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185)
가짜 용사 이야기-185화(185/310)
#81 :
[11. 엇갈리는 운명] 빛의 계승자, 어둠의 계승자 (15)길었던 싸움이 끝자락에 달한다. 그 소음이 가라앉는 빈자리로 거대한 적막이 내리깔렸다.
광휘와 흑염이 교차하고 있었다.
광입자들이 힘없이 바스러지는 반면 흑염은 더욱 크게 번성하여 천지를 게걸스레 집어삼켰다.
‘대체…….’
현수는 핏물을 걸쭉히 토해냈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몸은 말을 듣지 않고 무겁게 늘어지기만 했다. 흔들리는 시야 속으로 키 작은 꼬마가 들어서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거지……?’
벌써 다섯 번을 싸웠다.
이전의 네 번은 무참히 짓이겨져 죽었으나 이 다섯 번째의 싸움은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었다.
과정이 그랬을 뿐이지,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모두 죽고 <타르키리텐>은 폐허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도 곧 죽게 될 것이다.
“제법 잘 싸웠다. 그래봐야 그게 네 한계겠지만.”
엘리트 아처의 눈자위가 뒤집혔는데, 그 아래에서 흑염으로 이루어진 눈동자가 드러났다.
「이것이 겔드하리아의…… 이것으로…… 요토스의 복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느흐흐하하하하…….」
또다시, 흑염이 빛의 편린을 범하기 전에, 갑주의 원자로가 과부하를 일으키며 폭발했다.
그렇게 다시, 현수는 이동했다.
죽음 너머, 비췻빛 공간으로.
높은 천장 위로 태초의 빛이 쏟아지고, 무지갯빛으로 아롱지는 색유리 위로 태고의 향기가 어슴푸레 일렁인다.
‘결국 또 원점이라고…….’
현수가 서 있는 강대상 뒤로, 예배석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제일 앞자리에 앉은 것은 테르시아였으며 가장 마지막 자리에 앉은 건 발레린이었다.
그들을 소리쳐 불러 도움을 구하려 했을 때, 강대상 위에 놓여 있던 네 번째 촛불이 켜졌다.
「네 번…….」
어디선가 기계음이 들리자마자, 세계가 다시 어두워졌고, 이내 희미해졌다가, 순식간에 밝아졌다.
“박현수, 조심해라!”
샬롯의 외침, 벌써 여섯 번째로 듣는 말이었다.
<타르키리텐>의 상공, 그 지하 깊숙한 곳에서부터 빛의 날개를 펼쳐 도약하기 무섭게 거신 0식과 대면한다.
엘리트 아처, 파울 리드와의 재전이 시작된 것이다.
‘모르겠어…….’
1분, 2분 정도만 시간이 있었더라면 좋을 텐데.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어떻게 싸워야 할지, 어떻게 저걸 공략해야 할지를 알 수 있을 시간이.
호흡이 가파르게 떨리는 어지럼증 속에서 문득 정철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 엘리트 나이트는 제가 맡겠습니다.
이런 적과 홀로 싸워왔구나…….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또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는 적을 상대로…….
이래서 홀로 싸워왔구나…….
우리들을 지켜주기 위해…….
만약 여기 당신이 있었더라면, 엘리트 아처를 공략하는 법도 순식간에 찾아내었을 텐데…….
– 현수 씨.
이상했다.
정철의 뒷모습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저 멀리,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 여기 이 개새는 싸가지라고는 하나 없고 뺀질거리기만 하는 쓰레기지만 그래도 쓸모는 있을 겁니다.
이건 기억의 목소리였다.
<앤티키아>에서 헤어지기 전에, 정철이 해주었던 조언이었다.
– 저와 함께 엔딩을 봤고, 또 제가 나름 정성을 다해 키웠으니 엘리트 이외 플레이어들 중에서는 최고거든요.
저 멀리, 또 멀리, 저 멀리.
이제는 목소리조차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들면서.
–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이 녀석을 저라고 생각하고 기대세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새하얀, 머릿속을 새하얀 실이 관통하는 것만 같은 각성(覺醒).
……아, 그래.
추진기가 빛을 뿜으며 비행 궤도를 날카롭게 이끌었다. 거신 0식의 손아귀가 허공을 움켜잡았다.
삐삐삐삐삐삐삐…….
정보 보좌 AI, 카듀엘이 순식간에 목표를 찾아냈다. 크세리니아를 부축하며 안전한 곳으로 달아나던 중인 신태엽을.
