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 of the Fake Hero RAW novel - Chapter (200)
가짜 용사 이야기-200화(200/310)
시즌 3 : 8화
“꼭 이래야만 하겠소?”
로브릭 사이온은 눈앞에 놓인 공문서를 심란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사이온 가문의 문장, ‘무지개 펼쳐진 강’의 깃발 아래 중부 최고의 고관대작이 서 있었다.
한 명은 루드윅 방백 가문의 당주 대리 한나 루드윅이었고 다른 한 명은 벨체스터 맹작 가문의 오펠 벨체스터였다.
“이게 왜 갈등의 요소가 되는 건지 진정 모르겠구려. 이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경사라고 생각했거늘. 루드윅 가문의 페이쿼리어가 벨체스터 가문에서 제자를 들이다니.”
두 가문은 중부 최고의 검가와 마도세가를 대표한다.
요컨대 사이온 공작가의 제일 지지 세력들이었다.
그렇기에 두 가문의 갈등이 탐탁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하. 그 아이는 아직 어리고, 여리고, 미숙하여, 페이쿼리어가 될 자질이 못 됩니다.”
“그래서 맹작은 지금 이를 물리고 싶다?”
“그렇사옵니다.”
“루드윅 방백, 지금 라미네아 경은 어디에 있소?”
로브릭의 시선을 받은 한나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잘 모르겠사옵니다. 그 아이가 얼마나 자유롭게 행동하는지는 전하께서도 잘 아실 테지요.”
오펠이 미간을 찌푸렸다.
“라미네아 경께서 벨르윈 저택으로 돌아왔다는 풍문이 이곳까지 파다합디다.”
“어디까지나 풍문이지요. 가문을 다스리는 저는 그 아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맹작께서는 제 말보다 풍문을 신뢰하시는지요.”
“정녕 이러실 겁니까?”
제국의 삼대검가로 위세가 높은 벨체스터의 당주였건만, 그런 벨체스터조차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게 루드윅 가문이었다.
용현(龍賢)의 후손들로 선제후와도 어깨를 견줄 정도의 위엄을 가진 가문 아닌가.
“그만들 하시오. 루드윅 백작은 라미네아 경을 찾는 즉시 데리고 오시오.”
“전하, 법적 절차를 밟고 싶습니다만.”
“그만! 그대들이 이러면 내 위신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거요? 이런 분쟁 하나 바로잡지 못하는 팔푼이로 내게 망신을 줄 셈인가?”
“그게 아니옵고…….”
“한 달의 유예를 주겠소. 루드윅 방백은 라미네아 경과 연락이 닿는 즉시 나에게 연락하시오. 그때도 상황에 차도가 없다면 나도 법적인 절차를 고려해 보리다.”
가능성, 제자 적성 시험 (1)
증기기관차 ‘카세나’ 호가 적색산맥 터널을 시원하게 가로질렀다.
대륙 순행 기관차에는 위대한 모험가들의 이름을 붙이는 게 관례였다. 카세나는 그런 위대한 모험가 중 하나.
이름은 어찌 되었든 간에, 카밀라는 차창 너머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풍경의 조화로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대단해…….
저게 적색산맥이고…….
이게 백해(白海)구나…….
풍경이 바뀔 때마다 눈동자의 크기 또한 뒤바뀌는 카밀라를 지켜보면서, 라미네아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맞은편에 앉은 델프레드는 졸고 있었고, 요한은 마도서를 탐독하고 있었다.
둘과는 열차에서 우연히 재회했는데, 마침 <레인보우가든>에서 일을 마치고 <테르베노플>의 창천도서관(蒼天圖書館)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라미네아 님?”
“응?”
“근데 왜 <테르베노플>로 가시는 거죠? 제자 시험은 법황청에서 이루어지지 않나요?”
요한의 질문에 라미네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남겼다.
“후후, 여기에 빽이 있거든.”
“빽이요?”
“법황청에서 진행하면 서류 접수부터 시험까지 너무 오래 걸려. 그리고 오주 어르신들 여간 고지식한 게 아니셔야지.”
법황청의 다섯 추기경을 무슨 마을 촌장처럼 대하는 인간은 라미네아가 유일할 것이다.
“하지만 <테르베노플>에서는? 바로 시험을 볼 수 있어. 어디 거치는 거 하나 없이 바로 직통으로. 그래서 여기로 가는 거야.”
14일 동안의 남하였다.
도합 86개 역에서 정차했던 카세나 호는 마침내 <테르베노플>에 도착했다.
‘푸른 도시’로 불리는 공화국의 칠대도시(七大都市) 중 하나로, <온 것들> 창천의 태양 테르벨이 세운 도시였다.
