너는 혼자가 아니야.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하고 있지 않느냐?”
샬롯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의 소녀 왕도 대관식에서 말하지 않았느냐. 함께 걸어가자고. 혼자서만 걸으려 하는 건 너답지 않다.”
……아.
현수는 짧은 전율을 느끼며 고개를 떨궜다.
너무 급해져 있었다. 정철과 발레린을 두고 와서, 빨리 돌아가야 한다는 조바심 때문인가.
“고맙습니다, 샬롯. 제가…… 잠깐 멍청해져 있었군요.”
“고마워할 거 없다. 신세를 지는 건 매번 내 쪽이니.”
그때 신태엽이 휘파람 부는 소리가 들렸다.
“휘유…… 이것 참 청춘이구만. 뭐…… 그러면 곧 나한테도 형수님이 생기는 건가? 아니, 그냥 아주머니라고 부르든가?”
“혀어어엉뚜우우우우?”
“무, 무슨 소리야.”
“혀어엉뚜우우우?”
스케사리가 그 순수한 눈으로 말뜻을 묻자 신태엽과 크세리니아가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스케사리에게도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단 건 좋은 소식이지만, 여기 오래 있지 않는 게 좋겠어요.”
크세리니아가 광장 저편으로 흘긋 눈짓을 던지며 말했다.
요정들의 시선이 곱지가 않았던 것이다. 절망의 시기에, 이렇게 즐겁게 웃는 것만큼 사치는 없을 테니까.
현수는 속으로 확신했다.
‘할 수 있어. 이들과 함께라면.’
아직 둘이 죽은 것도 아니다.
구하러 갈 수 있다.
‘오히려 조급하게 생각하면, 조급하게 행동할수록 그럴 가능성마저 낮아지는 거야.’
장로 회의에서 그 확신이 깨지는 데에는 단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당장 이곳에서 꺼져라, 인간.”
평의회장은 넓었으며, 내부 장식이 웅장했다.
참석자는 총합 13명이었다.
왼쪽으로 도열한 6명은 무관들이었다. 완전무장한 상태로 투구를 겨드랑이에 낀 채 현수를 노려보는 것이 위협적이었다.
오른쪽에는 제사장 6명이 서 있었다. 성도의 대문관 트뤼엔이 차고 있던 휘장과 같은 걸 가진 문관이 둘 보였는데, 그들의 시선은 확실히 우호적이었다.
간룬델.
백요정의 일등 대학.
저들이 부디 트뤼엔 같은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평의회의 중심 상좌에 앉아 있는 건, 바로 타키아르 실베스터였다.
“너는, 너희들은 재앙의 씨앗이다. 요정왕을 죽게 만들고, 요정병이 모두 죽게 만들고, 이제는 발레린 왕제마저 죽게 만들었군.”
“그건─”
“─네 짓이 아니라고? 그러면 너희들이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렐타론이 습격을 받은 거지? 지금도 타르키리텐 주둔 병력 9할이 렐타론으로 향하고 있다. 나도 이제 그곳으로 향해야 하고!”
“우리는 성도의 인류를 대표해서 온 사절이다! 예를 갖춰라, 타키아르!”
샬롯이 버럭 소리를 쳤다.
타키아르가 냉소를 지었다.
“인간, 너희들은 어떻게 그 수라장 속에서 매번 살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거지? 합리적인 의심 아닌가?”
크세리니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니까.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그때 못 들었어? 외우주의 신들이 이 세계에 간섭하고 있다고. 이러고 있다간 우리들의 세계뿐만 아니라 너희 요정들의 세계도 파멸한다고.”
“우리는 첫 번째 자손이다. 너희들 같은 잡것들과는 다르지.”
“퍽이나! 당신이 빌빌 기던 발레린도 답이 없어서, 시간을 벌 테니 먼저 가라고 할 정도였는데?”
“너 이 자식, 샤릴리온 경의 후손이라 해서 오냐오냐해줬더니만 감히─!”