“태엽아!”
“매형, 뭐야, 그 좆간지 나는 갑옷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나는 회귀했어. 시간을 되돌렸다고! 그런데 이길 수가 없어. 벌써, 벌써 다섯 번이나 죽었어. 공략법을 알아야 해.”
신태엽의 두 눈이 커다래졌다.
샬롯과 크세리니아는 지금 이게 무슨 말인지 입술을 떠듬거리는 반면, 신태엽은 순식간에 평정을 되찾았다.
“시간을 끌어.”
“뭐?”
“유효타를 먹일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공격 패턴을 유심히 봐! RPG 게임에서 레이드를 처음에 공략할 때는 다 그래! 패턴을 알아내고, 또 이벤트를 알아내는 거야! 어떤 이벤트가 일어나서 딜 타임을 줄지 아직 모르니까!”
바로 그 가르침이, 진짜 싸움의 시작이었다.
싸웠다.
싸우고, 죽고.
또 싸우다 죽었다.
그러면서 모든 이들에게 존재하는 전투의 호흡과 흐름, 그걸 패턴으로 명명하며 눈에 익히고 또 익혔다.
마치, 게임을 공략하듯이.
마치, 게임의 여러 루트를 보게 되듯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알고 싶지 않았던 것도, 알고 싶었던 것도, 알아야만 하는 것도.
“나는 항상 내 삶과 운명을 저주해왔어.”
서른세 번째의 싸움이 끝났다.
현수가 피를 토하며 죽어갈 때, 그 머리를 끌어안고 샬롯이 처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로 오게 된 것, 그 누구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다른 남매들과 헤어져 이 외딴 곳으로 버려진 것 모두를…….”
엘리트 아처가 다가오고 있었다.
피하라고, 도망치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말하여지지가 않는다. 하지만 말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일까, 어차피 다 죽게 될 텐데.
“근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그게 왜인 줄 아느냐?”
샬롯이 웃는다, 빙그레.
“바로 여기에 와 있었기에, 너를 만날 수 있었지 않느냐.”
총구에 흑염이 삽탄되는 소리와 함께, 샬롯의 머리가 깨어지고 불태워지며…….
“난 말이다, 널 만난 뒤의 모든 순간이 꿈처럼 행복했다.”
* * *
여든아홉 번째의 싸움이 끝났다.
신태엽의 꿈이 요리사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요리는 말이야. 사람들을 웃게 만드는 힘이 있어.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아무리 심보가 고약한 사람이라도. 그래서 난 요리가 좋더라고. 그러니까 매형, 내 미래의 아내에게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겠단 소린 안 할게. 양파 정도는 좀 까줘야지.”
호텔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은 뒤에 작고 소박한 식당을 하나 차려서, 사람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게 꿈이라고 했다.
“나중에 철이 형아랑 같이 와. 그러면 내가 진짜 맛있는 요리를 맛보게 해줄게. 그러니까 먼저 가, 매형!”
신태엽은 그렇게 죽었다.
그 죽음을 밟고서야, 처음으로 거신 0식을 무력화시키고 엘리트 아처를 육탄전(肉彈戰)으로 끌어낼 수 있었다.
어째서냐.
묻고 싶었다.
왜 이래야만 했는지.
진실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파울 리드의 매서운 공세를 쳐내면서 현수는 생각했다.
“네 목적이 뭐냐.”
그리고 왜일까, 이 이루어지지 않는 문답이 꼭…… 저 먼 날 정철과의 문답이 되리란 불길한 예감이 들던 까닭은.
“얼마나 대단한 소원을 갖고 있지?”
다른 길의 끝도 보였다. 그 세계의 끝에는 정철과 박현수와 사쿠라이가 함께 있었다.
“다 알 거 아니야, 엘리트라면!”
야나도 있었다.
남자 친구의 가정 폭력으로 아이를 유산해서, 그 아이를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들어왔다는 야나가 그 세상에서 아이를 안고 웃고 있었다.
“이 세계가───!”
브뤼나도 있었다.
걸을 수 없게 된 자신의 친오빠를 위해 이곳에 들어온 그 브뤼나도 있었다.
“───어떤 세계인지!”
피터도 있었다.
다시 부모님이 사랑으로 결합해서 동생들이 웃음을 되찾았다고 말하는 그 소년이 거기에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너는───!”