“요한, 카미를 관사까지 데려다주렴. 나와 델프레드는 사령부에 용무가 있어.”
“네, 알겠습니다.”
“도시가 말도 안 되는 수준으로 넓으니까, 카미가 미아가 되지 않도록 잘 도와주렴. 카미도 정신 다른 곳에 팔지 말고 요한 잘 따라다니고.”
그런 경고를 들었건만…….
도시의 선진적으로 수려한 정취에 넋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미아가 되어 있었다.
제국 어디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도시는 없었다.
‘모든 건물과 도보가 파랗게 빛나는 도시라니.’
먼바다의 수평선 위에 웅대하게 솟아오른 <온 것들> 황금함대의 기함 테리토스는 또 어떤가.
저런 것이 배라니…….
저런 것이 밤에는 빛을 뿜는 등대가 된다니…….
그 어마어마한 정보의 파도에서 빠져나올 수 있던 건, 헌병대의 날카로운 호령 소리 때문이었다.
“비켜라! 길을 내라! 용사님께서 지나가신다!”
카밀라도 다른 인파들에 떠밀려 길옆으로 밀려났다.
스승님이다.
스승님이 날 찾으러 온 건가?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던 그때, 지면을 부술 듯 내리찍는 군홧발 소리가 점점 가까워 왔다.
그 순간에.
바로 그 순간에.
페이쿼리어다, 라며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는, 심장이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스승님과 똑같아.’
핏자국과 전장의 먼지로 뒤엉킨, 백발의 머리칼과 만물을 날카롭게 응시하는 용의 눈동자.
‘등허리의 검대에 매달린 채 고요한 위엄을 떨치는 태도형 성검까지도.’
하지만 같은 것은 형태와 색채뿐이었다. 형태와 색채는 같았으나, 그 형태 속에 깃든 분위기와 색채가 거느리고 있는 감정도 달랐다.
차갑고 허무하다, 죽음처럼.
총 쥔 헌병들이 총구를 앞세워 행인들을 밀어내 길을 열던 그 순간, 페이쿼리어의 두 눈이 카밀라의 얼굴에 와 꽂혔다.
마치 칼끝에 심장이 꿰뚫린 듯, 숨을 쉴 수조차 없는 살기(殺氣).
다음 순간 누군가가, 요한이 어깨를 붙잡아주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질식사했을지도 몰랐다.
“카밀라, 너 여기서 뭐 해! 한참이나 찾았잖아. 마법까지 써야 했다고.”
얼마나 그러고 있던 걸까?
정신이 들었을 때는 페이쿼리어는 온데간데없고 행인들도 어느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신은 사람들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이 길거리 한구석까지 떠밀려 와 있던 것 같았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언니가 날 찾으러 오신 줄 알고…….”
카밀라는 이때까지 라미네아를 스승님이라 부르지 않았다. 속으로는 스승이라 불렀으나, 입 밖으로는.
무언가…….
너무나도 많이 속고 살아서…….
마음을 완전히 다 주고 났을 때, 또 속게 되면, 그때는 완전히 무너질 것만 같아서 그랬던 걸까. 처음에는 그랬겠지만, 그 마음이 점차 바뀌었다. 아직, 그분의 제자라 하기에는 자신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 것이다.
“언니? 아, 라미네아 님?”
고개를 갸웃하던 요한의 눈이 문득 가늘어졌다.
“아, 혹시 비네사 님을 만난 거 아니야? 그랬겠네.”
“비네사?”
“현재 필두 페이쿼리어인 분이야. 아라다만텔의 쌍둥이 성검인 르노드의 대리자이시니 언뜻 착각했을 수도 있지. 근데 두 분의 분위기가 아예 다르시잖아.”
순간 카밀라는 예전에 책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렸다.
– 세상에는 총 여섯 자루의 진성검(眞聖劍)이 존재하며, 각각의 성검마다 두 자루씩 모작이 존재하니 그게 바로 극위성검이다.
기원의 시대, 심연을 끝장내 잠재웠다는 진성검을 다룰 수 있는 어센시쿼리어는 이제 없었다.
그렇기에 세계는 가짜 성검을 쥐고 싸우는, 페이쿼리어라는 가짜 용사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때 앞에서 먼저 걷던 울프가 조심스레 이런 경고를 속삭였다.
“가까이에서 봤으니 대충 느꼈겠지만…… 너무 가까이 가지는 마. 엄청나게 위험한 사람이란 소문이 있어.”
“왜?”