“─이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없단 말입니다! 발레린은 제게 타르키리텐 지하로 가라고 했습니다. 어서, 거기로 내려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구하러 갈 수 있는데! 지금, 지금 이 시간에도 죽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단─”
“─너희 같은 인간에게, 그것도 이계에서 온 인간에게 그 성역으로의 통행을 허가할 성싶은가!”
늙은 제사장이 으르렁거렸다.
“발레린만 문제가 아니고, 지금 성도에는 무수한 인간과 요정이 어울려 살고 있습니다. 그들을 구해야 합니다! 거기에 있는 요정은 당신들의 동포 아닙니까?”
“그 화평의 상징을 무력으로 점거해왔던 게 누구였나, 인간?”
“<잊혀진 왕들>과 외우주의 사도들이 판을 치고 있는 지금 옛 사람들에 의해 생긴 분란을 들먹일 생각인가?”
샬롯이 말했다.
신태엽이 뒷머리에 깍지를 낀 채 말했다.
“나는 이 세계를 한 번 멸망시켜본 적이 있어. 지금 나한테도 이 타르키리텐을 박살 내는 건 일도 아니야.”
신태엽은 허세를 부리고 있었으나 그 표정 연기가 일품이라 모두가 속아 넘어갔다.
“근데 엘리트 아처나 우리 철이 형아한테는? 코딱지 후비는 것보다 훨씬 쉬울걸.”
물론…….
이런다고 답이 생길 리가 없지.
정철이 성도 공방전 직전에 벌어진 이 평화사절 퀘스트에서 어떻게 실패했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 먼 훗날, 다시 인류가 성도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것입니다. 성도는 화평의 구심점이어야 했는데, 줄곧 분열의 상징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제 그 고리를 끊어내야 할 때입니다. 다른 누구도, 다른 때도 아닌, 바로 지금 폐하의 손으로 말입니다. 그 첫걸음이 공동통치로 시작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때 상대는 이런 잔챙이들이 아니라 그 요정왕 발데마르였다.
말과 눈빛만으로도 상대방을 압도해 버리는 기품…… 그 앞에서 정철은 간절했으나 또 냉정했다.
– 자네가 제안하는 건 평화도 협력도 아닌 조력이다.
– 아닙니다.
– 아무리 포장해봐야 소용없다, 인간. 네 훌륭한 언변은 알겠다. 하지만 그것뿐이다. 인류가 짐의 왕국에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황녀를 위하여>는 현실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한 게임. 그렇다면 그 반응이 이토록 똑같아도 신기하지 않다.
– 인류 왕국의 멸망을 어찌 다른 세계의 일을 보듯 하시는 겁니까? 인류 왕국의 몰락은 비단 인류만의 끝이 아닙니다. 그 재앙이 요정에게까지 닥쳐올 거란 말입니다!
– …….
– 더 늦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이, 지금밖에 없습니다. 지금 타르혜 론델의 봉화를 올리지 못한다면, 인류에게 요정이 화답하지 못한다면, 그 봉화는 다시는 오르지 못할 겁니다. 세계가 잿더미로 변해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타르혜 론델.
그 말은 엄청난 주문이 담겨 있는 듯했다. 문관과 무관의 표정에 깊은 수심이 깃들었다. 그들은 서로 무언가를 속닥거렸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 타르혜 론델이라.
하지만 발데마르는, 무표정하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 조력을 구하기 위해 던지는 미끼들이 하나같이 대단하군. 그리고 연설도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참으로 교묘하군.
– 폐하, 부디……!
– 말해보라, 현재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군세가 남아 있지? 협력할 경우 군사작전에 사용될 수 있는 군사력은 몇인가?
정철은 멍하니 입술을 떨었다.
그때 샬롯 또한 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저 게임인데, 이렇게 다채로운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니. 그때 신태엽은 경이감마저 느끼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더랬다.
– 내가 지켜야 할 국토는 감당할 수 없이 넓다. 헌데 흑요정 세력은 벌레 군주를 봉인할 때 궤멸되었고 이곳 백요정의 땅도 반쯤은 폐허로 변했다. 그나마 온전한 건 청요정 쪽인데, 이들의 상황도 그리 좋다고는 할 수 없다.