그곳은 신태엽이 새로이 차린 레스토랑이었으며 지인 찬스를 통해 예약도 없이, 그들은 그곳에서 웃으며 식사를 나누고 있었다.
“────그 입 다물어!”
이 죽음에 죽음을 덧대어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 끝에서, 마침내 저 장면에 다다르는 날이 올까.
내가, 저기에 닿을 수 있을까.
다시, 그 모든 걸 끝내고, 그때 그 성도의 대관식 날처럼, 정철과 웃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순간에 도달할 수 있을까.
“넌, 소원을 이룬 지구가 이전의 지구와 똑같기를 바라고 있어, 아니냐?”
박현수는 엘리트 아처가 가진 할바론의 총을 쳐내고 다시 간격을 좁혔다.
“세상 사람들이 너처럼 광기에 젖은 인간들이 아니라 정상적인 인간들이기를 바라고 있을 거고!”
“멋대로 넘겨짚지 마라!”
다시 한번, 총과 검이 격돌했다.
총구가 잘려 나가며 허공에서 빙그르르 돌았다.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냐.”
엘리트 아처가 말했다.
엘리트 아처가, 그 위로 엘리트 소서러의 얼굴이 겹쳐지는 가운데 소리치고 있었다.
“어차피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진 판에서, 끝까지 살아남아서 내 소원을 이루겠다는 게 어디가 잘못되었단 거냐고! 약육강식! 약한 놈은 버려지고 강한 놈만이 살아남는 게 우주의 진리인데!”
“그럼 내가 널 죽이고 내 소원을 이루는 것도 진리냐? 그때도 그렇게 말할 거냐?”
“그래! 그런데도 너는 선(善)이고, 나는 악이라고 생각하고 있냐? 그 도덕에 속박되어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은 선이라고 되뇌고 있겠지. 역겨운 위선자 새끼가! 선악을 규정하는 건 인간이 아니라 신이다! 그리고 이 배틀로얄은 신들이 만들어낸 판이고!”
빛과 흑염이 끝없이 충돌하는 그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엘리트 아처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정철의 목소리였다.
정철의 외침이었다.
정철의 한 맺히고 눈물 서린…… 라리엔에서 돌아온 그날, 자신 때문에 죽게 된 어머니를 살리고 싶다고 말하던 정철의 그 얼굴 그대로였다.
“너에겐 의지가 없을 뿐이다! 간절하지도 절박하지도 않았을 뿐이라고! 그러니까 모든 걸 버려 가면서까지 소원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없는 거고!”
의지가 없는 게 아니다.
정철은 그때 분명, 눈빛으로 말했다. 사막에서 나눈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냐고.
하지만 외우주에 의탁하는 방법으로는 그 소원을 이룰 수가 없었다. 외우주에게는 창조와 생명의 권세가 없고 오직 죽음과 부패의 권능만이 있으니까.
끝내 엘리트 아처의 소원이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다. 그 89번째 싸움 끝에서 패배한 건 또 자신이었으니까.
– 현수 씨?
– 현수 씨.
– 현수 씨!
이런 죽음의 판 위에서, 저런 악몽의 존재와의 싸움에서 파티원 모두를 살리기 위해 분투하던 정철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리셋된다.
저 먼 앞쪽, 샬롯을 안고 이 끝없는 절망 속으로 들어서던 시작의 순간으로.
* * *
아흔다섯 번째의 싸움이 끝났다.
크세리니아가 스케사리를 끌어안고 울었다.
“이런 세상에 태어나게 해서, 이런 운명을 짊어지게 해서, 나는, 아아, 스케사리…….”
어느 세계나 어머니는 다 똑같구나 싶어서 눈물겨웠다.
엘리트 아처는 또다시 승리했다.
승리했으나 승리한 게 아니었다. 시간은 다시 되돌려질 테니까.
싸웠다.
죽었다.
싸우고 죽었다.
죽고 싸우고 죽고 싸우고 죽었다. 그 무한한 절망의 되돌림 속에서 마침내, 승리를 향한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겨우 늦지 않았군. 그래, 바로 자네가 베르켄시아의 새로운 계승자로군?」
* * *
시간이 되돌려진다.
그리고 이제 올바른 길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 * *
‘……이 미친 밸런스.’
광장은 먼지구름으로 자욱했다.
신태엽은 터져 나오는 코피를 닦지 못했다. 입에서 각혈이 함께 솟구쳤으므로.