“페이쿼리어들은 3년 주기로 전장에 파견되었다가 휴식기를 갖는데, 저분은 가끔 오는 게 아니면 그냥 전장에서 계속 살거든……. 이유는 아무도 몰라.”
* * *
「네가 제자를 받다니, 이 기쁜 소식을 허락하신 창세의 섭리에 감사를, 그리고 그 새로운 인연에 빛의 축복이 있기를 기도하노라.」
추기경 요슈하르가 말했다.
<테르베노플>에는 옛 시대, 용족이 공화국을 통치하던 시대에 세워진 ‘용의 사당’이 존재했다.
아드리온 대륙 전선이 격화되자 법황청의 다섯 추기경들은 이곳을 중계 사령부로 이용했다.
칼날 반도의 법황청까지는 거리가 상당했으므로, 추기경 중 하나가 이곳에 체재하며 일차적 판단을 신속히 내리는 것이다.
요슈하르 추기경이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어떤 아이더냐?」
“아무런 보상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슬픔을 돌아보지 않고, 남을 위해 칼을 뽑을 수 있는 아이예요.”
「그 말이 듣기에 기쁘구나.」
“정말 좋은 아이예요. 아니, 엄청난 아이예요. 전 믿어요. 그 아이가 이 시대에 엄청난 일을 이룰 거란 걸. 어르신께서도 딱 보시면 아실 거예요.”
“이상하다. 어디서 개가 짖나. 여기까지 개소리가 다 들리네.”
비네사 알터 르노드가 말했다.
용의 사당은 수십 개의 장의자가 둥그런 원을 그리며 중심을 둘러싸는 구조였다.
비네사는 동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장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만하고도 불손하게, 앞쪽 의자 등받이에 양쪽 발을 올린 채 포도주 술병으로 병나발을 불면서.
“라미네아, 페이쿼리어에게 중요한 건 그딴 염병할 마음씨가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냐?”
“비네사 선배님께서는 언제 뵈어도 참 말을 예쁘게 하시네요. 지금 막 전장에서 돌아오셔서 평소보다 더 날카로워지신 건가.”
“페이쿼리어의 중요 자질은 병기로서의 자질이다. 아무 감정도 섞지 않고 살육을 행할 수 있는 능력. 그것뿐이야. 자신이 소모품이란 걸 이해할 수 있는 기계적인 년이면 더 좋고.”
“그러시군요. 근데 제 신조는 조금 달라서요.”
“넌 지금보다도 더 크게 될 수 있어. 내가 그 많고 많은 동료랑 후배들 중에 유일하게 인정한 년이 너 하나다. 그러니 미자리 그년이 물려준 쓰레기 철학은 그만 좀 갖다 버려.”
요슈하르가 비네사를 바라보는데 대기가 황금빛으로 일렁거렸다. 진룡의 노여움이 빛으로 표출된 순간이었다.
비네사도 한숨 섞인 어깻짓과 함께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텅 빈 병을 장의자에 올려놓고 떠났다.
마침내 요슈하르가 라미네아를 돌아보며 웃었다.
「너의 아름다운 마음씨로 그리 판단하였다면, 실로 그러하겠구나. 나 또한 그리되기를 원하노라. 어서 그 아이를 보고 싶구나.」
* * *
시험은 <테르베노플>의 무림(武林) 회관 앞마당에서 진행되었다.
무림.
육체의 단련을 통해서, 용과 같은 승천에 이르길 원하는 공화국 사람들은 제국과 달리 권법을 추구했었다고 한다.
무림은 그런 낭인들의 집단이었는데, 증기총이 상용화된 이후로 퇴락을 거듭해 지금은 그 세력이며 입지가 더없이 좁아져 있었다.
무림 회관이 페이쿼리어 제자의 적성 시험에 이용되는 현 상황은 그 역사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
“뭔데?”
“페이쿼리어의 제자가 시험을 본다는데.”
“여기서?”
“어떤 페이쿼리어인데?”
“라미네아.”
“오, 드디어 그 양반도 제자를 받았나 보네.”
적잖은 실력자들이 수군거렸다.
공화국의 낭인이나 마녀, 여러 소왕국과 제국의 마법사나 검사들 따위였다. 앞마당에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검정시험 때와는 달리, 모두가 카밀라가 페이쿼리어의 제자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이다.
시험장 중심에 선 카밀라의 손이 조용히 떨렸다.
남들의 수군거림 위로 과거의 공포가 겹쳐진다. 이렇게나 많은 이들 앞에서 우스갯거리가 되던 공포가.
“떨고 있네.”
요한이 말했다.
“시끄러.”