발데마르의 날카로운 시선이 샬롯에게 가 꽂혔다.
– 대륙 쪽에서 도망쳐온 인간들의 약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니까.
발데마르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 짐은 그 요정들조차도 온전히 보살피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느 형편에 인간들과 협력하여 인간들을 구한단 말이냐?
– 성도를 포기하겠단 말이냐, 요정왕?
샬롯이 물었다.
– 그렇다, 몰락한 제국의 딸이여. 성도는 지금에 와선 아무 의미도 없다. 그저 과거의 잔상이자, 신화와 종교의 우상일 뿐. 그것뿐인 도시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도시 때문에 짐의 백성들을 사지로 내몰라는 것이냐?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야! 영웅시대 때, 그 영웅들이, 이 세상을 위해, 목숨을 바쳐서 세워낸……!
정철이 목소리마저 떨며 외쳤다.
저런 열연이 시나리오 진행의 열쇠인가? 그러면 이건 배우들이나 하는 게임인가? 그렇게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왕에 대한 불경죄로 정철은 요정 팔라딘들에게 제압당했다. 순식간에 정철을 엎어뜨린 후 성창 세 자루로 머리를 겨누었다.
– 리암이 지금 당신 자리에 있었다면 절대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거다, 발데마르……!
– 이놈, 지금 여기가 어디라고 그 주둥이를 함부로─!
– ─리암이 여기 있었다면 인류의 손을 잡아 주었겠지! 그리고 봉화를 올렸을 거다! 타르혜 론델의 봉화를!
영웅시대의 용사, 리암이 언급되자 발데마르의 얼굴이 싸늘하게 젖었다.
– 리암은 용사였다. 그 검이 하늘에 닿을 정도였지. 그러나 리암은 왕의 의무는 배우지 못했다. 그것은 칼의 길에서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왕좌에 오른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거니까.
– 이제 심연에 그 왕좌마저 사라질 텐데, 대체 어째서!
– 만약 너희에게 샤릴리온 같은 대영웅이 있었더라면 나 또한 기꺼이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얻을 게 많으니까. 하지만 지금 너희들에게 뭐가 있지? 너 같은 조무래기가 전부 아닌가?
샬롯이 다급히 외쳤다.
– 요정왕, 요정의 손으로 성도를 무너뜨리면 화합의 가능성은 영원히 사라진다! 심연이 오고 있단 말이다!
발데마르는 코웃음으로 샬롯의 외침을 묵살했다. 그게, 정말로 끝이었다.
정철은 사흘 동안 감금되었다가 척추가 언뜻 비칠 정도로 태형을 당한 뒤 풀려났다.
본래는 처형이 마땅하나 발데마르가 요르한 3세에 대한 마지막 경의를 표했단 것이었다.
그대로, 그렇게 끝났다.
정철조차도 그런 결과밖에 내지 못했는데, 그 말재주의 절반도 없는 현수와 신태엽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리 없다.
“재밌군요. 귀하들의 뜻대로 과거는 일단 제쳐두고 이야기해 보기로 합시다. 인류가 저희에게 바라는 건 군사적 지원이겠지요. 맞습니까?”
현수가 “예”라고 대답하려던 한순간, 한 무관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려던 한순간, 샬롯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군사적 지원이 아니라 군사적 협력이다.”
현수는 그제야 알았다.
‘지원’과 ‘협력’의 차이를. 이런 교묘한 덫을 쳐놓았다니…….
“협력은 없다.”
타키아르가 말했다.
“성도를 더럽힌 너희들에게는 응분의 대가를 치를 일만이 남아 있을 뿐. 내 눈앞에서 꺼져라. 숨이 붙어 있는 평생 발론 왕제에게 감사해라. 너희가 그 더러운 몸으로 이 신성한 땅에 왔다가 사지 멀쩡히 돌아갈 수 있는 까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