《백염진천뢰》는 용현 레인 루드윅의 제자이자 딸이었던 뇌향의 세츠넨이 용현의 《섬뢰천격포》를 강화시켜 고안한 5성급 전격 마법.
그 위력은 절대적이나, 용족이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만큼 인간 술사가 사용할 경우 신체에 막대한 부담을 주었다.
‘진짜 시바, 이게 말이 되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거신 0식은 그저, 절대적이고 폭력적이며 감당할 수 없는 폭력(暴力) 그 자체.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일까. 《아수라 실혼경》을 사용하던 발레린조차도 이 괴물을 막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 승부의 승패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것이다.
“저게 만병기장 할바론의…….”
옆에서 크세리니아도 고통스럽게 피를 게워내고 있었다.
진즉 불바다가 되었어야 할 <타르키리텐>이 아직까지 형태를 갖추고 있는 건 그녀 덕분이었다.
거신 0식의 진군을 어마어마하게 늦췄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발목을 잡아줬을 때 결정타를 날렸어야 할 신태엽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철이 형아만 여기 있었어도…….’
저놈은 한주먹거리도 안 됐을 텐데…….
이제 몸을 움직일 기력조차도 없었다. 거신 0식의 손목에 부착된 포문이 이쪽을 향한다.
새까맣게 작열하는 이계의 불꽃 앞에서, 스케사리가 두 사람의 앞으로 나선다. 가녀리고 또 가녀린 서리의 폭풍을 토하며.
“안 돼, 스케사리!”
“그 앞에서 나와!”
“Shirakkkkkkkkkk!”
막아야만 했다. 지켜야만 했다.
스케사리는 최종 보스, 요컨대 모든 심연을 삼키고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지켜내던 용.
신태엽과는 존재적 가치 자체가 달랐다.
‘도와줘.’
멈추기라도 한 듯 느릿느릿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처음으로 떠오른 건 정철의 얼굴이었다.
그 뒤로는 누구든 좋았다.
누구든 좋으니 이 상황, 이 현실을 바꿔 주기만을 바라나…… 이 세상에는 신(神)이 없다.
화르르르르륵──────!
흑염이 포악하게 휘몰아치며 그 모든 것을 삼켜서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려던 그 순간.
─────채애애애애앵!
그 흑염이라는 개념을 반으로 찢는 진홍빛 섬광.
[……?!]위압적인 낙뢰가 광장 한가운데 내리꽂히며 굉음을 터뜨렸다.
신태엽은 전율하고 말았다.
저건 긍지의 대천사 알카이오스의 기술. 알카이오스가 <온 것들>에게 하사받은 위명(威名)은 긍지(矜持).
‘알카이오스라고? 이놈은 종말시대로 넘어가기 직전에 나오는 보스인데.’
정철의 평가에 따르면 최종 보스보다도 더 최악의 보스. 과장된 평가가 아니었다. 레이드 패턴이 말도 안 되는 미친놈이었으니까.
‘<온 것들>이 여기에 있다고 했으니, 여기에서 출현한 건가?’
천둥이 인간의 모습으로 빚어져가는 동안, 그 주위로 빛의 폭풍이 눈부시게 휘몰아쳤다.
대천사의 강림 페이즈는 언제나 가슴이 떨린다. 초월적인 빛은 그야말로 오묘한 신의 예술이었다.
그 폭풍 속에서, 진중하며 위엄찬 기계음이 흘러나와야 할 텐데, 흘러나온 목소리는 사람의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낯익은.
“태엽아, 설명할 시간이 없어. 잘 들어.”
“뭐?”
“컵라면은 반드시 7분 동안 익혀서 퉁퉁 불은 상태가 맛있다.”
그것은 신태엽이 알려준 암호.
백 번이 넘는 절망의 반복 속에서, 현수가 넘어지지 않게 지탱해준 동반의 증표.
신태엽은 이렇게 말했었다.
– 아무한테도 말 안 하는 내 좌우명이야. 이것만 말하면 매형 말을 모두 믿을걸.
그리고 신태엽은 수십 번의 공략 속에서 그 말대로 해주었다.
정철이 현수에게 남겨준 힘은 이 절망 가운데에서도 확실하게 빛을 발하고 있던 것이다.
수십 번의 회귀 속에서도, 그리고 바로 지금도.
“좋아, 내가 뭘 어떻게 해주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