“그 상태로 검을 제대로 쥘 수는 있겠어?”
“시끄럽다니까.”
“떨 이유가 있어?”
“이게 진짜.”
발끈하며 돌아섰을 때, 보인 것은 요한이 아니었다.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빙경(氷鏡). 그 표면 위로 비치고 있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낯설었다.
내가 이런 모습이었던가?
벨체스터 저택에 있던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키도 엄청나게 큰 것 같았다. 뭔가 상상 속에서나 그리던…….
“용사 중 한 분이신 라미네아 님께서 직접 택하시고 가르쳐온 네가 무서워할 게 뭐가 있는데?”
빙경이 스르륵 녹아내리면서, 그 너머에서 빙그레 웃는 요한의 얼굴이 보였다.
“카미, 이리 오렴.”
라미네아가 카밀라를 손짓해 불렀다.
카밀라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 이마를 맞대어 생명의 온기를 공유했다.
이건 지난날, 똑같은 긴장과 혼란 속에서 뇌향의 세츠넨이 그녀에게 해주었던 동작.
“카미, 용현께서 뇌향 고모님께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고 해.”
어둠을 비추는 빛처럼, 따스한 온도가 전해지며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여명의 고요 속으로 밤의 혼란이 가라앉듯이.
“사람을 볼 때는 그 외면이 아니라, 그 내면, 그보다도 더 안쪽의 가능성을 봐야만 한다고.”
그 온기에, 몸의 떨림이 멎는다.
그 미소에, 머릿속을 새하얗게 물들였던 물감 위로 다시 세상의 색채가 칠해지기 시작한다.
카밀라의 초점이 돌아오자, 이마를 뗀 라미네아가 빙긋 웃었다.
“나는 카미에게서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을 봤어. 하지만 카미는 아직 스스로의 가능성을 못 믿고 있어. 이 시험은 말이지, 카미가 카미 자신의 가능성을 믿게 하기 위한 것이기도 해.”
“나의 가능성……?”
“2년도 안 돼서 적성 시험을 통과하는 제자는 몇 되지 않아. 이게 다 카미의 스펙이 될 거야.”
저 믿음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다. 저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두려워 떠는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게 맞아.
그렇게 결심할 때 전신의 떨림이 멎은 것이 신기했다.
“……솔직히 긴장 안 했거든요? 저번에도 말했듯이 너무 완벽하면 약간 겸손한 척을 좀 했죠.”
“그래그래.”
“진짜라니까요!”
라미네아가 맑게 웃으며 카밀라의 등을 팍 때렸다.
“그럼 다녀오렴.”
소녀는 숨을 크게 들이켠 다음 발을 내디뎠다, 시험장 안으로.
1669년의 가을날, 그 걸음은 단순한 공간의 이동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래, 그것은 분명, 저 먼 어딘가 있는, 위대한 사명의 자리로 처음으로 내디디는 진일보(進一步)였다.
「제자 시험을 시작하라.」
추기경 요슈하르가 명했다.
한 붉은 마녀가 주술을 펼쳤다. 시험장 저편에 이형의 형체가 만들어진다.
살육에 좋도록 발달된 7척의 허우대, 붉은 피부색은 용암이 석화된 것처럼 보인다.
거골(巨骨)이라는 고대어를 종족의 이름으로 삼은 침략자, 그 이름은 바로.
‘우루크 전사.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에서 자주 나왔지.’
환상의 우루크는 실제의 행동거지를 완벽하게 모방해내고 있었다.
양손의 도끼와 방패를 힘차게 맞부딪치면서 전투의 포효를 내지르는 것까지도.
우루크 전사는 충분히 카밀라를 압도하였다고 생각하였는지, 마침내 돌진해왔다.
“너무 위험한 거 아닙니까? 아무리 힘이 1할 미만으로 조절된 환상체라고는 해도 그 우루크 전사인데.”
“그냥 어린애가 아니잖아. 페이쿼리어의 제자로 뽑혔으니 당연히 그 정도 적성과 실력은 있단 소리 아니겠어? 페이쿼리어의 제자들은 저 나이면 벌써 진짜 우루크도 때려잡는걸.”
“아니, 그건 아는데 카밀라라는 이름을 이 바닥에서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모두가 웅성거리던 그 순간, 델프레드가 호흡을 멈춘 라미네아를 흘끗 본 순간, 숨을 깊숙이 들이마신 카밀라가 움직였다.
그 양손에 들린 칼과 칼집이 직각으로 교차한다. 그 교차가 견고하고 아름답게 빚어내는 문자.
바로 십(十)문자.
“십문자도 제1식, 원(圓).”